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쟁 부문 선정작 ‘신도시케이’·‘별나라 배나무’·‘물질’ 감독 인터뷰
31개국 121편 선보이며 30일까지 진행
인류와 자연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고은상 감독의 ‘신도시케이’, 신율 감독의 ‘별나라 배나무’, 유영은 감독의 ‘물질’은 거대한 기후 담론 대신 삶의 터전에서 생태의 의미를 탐색한다.

세 작품은 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선정됐다. 영화제 개막일인 5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신진 감독 3인을 만났다.
◇ 집 앞에서 발견한 자연을 영화로 풀다
고은상 감독의 ‘신도시케이’는 갯벌을 메워 조성한 신도시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저어새 사체가 발견되고, 부검을 계기로 매립과 서식지 파괴의 문제가 드러나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는 편리한 도시 환경 뒤에 가려진 생태계의 균열과 그로 인해 주민 공동체 안에 번지는 갈등을 단편 극영화 형식으로 담아냈다.

갯벌을 매립해 조성한 송도 신도시에 거주하는 고은상 감독은 자신의 경험에서 영화의 출발점을 찾았다. 인천은 세계 최대 저어새 서식지 중 하나다. 그는 “지역 사회에서는 환경 문제를 재산권을 침해하는 부정적 이슈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며 “신도시 커뮤니티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영화로 풀어보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신율 감독은 집 앞의 버려진 배밭을 촬영 장소로 삼았다. 영화 ‘별나라 배나무’는 길고양이 급식소에서 구조한 새끼 고양이를 따라가며 개발로 사라져가는 배밭의 풍경과 그 안에 남아 있는 생명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신 감독은 “배밭은 신도시 개발로 농사를 멈춘 곳이지만 여전히 배가 열매를 맺고, 닭과 고양이, 벌 등 수많은 생명이 살아가고 있었다”며 “실제로 배밭 옆에서 손바닥보다 작은 아기고양이를 만나 같이 살게 됐다”고 말했다.

유영은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물질’은 제주도 한림읍 수원리의 해녀 양영삼씨의 일상을 따라간다.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77세 해녀의 삶과 바닷속 풍경을 기록했다.
◇ 환경을 말하는 대신 보여주다
세 감독은 모두 ‘환경 보존의 중요성’을 직접적으로 말하는 대신 장면을 통해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유영은 감독은 해녀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환경 문제 역시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닷속 장면을 보면 누구나 아름답다고 느끼고, 해녀들이 존경스럽다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며 “관객들이 이를 계기로 해녀에 관심을 갖고, 왜 이 문화가 사라져가는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보다가 환경 문제까지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고은상 감독도 신도시 커뮤니티 내 이웃끼리 갈등하는 상황을 보여주며 관객 스스로 “나라면 어떻게 판단할까”를 고민하길 바란다고 했다. 신율 감독은 배밭에 남아 있는 생명들의 모습을 통해 관객이 그 생명력의 온도를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
◇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개막…121편 선보이며 30일까지 진행
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가 ‘세계 환경의 날’인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개막식을 열고 막을 올렸다. 이날 개막식에는 홍보대사인 가수 바다와 윤도현을 비롯해 문화예술계 인사와 시민 등 1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미경 공동집행위원장은 “영화를 보고 환경 문제가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각자의 영역에서 어떤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전환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한 편의 영화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며 개막을 선언했다.
개막작으로는 다니엘 로허·찰리 타이렐 감독의 장편 다큐멘터리 ‘AI: 나는 어떻게 종말낙관주의자가 되었나’를 상영했다. 영화는 샘 올트먼 OpenAI CEO 등 AI 산업을 이끄는 주요 인물들을 인터뷰하며 인터뷰를 통해 인공지능이 인간과 사회, 환경에 미칠 영향을 조명했다.
상영에 앞서 정재승 공동집행위원장은 “인공지능은 이상기후를 예측해 폭염이나 홍수에 대응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막대한 탄소를 배출한다”며 “영화를 통해 AI를 환경 개선과 더 인간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제는 오는 30일까지 전국 각지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되며, 전 세계 31개국에서 출품된 121편의 작품을 상영한다. 올해는 공동체 상영 지원 프로그램 ‘서울국제환경영화제 IN’을 통해 전국 각지의 지역 관객과 만나는 접점도 넓혔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