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장애 극복하고 기술력으로 지역 명물 빵 만드는 사회적기업 ‘한터’

“빵 만드는 게 정말 재밌어요.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죠.”

지난달 22일, 이른 아침부터 고소하고 달콤한 빵 굽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던 사회적기업 ‘한터’의 베이커리 작업장. 그곳에서 만난 장인미(30‧지적장애 2급)씨는 아침에 만든 크로와상, 단팥빵 등을 빠른 손놀림으로 능숙하게 포장하며 밝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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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터에서 제빵 작업 중인 모습./한터 제공

이날 오전 8시부터 3시간가량 인미씨를 포함해 9명의 중증 장애인들과 두 명의 전문 제빵사가 만든 빵은 무려 20여종. 5년 이상 함께 손발을 맞춰온 덕분에 반죽하고 오븐에 굽는 것부터 포장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인미씨 역시 올해 10년차 제빵사. “일을 하면서 동생에게 용돈 주는 재미도 알고, 꿈도 생겼죠. 부모님 해외여행도 보내드릴 거에요(웃음).” 장애인 직원들에게 제과제빵 교육을 하며 함께 일하는 제빵사 박선미씨는 “장애인들이 일을 못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하나씩 천천히 가르쳐주면 충분히 자기의 몫을 다한다”고 말했다. 

◇10년 노하우와 정성 쌓여 재활시설에서 기업으로 탈바꿈 한 ‘한터’

중증 장애인들이 빵과 참기름 등을 생산하는 ‘한터’는 2000년, 처음 문을 열었다. 당시엔 수익보다 장애인들의 직업 적응 훈련과, 취업 상담 등을 돕는 재활시설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 후 10년 간 전날 주문된 제품만 우리 밀과 당일 배달된 우유 등 신선한 재료로 생산‧배송하며 제품 신뢰도를 높였다. 장애인들도 한 달 간 손 씻기나 위생복 입기 같은 기초 교육부터 빵 반죽 등 기술적 부분은 물론 심리 치료까지 적응훈련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매년 개별 평가를 통해 실력을 쌓아갔다. 이런 노하우들이 쌓이며 본격 사업을 시작, 2011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기도 했다. 유병흔 한터 원장은 “대기업 제품과 비교해 손색없는데, 대량 생산으로 가격을 낮추는 곳들과 비교해 경쟁력을 갖기 위해 판로 개척이 시급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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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터 제품은 모두 당일 생산, 당일 배송의 원칙에 따라 만들어진다./한터 제공

이를 위해 한터는 지자체가 사회적기업을 대상으로 시청 등 공공기관에 카페 공간과 시설을 지원해주고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한 카페, 일명 ‘건강카페’를 올림픽기념 국민생활관에 열었다. 이곳은 한터 제품의 중요한 홍보 창구 역할이 되고 있다. 윤도진 국장은 “손님으로 오셨던 한 분은 카페에서 한터에서 만든 빵을 맛보고, 본인이 운영하는 카페에 납품해달라고 하신 적도 있다”며 흐뭇해했다. 이어 그는 “브랜드 제작, 포장지 디자인 등으로 고급스럽게 보이는 것은 물론, 특히 다른 중소기업들과 달리 매일 공정부터 출납 직전까지 3~4회에 걸쳐하는 품질 검사 및 영양 성분를 겉면에 표시해 호텔, 백화점 등에 신뢰를 얻고 납품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매년 수입 증가 물론 장애인 자존감도 높아져

덕분에 지난해 한터는 전년대비 매출액이 15%이상 증가, 3억 5천만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 추석 명절에는 30여 곳에 제품을 납품했을 정도. 재구매율도 높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장애인들이 점차 자립, 자기의 삶을 스스로 꾸려간다는 점이다. 유병흔 원장은 “지금까지 100여명 가량의 장애인들이 근무했는데, 평균근속기간이 10여년 가까이 된다”며 “처음에 의욕이 없던 이들도 조금씩 일의 보람을 느끼고 성장하며 삶에 더 적극적으로 변하더라”고 했다. “비장애인들과 똑같은 일상생활과 삶을 만들어 나가는 모습을 보면 보람이 정말 큽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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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 제빵 일을 하며 장애인들은 경제력뿐만 아니라 자존감과 자립심도 한층 향상됐다./한터 제공

유 원장은 “앞으로 더 많이 제품을 알리는 것이 제1의 목표”라고 밝혔다. “‘한터’는 단순히 빵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장애인들의 꿈을 굽는 곳이죠. 우리를 통해 장애인들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대전=강미애 더나은미래 기자

* 이 콘텐츠는 더나은미래와 열린책장의 ‘대전 사회적기업 현장 탐방기’ 프로젝트로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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