유한양행 ‘2026 유일한 아카데미’ 수료식 현장
고령층 복약관리·의약품 오남용 관리 등 6개 프로젝트 발표…아이디어 앱·웹으로 구현
“어느 정도를 아느냐,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아는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이것이 문제다.”
유한양행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의 말이다. 지식보다 그 활용을 강조한 그의 정신은 제약·헬스케어 분야의 사회문제 해결에 나선 ‘2026 유일한 아카데미’에서도 이어졌다. 36명의 청년은 지난 7월 9일부터 당사자와 전문가를 만나 청년의 의약품 오남용, 고령층 복약관리 등 현장의 어려움을 살피고 해법을 구체화했다. 6개 팀이 5주간 만들어낸 결과물은 지난 11일 서울 동작구 윌로우하우스에서 열린 수료식에서 공개됐다.

유일한 아카데미는 유한양행과 더나은미래가 2025년부터 함께 운영하는 청년 사회혁신 교육 프로그램이다. 제약·바이오 등 헬스케어 분야에 관심 있는 청년들이 문제기반학습(PBL)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탐색하고 대안을 설계한다. 올해는 PBL 워크숍 10회와 유한양행 임직원 온라인 멘토링 1회 등 총 11회에 걸쳐 교육을 진행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바이브 코딩’을 통해 대안을 실제 서비스로 구현하는 과정도 포함됐다.
◇ 고령층 복약 장벽 낮춘 ‘약손’과 ‘약톡’
이날 대상은 고령층의 복약 정보를 기록하고 의료진에게 전달하는 플랫폼 ‘약손’을 개발한 6조가 차지했다. 6조는 고령층이 약을 제때 복용했는지 기억하기 어려운 데다, 실제 복약 상황을 진료 과정에서 정확히 전달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로 인해 의료진은 제한된 진료 시간 안에 복용 여부를 다시 확인해야 하고, 환자의 실제 복약 정보가 처방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수 있다.

팀은 고령층 50명과 의료·돌봄 전문가 10명을 인터뷰하며 문제를 구체화하고 솔루션을 다듬었다. “복용 여부를 기억하기 어렵다”, “꾸중을 들을까 봐 숨기게 된다”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약 복용 여부와 미복용 이유를 기록해 의료진에게 전달하는 앱을 만들었다. 진료 전 의사에게 묻고 싶은 내용을 음성으로 남길 수도 있다. 돌봄 제공자는 기록을 통해 복약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는 부담을 덜고, 도움이 필요한 시점을 파악할 수 있다.
최윤상(24·중앙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4학년) 학생은 “현장 인터뷰를 진행하며 사회문제는 뉴스로 접하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걸 느꼈다”며 “직접 당사자를 만나야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우수상을 받은 4조의 ‘약톡’은 고령층의 안전한 복약을 돕는 또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작은 글씨로 빼곡한 약 봉투만으로는 어떤 약을 왜, 어떻게 복용해야 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했다. 약 봉투에 NFC 스티커를 부착해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복약 정보를 큰 글씨와 음성으로 안내하는 방식이다.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중국어·베트남어도 지원한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는 녹내장·백내장 등 안질환이 있는 고령층의 시야로 약 봉투를 직접 확인해보는 체험도 진행했다. 당사자 피드백을 반영해 안내 화면에는 이해를 돕는 그림을 추가했다.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고령층을 위해 전화를 걸면 AI가 복약 정보를 음성으로 설명해주는 기능도 검토하고 있다.

송자영(31·연세대 간호학과 3학년) 학생은 “고령층 안에서도 디지털 기기 활용 수준의 편차가 큰 만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장벽을 낮추려 했다”며 “NFC 태그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스티커를 붙이는 등 당사자 의견을 반영해 서비스를 보완했다”고 말했다.
◇ 정보 소외·청년 의약품 오남용…생활 속 문제에 답하다
정보와 관계망의 사각지대에도 주목했다. 3조가 개발한 ‘Alook’은 희귀·난치질환 환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한곳에서 제공하는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환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병원과 의료진 정보부터 국내외 임상시험 정보까지 확인하고, 같은 질환을 앓는 환자들과 경험을 나눌 수 있다. 팀은 고셔병을 대표 질환으로 정하고 한국고셔모임회와 국제고셔연맹 등을 인터뷰하며 서비스를 구체화했다. 향후에는 이 구조를 다른 희귀질환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5조의 ‘소리상회’는 수도권 독거노인의 사회적 고립 문제에 주목했다. 이용자가 매일 제시되는 질문에 음성으로 답하면 AI가 내용을 요약해 주변 이웃에게 전달하고, 서로 연결된 이웃은 ‘우리 동네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에서 형성된 관계가 실제 만남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지도에는 주변 복지관과 병원 등 생활에 필요한 정보도 함께 담았다. 독거노인 28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테스트한 결과, 72%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청년층의 의약품 오남용 문제를 다룬 아이디어도 나왔다. 1조의 수면관리 앱 ‘윌로우케어’는 수면제를 반복적으로 복용하면서도 의존 위험 신호를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했다. 청년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90%가 복약 기록 서비스의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기록을 꾸준히 이어가기 어려운 이유로는 ‘번거로움’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에 복약과 수면 상태를 한곳에 간편하게 기록하고, 전문가 상담과 수면 관련 정보를 함께 제공하는 기능을 담았다. 커뮤니티에서는 숙면에 도움이 된 활동이나 경험도 이용자끼리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과장광고를 보면 체중이 더 신경 쓰이고 비만치료제를 찾게 됩니다.” 2조가 정상체중 20대에게 비만치료제 광고를 보여준 뒤 반응을 물은 결과다. 최우수상을 받은 2조는 비만치료제의 효과와 안전성을 부풀린 허위·과장 광고가 불필요한 약물 사용으로 이어진다고 짚었다. 직접 비만치료제 광고 50건을 의료광고 기준 13개 항목으로 분석한 결과, 72%가 위반 의심 광고였다. 팀은 이미지나 URL을 입력하면 AI가 의료법 기준에 따라 위반 의심 항목과 심각도를 판별하는 앱 ‘위고업’을 개발했다. 소비자가 광고의 허위·과장 여부를 스스로 가려낼 수 있도록 돕는 도구다.
최유민(22·서울여대 심리인지과학학부 2학년) 학생은 “해결책을 고민하며 팀원들과 가장 많이 생각한 건 ‘유일한 박사라면 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까’였다”며 “비만치료제 오남용이 심각한 만큼 정상체중이라면 굳이 약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확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날 심사에는 신현상 한양대 교수, 송영일 MYSC 총괄, 이준형 유한양행 R&D전략실장, 장창영 ICT콤플렉스 팀장이 참여했다. 수료식에 참석한 원희목 유한재단 이사장은 “실제 현직자가 팀에 참여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솔루션이 나왔다”며 “특히 약물 복용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학생들을 격려했다.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도 학생들이 일상 속 사회문제를 직접 발견하고 당사자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해결책을 구체화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이번 경험이 앞으로 각자의 분야에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수료식과 함께 열린 특강에서는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이 ‘제약·바이오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노 회장은 신약개발 비용과 기간이 늘고 성공 가능성은 낮아지는 상황에서 AI와 의료데이터 활용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를 사례로 들며 바이오벤처와 제약사, 글로벌 기업 간 오픈이노베이션의 중요성도 짚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