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경을 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검역을 통과하지 못한 과일, 비자를 받지 못한 사람, 그리고 놀랍게도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한 기부가 그렇다.
좋은 마음은 국경이 없다고들 한다. 그런데 세금은 다르다. 세 혜택에는 꽤 뚜렷한 국경이 있다.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 선생의 차남인 김신 전 공군참모총장은 생전에 해외 대학들에 거액을 기부했다. 한미 우호와 독립운동의 역사를 알리겠다는, 누가 봐도 뜻깊은 기부였다. 그런데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이 해외 기부를 둘러싸고 후손들에게 세금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유는 단순했다. 해외 대학은 우리 세법상 ‘공익법인등’으로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부의 진정성이 아니라, 기부처의 세법상 지위가 과세 여부를 갈랐다. 애국적 기부가 사후적으로 상속세 부담 문제로 되돌아온 셈이다. 무언가 꺼림칙하지 않은가.
우리 세법은 기부금 혜택을 ‘공익성이 확인된 단체’를 중심으로 설계한다. 법인세법과 소득세법은 기부금을 특례기부금·일반기부금 등으로 나누고, 세제 혜택이 인정되는 기부처와 요건을 정하고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도 공익법인등에 대한 출연재산의 과세상 취급을 별도로 규정한다. 탈세와 우회 증여,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나쁜 의도를 걸러내는 장치인 건 맞다. 그런데 선의로 이루어진 해외 기부까지 그 테두리 밖으로 밀려난다면 기부자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착한 일을 했는데 나쁜 일을 한 것처럼 취급받는 느낌이랄까.
다만 여기서 오해를 하나 풀고 가야 한다. 해외 단체에 대한 기부라고 해서 무조건 세제 혜택 밖에 있는 건 아니다. 예컨대 우리나라가 가입했거나 법령상 공익성이 인정되는 일정한 국제기구에 대한 기부는 세법상 혜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국제사회가 공인하고 우리나라도 함께하는 기구라면 세법도 그 공익성을 인정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런 국제기구는 되는데 왜 다른 해외 공익단체는 안 되는가. 선을 어디에, 어떻게 그어야 하는가.
비슷한 문제가 해외 선교 분야에서도 불거졌다. 국내 종교단체가 해외 소속 교회들에 선교 지원금을 송금했다가 증여세 부과 문제에 직면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올라갔고, 2025년 5월 대법원은 뜻깊은 판단을 내렸다. 해외에서 종교 보급이나 교화 활동을 하는 비거주자 또는 외국 소재 비영리법인도 일정한 경우 우리 세법상 공익법인등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해외라고 다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해당 단체의 목적, 활동 내용, 공익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조건부 인정이다. 같은 ‘국경을 넘은 기부’라도 기부처의 성격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이게 현실이다.
반대 방향의 문제도 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글로벌 공익재단이 국내 연구기관이나 사회혁신 프로젝트를 지원하려 할 때, 그 재단은 우리 세법상 국내 공익법인과 동일한 지위를 자동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함께 기부에 나선 국내 기업이나 개인도 세제 혜택을 받기 어렵다. 선한 돈이 우리 사회로 들어오는데, 제도가 입구를 좁혀두고 있는 셈이다. 문이 좁으면 선한 돈도 돌아간다.
물론 이 논의에서 한 목소리를 빠뜨리면 안 된다. 바로 국내 공익법인이다. 이들은 엄격한 설립 요건과 회계 공시, 모금 실적 공개 같은 의무를 감수하며 활동해왔다. 이미 기부금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해외 단체로 혜택을 성급하게 확대다면, 규정을 지켜온 국내 단체들이 역차별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국경을 넘는 나눔의 문을 열면서도, 국내 공익 생태계를 흔들지 않는 균형을 함께 잡아야 한다.
해외 제도를 보면 공통점 하나가 보인다. 단순히 국경을 열고 닫는 문제가 아니라, 공익성과 투명성을 어떻게 검증하느냐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외국 단체에 대한 직접 기부에 원칙적으로 엄격하지만, 미국 내 공익단체를 통한 지원이나 지출 책임 절차 등을 통해 국제 공익 활동의 숨통을 열어두고 있다. 영국의 사례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자선단체 세제 혜택을 영국 내 단체 중심으로 재정비했고, 경과기간을 거쳐 2024년 4월부터 비영국 자선단체를 원칙적으로 영국 자선 세제상 혜택 대상에서 제외했다.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고, 선택도 다르다. 어느 나라의 사례든 그 배경을 함께 읽어야 제대로 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한국은 이미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자리를 바꾼 지 오래다. 우리 기업과 국민의 기부도 국제개발, 교육, 의료, 기후, 문화 교류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 그런데 세법이 여전히 ‘국내 단체 중심’의 낡은 틀에 머문다면, 나눔의 현실과 제도 사이의 간극은 점점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엄격한 공익성 검증을 전제로 ‘인정 해외 공익단체’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기구에 세제 혜택을 인정해 온 경험을 토대로, 목적의 공익성, 회계 투명성, 자금 사용 내역, 감독 가능성 등을 심사해 일정 범위의 해외 공익단체로 그 범위를 넓혀가는 방식이다. 사후관리 없이 혜택만 넓히는 것은 곤란하다. 반대로, 위험 가능성만을 이유로 모든 해외 공익 활동을 세제 밖에 두는 것도 이제는 시대에 맞지 않는다.
기부는 마음에서 시작하지만, 그 마음이 지속되려면 제도가 받쳐줘야 한다. 국경을 넘는 나눔 앞에서 법이 너무 좁은 그릇이 되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개방이 아니라, 믿을 수 있는 공익을 가려내고 제대로 지원하는 일이다.
세제 혜택에 국경이 있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그 국경이 선의마저 막는 장벽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박훈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필자 소개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이자 대외협력부총장으로, 상속세제와 기부세제 분야를 연구하는 세법학자입니다.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세법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일본 도쿄대학교와 미국 UC 버클리에서 연구 활동을 했습니다. 한국세법학회 회장 등 학계 주요 학회를 이끌며 조세제도 연구와 납세자 권익 보호에 힘써 왔고, 국세청 납세자보호관(개방직 국장)과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등을 지내며 정책 현장에서도 활동했습니다. 이러한 공로로 납세자의 날에 2023년 홍조근정훈장을 수훈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