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카 기술·비즈니스 협력, K-개발협력 해답 될까

코이카 CTS·IBS 10년 성과…개도국서 실험·비즈니스화
한국 기업, 지속가능한 파트너십 가능성 보여줘

영하 30도의 혹한, 석탄 난방으로 뒤덮인 몽골의 겨울 도시는 숨 쉬기조차 버겁다. 한국 스타트업 ‘기가에떼’는 이곳에서 재생에너지를 열로 전환·저장하는 ‘열배터리’를 시험했다. 울란바토르에서 600㎞ 떨어진 중소도시 체체를렉의 난방 사업자와 손잡고 친환경 난방을 공급하는 실험이다.

박훈진 기가에떼 상무는 “이 사업을 통해 열배터리가 몽골 중소도시에 꼭 필요하다는 확신을 얻었다”며 “최근에는 투자까지 연계해 100% 친환경 난방 공급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장 실험을 가능케 한 것이 코이카의 ‘CTS(창의적 기술 해결책)’ 프로그램이다. 스타트업과 소셜벤처가 개도국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직접 시험·검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혁신 실험실’로,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8월 25일 열린 2025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에서 정유아 코이카 파트너사업실장이 CTS와 IBS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채예빈 기자

지난달 25일 열린 ‘2025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에서 정유아 코이카 파트너사업실장은 “CTS는 기업이 개도국 문제 해결에 도전하는 출발선이자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와 NDC 달성의 무대”라고 강조했다.

코이카는 CTS와 함께 IBS(포용적 비즈니스 솔루션)도 운영한다. CTS가 실험이라면 IBS는 성과를 제도화하는 통로다. 저소득층을 생산자·소비자·고용자로 포용하고, 기업에는 시장 개척 기회를, 현지 주민에게는 일자리와 소득을 제공한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22개국에서 118개 사업이 발굴됐다.

코이카는 2015년부터 2024년까지 CTS 프로그램을 통해 총 22개국에서 118개 사업을 발굴했다. /코이카 홈페이 갈무리

몽골 난방에서 캄보디아 금융까지, CTS의 실험

몽골의 기가에떼뿐만 아니라 금융 소외 해법도 나왔다. 크레파스솔루션은 캄보디아에서 담보가 없어 대출을 받지 못하는 서민을 위해 AI 기반 대안 신용평가를 도입했다. 김민정 크레파스솔루션 대표는 “캄보디아에서는 담보가 없는 사람들은 금융에 접근하기 어렵다”며 “툭툭 운전기사가 되기 위한 차량을 구매하거나 해외 노동자가 되기 위한 준비금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크레파스솔루션은 CTS 프로그램을 통해 캄보디아에서 담보가 없는 서민을 위해 AI 기반 대안 신용평가로 소액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크레파스솔루션 누리집 갈무리

크레파스솔루션은 스마트폰 사용자의 4~6개월간 디지털 사용 패턴을 분석해 신용을 평가하는 방식을 도입, 무담보 소액대출을 가능하게 했다. 현지 상업은행과 협력해 두 개의 플랫폼을 열고 세 가지 대출 상품을 출시했으며, 지금까지 1200명 이상이 대출을 이용했다. 이 밖에도 여섯 차례에 걸쳐 소비자 금융 교육을 진행하며 금융 이해도를 높였다. 지금까지 연체 건수는 단 3건에 불과하다.

◇ IBS, 개발도상국에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다

캄보디아 프놈펜 도로 위를 달리는 수많은 오토바이는 시민의 발이자 동시에 대기오염의 주범이었다. 캄보디아 정부는 2050년까지 오토바이의 70%를 전기 오토바이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높은 배터리 비용이 큰 걸림돌이었다.

한국 스타트업 베리워즈는 코이카 IBS 사업을 통해 해법을 현장에서 찾았다. 충전소 설치 비용은 탄소배출권을 미리 팔아 조달했고, 배터리를 뺀 차체만 따로 판매해 차량 가격을 낮췄다. 여기에 폐배터리 재활용 체계까지 구축해 제조–인프라–재활용이 연결되는 순환 생태계를 만들었다.

김성우 대표는 “한국이 스위스에 이어 캄보디아에서 국제 감축사업 승인을 받아 배출권을 확보한 두 번째 사례가 됐다”며 “폐배터리를 재활용해 한국으로 역수출하는 구조까지 만들었다”며 확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데이터메이커와 에이아이웍스는 AI 데이터 라벨링으로 디지털 일자리를 창출했다. 데이터메이커는 가나 청년들에게 ICT·라벨링 교육을 제공했고, 에이아이웍스는 베트남에서 경력단절 여성, 장애인, 장기 미취업 청년을 포용해 자립 기반을 마련했다. 일부는 전문가·교육자로 성장하기도 했다.

데이터메이커와 AI웍스는 각각 가나와 베트남에서 AI 데이터 라벨링을 통한 일자리 창출 사업을 진행했다. 사진은 2025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에서 데이터메이커의 사례를 발표하는 김민홍 선임연구원. /김형탁 작가

정유아 코이카 실장은 “앞으로 기업협력 사업은 혁신과 공공성의 균형, 지속가능한 파트너십, 글로벌 어젠다 대응 역량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며 “한국 기업이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위기와 디지털 격차 같은 도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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