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만으로는 사회문제 해결 못해”…최태원 회장, ‘사회적 가치 거래’ 제안

19~21일 아시아 최초 WEF 슈왑총회 한국서 개최
SK·슈왑재단 공동 보고서 발간…최태원 회장 ‘사회적 가치 거래’ 제안

최태원 SK 회장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시장 메커니즘으로 ‘사회적 가치 거래(Tradeable Impact)’ 개념을 공식 제안했다. 사회성과를 화폐처럼 측정하고, 이를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해 사회문제 해결에 자본을 유입하자는 취지다.

최 회장은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산하 슈왑재단 총회 개회식에서 “선한 의지만으로는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기업이 창출한 사회성과에 금전적 인센티브가 주어지면, 더 많은 민간 참여를 끌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9일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산하 슈왑재단 총회 개회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SK 사회적가치연구원

이날 개회식에서는 SK 산하 사회적가치연구원과 슈왑재단이 공동 발간한 보고서 ‘가치의 재정의: 성과기반금융에서 사회적 가치 거래로(Redefining Value: From Outcome-Based Funding to Tradeable Impact)’도 공개됐다. 보고서는 주류 경제를 대상으로 하여 사회적 가치 거래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서문에서 ‘사회적 가치 거래는 다양한 사회문제에 직면한 글로벌 경제의 근본을 재구상하는 시도’라고 밝혔다.

이날 개회사에서 최 회장은 “선한 의지만으로는 사회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기업이 창출한 사회성과를 화폐 단위로 정량화하고, 세제 혜택 등 금전적 인센티브가 주어진다면 더 많은 사회적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가치를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인식하고 시장 메커니즘에 편입시킬 수 있다면, 경제 시스템은 보다 역동적으로 작동할 것”이라며 “이윤 창출과 사회혁신을 동시에 달성하는 길이 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민간 기반 실험 10년…“성과 크레딧, 제도화 논의 본격화”

이번에 제안된 ‘사회적 가치 거래’는 2013년 최 회장이 다보스포럼에서 소개한 성과기반보상 개념을 확장한 것이다. SK는 2015년부터 ‘사회성과인센티브(SPC)’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적기업 500여 곳의 성과를 측정하고 현금 인센티브를 제공해왔다. 누적 성과는 약 5000억원, 지급된 인센티브는 700억원 규모다.

이번에는 직접 보상에서 나아가, 이 성과를 크레딧 형태로 발행·유통하는 제도가 핵심이다. 정부는 사회문제를 해결한 기업에 세액공제 또는 세액공제권을 제공하고, 기업은 해당 성과를 시장에서 거래한다. 이는 정부 재정 지출을 줄이면서도 기업의 사회 투자와 투자자의 참여를 동시에 유도하는 구조다. 사회문제 해결의 효율성과 속도 모두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WEF 슈왑재단 총회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진행되며, 전 세계 사회혁신가 200여 명과 국내 사회적기업가 50여 명이 참석했다. 슈왑재단은 전 세계 10만 명 이상의 사회적 기업가를 지원하는 120개 회원기관과 500여 명의 사회혁신가로 구성된 글로벌 네트워크다. 2025년 1월에는 ‘사회혁신에 대한 기업의 지지 서약’이 발표되었는데 SK, 마이크로소프트, SAP, 딜로이트, 이케아 등이 참여했다.

프랑수아 보니치 슈왑재단 사무총장은 “한국은 지난 10여 년간 정부·기업·시민사회가 협력해 사회적 기업 생태계의 성장을 이끌어 왔다”며 “이번 슈왑재단 총회는 대한민국의 이러한 노력과 경험에 대한 글로벌 학습의 장이 될 것이라는 차원에서 서울에서 개최됐다”고 전했다.

◇ “사회문제 해결, 기업의 전략이 되다”, 글로벌 기업 논의의 장 열려

첫날에는 대한상의 신기업가정신(ERT)이 주관하는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이 열렸다. SK, CJ 등 국내 기업과 함께 딜로이트, 구글, 마스터카드, 텐센트 등 글로벌 기업 15곳이 참여해 사회문제 해결을 경영 전략으로 수렴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마지막 날인 21일에는 ‘한국의 사회혁신 생태계를 통한 학습과 교훈’을 주제로 사회적가치연구원, 현대차정몽구재단의 온드림소사이어티, 아산나눔재단 마루 등에서 개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번 슈왑재단 총회를 두고 사회적가치연구원은 “한국 사회적 기업 생태계의 성장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자, “글로벌 난제에 대한 제도적 해법을 논의하는 장”으로 평가했다. 특히 ‘인간의 가치 있는 활동을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중심에 놓고 다양한 실험과 토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는 “유엔,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뿐만 아니라 UBS, 펩시 등 글로벌 기업들도 이미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성과기반보상 방식을 채택했다”며 “그중에서도 SK가 지난 10년간 운영해 온 사회성과인센티브 프로젝트는 민간 기업이 최초로 시도한 성과기반보상제도로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SK가 제안한 사회적 가치 거래 시스템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한 기업이 시장에서 정당한 평가와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구조”라며 “이제 막 실증이 시작된 단계인 만큼, 정부와 기관의 정책적 관심과 제도 실험이 함께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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