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17일(금)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백종원 레시피’, 소셜벤처 육성에도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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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국내 첫 온라인 액셀러레이팅 론칭
강의 듣고 면담 통해 수행 과제 점검

데이터 기반의 육성, 성과 ‘안정적’
사업이 성공궤도 오르도록 도울 것

“소셜벤처 육성에도 ‘백종원 레시피’가 필요합니다. 미쉐린 스타 셰프의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 해도 그 맛이 구현되진 않지만, 백종원 레시피는 짧은 유튜브 영상으로도 일정 수준의 맛이 나잖아요. 액셀러레이팅에도 ‘실행 가능한 레시피’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많은 소셜벤처들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성비 있는 프로그램 말이죠.”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는 온라인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ISQ ACCEL’의 구성을 내년 초까지 80강에서 150강으로 늘리고, 영문판을 출시해 아시아에 있는 해외 소셜 벤처까지 포함할 계획이라고 했다.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도현명(37) 임팩트스퀘어 대표는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ISQ ACCEL’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달 23일 론칭한 ISQ ACCEL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온라인 액셀러레이팅이다. 소셜벤처 창업과 경영에 필요한 기초 지식과 사례, 수행 과제 등을 담아 총 80강으로 구성됐다. 단순한 강의 모음집은 아니다. 10~20분 길이의 클립 영상으로 된 강의를 듣고 1대1 면담을 통해 수행 과제를 점검받는 식이다. 6일 오후 서울 성수동 심오피스에서 만난 도 대표는 “품질은 올리고 대상자는 확대하는 게 온라인 액셀러레이팅의 핵심”이라고 했다.

데이터로 만든 액셀러레이팅 레시피

“아무리 훌륭한 육성 전문가라도 한 해 감당할 수 있는 팀은 손에 꼽습니다. 지난 5년간 저희를 거쳐 간 소셜벤처도 250팀 수준입니다. 보다 많은 팀이 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려면 경험 중심의 개인기를 내세우기보다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온라인 액셀러레이팅에 대한 준비는 5년 전부터 시작됐다. 당시 도현명 대표는 미국의 소셜벤처 액셀러레이터 ‘언차티드(Uncharted)’를 찾았다. 이들이 데이터 기반으로 개발한 육성 시스템은 전 세계 어느 기업에 적용해도 비슷한 성과를 낼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그는 “액셀러레이터 역량에 따라 육성팀의 성패가 좌우되기보다 시스템 안에서 일정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면서 “5년 전 언차티드에서 전수받은 노하우를 온라인 플랫폼으로 구현하기 위한 작업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팩트스퀘어는 2010년 설립됐다. 사업 초기에는 컨설팅을 주력으로 했고, 액셀러레이팅은 2016년에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액셀러레이팅은 멘토링이나 교육과 달리 초기 투자도 함께 이뤄지기 때문에 준비가 필요했어요. 액셀러레이터가 되기 위해 액셀러레이팅을 받은 셈이죠.”

액셀러레이터가 한 해 심사하는 육성팀은 수백 개에 이른다. 이 중에서 검토 단계에 오르는 팀은 전체의 5%에 미치지 못한다. 본격적인 육성에 돌입하는 팀은 더 적을 수밖에 없다. 인적·물적 자원의 한계는 액셀러레이터의 육성팀 선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미국의 초기 투자자들 사이에 통용되는 ‘골든 룰’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Spray and Pray’입니다. 흙을 뿌리고 기도하라는 뜻이에요. 그만큼 액셀러레이팅 단계에서는 성공을 예단하기 어렵단 얘기죠. 특히 소셜벤처는 사회적 가치는 명확하지만 사업은 복잡한 구조로 짜여 있기 때문에 더 불분명합니다. 100개 중에서 80개를 걸러내는 건 어렵지 않지만, 나머지 20%에서 보석을 고르는 게 쉽지 않아요. 그래서 20개에 돈을 다 주고 기다린다는 얘기가 나오는 거죠.”

뚜렷한 문제의식에 기회는 반드시 찾아온다

“소셜벤처 성공의 핵심은 뚜렷한 문제의식입니다. 어떤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다는 식의 확신이 있어야 기회가 올 때까지 준비하고 버틸 수 있어요. 결국 ‘존버(끝까지 버틴다는 은어)’도 확신이 있어야 가능한 겁니다. 액셀러레이터는 문제의식을 보다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일을 하는 거죠.”

사회문제가 영원히 미제(未濟)로 남지는 않는다. 다만 신호 없이 갑자기 사회 이슈로 두드러질 뿐이다. 준비된 기업은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해양 폐기물 리사이클 기업 ‘넷스파’가 대표적인 사례예요. 폐어망을 회수해서 나일론을 뽑아내는 기업인데, 작년에 투자하고 액셀러레이팅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폐플라스틱 재생이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ESG가 뜨고, 넷스파가 떴습니다. 아무도 관심 없었으니까 넷스파는 독점사가 됐죠.”

보육원 출신의 보호종료청소년을 고용하는 사회적기업 ‘브라더스키퍼’도 비슷한 사례다. 건물 벽면에 식물을 심어 가꾸는 수직 조경 사업이 주력이다. 도 대표는 “정말 아무것도 없고 아이디어만 있는 상황이었지만, 보호종료청소년의 자립을 돕는다는 명확한 문제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투자를 결정했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내부 심의 의견이 ‘이런 기업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였습니다. 이어진 결론이 ‘누군가는 투자해야 하는데 우리가 하자’였습니다. 초기 투자자는 물론 수익을 보지만, 한편으로는 자기가 직접 수행하기 어려운 열망을 대리로 수행하기 위해 투자를 하기도 합니다. 브라더스키퍼가 바로 그런 케이스죠. 주변 모두가 잘 안 될 거라고 했었는데, 어느 순간 보호종료청소년에 대한 어려움이 사회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정부도 주목하고 기업들도 거들면서요. 창업 4년 차인데 지금은 굉장히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성장 속도가 웬만한 IT 기업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때문에 액셀러레이팅을 동반한 초기 투자를 진행할 때도 업력을 따지지 않는다. 창업한 지 한 달 된 신생 기업이라도 사업 단계가 상당 부분 진행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액셀러레이팅 기간은 최소 2개월에 2년까지 업종이나 사업 단계마다 다르다. “육성 과정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지만, 적절한 기간은 2년이라고 생각해요. 그 안에 성장 궤도를 타야 하는 거죠. 일부 팀들이 하드웨어 개발 등을 이유로 3년을 넘기기도 하는데, 논리적이고 정당한 답이 있다면 좀 더 끌고 가도 된다고 생각해요.”

도현명 대표가 생각하는 성공 기준은 ‘연평균 성장률 40%’ ‘매출 50억원’ 등 크게 두 가지다. 그는 “규모와 성장 속도 두 가지 모두 충족해야 성장 궤도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면서 “이후엔 축하와 응원만 해주면 되는 단계”라고 했다.

“소셜벤처의 성공 확률은 일반 벤처기업과 비슷해요. 성공이란 단어를 붙이기까지의 기간이 조금 더 길 뿐이죠. 비행기가 뜰 확률은 비슷하지만, 활주로가 길다고 할까요? 액셀러레이팅은 말 그대로 사업을 성공 궤도에 올리는 걸 ‘가속화’하는 일인 겁니다. 그런 점에서 온라인 액셀러레이팅은 더 많은 플레이어들이 활주로에 대기할 기회를 만들어줄 겁니다. 지금 한국 사회를 혁신할 소셜벤처는 너무 적습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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