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권자와 ‘젊치인’이 만나면 정치가 바뀔 겁니다”

[인터뷰]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  “‘젊치인’이 오면 깨워주세요.” 비영리단체 ‘뉴웨이즈(New Ways)’가 기획한 ‘누울자리 캠페인’ 문구 중 일부다. 지난달 온라인 공간에서는 MZ세대들 중심으로 ‘정치 놀이’가 한바탕 벌어졌다. 장소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밭. 참가자들은 가상공간에서 캐릭터와 드러눕고 싶은 자세를 선택하고, 정치권에 바라는 메시지를 내거는 방식으로 온라인 플래시몹을 진행했다. 국회 앞에 드러누운 사람은 16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의 한가지 염원은 ‘젊치인(젊은 정치인)’의 등장이다. 2030세대가 가볍게 즐기는 이번 정치 캠페인은 20대 청년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지난달 17일 서울 창전동 뉴웨이즈 사무실에서 만난 박혜민(28) 뉴웨이즈 대표는 “만 40대 미만 청년인구는 전체 유권자의 34%에 이르는데 기초의원 중에는 6%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정치는 시민을 대변하고 사회를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할 텐데, 지금 정치는 사회 구성원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웨이즈는 만 40세 미만의 젊은 정치인을 발굴하고 이들에게 지지세력을 만들어주는 비영리 임의단체다. 지난 2월 설립 이후 시민과 젊은 정치인을 연결하고 이들의 정치 활동에 힘을 보탠다. 설립 6개월차에 상근 활동가 2명과 프리랜서 활동가 1명에 불과한 소규모 신생 단체지만 누울자리 캠페인을 비롯해 ‘젊치인’ ‘캐스팅매니저’ 등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면서 MZ 세대의 주목을 받고 있다. 덕분에 지난달 아산나눔재단의 ‘비영리스타트업 성장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기도 했다. 뉴웨이즈는 일반 정당과는 다른 방식으로 후보자를 선정한다. 바로 ‘캐스팅매니저’ 제도다. 캐스팅매니저는 일반 시민이 가입해 뉴웨이즈에 직접 정치인을 추천할 수 있다. 나이만 맞는다면 당적은 상관없다. 뉴웨이즈는 추천받은 정치인의 가치관 등을 검증한다. 이후 ‘차별과

“2% 부족한 플라스틱 재활용, 미생물이 채웁니다”

[인터뷰] 서동은 리플라 대표 “국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의 핵심은 재활용률이에요. 현재 분리수거율은 62% 수준인데, 재활용률은 13%에 불과하거든요. 재활용률이 낮은 건 ‘복합재질’ 때문입니다. 다양한 플라스틱 재질이 섞여 하나의 제품이 된 걸 다시 단일재질로 풀어내는 건 몹시 어려워요. 하지만 미생물이라면 할 수 있습니다. 재활용률도 70~80%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서동은(23) 리플라 대표는 ‘미생물 박사’다.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한 그는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플라스틱 먹는 미생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물질이 섞여 있는 복합재질 플라스틱을 미생물에 먹여 하나의 단일재질만 남기는 것이 목표다. 단일재질이 된 플라스틱은 재활용 공정을 통해 새로운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쓰인다. 플라스틱의 무한한 자원 순환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미생물로 만드는 100% 재활용 플라스틱 리플라는 미생물을 통한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소셜벤처다. 해외에 비슷한 사업 모델을 가진 기업이 몇 곳 있지만, 국내 기업으로는 리플라가 최초다. 덕분에 아직 연구 단계임에도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연세대학교기술지주 등으로부터 총 11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지난달 15일 경기 수원시 리플라 사무실에서 서동은 대표를 만났다. 그는 “미생물도 먹기 싫은 성분을 먹지 않는다”면서 “일상생활에서 주로 쓰는 플라스틱 종류인 PP, PE 등을 싫어하는 미생물을 찾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PP만 먹지 않는 미생물에 다양한 물질이 섞인 플라스틱을 주면 PP만 남기고 다 먹어치워요. 같은 원리로 PE, PVC, PS 등 다양한 재질의 플라스틱을 뽑아낼 수 있는 거죠.” 현재 리플라 실험실에서 연구에 투입되는 미생물은 287종에 이른다.

“자세히 오래 봐야 예쁜 곳, 바로 ‘아프리카’입니다”

[인터뷰] 허성용 아프리카인사이트 대표 “아프리카에서 1분마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이렇게 질문을 던지면 대개 가난이나 질병으로 사람이 죽어간다는 대답을 해요. 정말 열악한 지역에서는 사실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런 인식이 익숙해져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 전환이 우선입니다.” 지난달 18일 서울 성동구 아프리카인사이트 사무실에서 만난 허성용(37) 대표는 “단순 구제와 교육 지원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식 개선을 바탕으로 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허 대표는 지난 2008년 대학 졸업을 앞두고 NGO 봉사단 프로그램을 통해 아프리카 땅을 밟았다. 탄자니아와 세네갈에서 약 4년간 국제자원 활동을 했다. 이후에도 동아프리카 국가들을 여행하면서 아프리카를 향한 단기적인 원조와 편향된 인식이 현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아프리카 대륙을 바라보는 국제 사화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아프리카 지역에서 소외된 사람에게 지속 가능한 방식의 국제 협력을 실천하기 위해 비영리단체를 설립하게 됐다”고 했다. 아프리카인사이트는 지난 2013년 설립됐다. 햇수로 9년째 아프리카 인식개선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서울 왕십리광장 일대에서 ‘서울아프리카페스티벌(Seoul Africa Festival)’을 주최해 약 5만명의 시민에게 아프리카의 문화예술을 알렸다. 이외에도 아프리카 고유 언어 ‘스와힐리어’ 교육을 진행하는 ‘아프리카클래스’, 직접 초·중·고 학교현장에 방문해 아프리카를 제대로 알아보는 ‘우분투(Ubuntu) 세계시민교육’ 등 교육 강연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우분투 세계시민교육은 80차례 넘게 진행될 만큼 호응이 좋다.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해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거나 블로그와 같은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활용해

“장애인 디자이너 대신 ‘특별한 디자이너’로 불러주세요”

[인터뷰] 남장원 키뮤스튜디오 대표 “발달장애인 친구들이 그린 원화에는 그들만의 감성과 스타일이 있어요. 굉장히 독특해요. 작품을 주변에 소개해봤더니 반응이 좋았어요. 그때 가능성을 발견하고 스튜디오를 설립했죠. 발달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세상을 변화시키는 ‘체인지 메이커’를 꿈꾸면서요.” 지난달 17일 만난 남장원(39) 키뮤스튜디오 대표는 “특별한 디자이너가 만든 콘텐츠로 세상의 경계를 허무는 곳이 바로 키뮤스튜디오”라고 했다. ‘키뮤’는 키덜트 뮤지엄(kidult museum)의 약자다. 몸은 성인이지만 아이의 감성을 가진 발달장애인을 키덜트에 빗대 표현했다. 키뮤스튜디오는 ‘장애인의 그림’이 아니라 ‘디자이너의 그림’으로 소비되는 것을 추구한다. 이런 이유로 ‘발달장애인’을 대신 ‘특별한 디자이너’라는 칭호를 사용하고 있다. “보통 개인이 하나의 작품을 만들지만, 이곳에서는 하나의 작품에 디자이너 2명 이상이 붙습니다. 협업 시스템이죠. 특별한 디자이너가 본인의 특수성과 장점을 살려 원화 형태의 그림을 그리면, 비장애 디자이너들이 수정·보완하는 식입니다. 특별한 디자이너들은 색감, 원화 등 각 분야에서 특출난 경우가 많아요. 본인의 장점을 통해 서로 부족한 점을 메워주죠. 이런 시스템 덕분에 그림의 질도 높아지고, 디자이너의 역량이 넓어졌다고 생각해요. 협업 시스템은 키뮤스튜디오의 DNA가 됐습니다.” 현재 키뮤스튜디오에서 활동하는 특별한 디자이너는 10명이다. 발달장애인 문화예술학교인 총현비전대학의 졸업생을 대상으로 채용하고 있다. 현재 총현비전대학에는 키뮤디자인학과가 있다. 대학 설립 당시, 키뮤스튜디오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맡은 인연이 전공 개설로 이어졌다. “키뮤디자인학과의 교육과정을 거친 학생들을 디자이너로 채용하기도 하고, 대외공고를 내 인턴을 거쳐 채용하는 과정도 있습니다. 채용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림에 얼마나 재미를 느끼는가’하는 부분이에요. 이외에도 디자인적 관점,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을 한 가지

“종이로 만든 가구… 가격은 낮추고 환경은 살리고”

[인터뷰] 박대희 페이퍼팝 대표 ‘친환경은 비싸다’는 인식을 깨는 스타트업이 있다. 가구제조 스타트업 ‘페이퍼팝’은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종이 소재로 가구를 만든다. 책장과 의자는 물론 침대 프레임까지 생산하고 있다. “종이 종류는 수천 가지나 됩니다. 흔히 볼 수 있는 택배 상자부터 자동차 엔진 블록, 건축 자재 등에 쓰이는 종이까지 셀 수 없습니다. 가구 제작에는 특수 배합된 골판지를 사용하고 있죠.” 박대희(36) 페이퍼팝 대표의 종이 사랑은 각별하다. 그는 종이 재질에 따른 쓰임새와 내구성을 지난 10년간 연구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종이책장의 경우 최대 180kg, 침대의 경우는 300kg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 발수기능도 뛰어나 상대습도 30~80% 내에선 물을 엎질러도 끄떡없다. 무엇보다 가격이 싸고, 환경에 부담을 적게 준다는 게 큰 메리트다. 연간 5000t 폐가구, 종이가구로 줄일 순 없을까 “1~2년을 주기로 이사하는 가구가 전국에 190만명 정도 됩니다. 이때 버려지는 가구가 연간 5000t 정도 됩니다. 대부분은 매립되거나 소각되면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죠. 이런 폐가구를 줄이고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을 이루기 위해 종이로 가구를 만들게 됐어요.” 일반적으로 가구 제작에는 ‘중밀도섬유판(MDF)’이나 ‘파티클보드(PB)’가 쓰인다.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하고 독성물질이 배출될 우려가 있다. 반면 페이퍼팝의 종이가구는 95% 이상 재활용이 가능하고 소각 시 유해 요소도 거의 없다. 가격도 저렴하다. 침대 프레임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품은 1만~2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종이라서 가볍고 조립도 간편해요. 저 역시 조립하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 편이라 이 부분에 많은 공을 들였죠. 특별한 공구 없이도 맨손으로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플로깅엔 나이가 없습니다”

[인터뷰] 황승용 와이퍼스 대표 거리의 쓰레기를 홀로 줍던 한 직장인에게 400여 명의 동료가 생겼다. 자신을 ‘지구 닦는 직장인’으로 소개하는 황승용(35)씨 이야기다. 그는 쓰레기를 주우며 달리는 플로깅(plogging) 단체 ‘와이퍼스(WIPERTH)’를 이끌고 있다. 플로깅이란 스웨덴어로 줍다(plocka upp)와 영어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이른바 ‘줍깅’으로 불리는 환경 캠페인이다. 지난해 3월 출범 당시 4명에 불과하던 와이퍼스 멤버는 지난 7월11일 기준 480명으로 늘었다. 10대부터 60대까지…세대 초월한 플로깅 “다회용 컵이 없으면 음료를 안 마셔도 괜찮습니다.” 지난달 12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황승용 와이퍼스 대표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이었다. 환경 운동의 중요성을 알리면서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황 대표는 와이퍼스 내에서 ‘닦장(닦다+長)’으로 불린다. 지구를 닦는 사람들의 대표라는 의미다. 와이퍼스 구성원들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통해 시간 맞는 사람끼리 모여 단체 플로깅을 진행하고, 후기를 대화방에 인증한다. 황 대표는 플로깅에 더해 업사이클 체험, 다회용기 사용 등 다양한 친환경 활동을 주도한다. 플로깅은 일반적인 조깅보다 열량 소모가 크다. 기본적으로 뛰는 동작에 쓰레기를 줍기 위한 런지 동작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거리에 쓰레기가 너무 많아 속도를 내면서 달릴 수 없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다. 와이퍼스에 동참한 480명은 전국에 흩어져 있다. 나이는 10대부터 60대까지 전 연령대에 걸쳐 있고, 직업도 다양하다. 황 대표는 “지난해 오픈 채팅방으로 모임으로 열 때만 해도 100명만 모아보자는 생각이었다”면서 “갑자기 플로깅 유행이 불면서 규모가 커졌고 작은 모임이지만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정체성 등을 고민하게

[인터뷰] 조명환 월드비전 회장 “후원은 누군가의 인생 바꾸는 기적 같은 일, 내 이야기처럼”

구호기관 도움 받았던 아이가월드비전 맡게 된 건 ‘운명’ 같아 꾸준히 기부금 보내온 美 어머니이젠 네가 ‘기적’ 선물하라는 것 화살은 혼자서 날아갈 수 없다. 화살을 힘껏 쏘아 올려줄 활이 필요하다. 지난달 24일 만난 조명환(65) 월드비전 회장은 칼릴 지브란의 시집 ‘예언자’에 나오는 활과 화살 이야기를 했다. “세상의 모든 어른을 향해 시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대들은 활, 아이들은 화살. 그대들의 아이가 살아있는 화살이 되어 미래로 힘차게 나아갈 수 있게 하라. 저도 그런 활이 되려 합니다.” 어린 시절 조명환 회장은 가냘프고 초라한 화살이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6년. 서울에서 가장 빈민촌이던 금호동 달동네 판잣집에서 태어났다. 젊은 실향민 부부의 아이로 태어난 그가 딱해 보였는지 주변에서 도움받을 곳을 알아봐 줬다. 구호기관 직원이 집으로 찾아와 갓 태어난 그를 확인하고 미국인 후원자를 연결해줬다. 후원자는 매달 한국어로 번역된 편지 한 통과 15달러를 보내왔다. 가난한 가족의 한 달 생활비였다. 구호기관의 도움으로 자란 아이가 한국 월드비전의 수장(首長)이 됐다. 조명환 회장은 “운명이 이끈 자리”라고 했다. “올해 1월 취임하고 6개월이 흘렀어요.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지금은 제가 여기에 온 게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가난하고 공부도 못했던 제가 꿈을 꿀 수 있었던 건 후원 덕분이었죠. 그 활이 저를 당겨 여기로 보냈나 봐요.” 운명이 이끌다 조명환 회장은 세계적인 에이즈 전문가다. 건국대학교 교수로 근무하며 학생들을 가르쳤고 바이오 관련 벤처회사를 창업해 운영한 경험도 있다.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는 가난한 에이즈

“주주 이익과 공익성… 두 마리 토끼 잡는 ‘농업 투자’”

[인터뷰] 정성봉 농업정책보험금융원 투자운용본부장 “우리나라 농업을 구조적으로 혁신하려면 용어부터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흔히 농부, 농민으로 부르는 말은 산업의 관점으로 ‘농업인’으로 바꿔 불러야 해요. 마찬가지로 농사도 ‘농업경영’으로 고쳐 써야 합니다. 투자가 산업을 바꾸는 시대 아닙니까? 최근 투자가 몰리는 농업은 미래 유망산업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정성봉(57) 농업정책보험금융원 투자운용본부장은 “이제 농업에 투자하는 시대”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은 농림수산식품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2010년 농림수산식품투자모태펀드 출범 이후 매년 1000억원 규모를 신규 출자해왔다. 지금까지 펀드 결성 규모는 1조3448억원에 이른다. 모태펀드는 지난 10여 년간 보조금·융자 지원으로 해결하지 못한 농업 구조 개선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 “농업은 시장 실패라는 큰 그늘에 있습니다. 그래서 금융 지원도 보조금이나 융자 위주로 이뤄져 왔죠. 보조금은 목적 외 사용 단속에 목맵니다. 또 융자는 담보가 있어야 하죠. 아무리 사업성이 좋아도 미래 가치만 보고 들어갈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일부 융자금을 받아도 농업경영체를 스케일업할 규모는 못 됩니다. 사업성 평가로만 금융 지원을 하는 투자야말로 농업을 기회의 산업으로 전환하는 열쇠입니다.” 지금까지 펀드를 통해 발굴된 유망 기업은 458곳이다. 그 핵심은 디지털에 있다. 정 본부장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농업은 과학화, 규모화, 체계화를 이뤄내면서 기상재해로 인한 리스크는 최소화하고 매출과 영업이익을 안정시키고 있다”면서 “현재 청산펀드 9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은 230%에 이른다”고 했다. 지난 2018년 11월에 청산된 ‘AJU-Agrigento 1호 투자조합’은 최초 결성 규모 200억원에 청산 수익은 459억원을 기록했다.

“정보 소외 없도록… 시각장애인 쇼핑 앱 개발”

[인터뷰] 박지혁 와들 대표 점자 변환 휴대폰 케이스 개발하기도상품 사진 문자로 바꿔주는 ‘소리마켓’보안성은 살리면서 결제 접근성 개선 “시각장애인들도 식사를 하거나 화장실을 가거나 하는 일상생활은 정말 잘해요. 하지만 시각 정보가 대부분인 디지털 영역에는 정말 취약하죠. 특히 온라인 쇼핑과 같은 이커머스(e-commerce) 분야에서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시각장애인 쇼핑 앱 ‘소리마켓’을 만들었습니다.” 소리마켓을 탄생시킨 박지혁(24) 와들 대표는 6년 차 개발자다. 한국과학영재학교 시절 영화 ‘아이언맨2’를 보고 슈트 로봇 개발을 꿈꿨고, 고 2 때는 뇌성마비 환자들의 보행 보조 재활 로봇 개발 연구에 참여하며 재활공학에 눈을 떴다. 카이스트에 진학한 뒤 점자 스마트워치를 개발한 ‘닷 인코퍼레이션’에서 8개월간 일했다. 기술 혁신의 사각지대에 있는 소외 계층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운 건 그즈음이었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박 대표는 “당장 끌어다 쓸 수 있는 기술만으로도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지점이 보여 ‘와들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와들(waddle)은 뒤뚱거린다는 뜻이에요. 펭귄은 뒤뚱거리면서 걷지만 느린 걸음으로 수백㎞를 걷죠. 대학교 2학년 때인 2018년에 뜻이 맞는 선후배 6명과 팀을 꾸리면서 와들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학부생이라 미숙한 점도 있지만 ‘기술의 혜택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차별 없이 정보를 누리게 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끈기 있게 간다는 뜻이에요.” 와들 팀은 대학 생활 접했던 기술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학교 근처 장애인복지관을 방문해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조사했다. 스마트폰 화면에 뜨는 글자들을 점자로 변환시켜 주는

“재생에너지 효율 높이는 ‘가상발전소’…선택 아닌 필수”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은 보통 전력 공급 부족으로 발생하지만, 반대로 전기가 과도하게 생산돼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과도한 전력 공급은 송전망 시설에 과부하를 일으키기 때문이죠. 특히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은 계절, 날씨,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져서 반드시 사전에 예측해야 합니다.” 김종규(38) 식스티헤르츠 대표는 전력 수요와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상발전소’(Virtual Power Plant)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상발전소는 IT 기술을 이용해 흩어져 있는 전원들을 연결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실시간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물론 하루 전에 시간대별로도 예측할 수 있다. 지난달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가상발전소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정확히 예측하면 발전기를 추가 기동·정지하는 비용을 절감하는 등 효율적으로 전력 계통을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의 효율적인 운영은 업계의 가장 큰 숙제다. 제주에서는 지난해에만 풍력발전기 작동을 77회나 강제 종료했다. 재생에너지의 공급이 수요를 웃돈 탓이다. 지난 2015년 제주 풍력발전기 강제 종료 횟수는 3회에 불과했다. 김종규 대표는 “재생에너지 공급량이 마구 늘어서 남아돌면 좋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면서 “전력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면 한국의 전력망 주파수는 60헤르츠(Hz)를 유지하게 되는데, 이 60헤르츠를 유지하려면 ‘가상발전소’를 통해 정확하게 발전량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종규 대표는 지난 4월 국내에서 가동 중인 모든 태양광·풍력 발전소 약 8만개와 준공 예정인 5만개의 발전량을 하루 전에 예측해주는 ‘대한민국 가상발전소’를 공개했다. 총 13만개 발전소의 전력 생산 규모만 총 32GW에 이른다. 전국 규모의 태양광·풍력 발전량 예측 서비스를 대중들이

“학원비 빌려드립니다… 취업 성공하면 갚으세요”

[인터뷰] 장윤석 학생독립만세 대표 “스승의 날이라 생각나서 보내드려요.” 장윤석(33) 학생독립만세 대표는 지난달 스승의 날에 커피 쿠폰을 받았다. 발신인은 지난해 NHN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입사한 30대 초반 여성이었다. 그는 “학생독립만세가 아니었다면 아르바이트에 치여 취업 준비에 집중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감사 인사를 덧붙였다. 2018년 설립된 소셜 벤처 학생독립만세는 취업 준비생들의 학원비를 대신 내주고 취업에 성공한 후 돈을 돌려받는 ‘교육비 후불제’ 서비스를 운영한다. 계약 기간 내에 취업하지 못한 학생에게는 돈을 받지 않는다. 학생독립만세가 지금까지 대신 내준 학원비 누적액은 23억원이 넘는다. 서비스 이용자는 1800명에 달한다. “돈을 빌려주지만 은행처럼 신용 평가를 하진 않습니다. 자산도, 소득도 없는 취업 준비생들이니까요. 대신 학생들의 성격과 금융 역량을 검사해요. 특히 ‘성실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학원 수업을 끝까지 듣고 취업까지 해내야 돈을 돌려받을 수 있으니까요.” 장윤석 대표를 지난달 20일 서울 공덕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났다. 취업 준비생 부담 덜어주는 교육비 후불 서비스 학생독립만세의 서비스는 한국에서는 생소한 형태다. 영어로 ISA(Income Share Agreement·소득 공유)라고 부르는 서비스로, 미국에서는 이미 퍼듀대학교 등에서 학자금 대출의 대안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학에서 학생들의 학자금을 대신 내주면서 ‘졸업 후 취업하면 월급의 몇 퍼센트를 몇 년에 걸쳐서 받겠다’는 식의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장 대표는 “퍼센트로 계약하기 때문에 취업 후 소득이 높은 학생일수록 돈을 조금 더 내게 되지만, 취업 전까지는 상환 의무가 없어 원금이나 이자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학생독립만세를 설립하기 전에는 ‘어몽’이라는 회사를

“거친 파고 견뎠더니 ‘파력발전 상용화’ 눈앞에”

[인터뷰] 성용준 인진 대표 투자자 러브콜 잇따라 ‘누적 170억’ 돌파발전 설비 연안에 설치하는 ‘온쇼어’ 공략상하좌우 파도 움직임, 에너지 전환 기술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다. 올해로 창업 10년. 파력(波力)발전 스타트업 ‘인진(INGINE)’은 기술력으로 글로벌 선두 그룹에 속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파력발전 기술로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은 없다. 인진의 매출은 지난해 설립 이후 처음으로 낸 10억원이 전부지만, 투자자들의 ‘러브콜’이 잇따르는 이유다. 특히 지난달 12일 KDB산업은행으로부터 4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누적 투자금 17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동대문구 사무실에서 만난 성용준(46) 대표는 “매출 없이 9년을 서바이벌한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라며 “왜 이 고생을 하나 싶은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만, 그 시간을 견디고 나니 ‘파력발전 상용화’는 기필코 해내야 하는 사명(使命)이 됐다”고 말했다. 파력발전은 태양광·풍력발전 다음으로 꼽히는 차세대 에너지원이다. 파도의 움직임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로, 태양광이나 풍력보다 날씨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24시간 작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술적으로는 먼바다에 구조물을 띄우는 ‘오프쇼어’와 연안에 설비를 설치하는 ‘온쇼어’ 등 두 가지로 구분된다. 글로벌 기업들 대부분이 오프쇼어 방식이지만, 성용준 대표는 온쇼어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오프쇼어는 넓은 면적에 대규모 설비를 구축하는 대형 프로젝트에 적합해요. 전력 수요가 큰 대도시에도 공급할 전기를 생산할 수 있지요. 대신 초기 투자금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어요. 최소 수천억원이 필요해요. 먼바다에서 생산한 전력을 육지까지 끌어오는 해저 송전 케이블 비용도 만만찮죠. 반면 온쇼어는 발전설비를 해안에 설치하고 연안에 구조물을 띄워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