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7>
[현장] 임팩트 투자, ‘기후변화’와 만나다
우리의 임팩트 투자는 지향점을 향해 제대로 가고 있는가. 지난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제주에서 열린 ‘2024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에서 아시아를 이끄는 임팩트 투자자들이 한 곳에 모여 토론하고 성찰하게 한 핵심 질문입니다.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가 2016년부터 개최한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는 임팩트 투자 기관, 자산가, 패밀리 오피스, 재단, 금융기관 등 투자자뿐만 아니라 기업가도 함께 모여 임팩트 투자의 글로벌 트렌드를 짚고, 향후 전망을 토론하는 대표적인 임팩트 투자 포럼입니다. 미디어 파트너로 협력한 ‘더나은미래’는 이번 포럼에 참여한 주요 연사 인터뷰를 비롯해 현장의 핵심 장면을 기사로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
전 세계적 문제인 ‘기후변화’의 중요도는 임팩트 투자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국제임팩트투자네트워크(GIIN·Global Impact Investing Network)의 보고서에 따르면 임팩트 투자자의 82%가 ‘기후변화 완화 및 기후 적응’을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투자와 자산 배분 비율에서도 드러난다. 2021년에만 기후 솔루션 스타트업에 308억 달러(42조2884억원원)가 투자됐으며, 지난해 기준 임팩트 투자자의 53%가 기후 관련 영역에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에너지 분야의 임팩트 자산 배분 비율은 연평균 24% 증가했다.
“전기차부터 재생에너지, 청정기 등 기후 관련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빠른 성장이 필요합니다. 1.5℃는 목표가 아니라 넘어서는 안 되는 한계이기 때문입니다. 전반적인 탈탄소화 생태계가 성장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안 먼로 에토 캐피탈 대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자본, 탄소중립을 촉진하는 자본은 어떻게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지난달 열린 ‘2024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 포럼에서 ‘기후 행동과 정책’ 세션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기후 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에는 에토 캐피탈(Etho Capital) 대표 이안 먼로(Ian Monroe), 김진영 어린이투자기금재단(CIFF·The Children’s Investment Fund Foundation) 이사,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 샤론 테오(Sharon Teo) 타라 기후재단 기후고문이 함께했다.
먼저 이들은 재단 및 필란트로피 성격의 사업이 어떻게 하면 기후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논의했다. 김진영 어린이투자기금재단 이사는 최근 청정투자가 경쟁력을 갖게 됐음을 언급했다. 아디스아바바·베이징·런던·나이로비·뉴델리에 사무소를 둔 어린이투자기금재단은 2002년 영국 헤지펀드 설립자인 크리스 혼(Chris Hohn)이 설립한 자선단체다. 어린이투자기금재단은 17억900만 달러(한화 약 2조3516억원) 규모의 보조금 중 절반에 달하는 8억8600만 달러(한화 약 1조 2188억원)를 기후변화 대응에 투자하고 있다.
김 이사는 “기후 관련 투자의 85%가 선진국에서 이뤄지며 아시아를 포함한 개도국은 15% 정도”라며 “아시아 지역에서 자본 유입에서의 불균형이 있기에 필란트로피가 새로운 기후 자본의 주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타라 기후재단의 샤론 테오 기후고문 또한 기후 관련 투자의 규모가 확대되는 것에는 동의했으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조화로운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1년 설립된 싱가포르의 타라 기후재단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등 아시아 지역의 기후 관련 에너지 사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재단이다.
그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의 기후 관련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아시아 개별 국가에서 탄소세를 도입하지 않으면 효과가 미미하다”며 “가장 큰 문제는 정책 부재가 아닌 정책이 실정에 맞지 않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차원에서 정책을 도입하더라도 국가 차원에서 변화를 일으키기 어렵다는 의미다.
기존 기후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신재생에너지 보조금 정책을 언급하며 “시도 자체는 좋았으나 금액이 에너지 전환에 기여할 정도로 충분하지는 않았다”고 평했다. 또 “새로운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광범위한 산업과 잘 맞는 방식으로 수립되지 않는다면 결국 서류로만 남게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해결책으로는 ‘협력’과 ‘애드보커시(Advocacy)’가 꼽혔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기후와 관련된 콘텐츠를 생산하는 환경 싱크탱크 기후솔루션은 영국의 자선펀드와 함께 일하고 있다”며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들과 협력해야 정책에 영향을 미쳐 실효성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안 먼로 대표는 “정부와 기업에 기후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않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에토 캐피탈의 소송 사례를 소개했다. 에코 캐피탈은 기후 관련 투자와 함께 ESG 컨설팅도 진행하는 미국의 투자 회사다. 대표적으로 운용하는 펀드는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저탄소 기업에 투자하는 ‘ETHO ETF’로, 화석연료 관련 기업을 비롯해 DEI 차별과 강제 노동 등 ESG 관련 리스크가 있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ETHO EFO의 운용 자산 규모는 약 1억8770만 달러(한화 약 2578억원)에 이른다(11월 4일 기준).
에토 캐피탈은 투자 과정에서 화석연료 관련 기업을 배제하는 규정이 있다. 화석연료 기업이 많은 텍사스주는 ‘반ESG법’에 따라 에토 캐피탈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이에 지난 8월 에토 캐피탈을 비롯한 미국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연합은 텍사스주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도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샤론 테오 기후고문은 탈석탄화 과정에서 발전소 소유주와 같은 자본가에게만 보상이 주어진다는 것을 지적하며 “사실상 기후 관련 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람은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에 필란트로피 사업이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안 먼로 대표 또한 이에 동의하며 “전환 과정에서 지역 사회의 피해가 있다는 것을 고려해 피해를 보는 사람에게 보상이 주어질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제주=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