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의 나눔과 세금] 살던 집을 기부하는 법

박훈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올여름 가장 뜨거운 세금 이야기는 단연 집이다. 8월 초 발표된 세제개편안은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의 틀을 ‘주택 수’에서 ‘가격과 실거주’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한다. 집은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것이다. 방향이 옳으냐를 따지기 전에, 요즘 집은 갖고 있어도 고민이고, 팔아도 고민이고, 물려줘도 고민이다. 그런데 집을 두고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더 있다. 사회에 내어주는 일, 기부다.

◇ 집 한 채뿐인 재산, 기부는 왜 어려운가

우리 국민의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할이 넘고, 그 한가운데에 집이 있다. 유산기부 상담 현장에서도 “현금은 없어도 집 한 채는 있다”는 분들을 자주 만난다. 평생 모은 재산이 지금 살고 있는 집 한 채면, 나눔 역시 그 집으로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정작 기부 통계에서 집은 손에 꼽을 만큼 드물다.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도 곳곳의 문턱에 그 마음이 걸려 넘어지기 때문이다.

문턱은 먼저 기부하는 쪽에 있다. 다행히 개인이 집을 기부하면 기부금액은 처음 산 값이 아니라 기부할 때의 시세로 인정받는 것이 원칙이다. 문제는 혜택을 담는 그릇이 작다는 데 있다. 기부금 세액공제는 그해 소득의 일정 비율까지만 허용되고, 넘치는 금액은 10년까지만 이월된다. 평생 모은 재산이 집 한 채인 은퇴한 어르신을 생각해 보자. 시세 10억 원의 집을 기부해도 연금 소득이 많지 않으니 실제 공제받는 금액은 선의의 크기에 한참 못 미치고, 10년을 기다려도 다 쓰지 못한 혜택은 그대로 사라진다. 큰 기부일수록 대접이 야박해지는 셈이다.

받는 쪽 사정도 보자. 뜻밖에도 우리 세법은 공익법인이 집을 기부받는 순간 증여세를 물리지는 않는다. 공익에 쓰라고 받은 재산이니 일단 믿고 맡기는 것이다. 다만 지방세는 이야기가 다르다. 등기를 넘겨받는 순간 취득세가 따라붙는다. 사회복지법인처럼 감면받는 곳도 있지만, 정해진 기간 안에 제 용도에 쓰지 못하면 감면받은 세금을 도로 내놓아야 한다. 증여세의 믿음에도 조건이 있다. 3년 안에 공익 목적에 직접 쓰거나, 팔아서 그 돈을 공익에 써야 한다. 지키지 못하면 그때 증여세가 부과되는데, 기준은 기부받을 때의 값이 아니라 3년이 지난 시점의 오른 값이다. 실제로 기부받은 부동산이 규제에 묶여 팔지도 쓰지도 못했는데, 법원이 사정을 봐주지 않아 오른 값으로 세금을 문 사례가 있다. 믿고 맡긴다면서 시계는 야박하게 돌아가는 셈이다.

◇ “살아 있는 동안은 이 집에서 살고 싶다”

집이라는 재산의 성격을 생각하면 문제는 한층 깊어진다. 살던 집을 기부하려는 분들의 소망은 대개 이렇다. “살아 있는 동안은 이 집에서 살고, 내가 떠난 뒤에 좋은 일에 써 달라.” 사람이 집에 바랄 수 있는 가장 소박한 조건이다. 그런데 우리 세법은 이 조건을 선의로 읽지 않는다. 기부한 집에 기부자가 대가 없이 계속 살면, 세법은 이를 재산을 내놓고도 계속 자기 것처럼 쓰는 거래로 본다. 이때 공익법인에는 집값 전체를 기준으로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 3년 기한을 따져볼 것도 없이, 기부하고 그 집에 사는 순간부터 세금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다. 감면받은 취득세가 있다면 그것도 도로 내놓아야 한다. 결국 이런 기부는 성립하기 어렵고, 유언으로 미뤄지거나 아예 없던 일이 된다. 유언은 마지막 순간까지 바뀔 수 있으니 받는 쪽의 마음도 놓이지 않는다.

미국에는 이럴 때 쓰는 길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살던 집의 소유권을 공익단체에 넘기되 세상을 떠날 때까지 거주할 권리는 남겨두는, 이른바 ‘거주권을 남긴 기부’다. 미국 세법은 이를 위반이 아니라 정식 기부로 대접한다. 다만 셈은 정직하게 한다. 기부 시점에 집 전체 값이 아니라 거주권의 가치를 뺀, ‘언젠가 공익에 돌아갈 몫’을 따져 그만큼만 공제해 준다. 기부자는 살던 집에서 여생을 보내면서 공제 혜택을 미리 받고, 단체는 기부자가 떠난 뒤 집을 팔아 공익에 쓰되 파는 과정에서 원칙적으로 세금이 없다. 집에 깃든 삶과 집이 가진 값어치를 나눠, 삶은 기부자에게, 값어치는 공익에 돌리는 설계다. 같은 기부를 두고 미국은 공제로 맞이하고, 우리는 증여세로 맞이하는 셈이다.

◇ 세금은 집이 팔릴 때 따져도 늦지 않다

그래서 제안한다. 생전 거주를 조건으로 하는 집 기부를 우리 세법도 정식으로 인정하자. 기부자가 사는 동안은 이를 문제 삼지 말고 사용 기한의 시계도 멈춰두었다가, 기부자가 떠나 집이 팔리고 그 돈이 공익에 쓰이는 시점에 정산하면 된다. 세금은 낼 돈이 있는 곳에 매기는 것이 기본이다. 팔리지도 않아 돈 한 푼 생기지 않은 집을 두고 공익법인에 현금부터 내라 할 일은 아니다. 기부자에 대한 혜택도 미국처럼 거주권의 가치를 뺀 몫만큼만 인정하면 과도한 혜택이라는 논란도 줄일 수 있다. 물론 조세회피 걱정이 나올 것이다. 판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보고하게 하고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를 막는 사후관리는 지금보다 촘촘해도 좋다. 문은 넓히되 문지방은 단단히 하자는 것이다.

이 길이 열린다고 아파트 매물이 쏟아져 집값이 잡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까지 기대하는 것은 과장이다. 다만 자식 없이 홀로 사는 어르신이 늘고 주인 잃은 빈집이 사회 문제가 되어가는 지금, 살던 집이 언젠가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그 값이 장학금과 돌봄이 되는 경로가 하나 생긴다. 집 문제를 다 풀 수는 없어도 거들 수는 있다.

세제 혜택은 기부의 동기가 아니라 조력자여야 한다는 것이 이 칼럼의 오랜 지론이다. 조력자라면 적어도 길을 막아서지는 말아야 한다. 평생 살아온 집에서 여생을 보내고, 떠난 자리의 집 한 채가 누군가의 배움과 돌봄이 되는 것. 이보다 나은 집의 마지막이 있을까. 머리 아픈 집이 마음 따뜻한 유산이 되는 길목에, 세법이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박훈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필자 소개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로, 상속세제와 기부세제 분야를 연구하는 세법학자입니다.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세법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일본 도쿄대학교와 미국 UC 버클리에서 연구 활동을 했습니다. 한국세법학회 회장 등 학계 주요 학회를 이끌며 조세제도 연구와 납세자 권익 보호에 힘써 왔습니다. 국세청 납세자보호관(개방직 국장)과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등을 지내며 정책 현장에서도 활동했습니다. 이러한 공로로 납세자의 날에 2023년 홍조근정훈장을 수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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