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K팝 무대에 태양광, 이케아엔 수선소…‘콜렉티브 임팩트’의 진화

[경기도사회적경제원 x 더나은미래 공동기획] 판을 키우는 협력<1>대·중견기업 공간·물류망에 사회혁신 기술 더해…지속가능한 협력 구조 실험  기후위기와 돌봄 공백, 청년 자립과 같은 사회문제는 한 기관의 지원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기업의 인프라와 사회적경제조직의 현장 전문성, 대학과 공공기관의 인적·제도적 자원을 결합하는 협력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다. <더나은미래>는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의 ‘2026 사회환경 문제해결 지원사업’에 참여한 주요 프로젝트를 통해 민관 협력이 사회문제 해결과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로 이어지는 과정을 6편에 걸쳐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K팝 콘서트장에 태양광 스마트 쉼터를 설치하고, 이케아 매장 안에 재봉 서비스 공간을 연다. 이는 기업이 보유한 인프라에 사회적경제조직의 기술과 서비스를 결합한 협력 사업이다. 기업의 일회성 기부나 정부의 단기 지원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대·중견기업과 사회적경제조직, 대학, 지방자치단체가 공동 사업으로 풀겠다는 시도다.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의 ‘2026 사회환경 문제해결 지원사업’이 현장 실증에 들어갔다. 올해는 기후변화 대응, 돌봄 사각지대 해소, 지역 활성화 분야에서 총 21개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이 가운데 기업 협업을 중심으로 한 주요 6개 프로젝트에는 총 2.25억 원이 투입되며, 현장 실증은 2026년 4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된다.  기업은 공간과 물류망, 판매 채널 등을 제공하고 사회적경제조직은 기술과 현장 네트워크를 투입한다. 대학과 공공기관, 비영리기관은 인력 양성과 참여자 모집, 정책 연계를 뒷받침한다. 이 과정에서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은 참여 기관을 연결하고 협력 구조를 설계하는 ‘백본(Backbone·중추지원조직)’ 역할을 맡는다.  ◇ 폐유니폼 순환·청년 창업…‘사회문제 해결 생태계’ 구축 이번 사업의 가장 큰 목표는 개별 프로젝트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사업 종료 후에도 협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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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은 남기겠다, 나를 돌봐줄 수 있나”…유산기부의 새로운 질문

단체가 보는 K-유산기부의 현실 <5>‘남기는 것’을 넘어 ‘돌보는 것’으로 유산기부 상담 현장에서 최근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질문이 있다. 재산을 사회에 남기겠다는 의사와 함께 “나를 돌봐줄 수 있느냐”는 문의다. 고령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유산기부는 단순한 자산 이전을 넘어 ‘돌봄’의 문제와 맞닿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실제로 일부 기관에는 기부 상담을 계기로 관계를 맺고 싶어 하거나, 생애 말기 돌봄과의 연결 가능성을 묻는 사례가 이어진다. 가족 중심의 돌봄 구조가 약해지면서, 유산기부가 관계의 공백을 드러내는 창구가 되고 있다고 분석된다. ◇ 유산이 향하는 곳은 ‘돌봄’…상속 패러다임의 변화 유산기부는 자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관계와 돌봄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 실무자는 “수십억 원대 자산가인 고령 후원자가 상담 과정에서 한 시간 만에 자신의 삶을 모두 털어놓으며 임종과 장례까지 맡아줄 수 있는지를 물어봤다”며 “경제적 여유와 별개로, 돌봄을 요청할 관계가 없는 ‘고립’ 상태를 마주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유산기부 상담은 단순한 후원 안내를 넘어 ‘생애 설계 상담’으로 바뀌는 중이다. 과거에는 자녀가 재산을 상속받는 대신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가족 중심의 돌봄 체계가 약해지면서, 그 역할을 비영리나 공공이 일부 나누어 맡기 시작했다. 고영주 희망친구 기아대책 IMC본부 차장은 “1인 가구 고령층에게는 단체와의 지속적인 관계와 소통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NGO의 역할이 단순 후원을 넘어 확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현장에서 부딪히는 한계도 분명하다. 기부자는 ‘관계로서의 돌봄’을 기대하지만, NGO는 기부금을 통해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조직이다. 직접 돌봄이나 후견을

SK텔레콤, ESG 스타트업 15개사 선발…30일까지 모집

SK텔레콤(대표이사 CEO 정재헌)이 차세대 ESG 스타트업 발굴·육성 프로그램 ‘SKTCH for Good(스케치 포 굿)’을 론칭하고, 이달 30일까지 참여 스타트업을 모집한다고 7일 밝혔다. ‘SKTCH(스케치)’는 SKT와 Tech의 합성어로, 유망 스타트업 발굴과 협업 강화를 위해 SKT가 운영 중인 플랫폼이다. SKT와 스타트업이 함께 미래를 그려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SKT는 ‘SKTCH for Good’을 통해 ESG 분야 스타트업과 함께 사회·환경 문제 해결에 나선다. 디지털 포용·돌봄, 기후 재난 대응, 디지털 범죄 예방 등 향후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영역을 중심으로, 혁신적인 ESG 설루션을 보유한 스타트업 15개사를 선발할 계획이다. 선정된 스타트업에는 ▲사업화를 위한 특화 멘토링 및 교육 ▲SKT와 협업 모델 발굴 ▲투자 유치 컨설팅 및 IR 기회 제공 ▲국내외 전시 참여 기회 ▲사무공간 등 경영 인프라 등 다양한 맞춤형 혜택이 제공된다. 참여를 희망하는 스타트업은 ‘SKTCH’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30일까지 신청할 수 있다. 특히, 올해 SKT는 스타트업의 ‘AI 동반자’로서 협업에 기반한 실질적인 성과 창출을 강화하기 위해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SKTCH for Good’과 ‘SKTCH with AI’ 두 축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오는 7월 론칭 예정인 ‘SKTCH with AI’는 SKT의 AI 전략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AI 스타트업 추가 15개사를 선발하는 프로그램이다. 주요 협력 분야는 풀스택 AI 혁신 기술, 고객 대상 AI 설루션 등이다. SKT는 2021년부터 성장 잠재력이 높은 ESG 스타트업을 육성해 총 78개사를 지원해왔다. 올해 3월 MWC26에서는 정부의 ‘국가 창업 시대’ 기조에 맞춰,

환경재단·한화, 돌봄 확대 맞춰 초등학교 친환경 돌봄교실 조성

전국 6개 초등학교 대상 맞춤형 공간 조성…태양광 설비·환경교육 병행 환경재단(이사장 최열)은 한화그룹,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추진한 초등학교 교육환경 개선 프로젝트 ‘맑은학교 만들기’ 5차년도 사업을 통해 전국 6개 초등학교에 맞춤형 돌봄교실 ‘맑은봄,터’ 조성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경남 하동 진교초등학교에서 열린 완공 기념식에는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정인섭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 정희철 진교초 교장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새롭게 조성된 돌봄교실을 둘러보며 지속가능한 교육환경 조성의 필요성을 공유했다. ‘맑은학교 만들기’는 2022년 시작된 사업으로 공기질 개선 설비, 재생에너지 시스템, 돌봄교실 환경 개선 등 학교 환경 전반을 지원한다. 올해는 정부의 돌봄 확대 정책에 맞춰 친환경 돌봄교실 ‘맑은봄,터’를 도입했다. 5차년도 사업은 ▲서울 토성초 ▲경기 수원 연무초 ▲대전 산성초 ▲충남 논산 연무초 ▲전남 나주 영강초 ▲경남 하동 진교초 등 6개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를 통해 현재까지 전국 27개 초등학교 약 1만6000명의 학생이 개선된 교육환경의 혜택을 받았다. 올해는 일부 학교를 대상으로 학생 참여형 공간 설계도 시범 도입됐다. 충남 논산 연무초에서는 5·6학년 학생들이 기존 돌봄교실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 아이디어를 제안했으며, 공간 구성과 모형 제작 과정에도 참여해 의견이 실제 설계에 반영됐다. 환경재단은 학생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과 ‘혼자 머물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 주목해, 다락 형태의 입체 공간과 휴식 공간을 조성했다. 학생 의견을 반영한 공간인 만큼 정서적 만족도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박현신 논산 연무초등학교 교장은 “학생들이 새 공간에 높은 만족도를

[돌봄의 재발견] 돌봄에서 발견하는 성장의 단서

아이를 낳고 키우며 일상이 송두리째 바뀌었을 때, ‘이제 영원히 이렇게 사는 건가’ 하는 공포가 밀려오곤 했다. 하지만 숨통이 트이는 순간도 있었고, 작은 효능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 그때야 비로소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이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진리임을 체감했다. 돌봄의 무게가 잠시 옅어지고 ‘지나간다’는 감각을 얻었을 즈음, 다른 종류의 돌봄을 생각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쉽게 지나갈 기약이 없는 돌봄은 어떤 모습일까. 끝내 이별을 향하는 돌봄,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돌봄,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 돌봄. 이런 돌봄을 해내는 사람들은 어떻게 버티고 있을까. 치매와 노년 돌봄을 오래 연구한 이지은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에게 물었다. ◇ 매일 다른 날을 살아내는 힘 “돌보는 분들은 매일이 다르다고 말씀하세요. 돌보는 사람 자신이 변하고 자라면서, 어제가 아닌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 거죠.” 이지은 교수는 이를 ‘관계적 역량’이라 불렀다. 누군가를 돌보는 과정에서 돌보는 사람과 돌봄을 받는 사람 모두가 조금씩 넓어지고 깊어진다는 의미다. 내가 몰랐던 내 힘을 발견하고, 상대가 여전히 보여주는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 돌봄은 바로 그 상호작용 속에서 역량을 확장하는 일이다. 아이와 함께한 나의 경험도 그러했다. 젖니가 빠지던 순간, 레몬즙으로 비밀 편지를 쓰겠다며 호들갑을 떨던 날, 구구단 7단 때문에 괴로워하던 저녁. 나는 아이와 함께 내 어린 시절을 다시 살며, 그때 하지 못한 성장을 조금 더 했다. 그렇다고 가혹한 돌봄 현실 속에서 성장의 빛을 찾으라는 주문은 지나친 요구일 수 있다. 어둠 속에서 희미한

[돌봄의 재발견] 돌봄을 지탱하는 이름 없는 도움들

“1시간 단위로 아이를 맡아주는 키즈카페 선생님이 있었는데, 1~2주에 한 번 아이를 맡겨두고 혼자 커피 한잔 마시는 게 그렇게 큰 힘이 되더라고요.” 사단법인 루트임팩트의 DEI 이니셔티브 팀은 2025년 상반기, 결혼 후 10년 이상 가족 돌봄을 전담해 온 여성들을 대상으로 약 3개월간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돌봄의 여정을 되짚으며, 각 시기에 절실했던 ‘버팀목’이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 보이지 않던 기여들이 드러날 때 “아버님이 서울에 올라오셔서 병원에 함께 다녀오던 길이었어요. 아이가 잠깐만 놀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아버님과 함께 놀이터에 서 있었죠. 그런데 아버님이 시장하실까 봐 속이 너무 타더라고요. 그때 배달앱만 있었어도…” “심리 상담을 받았어요. 몸이 약한 아이와 시부모님 간병을 중심으로 생기는 가족 갈등을 겪으며, 제 마음 상태를 스스로 설명할 수 없는 게 괴로웠거든요.”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돌보는 사람들이 만나는 의외의 지원과 기여들을 발견했다. 어떤 도움은 직접 손을 보태주는 방식으로, 어떤 도움은 돌보는 이를 돌봐주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놀아주는 일, 치료해 주는 일, 알려주는 일, 치워주는 일, 위로해 주는 일, 들어주는 일 등 형식도 다양했다. 돌봄 경제의 경쟁력은 누가 어떻게 돌봄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얼마나 세심하게 파악하느냐에 달려 있다. 유엔여성기구를 중심으로 국제사회가 강조하고 있는 돌봄 경제의 핵심 키워드가 ‘아무도 배제되지 않도록(Leaving no one behind)’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단순히 돌봄의 대상에서 누락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를 넘어, 돌봄의 주체와 노동의 다양성까지 포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 돌봄도 커리어가 되는

[돌봄의 재발견] 돌봄, 모두의 삶을 관통한다

“기혼자들의 워라밸을 위해 청년들의 워라밸이 희생됐다.”  경력보유여성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채용을 시도했던 한 조직의 피드백이었다. 기혼자이자 부모로서, 그리고 인사·조직문화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이 한마디는 오랫동안 마음을 짓눌렀다. “우리 회사의 모든 축하와 인정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선택을 해야만 받을 수 있는 것 같다”는 한 동료 구성원의 말에도 오랫동안 마음이 시렸다. ‘자녀가 없는 직원에 대한 역차별 우려’로 직장 어린이집 설치를 포기했다는 한 글로벌 기업의 기사도 역시 쓰린 마음으로 읽었던 기억이 있다. 누군가의 고단함을 살피는 일이 다른 이를 소외시키는 일은 아닐까. 그런 우려 속에서도 우리는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했다. 모성 보호 관련 취업규칙을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육아 중인 직원들을 위한 슬랙 채널을 열었다. 방학 중 자녀 대상 프로그램도 마련해 작은 공동 육아 실험도 시도했다.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회사를 만들자는 게 아니었다. 우리는 일하기 좋은 조직을 만들고자 했다. 가족과 사회에 대한 책임감이 큰 동료들이 돌봄을 이유로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을 막고자 했다. 육아라는 특정한 사례를 우대하기보다, 구성원 각자의 삶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했다. 정책 과정도 모두에게 투명하게 공유했다. 리더들은 반복해서 철학과 방향을 설명하며, 이 정책이 특정 그룹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렸다. ◇ 우리 모두에게 흐르고 겹치는 ‘돌봄’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돌봄이 특정 집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시기와 형태는 다르지만 모든 구성원이 저마다 돌봄의 책임을 안고 있었다. 스스로를 돌보는 일부터

루트임팩트-유엔여성기구 손잡고 ‘성평등 위한 돌봄 문화’ 조성한다

남성 돌봄 참여 확대·포용 조직문화 확산 위해 공동 프로젝트 본격 추진 루트임팩트가 유엔여성기구(UN Women)와 성평등 실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3일 전했다. 루트임팩트는 지난해부터 유엔여성기구 서울 지식·파트너십 센터와 경력보유여성 지원, 돌봄 의제 등 성평등 관련 협력을 이어왔다. 이번 협약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핵심 의제는 ‘돌봄’이다. 양육자 대상 돌봄 역량 강화 프로그램부터, 돌봄 친화적 조직문화 확산을 위한 실험 프로젝트까지 폭넓게 협력한다.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 유망 사례를 공유하고, 정책 개선을 위한 공동 연구도 추진한다. 이번 협약의 배경에는 ‘돌봄 노동의 불균형’이 있다. 국제 비영리기구 ‘에퀴문도(Equimundo)’가 발간한 ‘2023 세계 아버지의 현황(SOWF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무급 돌봄 노동의 가치는 연간 11조 달러(한화 약 1경 4920조원)에 달하며, 여성이 남성보다 3~7배 많은 돌봄 노동을 담당하고 있다. 남성들도 변화를 원하고 있다. 미국·캐나다·중국 등 17개국 조사에서 상당수 남성들이 돌봄 참여 의향을 밝혔다. 하지만 임금 격차와 육아휴직 제도의 한계 등 구조적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월 대한민국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4만 명을 돌파했으나 이는 전체 육아휴직자의 30%로, 여전히 여성 육아휴직자 수(9만 706명)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양측은 이달부터 ‘돌보는 아빠, 돌보는 조직’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한다. 남성 양육자를 위한 전문가 워크숍을 열고, 돌봄 문화 확산을 위한 조직 실험도 시작한다.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는 “이번 협약을 통해 국내

[키워드 브리핑] ‘양육 죄책감’이라는 이름의 무게

“나의 ‘엄마 노릇’을 되돌아볼 때 종종 죄책감을 느낀다.”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말이다. 아픈 아이를 두고 회의실로 향한 날, 학부모 모임 대신 야근을 택한 순간. 이런 경험은 단순한 스트레스를 넘어 ‘죄책감’으로 남는다. 최근 학계에서는 이를 ‘양육 죄책감(Parental Guilty)’이라는 개념으로 주목하고 있다. ‘양육 죄책감’은 부모가 자녀를 충분히 돌보지 못한다고 느낄 때, 자기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겪는 감정이다. 특히 어머니에게 빈번하게 나타나며, 성역할 고정관념이 강할수록 그 강도는 높아진다. 돌봄 부담이 집중되는 한부모 가정이나 장애아 가정에서도 양육 죄책감이 더 두드러진다. 임혜빈 광운대 산업심리학과 교수는 지난달 22일 루트임팩트가 개최한 DEI LAB 세미나 ‘돌보는 조직은 무엇을 바꾸는가’에서 국내 워킹맘 45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하루 6시간 이상, 주 5일 이상 일하는 여성 대다수가 양육 죄책감을 경험하고 있었으며, 이 감정이 ‘경력 몰입(일에 대한 애착과 지속 의지)’을 낮추는 주요 요인으로 확인됐다. 연구에 따르면, 양육 죄책감이 커질수록 경력 몰입은 줄고 일·가정 갈등은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일과 가정이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할 때는 죄책감이 줄고 직무 만족도는 높아졌다. 특히 업무 자율성이 높을수록 양육 죄책감이 완화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임 교수는 “일에 필요한 자원을 스스로 관리·통제할 수 있다는 인식이 중요한 완충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유연근무제, 직장 어린이집 등 돌봄 친화적 지원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임팩트 지향 조직을 위한 공동 직장어린이집 ‘모두의 숲’(루트임팩트)

[돌봄의 재발견] 아이만 돌보는 건 아닙니다

‘가족친화적’ 혹은 ‘돌봄 친화적’ 직장을 상상해 보라 하면 많은 이들이 비슷한 장면을 떠올린다. 아이들이 회사에 방문해 마스코트 인형과 사진을 찍고, 놀이공원을 대관해 패밀리데이를 열기도 한다. 알록달록하고 따뜻한 풍경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많은 이들이 감당하는 돌봄은 훨씬 다양하고 조용하며 복잡하다. 루트임팩트는 지난 1월 성수동 공유오피스 헤이그라운드에 입주한 임팩트 지향 조직 78개 팀, 총 300명 임직원을 대상으로 자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29%는 현재 돌봄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절반 이상(59%)은 18세 미만 자녀 외에도 부모, 시부모, 배우자, 형제자매 등 다양한 가족 구성원에 대한 돌봄 책임을 함께 지고 있었다. 병간호나 원격 돌봄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도 주요 유형으로 확인됐다. 이름조차 붙여지지 않은 다양한 돌봄들이 우리의 삶 곳곳에 스며 있다. ◇ 모든 사람의 생애주기에 걸쳐 반복·확장되는 ‘돌봄’ 그럼에도 일상에서 공유되고 환대되는 돌봄은 여전히 자녀 양육에 치중돼 있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음에도 말이다. 김수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루트임팩트와의 협력 기고문에서 “우리 사회 다섯 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 고령자이며, 이들의 건강 문제는 장기적인 돌봄을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단지 고령 인구가 늘었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돌봄의 필요가 얼마나 일상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지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돌봄이 특정 가족 상황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모든 사람의 생애주기에 걸쳐 반복되고 확장된다고 설명한다. 특히 고령 가족을 돌보는 구성원들은 예측 불가능하고 장기화하는 돌봄 상황에 놓이지만, 이들의 요구는 공식 제도로 잘 수렴되지 않는다.

[돌봄의 재발견] 밥은 밥솥이 하지만, 돌봄은 머리가 한다

그날도 머리를 너무 덜 쓴 게 문제였다. 평소보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이던 13개월 아이를 두고 출근한 날이었다. 절대 빠질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미팅을 마치고 나서야 아이의 열이 높아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급히 동네 소아청소년과로 향했다. 북새통인 대기실에서 울며 보채는 아이를 안고 한 시간 넘게 기다리는 동안, 아이는 결국 열경기를 일으켰다. 공포에 휩싸인 그 순간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아이를 겨우 안정시킨 뒤에서야, 병원에 오기 전 해열제를 먹였어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돌이켜보면, 그날의 모든 결정이 안일했다. 미팅이 정말 중요했을까. 조금 멀더라도 더 한산한 병원을 찾아갔어야 하지 않았을까. 친정엄마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었는데. 돌봄이란 거창한 단일 결정이 아니라, 크고 작은 판단의 연속이다. 그 긴장이 풀리는 순간 후회는 언제든 찾아온다. ‘머리를 덜 썼다’는 자책은 육체적 피로보다 오래 남는다. ◇ 밥보다 힘든 건, 머리로 하는 돌봄 돌봄을 단순한 신체 노동으로만 인식한다면, “밥은 밥솥이 하지 않느냐”는 말도 완전히 틀린 얘기는 아니다. 문제는 돌봄 노동자의 머릿속이다. 냉장고에 어떤 식재료가 있는지, 누가 무엇을 먹고 싶어하는지, 언제 장을 볼 수 있을지, 식사 시간을 어떻게 조율할지, 업무 스케줄과 식사 준비를 동시에 고려하며 움직이는 ‘인지적 노동’이야말로 돌봄의 본질이다. 조직과 사회는 돌봄의 복잡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루트임팩트는 이 복잡한 머릿속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정량 지표나 단편적 현상 이면에 있는 돌봄의 서사를 파악하고, 돌봄이 우리의 심리와 정서에

돌봄을 먼저 배운 청년들, ‘가족돌봄청년’ 이름표 너머의 이야기

복합노동 떠안은 영케어러…자기 삶의 주체로 서려면 진저티프로젝트 ‘티니셔티브’ 통해 돌봄 청년 문제 공론화 “동생을 안아 옮기거나 밥을 먹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언제나 동생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 더 힘들었죠. 어디를 가든, 미래를 계획할 때조차도요.” 지난달 28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에서 열린 ‘티니셔티브: 청년에게 붙인 이름표들 – 가족돌봄청년’ 포럼에서 조호근 충남대 학생은 장애가 있는 동생을 돌보며 살아온 이야기를 담백하게 풀어냈다. 이 자리에는 돌봄을 경험한 청년 당사자와 연구자, NGO, 재단, 기업 관계자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 정의하기 힘든 이름, 보이지 않는 노동 영케어러는 장애, 중증질환, 치매 등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책임지는 아동·청소년 및 청년을 뜻한다. 국내에서는 ‘가족돌봄청년’으로 불리지만, 당사자의 삶을 하나의 단어로 정의하긴 어렵다. 생계와 학업, 돌봄을 동시에 떠안으며 ‘시간 빈곤’ ‘소득 빈곤’ ‘정서 빈곤’의 삼중고에 시달린다. 이들은 단지 가족을 돌보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돌봄이란 이름 아래 감춰진 구조적 불균형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돌봄을 ‘얼마나 잘 제공하느냐’에만 집중해왔다”며 “돌봄 제공자는 의무를 다하는 사람 혹은 낮은 수준의 노동자로 인식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케어러에 대한 논의는 돌봄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저티프로젝트는 충남노동권익센터의 ‘지역 영케어러의 복합노동 현실과 지원방안’ 연구에서 이들의 돌봄 경험을 ‘진입기–수행기–전환기’로 구분했다. 갑작스럽게 돌봄을 시작하는 ‘진입기’에는 정보와 정서적 지지가, 돌봄이 일상화되는 ‘수행기’에는 학업·노동 병행자에 대한 복지 지원이, 돌봄이 끝난 뒤

더나은미래 특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