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1일(토)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대한항공… 40% 이상 폐기물 배출량 늘었다

2023-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대해부<5>
폐기물 배출량·폐기물 재활용률 분석

“고객에 대한 가치 제공, 종업원에 대한 투자, 협력업체와 공정하고 윤리적인 거래,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 장기적인 주주 가치 창출 모두가 기업의 필수적인 목적이다.”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에서 ‘기업의 목적’을 새롭게 선언한지 만 5년이 지났습니다.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서의 전환을 알렸던 BRT 선언 이후,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비재무 보고에 대한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더나은미래는 공익 싱크탱크 그룹 ‘더미래솔루션랩’과 함께 국내 매출액 30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심층 분석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대해부’ 특집 기사를 기획했습니다. 분석 대상은 시가총액 200위 내 기업 중 공기업, (최종)지주사, 금융사를 제외한 2023년 매출액 상위 30대 기업입니다. /편집자 주

국내 주요 30대 기업의 절반(51.7%) 가량이 2023년도 폐기물 배출량이 2022년보다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배출량이 증가한 15곳의 업종 분포는 제조업이 73.3%(11곳)로 가장 많았다.

30대 기업 중 가장 많이 폐기물이 늘어난 기업은 현대차로 2022년 66만 876톤에서 2023년 105만 8576톤을 기록해 60.2% 가량 증가했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59% 증가), 대한항공(40.6% 증가)이 전년 대비 40% 이상 폐기물량이 늘어난 기업으로 꼽혔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모두 폐기물량이 증가했지만, 폐기물 재활용률도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전년 대비 4.8%, LG에너지솔루션은 9.2%로 제조업 중 증감폭이 가장 컸다.

반면, 대한항공은 2023년 폐기물량은 1만 2012톤으로 전년 대비 40.6% 증가했고, 폐기물 재활용률도 5.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 측은 감소 원인에 대해 “코로나 이후 여객 사업량이 회복돼 폐기물량도 전년 대비 급격히 늘어났다”고 밝혔다.

◇ LG디스플레이, 제조업 중 폐기물 배출 감축 1위

제조업(18곳) 중에서 2023년 폐기물을 가장 많이 감축한 기업은 LG디스플레이로 2022년 25만 997톤에서 19만 4951톤으로 22.3%를 감축했다. LG전자(15.3% 감축), SK하이닉스(15.2% 감축), LG화학(11.3% 감축)도 10% 넘게 폐기물을 줄인 것으로 분석됐다.

LG디스플레이의 폐기물 감축 전략은 ‘자원순환’에 있다. 부착된 필름으로 인해 전량 매립 처리되던 폐유리는 파쇄효율을 높여주는 필름 분리 기술 개발을 통해 2017년부터 다른 산업 분야에서 100% 재활용하고 있다. 폐기물의 발생부터 처리까지 전 과정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개발 및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한국환경공단의 ‘올바로(Allbaro) 시스템’과 연동해 관리하고 있다.

도매 및 소매업(5곳) 중에서는 삼성물산이 유일하게 폐기물량이 늘어난 기업으로 확인됐다. 삼성물산의 2023년 폐기물량은 84만 4978톤으로, 2022년 75만 8762톤보다 11.4% 가량 증가했다. 단, 삼성물산의 폐기물 재활용률도 전년 보다 1.5% 가량 늘어났다.

양대 통신사의 폐기물 감축 성적표는 어떨까. KT는 2023년 폐기물량을 1만 2610톤을 기록해 2022년 1만 4171톤 대비 11% 가량 감축했고, SK텔레콤은 2022년과 2023년 모두 1229톤으로 동일했다. 다만, KT는 폐기물 재활용률도 4.8% 줄었고, SK텔레콤은 2.4% 증가했다.

KT 관계자는 재활용이 어려운 폐유나 중금속 등 지정폐기물이 전년 대비 증가해 재활용률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에 KT 관계자는 “통신업 특성상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KT 사옥에서 배출하는 생활폐기물이 많아 재활용률이 낮았다”며 KT의 총 폐기물량 중 종량제봉투 배출이 27%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KT 관계자는 “생활폐기물 감축을 위해 KT 광화문 사옥 등 5개 사옥에서 다회용컵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며 “폐기되는 임직원 작업복이나 의류 등을 재활용해 필통 등 2차 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보고서에 2021년부터 음식물 폐기물 절감을 위해 음식물 처리기를 도입했고, 2023년에는 약 62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12개 사옥에 15대의 음식물 처리기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음식물 폐기물량이 전년도 236톤에서 186톤으로 감소한 결과를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 미표준화된 공시 기준… ‘폐기물 재활용’ 수준 파악 어려워

폐기물 재활용에 대한 공시는 제각각이었다. 30대 기업 모두 폐기물 배출량과 재활용량은 기재했으나, 폐기물 재활용률까지 기재한 기업은 21곳에 불과했다. 세부적인 공시 형태도 달랐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롯데쇼핑은 자회사별로 폐기물 재활용률을 공시했으며, 삼성화재는 ‘재활용 전환율’을 기재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글로벌 보고 표준인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의 폐기물 재활용 지침에 따르면, 폐기물의 총 중량과 이에 대한 계산 기준이나 방법까지 보고하기를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기업은 각각 ‘재활용’을 산정하는 기준이 달라 기업별 개선도를 비교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실제 기업마다 재활용을 산정하는 범위도 다르다는 것도 한계다. DB손해보험은 노후화된 사무집기 재활용을 주요 폐기물 저감 활동으로 진행한다고 밝혔으며, 두산에너빌리티는 자재 구매 전 ‘잉여 자재’를 활용하는 것을 주요 재활용 활동으로 본다.

한편, 기후변화센터는 2021년 매출액 기준 상위 500개 기업의 폐기물 재활용률을 비교 분석한 ‘환경 데이터 플랫폼 활용 보고서‘를 발간했다. 당시 보고서를 발간했던 신혜지 기후변화센터 팀장은 “기업별 혹은 산업별로 폐기물의 범위(폐기물, 지정폐기물, 건설폐기물, 일반폐기물)와 재활용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비교 분석에 어려움이 있다”며 “투명성과 정확성을 위해 각 기업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체계적으로 분류해 발생량 산출 방법을 공시하고, 실질적인 재활용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기업 차원에서 투자 및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oil_line@chosun.com
조기용 더나은미래 기자 excuse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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