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포기하려던 순간”…7년간 6000家에 희망을 남기다

기업과 사회의 공존법<12> 신한금융그룹
[인터뷰] 강승표 사회공헌팀 팀장

A양 가족은 지난 3월 안동 산불로 집이 전소돼 휴대전화 하나만 겨우 들고 대피했다. 두 달 가까이 대피시설에서 생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구호물품만으로는 일상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아버지는 고령이고 언니를 제외한 가족 모두가 경계선 지적장애가 있어 사실상 생계는 A양 혼자 책임져야 했다. 이미 장애인연금 등 제도적 지원도 대부분 받고 있어 추가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A양 가족에게 가장 시급했던 것은 일상을 다시 꾸리기 위한 ‘생계비’였다. 이때, 신한금융그룹의 ‘위기가정 지원사업’을 통해 생계비를 지원받으면서 가족은 필요한 생필품과 의류를 구입해 조금씩 일상을 회복할 수 있게 됐다. 사업과 연계된 경북장애인부모회 안동시지부의 복지사가 현재 임시 모듈 주택을 매달 방문하며 정기적인 상담과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위기가정 지원사업’은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NGO 굿네이버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손잡고 2018년부터 추진해온 이 사업은 경제적·사회적 위기에 놓인 가정에 생계비, 주거비, 교육·양육비, 의료비, 재해 구호비 등을 제공해 자립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18년 5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약 7년간 총 6076가구, 1만8637명이 혜택을 받았다. /신한금융희망재단 블로그 갈무리

◇7년간 1만8000여 명에 실질적 도움

‘위기가정 지원사업’은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NGO 굿네이버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손잡고 2018년부터 추진해온 이 사업은 경제적·사회적 위기에 놓인 가정에 생계비, 주거비, 교육·양육비, 의료비, 재해 구호비 등을 제공해 자립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18년 5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약 7년간 총 6076가구, 1만8637명이 혜택을 받았다.

신한금융지주 사회공헌팀 강승표 팀장은 이 사업의 핵심으로 ‘신속성’을 꼽았다. 전국 사회복지기관과 경찰이 중위소득 80% 이하 취약계층, 아동학대·범죄 피해자 등을 발견해 굿네이버스에 신청하면 심사위원회가 긴급성을 기준으로 곧바로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평균 2주 안에 대상자가 확정되고, 발표 후 10일 안에 100만~300만 원의 지원금이 지급된다. 이후 최대 1년까지 사후 관리가 이어진다.  

실제로 지난해 이용우 건국대 교수팀이 진행한 사업 평가 연구를 보면, 해당 사업 참여자의 37.2%가 ‘지원 절차의 신속성’을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이밖에 31.7%는 ‘만성적 취약계층보다 갑작스런 위기 가정의 회복 지원’을 들었다. 정부 제도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민간 안전망으로 평가받는 배경이다. 

경북 포항에 거주하는 B(21)씨도 이 사업을 통해 삶의 회복을 경험했다. 그는 전역 후 자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전신에 심한 화상을 입게 됐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았으나, 민간보험 미가입자였고 기초생활수급자도 아니었던 B씨에게 의료비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었다. 그때 ‘위기가정 지원사업’을 통해 수술비 400만 원을 지원받으며 치료와 재활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B씨는 “막막했던 상황에서 가족과 함께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 ‘그냥드림’ 등 신규 사업으로 지원 확대

신한금융지주 사회공헌팀 강승표 팀장이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레거시키친에서 ‘도시락 만들기’ 임직원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신한금융은 오는 12월부터 보건복지부와 함께 푸드마켓·푸드뱅크 기반의 ‘그냥드림’ 사업도 시작한다. 푸드마켓은 기부 물품을 매장에 진열해 취약계층이 직접 필요한 물품을 골라가는 방식이고, 푸드뱅크는 기부 식품을 취약계층에게 정기적으로 전달한다. ‘그냥드림’은 이 두 방식으로 의식주 관련 긴급 상황이나 갑작스런 사고, 실직, 가족 사망 등으로 경제 위기에 처한 가정을 우선적으로 선별해 지원한다. 

여기에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사업’도 새롭게 추진한다. 그냥드림으로 발굴된 소외계층 중 혹한기·혹서기에 취약한 가정에 맞춤형 키트를 제공하는 것으로, 향후 냉난방기 교체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강 팀장은 2026년을 ‘민간형 사회안전망의 본격 확장기’로 규정하며 “그간 구축한 위기가정 지원 체계를 바탕으로 발굴–지원–회복이 하나의 흐름으로 작동하는 패키지형 지원 모델을 더 많은 지역, 더 다양한 기관과 함께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 임직원 자발적 참여로 나눔 확산

임직원의 자발적 참여는 신한금융 사회공헌의 또 다른 핵심 축이다. 2023년 시작한 ‘솔선수범 릴레이 캠페인’은 임직원이 사회공헌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그룹 전체 투표로 선정해 실제 기부와 봉사로 이어진다. 강 팀장은 “임직원이 스스로 제안하고 참여하는 구조가 사회공헌의 진정성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그룹사의 매칭기부도 더해져 파급력은 더 커진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임직원 참여 사회공헌 캠페인 ‘솔선수범 릴레이’에 참여하며 다자녀 가정에 방문해 환경 정리를 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캠페인은 2024년 총 4회 진행돼 7억 원을 모금했다. 임직원 봉사활동 참여율은 2023년 42.5%에서 지난해 73.7%로 1.5배 늘었다. 1인당 봉사시간도 2시간40분에서 4시간40분으로 증가했다.

올해 진행한 5회차 캠페인 주제는 ‘산불피해 복구 및 소방영웅 현장활동 지원’이었다.  임직원이 모은 2억5000만 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고, 지난 6월엔 경북 안동시 산불 현장에서 복구 활동도 펼쳤다. 5회차 임직원 참여율은 전년 대비 약 2.5배, 기부 모금액은 약 2.7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강 팀장은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긴밀히 협력하는 모델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거버넌스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 팀장은 “공공·민간·지역기관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체계를 만들겠다”며 “대한민국 사회안전망을 더 촘촘하게 만들어 사회문제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금융의 역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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