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아낌없이 주는 ‘동애등에’… 음식 쓰레기 분해하고 사료로도 쓰입니다”

[인터뷰] 심상수 리얼네이쳐팜 대표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발생하는 음식 쓰레기는 약 1만5903t이다.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만 연간 20조원에 달한다. 이 문제의 해결사로 곤충이 떠오르고 있다. 음식 쓰레기를 먹고 자라는 ‘동애등에’가 그 주인공이다. 농업회사법인 ‘리얼네이쳐팜’은 동애등에 사육사업으로 음식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지난 6월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관한 ‘2021년 사회적기업가 페스티벌’에서 2020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경기도 양주 리얼네이쳐팜 사무실에서 만난 심상수 대표는 동애등에를 두고 ‘아낌없이 주는 곤충’이라고 표현했다.

심상수 리얼네이쳐팜 대표는 “동애등에는 음식 쓰레기 처리뿐 아니라 다방면으로 활용이 가능해 곤충 산업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종연 C영상미디어 기자

“동애등에는 정말 버릴 게 하나도 없어요. 유충은 음식 쓰레기 분해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성충은 영양분이 많아 사료 등으로 활용될 수 있죠. 동애등에 배설물도 천연 퇴비로 사용되고 있어요.”

동애등에는 파리목에 속하는 곤충으로 인간이 먹다 버린 음식물을 먹으면서 자란다. 동애등에 유충 1만마리는 5일 동안 약 20㎏에 달하는 음식 쓰레기를 분해할 수 있다. 다 자란 유충은 영양분이 풍부해 가공한 뒤 어류·가축이나 반려동물의 친환경 사료로 활용된다.

리얼네이쳐팜은 하루 1.5t 규모의 동애등에 유충을 생산한다. 이 유충이 하루에 처리하는 음식 쓰레기는 15t을 넘는다. 심상수 대표는 “올 하반기 경기 포천에 신설한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 사업 초기보다 생산량이 5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애등에 성충은 닭이나 반려견 사료를 만드는 원료로 활용된다. 리얼네이쳐팜은 동애등에 사료를 먹인 닭이 생산한 ‘홍애란’과 반려견 사료 ‘코헨로쉬13’을 판매하고 있다. 심 대표는 “동애등에를 활용한 사료가 영양분이 풍부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며 “계란과 사료 모두 재구매율이 높다”고 했다.

심상수 대표는 창업 전 청소업체에서 음식 쓰레기 차량 기사로 일했다. 그가 담당한 서울 종로구에서만 하루 70t의 음식 쓰레기가 쏟아졌다. 서울 전체로 치면 하루 2540t에 달했다.

“음식 쓰레기를 접하다 보니 친환경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찾아봤어요. 이때 동애등에를 알게 됐죠. 음식 쓰레기를 먹고 자란다니 신기했어요. 동애등에를 잘 활용한다면 우리나라 음식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문제는 대량 생산이었다. 심 대표가 동애등에 사업화에 뛰어든 9년 전만 해도 국내 동애등에 농장은 두 곳에 불과했다. 그는 2012년부터 농장을 찾아다니면서 사업성을 타진했다. 동애등에는 햇빛을 받아 교미하지만 일조량이 부족한 국내 환경에선 자연광만으로는 대량 생산이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다. 심 대표는 “1세대 동애등에 농장들은 햇빛에만 의존해 비가 오거나 일조량이 많지 않은 계절에는 생산량이 떨어졌다”며 “대량 생산을 위해선 새로운 기술 개발이 필요했다”고 했다.

이듬해 일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동애등에 연구에 돌입했다. 이때 뜻이 맞는 귀인(貴人)을 만났다. 리얼네이쳐팜 공동설립자인 안태구 대표다. 당시 안 대표의 재정적 지원으로 개발에 매진할 수 있었다. 연구·개발이 완료되는 데는 8년이 걸렸다. 결국 동애등에 생산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인공광 개발에 성공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을 벌일 수 있었다. 심 대표가 개발한 동애등에 전용 산란 LED 조명과 대량생산 기술은 특허로 등록돼 있다.

“기술 개발이 완료되고 3년 만에 매출이 50배 가까이 늘었어요. 7년이라는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겠죠. 지금은 여러 기업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협업 문의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동두천시와 함께 동애등에를 기반으로 한 10만평 규모의 농장 구축을 준비하고 있어요. 국내 최대의 동애등에 농장이 될 겁니다.”

심상수 대표는 동애등에 사육뿐 아니라 보호 종료 아동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3년 전 보육시설 선생님으로 일하던 동생을 통해 보호 종료 아동인 한 친구를 만난 것이 시작이었다. 보호 종료 아동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몰랐을 때였다.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보호 종료 아동은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 18세라는 어린 나이에 갑작스럽게 사회에 내던져지면서 사기를 당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죠. 이를 계기로 다른 친구들도 하나둘 돕다 보니 어느새 함께하는 친구들이 7~8명으로 늘어났죠. 저희 집에서 생활하는 친구들도 있고 4명은 리얼네이쳐팜의 직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친구들을 제대로 도와보자’는 안태구 대표의 제안으로 설립된 센터는 100명이 넘는 청소년의 자립을 돕고 장학사업도 진행할 만큼 규모가 커졌다. 센터는 단순히 물질적인 지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리얼네이쳐팜의 직원으로 함께하거나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심상수 대표의 목표는 보호 종료 아동, 취약 계층 친구들과 함께하는 동애등에 농장을 만드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포천 공장의 운영 수익 60%를 센터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동두천에 계획하고 있는 농장도 마찬가지이다. 사업 초기에도 숱하게 투자와 협업 문의가 왔지만 커뮤니티 케어 센터를 우선으로 생각했다. 심 대표는 “지금보다 빠르게 사업을 확장시킬 기회가 많았지만, 수익 얘기만 하던 곳은 정중히 거절했다”고 했다.

“커뮤니티 케어 센터를 미혼모 시설부터 베이비박스, 학교까지 운영할 수 있도록 확장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또 리얼네이쳐팜 직원의 절반은 센터 친구들로 고용할 예정입니다. 동애등에 사업을 열심히 하는 이유죠. 동애등에 기술 발전을 위한 연구도 쉬지 않을 거예요. 사업이 성장하는 만큼 더 많이 사회에 환원할 수 있으니까요. 기업 슬로건처럼 동애등에를 통해 자연을 사랑하고 사람을 생각하는 기업이 될 겁니다.”

강명윤 더나은미래 기자 my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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