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소외 없도록… 시각장애인 쇼핑 앱 개발”

[인터뷰] 박지혁 와들 대표 점자 변환 휴대폰 케이스 개발하기도상품 사진 문자로 바꿔주는 ‘소리마켓’보안성은 살리면서 결제 접근성 개선 “시각장애인들도 식사를 하거나 화장실을 가거나 하는 일상생활은 정말 잘해요. 하지만 시각 정보가 대부분인 디지털 영역에는 정말 취약하죠. 특히 온라인 쇼핑과 같은 이커머스(e-commerce) 분야에서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시각장애인 쇼핑 앱 ‘소리마켓’을 만들었습니다.” 소리마켓을 탄생시킨 박지혁(24) 와들 대표는 6년 차 개발자다. 한국과학영재학교 시절 영화 ‘아이언맨2’를 보고 슈트 로봇 개발을 꿈꿨고, 고 2 때는 뇌성마비 환자들의 보행 보조 재활 로봇 개발 연구에 참여하며 재활공학에 눈을 떴다. 카이스트에 진학한 뒤 점자 스마트워치를 개발한 ‘닷 인코퍼레이션’에서 8개월간 일했다. 기술 혁신의 사각지대에 있는 소외 계층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운 건 그즈음이었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박 대표는 “당장 끌어다 쓸 수 있는 기술만으로도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지점이 보여 ‘와들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와들(waddle)은 뒤뚱거린다는 뜻이에요. 펭귄은 뒤뚱거리면서 걷지만 느린 걸음으로 수백㎞를 걷죠. 대학교 2학년 때인 2018년에 뜻이 맞는 선후배 6명과 팀을 꾸리면서 와들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학부생이라 미숙한 점도 있지만 ‘기술의 혜택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차별 없이 정보를 누리게 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끈기 있게 간다는 뜻이에요.” 와들 팀은 대학 생활 접했던 기술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학교 근처 장애인복지관을 방문해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조사했다. 스마트폰 화면에 뜨는 글자들을 점자로 변환시켜 주는

“재생에너지 효율 높이는 ‘가상발전소’…선택 아닌 필수”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은 보통 전력 공급 부족으로 발생하지만, 반대로 전기가 과도하게 생산돼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과도한 전력 공급은 송전망 시설에 과부하를 일으키기 때문이죠. 특히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은 계절, 날씨,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져서 반드시 사전에 예측해야 합니다.” 김종규(38) 식스티헤르츠 대표는 전력 수요와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상발전소’(Virtual Power Plant)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상발전소는 IT 기술을 이용해 흩어져 있는 전원들을 연결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실시간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물론 하루 전에 시간대별로도 예측할 수 있다. 지난달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가상발전소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정확히 예측하면 발전기를 추가 기동·정지하는 비용을 절감하는 등 효율적으로 전력 계통을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의 효율적인 운영은 업계의 가장 큰 숙제다. 제주에서는 지난해에만 풍력발전기 작동을 77회나 강제 종료했다. 재생에너지의 공급이 수요를 웃돈 탓이다. 지난 2015년 제주 풍력발전기 강제 종료 횟수는 3회에 불과했다. 김종규 대표는 “재생에너지 공급량이 마구 늘어서 남아돌면 좋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면서 “전력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면 한국의 전력망 주파수는 60헤르츠(Hz)를 유지하게 되는데, 이 60헤르츠를 유지하려면 ‘가상발전소’를 통해 정확하게 발전량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종규 대표는 지난 4월 국내에서 가동 중인 모든 태양광·풍력 발전소 약 8만개와 준공 예정인 5만개의 발전량을 하루 전에 예측해주는 ‘대한민국 가상발전소’를 공개했다. 총 13만개 발전소의 전력 생산 규모만 총 32GW에 이른다. 전국 규모의 태양광·풍력 발전량 예측 서비스를 대중들이

“학원비 빌려드립니다… 취업 성공하면 갚으세요”

[인터뷰] 장윤석 학생독립만세 대표 “스승의 날이라 생각나서 보내드려요.” 장윤석(33) 학생독립만세 대표는 지난달 스승의 날에 커피 쿠폰을 받았다. 발신인은 지난해 NHN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입사한 30대 초반 여성이었다. 그는 “학생독립만세가 아니었다면 아르바이트에 치여 취업 준비에 집중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감사 인사를 덧붙였다. 2018년 설립된 소셜 벤처 학생독립만세는 취업 준비생들의 학원비를 대신 내주고 취업에 성공한 후 돈을 돌려받는 ‘교육비 후불제’ 서비스를 운영한다. 계약 기간 내에 취업하지 못한 학생에게는 돈을 받지 않는다. 학생독립만세가 지금까지 대신 내준 학원비 누적액은 23억원이 넘는다. 서비스 이용자는 1800명에 달한다. “돈을 빌려주지만 은행처럼 신용 평가를 하진 않습니다. 자산도, 소득도 없는 취업 준비생들이니까요. 대신 학생들의 성격과 금융 역량을 검사해요. 특히 ‘성실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학원 수업을 끝까지 듣고 취업까지 해내야 돈을 돌려받을 수 있으니까요.” 장윤석 대표를 지난달 20일 서울 공덕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났다. 취업 준비생 부담 덜어주는 교육비 후불 서비스 학생독립만세의 서비스는 한국에서는 생소한 형태다. 영어로 ISA(Income Share Agreement·소득 공유)라고 부르는 서비스로, 미국에서는 이미 퍼듀대학교 등에서 학자금 대출의 대안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학에서 학생들의 학자금을 대신 내주면서 ‘졸업 후 취업하면 월급의 몇 퍼센트를 몇 년에 걸쳐서 받겠다’는 식의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장 대표는 “퍼센트로 계약하기 때문에 취업 후 소득이 높은 학생일수록 돈을 조금 더 내게 되지만, 취업 전까지는 상환 의무가 없어 원금이나 이자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학생독립만세를 설립하기 전에는 ‘어몽’이라는 회사를

“거친 파고 견뎠더니 ‘파력발전 상용화’ 눈앞에”

[인터뷰] 성용준 인진 대표 투자자 러브콜 잇따라 ‘누적 170억’ 돌파발전 설비 연안에 설치하는 ‘온쇼어’ 공략상하좌우 파도 움직임, 에너지 전환 기술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다. 올해로 창업 10년. 파력(波力)발전 스타트업 ‘인진(INGINE)’은 기술력으로 글로벌 선두 그룹에 속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파력발전 기술로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은 없다. 인진의 매출은 지난해 설립 이후 처음으로 낸 10억원이 전부지만, 투자자들의 ‘러브콜’이 잇따르는 이유다. 특히 지난달 12일 KDB산업은행으로부터 4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누적 투자금 17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동대문구 사무실에서 만난 성용준(46) 대표는 “매출 없이 9년을 서바이벌한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라며 “왜 이 고생을 하나 싶은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만, 그 시간을 견디고 나니 ‘파력발전 상용화’는 기필코 해내야 하는 사명(使命)이 됐다”고 말했다. 파력발전은 태양광·풍력발전 다음으로 꼽히는 차세대 에너지원이다. 파도의 움직임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로, 태양광이나 풍력보다 날씨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24시간 작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술적으로는 먼바다에 구조물을 띄우는 ‘오프쇼어’와 연안에 설비를 설치하는 ‘온쇼어’ 등 두 가지로 구분된다. 글로벌 기업들 대부분이 오프쇼어 방식이지만, 성용준 대표는 온쇼어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오프쇼어는 넓은 면적에 대규모 설비를 구축하는 대형 프로젝트에 적합해요. 전력 수요가 큰 대도시에도 공급할 전기를 생산할 수 있지요. 대신 초기 투자금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어요. 최소 수천억원이 필요해요. 먼바다에서 생산한 전력을 육지까지 끌어오는 해저 송전 케이블 비용도 만만찮죠. 반면 온쇼어는 발전설비를 해안에 설치하고 연안에 구조물을 띄워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한국, 국제 사회서 ‘기본소득’ 이슈 이끌 기회 왔다”

[인터뷰] 이원재 LAB2050 대표 각지서 기본소득 운영되지만 기준 없어정부가 나서 실험 주도, 사례 만들어야‘지역 맞춤형 기본소득’ 통해 효과 극대화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기본소득’ 담론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논의를 수년째 이어온 시민사회에서는 정치권 갈등으로 비화되는 조짐에 반가움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국내 기본소득 논의는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을 정도로 활발해졌지만, 정작 제도 도입을 위한 본격적인 실험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민간 싱크탱크를 설립한 뒤 기본소득과 불평등 해소 연구를 이어오고 있는 이원재(49·사진) LAB2050 대표는 “기본소득에 대해 한국이 국제사회 ‘이니셔티브’ (주도권)를 쥘 기회가 왔다”며 “이제는 중앙정부가 나서 기본소득 실험을 주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원재 대표는 그간 2022년 대선 과정에서 기본소득이 가장 중요한 정책 의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확신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그는 2019년 말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연구를 마친 뒤, 기본소득 논의에 불을 지피기 위해 전국 곳곳을 돌았다. 기회만 있다면 방송이나 토론 등 어떤 자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기본소득 도입을 위해선 마지막 단계로 정치권의 역할, 입법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본격적인 도입에 앞서 논란을 부추기기보단 중앙정부 차원의 실험이 선행돼야 해요. 그리고 그 실험에는 구체적인 질문과 주제가 담겨야 합니다. 실험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얘기죠.” 이 대표는 기본소득을 ‘접촉면이 넓은 제도’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굉장히 많은 실험이 다양하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금 전국 각지에서 비슷비슷한 제도들이 운영되고 있지만 제대로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폐광촌 토박이, 폐열차 숙소로 마을에 활기 불어넣다

[인터뷰] 엄영광 ‘석항트레인스테이 협동조합’ 대표 위탁 운영으로 시작… ‘주민 자립’ 이끌어올해부턴 주민 협동조합 만들어 직접 운영“재밌게 일하며 돈 버는 일자리 만들고파” ‘로컬 전성시대’다. 지역의 역사가 담긴 한옥, 조선소, 창고 등 오래된 공간을 개조해 만든 카페나 문화 공간으로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잘나가는’ 로컬 기업을 만든 사람은 대부분 서울이나 해외에서 커리어를 쌓고 지역으로 유입된 이른바 ‘턴(turn)족’이다. 지역에서 쭉 살아온 토박이들이 주도적으로 만들어낸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 강원도 영월군 석항리는 인구 160여 명이 거주하는 폐광 지역이다. 지난 2014년 설립된 ‘석항트레인스테이’는 영월군이 폐열차를 활용해 만든 숙박 시설로, 열차간 안에 머무르며 영월의 아름다운 자연을 체험할 수 있다. 2018년 사회적기업 오요리아시아가 위탁 운영하면서 지역 주민을 고용하기 시작했고, 올해부터는 아예 주민들이 직접 사업을 맡게 됐다. 석항리와 연상리 등 인근 지역 주민 9명이 ‘석항트레인스테이협동조합’을 꾸려 영월군에서 위탁 사업자 계약을 따냈다. 조합 대표는 2018년부터 석항트레인스테이 매니저로 일한 엄영광(31)씨. 이 지역 토박이다. 지난 3일 재개장을 앞두고 분주한 석항트레인스테이를 찾았다. 동네 꼬마, 마을 살릴 ‘대표님’ 되다 석항트레인스테이는 2009년 운행이 중지된 태백선 간이역인 석항역에 자리 잡고 있다. 더는 달리지 않는 열차 9량이 객실과 식당, 카페로 다시 태어났다. 폐광으로 마을이 쇠락하면서 여객 열차 운행이 중지된 곳을 열차 콘셉트 숙박 시설로 만든 것이다. 2018년 오요리아시아가 운영을 맡으면서 매월 1000만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외식 분야 사회적기업인 오요리아시아는 위탁 운영을 시작할 때부터 ‘주민 자립’을 목표로 내세웠다. 3년 차인 올해 3월 주민

“기후변화, 아이들의 미래를 위협한다”

[인터뷰] 이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 10년 새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빈곤 아동’ 문제에 집중하던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기후변화’ 이슈를 다루기 시작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재단은 최근 ‘기후변화체감ing’라는 영상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일 만난 이제훈(81)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은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재단의 목표라고 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이들의 행복을 위협하는 요인들을 하나하나 찾아내 없애고 개선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기후변화 캠페인도 그중 하나다. “우리가 기후변화 캠페인을 한다고 하니까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어린이재단이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야지 왜 그런 일을 하느냐, 환경 단체가 할 일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어요. 그들에게 되묻고 싶습니다. 지금 아이들의 행복과 안전을 가장 위협하는 요소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라고요.” 기후변화와 초저출생 ―아이들을 가장 위협하는 게 ‘기후변화’라는 얘기네요. “2018년 폭염, 2019년 태풍, 2020년 코로나19와 기록적 폭우. 모두 기후변화와 관련 있어요. 기후변화는 아이들의 생존권은 물론 발달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아이들이 살아갈 10년, 20년 후의 세상은 생지옥이 될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이 살아갈 환경을 챙기는 것도 재단이 할 일이다?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다. 재단의 캐치프레이즈예요. 뻔한 말이죠.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말이기도 하고요. 아이들이 잘못되면 나라가 잘못됩니다. 아이들을 돕는 일은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일이에요. 현재가 따로 있고 미래가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연결돼 있어요. 현재의 문제를 개선하면서 미래를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서둘러 준비해야 하는 미래가 ‘기후변화’입니다. 캠페인을 통해 기후변화의 가장 큰 피해자가

“사무실 내 일회용품 ‘박멸’… 다회용품 쓰는 기업 문화 만듭니다”

[인터뷰] 곽재원 트래쉬버스터즈 대표 ‘트래쉬버스터즈’가 나타났다. 카페, 영화관, 장례식장 등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영화 고스트버스터즈의 주인공이 유령을 잡는다면 트래쉬버스터즈는 ‘일회용품 쓰레기’를 격퇴한다.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 현장에 플라스틱 컵과 접시, 포크, 숟가락 등 다회용품을 가져가 대여해 주고 수거와 세척까지 해준다. 일회용품을 사용했을 때와 비용도 비슷하게 들고, 환경오염에 대한 죄책감도 덜 수 있어서 특히 기업 고객들의 호응이 뜨겁다. 2019년 9월 설립된 트래쉬버스터즈는 일회용품 대체 설루션을 제공하는 예비 사회적기업이다. 지난달 KT 광화문 사옥 내 사내 카페가 트래쉬버스터즈의 다회용기를 쓰기 시작했다는 기사가 보도되면서 대기업들이 앞다퉈 문의 메일을 보내고 있다. “사내에서 쓰는 일회용품을 다회용품으로 바꿀 수 있느냐”는 내용이다.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에 있는 본사에서 곽재원(41) 트래쉬버스터즈 대표를 만났다. “스무 개 넘는 회사에서 연락을 받았는데 대부분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대기업이에요. 한 대기업은 전 계열사에 트래쉬버스터즈의 다회용 컵을 도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우리처럼 작은 회사가 국내 대기업의 문화를 바꾸고 있다는 게 뿌듯합니다.” 사내 일회용품, 다회용품으로 바꿔드려요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연간 발생하는 플라스틱 컵 쓰레기만 33억개에 달한다. 다른 플라스틱 쓰레기까지 합치면 수백억 개가 넘는다. 곽 대표는 “개인에게 텀블러 들고 다니라고 하는 것만으로 일회용 쓰레기의 물량 공세를 이길 수 없다”면서 “다회용품을 쓰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트래쉬버스터즈에 다회용품 대여 문의를 하는 기업 담당자들은 ‘비용’에 가장 먼저 놀랍니다. 당연히 일회용품 사용에 드는 비용이 훨씬 쌀 거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어요. 쓰레기를

“‘제주 4·3 사건’ 비극 알리고 싶어 역사 게임 만들었죠”

[인터뷰] 김회민 코스닷츠 대표 게임 ‘언폴디드: 동백이야기’, 각종 인디게임 대회서 수상숨겨진 역사·이야기 담은 게임 계속 만들고 싶어요 “누구랑 지내고 있지?” 토벌대가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묻는다. 주어진 시간은 3초. 잘못 대답하면 죽는다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어머니와 함께 지내고 있다고 해야 하나, 혼자 지낸다고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탕’ 소리가 들린다. 화면이 캄캄해진다. 죽은 것이다.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한 게임 ‘언폴디드: 동백이야기’. 게임의 플레이어들은 어머니와 동굴에 몸을 숨긴 소년 ‘동주’ 캐릭터로 변해 선택의 기로에 선다. 먹을 것을 찾아 동굴 밖으로 나온 동주는 숲에서 토벌대를 만나 허무하게 희생된다. 어떤 대답을 해야 살 수 있었을까.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직전 상황으로 되돌리며 생각과 고민에 잠긴다. 게임을 만든 김회민(29) 코스닷츠 대표는 “제주 4·3 사건 당시 토벌대는 붙잡은 피란민들을 심문하기도 하고 말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어린아이까지도 죽였다”면서 “동주라는 캐릭터를 통해 실제 있었던 역사를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1947년 3월부터 1954년 9월까지 제주도에서 남로당 제주도당 산하 무장대와 군경토벌대의 충돌이 일어나 3만명에 달하는 민간인이 학살되거나 행방불명됐다. ‘언폴디드: 동백이야기’는 제주 4·3 사건이 절정으로 치닫던 1948년 11월의 이야기를 재현한 어드벤처 게임이다. 키보드 없이 마우스로 캐릭터를 움직이며 얻은 힌트를 활용해 퍼즐을 풀고 스토리를 진행한다. 게임이 출시된 건 지난달 24일이지만, 그 전부터 철저한 역사 고증을 바탕으로 한 게임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DDP 독립게임어워드’ 스토리텔링상, 글로벌 인디 게임 제작 경진대회(GIGDC) 동상을 받았다. ‘제주 4·3 사건’을 그대로 담은 역사 게임 지난 9일 서울 성수동에서 만난 김회민 대표는 “플레이어들을 당시 사건의

“10년 차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 새 이름 달고 도약할 것”

[인터뷰] 이형근 현대차정몽구재단 부이사장 H-온드림, 연평균 매출 28% 성장… 일자리 4519개 창출기업 네트워킹 활성 집중… 환경문제 해결 파트 신설 “사회적기업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면 가치가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사회적기업에 대한 ‘착한 일을 한다’ ‘큰 수익을 내기 어렵다’ 식의 시각에 동의할 수 없어요. 사회적기업은 조직의 대소(大小)에 상관없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서 사회에 기여하는 게 본질이니까요. 고용노동부에서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건 제도적인 절차일 뿐이죠. 인증받지 않은 소셜벤처들도 사회적기업의 역할을 하는 겁니다.” 이형근(69) 현대차정몽구재단 부이사장의 사회적기업 사랑은 남다르다. 지난 2010년부터 8년간 기아차 부회장직을 맡았던 그는 2018년 11월 재단의 이사가 되면서 사회적기업 육성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지난 13일 서울 중구 페이지명동에서 만난 이형근 부이사장은 “사회혁신가 육성은 재단의 자랑”이라며 사회적경제 영역의 스타 기업들을 하나씩 소개했다. H-온드림은 매년 23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지원 사업으로 두손컴퍼니, 모어댄, 녹색친구들, 테스트웍스 등 스타 기업을 배출했다. 이 기업들의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28%, 일자리 창출 규모는 4519개에 이른다. 올해 10년째를 맞은 H-온드림은 ‘사회적기업 창업오디션’에서 ‘스타트업 그라운드’로 새 이름을 달고 변화를 준비 중이다. 성장 단계별 지원 세분화… 네트워킹 위한 공간 마련도 “지원 사업이 벌써 10년 차를 맞이하고 있는데, 다른 육성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사회적경제 분야도 이제 성장기에서 성숙기로 넘어가고 있고요. 코로나19 같은 사회적 변화에도 발맞춰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1년간 준비했어요. 세분화된 구성으로 차별적 우위를 확보하자, 그거죠.” 올해 H-온드림은 기존 인큐베이팅과 액셀러레이팅으로 나뉘었던 구성을 H-온드림 A·B·C 등 성장 단계별 맞춤 지원 프로그램으로 세분화했다. H-온드림 A는 인큐베이팅, B는 액셀러레이팅, C는 환경

“쉬운 정보일수록 어렵게 만들어집니다”

[인터뷰] 백정연 소소한소통 대표 ‘쉽게 알아보는 코로나19’ 안내서 제작최우선 가치는 발달장애인 ‘안전·권리’그들과 더 친해지려 ‘소소한수다’ 기획 “발달장애인 중에는 아직 코로나19가 뭔지 모르시는 분도 많아요. 정확한 마스크 착용법도요. 마스크를 밀착시키지 않거나 뒤집어 쓰기도 하고, 애초에 왜 써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어요.”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해 3월, 백정연(41) 소소한소통 대표는 ‘쉽게 알아보는 코로나19’라는 안내 책자를 펴냈다. ‘코로나19는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면서 널리 퍼지는 병’이라는 간단한 설명과 함께 마스크로 입과 코를 완전히 가린 그림을 보여주며 올바른 착용법을 알려줬다. 이 책자는 대구 지역 특수학교와 복지관, 주민센터 등에 약 4만8000부 배포됐다. 사회적기업 소소한소통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언어’를 찾는 일을 한다. 지자체 복지 서비스 소개 책자, 복지관 이용 안내문 등 발달장애인이 꼭 알아야 할 정보들을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바꿔 설명해주는 작업을 진행한다. 농사 매뉴얼이나 영화 예매 방법 등을 담은 자료도 만든다. 2017년 설립 이후 연평균 100건의 쉬운 정보를 만들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문래동 사무실에서 만난 백정연 대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한 덕분인지 쉬운 정보를 전달하려는 움직임이 확 늘었다”고 말했다. “팬데믹 시대에 정보는 생존 수단이잖아요. 사회적 거리 두기, 자가 격리, 비말 감염, 잠복기 등 감염병 증상이나 예방 수칙 관련한 낯선 단어들이 쏟아지면서 많은 장애인 지원 기관이 쉬운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어요. 정부도 처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요. 보건복지부로부터 ‘장애인을 위한 코로나19 안내서’를 제작해 달라는 의뢰가 와서 지난해 6월에

로컬 선수들이 뭉쳤다… “주민 위한 공간으로 지역 살릴 것”

여수 포트타운 웅천 만든 합작 소셜벤처 ‘비프라퍼티’ 서울·경기 지역 소셜벤처 ‘블랭크’ ‘빌드’여수 웅천 신도시에 주민 친화공간 열어협동조합·로컬 기업들과 상생·협력 ‘로컬 신’의 소문난 선수들이 손을 잡았다. 서울(상도동, 후암동)과 경기 시흥(월곶지구)에서 각각 활동해 온 소셜벤처 ‘블랭크’와 ‘빌드’다. 블랭크는 지난 2012년 설립한 후 커뮤니티 바(공집합), 공유사무실(청춘캠프), 공유주택(청춘파크) 등을 만들며 건축에 기반한 로컬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지난 2016년 탄생한 빌드는 바오스앤밥스(식당), 월곶동꽃한송이(카페 겸 꽃집) 등을 만들어 여성과 육아에 친화적인 공간을 조성했다. 시민이 직접 투자하고 수익금을 배당하는 ‘시민자산화’ 모델로도 주목받았다. ‘로컬을 만드는 동료’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블랭크와 빌드가 전남 여수에서 뭉쳤다. 지난해 8월 합작법인 ‘비프라퍼티’를 만든 뒤, 여수 남쪽 항만 지역인 웅천동에 180평 규모 라이프스타일 공간 ‘포트타운 웅천’을 만들었다. 식당, 카페, 와인바, 파티룸을 한 곳에 모아 지역 주민들이 만나고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지난 1일 영업을 시작했다. 오픈을 이틀 앞둔 지난달 29일 이곳을 방문했다. “지역과 지역 주민에게 이로운 공간 만들자”포트타운 웅천은 웅천항 바로 앞에 새로 지어올린 29층짜리 주상복합 건물 2층에 자리하고 있다. 180평 규모의 공간은 한쪽 면이 모두 통유리 창으로 돼 있어 여수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문승규(34) 블랭크 대표와 우영승(29) 빌드 대표는 “공간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누구나 오고 싶은 매력적인 공간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며 “사람들이 찾아와야 커뮤니티가 생기고 지역이 살아나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당초 14개로 나뉘어 있던 공간을 하나로 잇는 공사부터 시작했다. 주민이 모여 차를 마시고 밥도 먹고 모임도 하면서 어우러지도록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