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대전 시내, 사회적기업 어디까지 가봤니?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양극화. 이 시대가 안고 있는 주요 과제다. 2016년 9월 초,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2016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 총회(이하 GSEF)’에서는 62개국 330개 도시의 1800여명의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사회적 경제’ 방식으로 풀어가고자 머리를 맞댔다. GSEF는 2013년, 세계 도시 시장, 국제기구 대표와 사회적 경제 주체들이 모여서 형성한 민관 협력의 국제 네트워크 플랫폼이다. 2016 GSEF에서는 “사회연대경제(Social and Solidarity Economy)는 경제적 효율성과 동시에 사회통합, 지속가능한 개발, 경제와 사회·도시 발전과정 운영에 적극적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서 비영리단체, 사회투자 등 경제적 이윤만이 목적이 아닌 모든 영역을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으로 정의했다. 캐나다 퀘백에서는 실업률이 14%로 허덕이던 경제 위기를 ‘사회적 경제’로 돌파한 대표적인 도시다. 퀘백주의 협동조합 조합원 수(880만)는 인구 수(800만)보다 더 많다. 서울, 부산, 인천, 대구에 이어 5번째로 큰 도시. 인구 150만명의 삶의 터전인 대전에서도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전 사회적 경제 조직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더나은미래가 지난 9월 탐방한 10곳을 분석해봤다. 

◇ 장애 관련 사회적기업이 강세 

특히 더나은미래가 탐방한 대전 시내 사회적기업들 중에는 ‘장애인’ 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는 곳들이 눈에 띄었다. 장애인재활보조공학기기를 개발, 제작하는 사회적기업 ‘터치스톤’이 대표적이다. 터치스톤의조영근 대표는 5년 동안 청각장애인을 돕는 기계 발명에 매달렸다. 그는 청각장애인만 인지할 수 있는 주파수를 제공하는 시스템(텔레코일 존)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해외의 공공장소에는 일반 소리를 청각장애인용 주파수로 바꿔주는 시스템이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전무했던 현실을 바꾼 것이다. 100번도 넘는 실험 끝에, 휴대폰 이어폰 단자에 꽂기만 하면 텔레코인이 작동할 수 있도록 개발에 성공했다. 2011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만든 제품만 7개다. 그는 “장애인에게 불편 없는 사회가 곧 비장애인에게도 편한 사회”라며 창업의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터치스톤 자세히 읽기 http://futurechosun.com/archives/16335). 

청각장애인을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기업도 있다. 청각장애인의 모국어인 수화로 영상 도서와 영상물을 제작하는 (예비) 사회적기업 ‘열린책장’이다. 다음 카카오 스토리펀딩을 통해 전국 도서관에 수화영상 도서를 전달하기 위한 모금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특히 열린책장의 청각장애인 디자이너인 지혜진씨가 만들어낸 카카오톡 수화 이모티콘 ‘히로와 나누는 사랑의 수화’가 출시 한 달 동안 다운로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TV에 수화방송국을 론칭해, 수화 콘서트와 토크쇼 방송도 진행했다. 열린책장의 강화평 개표는 “수학, 영어 등 학습 콘텐츠 제작까지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열린책장 자세히 읽기 http://futurechosun.com/archives/16523

장애인이 직접 ‘협동조합’을 창업한 곳도 있다. 퇴행성 근육병(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지체장애 1급의 오영진씨는 2012년 (장애 청년)의 일자리를 직접 만들겠다며 ‘위즈온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위즈온은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웹 에이전시로, 특히 장애인이나 고령자에게 편리한 웹접근성이 높은 홈페이지나 어플을 만든다. 휠체어를 타고도 출입이 가능한 은행, 식당 등의 정보를 지도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장애인 이동 지도를 만드는 것도 위즈온의 주요 프로젝트다. (위즈온 자세히 읽기 http://futurechosun.com/archives/16471) 위즈온과 같은 건물에 위치한 ‘헬프카 협동조합’은 장애인의 두 발이 되어주는 곳이다. 중증장애인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차량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헬프카 협동조합의 미션. 저상버스나 장애인 콜택시로는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제대로 보장할 수 없는 현실을 바꾸고 싶어서다. 헬프카의 조합원들은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어 ‘헬프카’를 부르면 된다. 언제, 어디서나,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헬프카 자세히 읽기 http://futurechosun.com/archives/16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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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나은미래가 탐방한 대전시내 사회적기업이 궁금하시다면 지도를 클릭.

◇ 문화로 세상을 바꾸는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많아

여행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대전의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고두환 대표는 이 질문에 당당하게 ‘YES’라고 답한다. 공감만세는 문화와 자연을 파괴하는 소비 위주의 ‘관광’ 대신, ‘공정여행’ 방식으로 사람, 그리고 지역과 소통하는 여행사다. 상업화 된 거리 대신 역사가 남아있는 박물관과 상점을 들르고, 마을기업이 만든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를 보낸다. 대전의 37년 된 풀빵집 사장님, 수십 년의 바다를 몸에 아로새긴 제주도 해녀 할머니들은 공정여행 코스에서 빠질 수 없는 주인공이 된다. 지난 7년간, 공감만세를 통해 공정여행을 다녀온 이들만도 3만 5000여명. 한번 참가했던 이들의 재구매율도 70%에 달한다고. (공감만세 자세히 읽기 http://futurechosun.com/archives/16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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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만세의 공정여행 코스 중 하나인 필리핀 여행 사진. /공감만세 제공

일상 속에서 ‘책’을 통해 지역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협동조합도 있다. ‘생활이 책이 된다’는 슬로건으로 개인과 단체 자서전을 제작해주는 ‘모두의책협동조합’이 그 주인공이다. 특이점은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책을 만드는 것. ‘시민 자서전’은 현재 18명의 조합원들의 손끝에서 탄생된다(2016년 10월 기준). 조합원들 대부분은 전직 잡지 기자, 등단 시인, 동화 작가 등 글을 업(業)으로 삼았다가 은퇴한 베테랑들. 덕분에 이야기 주인공인 시민을 직접 인터뷰 하고 사진 촬영 하는 것은 물론 주인공이 자기 이야기를 써온 경우엔 빠르게 수정‧보완 작업을 진행, 1년 새 벌써 18권의 자서전을 펴냈다. 지역 내 독서문화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이들에게 ‘책’은 지역 사회와 교류하는 소통의 도구다. (모두의책협동조합 자세히 읽기 http://futurechosun.com/archives/16288

‘재봉틀’로 꿈과 자립을 짓는 곳도 있다. 출산과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뭉쳐 만든 ‘손놀이협동조합’은 손재주를 가지고 일자리를 만든다. 또한 수익으로 장애 여성, 이주 여성 등 소외 여성에게 무료로 기술을 가르쳐주는 공익적 활동에도 앞서고 있다. 같은 뜻으로 사람들이 뭉쳐서 일까. 성장도 빠르다. 1년 새 손놀이협동조합 제품은 중소기업명품마루부터 천안, 청주 등 20여곳에 제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손놀이협동조합 자세히 읽기 http://futurechosun.com/archives/16307)

◇ 오래된 역사, 커져가는 영향력

대전엔 ‘성심당’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전의 또 다른 명물 빵집인 ‘한터’는 2000년부터 장애인과 함께 빵과 희망을 구워왔다. 2015년 한터는 전년대비 매출액이 15% 이상 증가하며, 3억 5000만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 추석 명절에는 30여곳에 제품을 납품했을 정도. 재구매율도 높다. 올해 10년째 한터에서 일하고 있는 제빵사 인미씨는 “일을 하면서 동생에게 용돈 주는 재미를 알았다”며 “부모님 해외여행도 보내드릴 것”이라고 포부까지 밝혔다. 한터에 취업한 장애인은 한 달간 손 씻기나 위생복 입기 등 기초 교육부터 빵 반죽 등 기술적 부분, 심리 치료까지 종합적으로 적응 훈련을 받고, 매년 개별 평가를 통해 실력을 쌓는다. 호텔, 백화점 등에도 납품하고 있으며, 모두 제품은 당일 생산, 당일 배송의 원칙에 따라 만들어진다. (한터 자세히 읽기 http://futurechosun.com/archives/16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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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터의 빵은 당일 생산, 당일 배송이 원칙이다. /한터 제공

20년 역사가 넘는 문화예술 사회적기업도 있다. 마당극패 우금치는 1990년, 충남대, 배재대 등 대전 지역 내 탈춤동아리 졸업생 7명이 창단한 극단이다. 지난 26년간 이어온 공연 횟수는 무려 2600여회.  2005년엔 국내 최초로 같은 배우들이 일주일 동안 매일 다른 공연을 펼치는 ‘일곱빛깔 무지개 마당극 축제’를 국립극장에서 개최, 최다 관객 동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창단 10주년을 맞아 제작한 ‘쪽빛황혼’이라는 마당극에선 치매 걸린 노부부 이야기를 통해 노인 소외 문제를 다뤄 2014년 창작국악극 작품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역과 우리 전통 문화를 지키겠다는 미션으로 똘똘뭉친 ‘마당극패 우금치’를 보면 대한민국 마당극의 산 역사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마당극패 우금치 자세히 읽기 http://futurechosun.com/archives/16324)

미담장학회는 대전 카이스트 대학생들의 봉사 동아리로 시작한 교육 봉사 사회적기업이다. 올해로 8년째 역사를 가진 미담장학회는 대학생들이 직접 자발적으로 청소년을 멘토링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4년 전만해도 상근 인력 1명으로 운영되던 미담장학회는 현재 풀타임 직원 10명, 연간 예산 15억 규모의 비영리단체로 성장했다. 스무명 내외였던 정기 후원자도 현재 500명으로 확장됐으며, 1000만원 이상의 고액 기부자도 있다. 자본도, 인맥도 없던 ‘순수 대학생 봉사 단체’가 사회적기업으로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에는 두 청년 리더의 헌신이 있었다고. 카이스트 출신의 장능인씨와, 경북대에서 대학생 봉사 동아리를 총괄하던 김인호씨의 헌신으로 미담장학회 조직은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현재 카이스트, 울산과학기술대, 부산대, 전남대 등 전남 13개 대학에서 미담장학회 봉사단이 운영중이며, 연간 봉사자 수는 5000여명이다. 장능인씨는 “미담장학회를 거쳐간 멘티들의 70~80%가 대학에 진학해서 교육 봉사를 한다”면서 “아이들이 도움 받은 대로 남을 돕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미담장학회 자세히 읽기 http://futurechosun.com/archives/16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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