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르신, 약 드시는 데 불편한 점은 없으세요?”
2026 유일한 아카데미 6조가 활동 기간 내내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이다. 강남종합사회복지관과 대방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만난 50여 명의 어르신과 두 차례의 발표까지 더하면 적어도 52번은 물었던 것 같다.
우리는 어르신들이 약을 챙겨 제때 복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장은 예상과 달랐다. 대부분 처방받은 약을 잘 복용하고 있었고, 시중에 나온 복약 관리 앱도 여덟 개가 넘었다.
그렇다면 진짜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답은 우리가 준비한 질문이 아니라 어르신들의 이야기 속에 있었다.
“병원에서 말해야 하는 건 알지만, 막상 가면 몇 개씩 까먹고 오지. 무엇을 빠뜨렸는지도 몰라 다시 처방받거나, 아예 안 먹기도 해.”
한 어르신의 말씀이었다. 문제는 약을 먹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약을 먹고 있는지가 제대로 기록되고 공유되지 않는 데 있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우리는 ‘약을 먹었는가’보다 ‘무엇을 먹고 있는지 누가 알고 있는가’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어르신의 복약 정보가 한 사람에게만 머무르지 않고 의료진과 가족의 돌봄으로 이어지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렇게 고령층의 복약 정보를 기록하고 의료진과 가족에게 전달하는 플랫폼 ‘약손’이 탄생했다.
당사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지 않았다면 우리 조의 결과물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우리의 시선은 출발점에 그대로 머물렀을 것이고, 솔루션 역시 청년들의 상상 안에서 끝났을 것이다. 사회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들어야 하는 것은 언제나 당사자의 목소리였다.
특강 첫날 “잘 아는 것보다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유일한 박사의 말을 들었다. 얼마나 많이 아느냐보다 알고 있는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조가 한 일이 바로 그랬다. 서로 다른 전공을 공부하는 여섯 명이 각자의 지식과 경험을 한데 모았다.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던 고령층 복약 문제를 붙들고, 이를 실제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했다.
새로운 문제를 발견한 것이 아니라 이미 알려진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풀어낸 것, 그것이 우리 프로젝트의 가장 큰 자산이었다. 약손이 하는 일도 다르지 않다. 어르신이 어떤 약을 먹고 있는지는 이미 누군가 알고 있다. 다만 그 정보의 조각들이 한곳에 모이지 않을 뿐이다. 결국 우리의 프로젝트를 만들어낸 것은 첫날 들은 그 한마디였다.
솔루션의 이름이 ‘약손’이 된 계기는 그리 특별하지 않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클로드에게 이름을 물었고, 그중 약손이라는 제안을 받았다. 처음에는 조금 촌스럽다고 생각했지만 이유를 듣고 나니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설명은 이것이었다.
“엄마 손은 약손. 아픈 배를 쓸어주던 손. 한국인에게 치료와 돌봄, 정서적 안심을 함께 떠올리게 하는 거의 유일한 단어입니다. 이 서비스의 본질이 ‘약 관리 도구’가 아니라 곁에서 챙겨주는 손길, 즉 가족과 약사, 간호사를 잇는 연결이라는 점과 정확히 겹칩니다.”
약손은 단순히 약을 기록하는 도구가 아니다. 흩어진 복약 정보를 모아 환자와 가족, 의료진을 연결하고 곁에서 챙겨주는 손길이다.
우리 조는 약손을 프로토타입으로 남겨두지 않고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우리가 현장에서 확인한 고령층의 복약 정보 문제와 의료·돌봄 연계의 공백을 정말로 해결하고 싶다는 여섯 명의 마음이 모인 결정이다.
나는 약손이 더 큰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더 많은 사람이 이 문제를 인식하고, 누군가에게 희망의 손길을 내밀게 되기를 바란다. 결국 모두의 손이 누군가의 ‘약손’이 되는 것이다.
면접에서 주미옥 디렉터가 던진 질문 이후 줄곧 품어온 생각이 있다. “프로젝트를 마쳤을 때 어떤 그림이 그려지기를 바라나요?”라는 질문이었다. 당시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던 사람 단 한 명이라도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되는 장면이었다.
이제 약손을 통해 그 장면을 현실로 만들고 싶다.
박서연 서강대 수학과 재학생(2026 유일한 아카데미 수료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