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9일(일)
대한민국 마당극의 산 역사 ‘마당극패 우금치’
대한민국 마당극의 산 역사 ‘마당극패 우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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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씨구씨구 들어간다, 절씨구씨구 들어간다. 이 장(場), 저 장 만 장 중에 으뜸이라 ‘대전장’.”

지난달 21일 오후, 대전시 중구 중앙로에 위치한 ‘별별마당’ 1층에 들어서자 신나고 경쾌한 우리 가락 소리에 저절로 어깨가 들썩였다. 북과 꽹과리 소리에 맞춰 15년 차 배우들이 우렁차면서도 한(恨)이 느껴질 정도로 깊이 있게 소리를 내니 건물 전체가 울렸다. 연습실은 실제 마당극이 펼쳐지는 장터 한복판처럼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이날 연습한 마당극 ‘별을 먹는 장돌뱅이’는 ‘마당극패, 우금치(이하 우금치)’가 만든 창작극으로, 오늘날 대형마트와 대비해 정겨웠던 재래시장을 재연하며 옛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우금치가 풍물 소리와 전통 춤 등에 사회문제를 담아 만든 마당극은 지난 26년 간 100여 편이 넘는다. 대한민국 마당극에 ‘살아있는 역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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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금치의 공연 모습./우금치 제공

◇10년 간 산 속 연습, 마당극 쇠퇴 위기 속 발휘된 단합의 힘

우금치가 처음 결성된 건 1990년, 충남대‧배재대 등 대전 지역 대학 내 탈춤동아리 활동을 함께 했던 학생들 7명이 졸업 후 다시 뭉친 것이다. 창단 멤버인 이주행 우금치 운영위원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마당극은 농민 등 소외된 계층에 대한 내용을 다루며 사회에 대한 불만들을 쏟아내는 창구 역할을 했다”고 떠올렸다. “같이 모여 문제를 고민하고, 춤추고 소리 내면서 땀 흘려 연습하다보니 벌써 30년지기가 됐죠.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식구’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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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으로 시작한 우금치 단원은 현재 4배 이상 늘었다. 비결은 극단의 민주적 의사결정과 주인의식. 덕분에 어려움도 함께 이겨내고 현재까지 올 수 있었다. /우금치 제공

하지만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매번 연습실을 옮겨 다닐 때마다 악기를 두드리고 큰소리를 내는 것이 시끄럽다며 민원이 빗발쳤고, 결국 산속에 들어가 기숙사 등 연습촌(村)을 만들어 10여 년 간 지내야했다. 마당극이 쇠퇴하면서 10년 가까이 젊은 단원이 충원되지 않아 명맥이 끊길 위기에도 놓였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수십 년간 동고동락한 단합은 빛을 발했다. 매월 전체 사용내역과 월급을 한 자리에서 공유, 민주적 합의에 따라 이익을 나누며 저축해나갔고, 어려울 땐 긴축 방안들을 함께 결정해 실천해갔다. ‘나태해지지 말자’며 예술 공연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출퇴근제를 도입하기로 협의하기도 했다. 김시현 우금치 기획실장은 “모두 우금치가 누구의 소유물도 아니라, 나 자신 그리고 우리 모두가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애정이 크다”며 “그 때문에 솔선수범해 내 직장에 투자하고 만들어왔다”고 했다.

◇26년 간 마당극 외길…시민들이 나서 발전 후원 나서

그 힘으로 지난 26년 간 이어온 공연 횟수는 무려 2600여회. 2005년엔 국내 최초로 같은 배우들이 일주일 동안 매일 다른 공연을 펼치는 ‘일곱빛깔 무지개 마당극 축제’를 국립극장에서 개최, 최다 관객 동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창단 10주년을 맞아 제작한 ‘쪽빛황혼’이라는 마당극에선 치매 걸린 노부부 이야기를 통해 노인 소외 문제를 다뤄 2014년 창작국악극 작품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단원들의 마음 속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의외로 소박했다. 이주행 운영위원장은 “장터에서 공연을 마치고 한 할머니가 자기 마음을 대변해줘 고맙다며, 내다팔려던 감을 모두 주시기도 하셨다”고 떠올렸고, 김시현 기획실장도 “한 어르신이 우리 공연을 보시고 ‘내 생전 이런 공연은 처음 본다’며 울먹이시던 걸 잊을 수가 없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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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극의 특징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 없이 시민들도 자연스럽게 참여한다는 것이다. 우금치 단체 역시 지금까지 무대 안팎으로 시민들과 함께 꾸준히 소통해왔다./우금치 제공

현재 우금치의 연습공간인 ‘별별마당’도 시민들이 정성이 모여 마련됐다. 현재 공간은 대전 지역 가장 번화가인 중구 중앙로 한 편에 위치한 3층짜리 단독 건물. 마음껏 연습할 수 있으면서 접근성도 좋아 공연은 물론 시민 교육을 펼쳐나가기 제격인 곳이다. 하지만 복잡한 송사로 10년 간 방치된 상태였다. 우금치를 오랫동안 아꼈던 한 팬이 이를 해결해주며 공간 마련에 첫 물고가 터졌고, 이 후로 ‘지역과 우리 전통 문화를 지키는 마당극패를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성심당 등 대전 대표 기업들은 물론 소액부터 1억원의 기부금을 내놓는 등 지역 시민  200여명이 후원금을 보냈다. 이뿐 아니다. 다음 스토리펀딩에서 우금치의 오랜 역사와 노력, 그에 비해 열악한 연습 환경에 대해 알게된 이들 300여명이 1200여 만원을 우금치 공간 마련에 기부하기도 했따. 김시현 기획실장은 “‘우금치가 26년 동안 잘해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주행 운영위원장은 “지금의 공간을 시민들과 함께 마련한 만큼,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 많은 장르의 예술가들, 그리고 지역 주민들이 문화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랑방’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강미애 더나은미래 기자 

 *이 콘텐츠는 더나은미래와 열린책장의 ‘대전 사회적기업 현장 탐방기’ 프로젝트로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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