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놀이협동조합
“예전엔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좋아하는 일의 전문가가 되고 싶어 노력 중입니다. 딸에게 롤모델인 엄마가 되고 싶어요.”
한국에 온지 올해로 20년째인 닛타 게이코(46)씨는 지난해부터 재봉틀로 인형‧가방‧옷 등 다양한 물건들을 만드는 ‘홈패브릭’을 배우며, 삶이 달라졌다고 한다. 반평생 가까이 한국에서 지냈지만 말이 서툴러 매번 할 수 있던 일은 휴게소나 찜질방 청소 등 단순 노동뿐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일주일에 두 번 무료로 재봉틀을 가르쳐준 건 ‘손놀이협동조합’의 조합원들. 게이코씨는 “왕복 세 시간 거리를 오가며 배워도 올 때마다 에너지가 생겨 힘든 줄 모른다”고 밝게 말했다. “조합 선생님들 덕분에 다시 꿈도 갖게 됐고, 어두웠던 세상 밖으로 나온 기분이에요. 엄마가 적극적으로 변하니 집에도 활기가 넘칩니다(웃음).”
◇‘협동이 살 길’, 탁월한 손재주로 뭉친 여성 5인방
‘손놀이협동조합’이 결성된 건 지난해, 강민희 조합 대표 등 홈패브릭 강사로 활동했던 여성 5명이 뭉치면서다. 강민희 대표는 “출산과 육아 등으로 경력 단절된 여성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빚까지 내 수백만 원 들여 강사 자격증을 취득한다“며 ”이후엔 여러 문화센터 등을 뛰며 강의해도 수수료로 수업료의 30~40%를 떼가 월 100만원도 못 버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수업 재료도 공동 구매하고 지원사업도 같이 하는 등 어려운 사람들끼리 힘을 합치면 좀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죠. 더 힘든 여성들이 있으면 돕기도 하고요.”
조합 결성 후 첫 활동은 지자체 지원으로 낙후 지역들을 찾아다니며 무료 재봉틀 강의를 해주는 ‘배달강좌’였다. 강 대표는 “정말 보람됐는데 지원이 5주에 그쳐, 오랫동안 활동을 이어갈 수 없었다”며 “우리만의 장기‧지속적인 수익사업 모델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탁월한 손재주에 오랜 살림 경험 발휘해 주부 공략…수익으로 소외 여성 무료 교육
그때부터 앞치마부터 이불, 커튼까지 재봉틀로 만들 수 있는 건 무엇이든 만들어 팔았다. 조합원 다섯 명 모두 강사 경력만 10여년 가까이 되는 베테랑들인데다, 특히 오랜 살림 경험이 주 고객층인 주부들의 니즈를 정확히 아는 데 무기가 됐다. 강 대표는 “발 매트는 밀리지 않도록 도톰하게, 이불은 퀸사이즈 가격으로 킹사이즈만큼 넉넉하게 만들어 실용성을 높인데다 수선도 직접 빠르게 해주니 점점 입소문이 나고, 매출도 늘더라”고 했다. 덕분에 1년 새 손놀이협동조합 제품은 대전역 중소기업명품마루부터 천안, 청주 등 20여 곳에 제품을 전시, 판매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대전 중구에 조합의 이름을 단 단독 매장을 내 월 500만원의 매출을 내고도 있다.
꾸준한 수입을 기반으로 조합은 장애인, 이주 여성 등에게 무료 기술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강 대표는 “처음엔 6개월 교육 과정으로 계획했는데 한 번 인연을 맺으니 자격증 취득은 물론 창업할 때까지 노하우를 전수해주게 되더라”고 웃었다. 지금까지 이 과정을 거친 이들은 총 4명. “기술이 늘고 자존감이 높아지니 아이 키우는 것밖에 몰랐던 이들이 본인 스스로가 어떻게 살지 계획하는 걸 보니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함께 있던 게이코씨를 비롯해 교육생들과 강 대표 모두 눈시울이 붉어졌다.
조합을 결성해 지금까지 모든 과정이 ‘기적’같다는 강 대표. “혼자였다면 해내지 못했을 거예요. 처음 겪는 일들이 두려울 때면 ‘조합원들이 뒤에 있다’ 생각하고 힘을 냈죠. 함께라는 게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웃음).” 조합원 여성들이 잘 사는 것이 제1의 목표라는 그녀는 “우리가 다문화 가정이나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에게 롤모델이 되고, 재봉틀을 돌려 공예품을 만드는 일이 누구에게나 부러운 직업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밝혔다.
대전=강미애 더나은미래 기자
*이 콘텐츠는 더나은미래와 열린책장의 ‘대전 사회적기업 현장 탐방기’ 프로젝트로 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