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에게 경제를 가르치는 부모는 많다. 그런데 기부를 가르치는 부모는 얼마나 될까.
세금은 국가가 걷는 것이지만, 기부는 스스로 내어주는 것이다. 그 차이가 작은 것 같아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세금은 의무이고 기부는 선택이다. 그래서 기부는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는 지난 수십 년간 꾸준히 성장해 왔다. 재난이 닥칠 때마다 국민은 놀라운 연대감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기부, 특히 미래 세대를 위한 ‘유산 기부’나 ‘계획 기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낯설게 느끼는 이들이 많다. 더 큰 문제는 기부를 하려는 마음이 있어도 가족의 반대에 부딪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유산 기부의 현장에서는 유류분 제도와 유언의 방식 문제가 자주 발목을 잡는다. 어느 대학에서는 백억 원대 규모의 기부 약정이 기부자 사망 후 유족의 문제 제기로 무산된 사례도 있었다. 생전에 뜻을 세워두었더라도, 법적 절차와 가족 간의 합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뜻은 실현되기 어렵다. 기부는 개인의 결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가족이 함께 동의하고, 제도 안에서 설계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우리의 세법은 기부에 여러 혜택을 마련해 뒀다. 개인이 공익법인 등에 기부할 경우 소득세 신고 시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공익법인에 재산을 출연할 경우 상속세·증여세 과세가액에서 제외되는 혜택도 있다. 나아가 유산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한 이른바 ‘유산기부 세액공제’ 법안이 현재 국회에서 개정 논의 중에 있어, 제도적 기반은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제도가 아무리 잘 갖추어져 있어도, 기부하겠다는 마음이 먼저 자라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세금 혜택은 기부의 동기가 아니라 조력자여야 한다.
요즘 어린이 경제교육, 세금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설 명절이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기사가 있다. 아이가 받은 세뱃돈으로 통장을 만들어주고, 주식 계좌를 개설해 투자를 시작하게 하는 것이 경제교육의 첫걸음이라는 내용이다. 절세 측면에서도 자녀 명의 계좌를 활용하는 방법이 자주 소개된다. 물론 의미 있는 접근이다. 돈의 흐름을 이해하고 자산을 관리하는 감각을 일찍부터 키워주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한 가지가 빠져 있다. 기부 교육이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선 지금, 내가 버는 돈, 평생 쌓아온 자산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 본인만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함께 생각하고, 미래 세대도 어릴 때부터 그 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힘을 키워야 한다.
세뱃돈을 주식 계좌에 넣어주는 것과 함께, 그중 일부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눠보는 경험을 만들어주는 것은 어떨까. 어린이 주식 부자, 빌딩 부자를 꿈꾸는 시대에, 어릴 때부터 나눔을 삶의 가치로 여기는 ‘미래의 기부왕’이 나올 수 있도록 그 토대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기부를 통해 공동체에 기여하고 그 경험이 자연스럽게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문화, 그것이 진정으로 멋진 어른을 만드는 교육이다.
‘나눔과 세금 사이’라는 칼럼은 그사이 어딘가에 기부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는 자리를 찾는 여정이다. 제도와 마음이 함께 자랄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 나가고 싶다.
박훈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필자 소개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이자 대외협력부총장으로, 상속세제와 기부세제 분야를 연구하는 세법학자입니다.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세법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일본 도쿄대학교와 미국 UC 버클리에서 연구 활동을 했습니다. 한국세법학회 회장 등 학계 주요 학회를 이끌며 조세제도 연구와 납세자 권익 보호에 힘써 왔고, 국세청 납세자보호관(개방직 국장)과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등을 지내며 정책 현장에서도 활동했습니다. 이러한 공로로 납세자의 날에 2023년 홍조근정훈장을 수훈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