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5일(금)

“AI가 불평등을 심화시키지 않으려면 ‘누구’를 위해 ‘왜’ 필요한지 먼저 질문해야”

2024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2>
[인터뷰] 아밋 프라드한(Amit Pradhan) 레인폴 대표

우리의 임팩트 투자는 지향점을 향해 제대로 가고 있는가. 지난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제주에서 열린 ‘2024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에서 아시아를 이끄는 임팩트 투자자들이 한 곳에 모여 토론하고 성찰하게 한 핵심 질문입니다.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가 2016년부터 개최한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는 임팩트 투자 기관, 자산가, 패밀리 오피스, 재단, 금융기관 등 투자자뿐만 아니라 기업가도 함께 모여 임팩트 투자의 글로벌 트렌드를 짚고, 향후 전망을 토론하는 대표적인 임팩트 투자 포럼입니다. 미디어 파트너로 협력한 ‘더나은미래’는 이번 포럼에 참여한 주요 연사 인터뷰를 비롯해 현장의 핵심 장면을 기사로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챗GPT와 한 번 대화를 나눌 때마다 물 500ml가 사라진다. AI 채용 시스템에는 ‘편향성’ 논란이 따라붙는다. AI와 블록체인을 비롯한 첨단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사회문제를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술이 사회를 이롭게 만들 것이라고 ‘100퍼센트’ 확신하는 AI 전문가가 있다. 지난 25년간 AI 영역에서 활동해 온 아밋 프라드한(Amit Pradhan)이다.

AI와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된 여행 비서 ‘메지(Mez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아이옵시스(Iopsis)’ 등 다수의 스타트업을 창업해 온 아밋은 2020년 개인 AI 플랫폼 ‘레인폴(Rainfall)’을 설립했다. 레인폴은 ‘데이터를 통해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하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AI 기업이 우리의 데이터로 경제적 이득을 취한다면, 그 데이터를 제공한 개인에게도 수익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밋은 기업가인 동시에 투자자이기도 하다. 그는 글로벌 투자자 네트워크인 실리콘밸리 블록체인 소사이어티(SVBS)의 공동 창립자 겸 회장이다. 또 BMW 재단, 노르웨이 난민 위원회 등 비영리 영역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2024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 연사로 방한한 아밋을 지난 16일 만나 ‘책임감 있는 AI’에 대해 물었다.

개인 AI 플랫폼 ‘레인폴(Rainfall)’ 대표 아밋 프라드한(Amit Pradhan)의 모습.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AI 스타트업 대표부터 SVBS 회장, BMW 재단 리더와 노르웨이 난민 위원회 위원까지 영리와 비영리를 넘나들며 정말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내게 시간을 어떻게 나누느냐’고 묻는다. 나는 시간을 나누기보다는 곱하고 있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술은 BMW 운전자나 시리아에서 탈출한 난민 모두에게 동등한 혜택을 줘야 한다. 이 모든 일의 본질은 ‘최첨단 기술을 통해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기술이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비판도 있다. 

“물론 기술이 기술 자체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면 불평등을 일으킬 수 있다. 페이스북으로 인한 SNS의 발달은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그래서 기술의 목표를 ‘순 긍정적 임팩트(net positive impact)’로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핵은 전 세계에 전력을 공급할 수도 있지만, 특정 지역을 완전히 파괴할 수도 있다. 인터넷 또한 우리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꾼 것도 많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범죄도 매일 증가하고 있다. AI 또한 그럴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이 사회를 이롭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왜 이 기술을 만드는지에 대한 철학적 기반이 있다면, 기술이 우리 사회를 이롭게 만들 것이라고 100퍼센트 확신한다. 나는 항상 ‘무엇’과 ‘어떻게’를 생각하기 전에, ‘왜’와 ‘누구를 위해’를 먼저 생각한다(I always think about the why and the who before I think about the what and the how). 과거에는 기술을 먼저 만들었다. 왜 기술을 개발하는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질문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질문을 하기 시작하는 기술 창업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기술에 대한 두려움은 현실적이다. 기술은 언제나 늘 좋은 방향으로 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나쁜 소식을 마주하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첨단기술을 활용해 지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도 언제나 있다. 더 많은 창업자가 책임감을 느끼고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올바른 방식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당신과 함께하고 싶다’고 말하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책임감 있는 AI’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밋 프라드한(Amit Pradhan)이 16일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책임감 있는 AI’라는 표현이 흥미롭다. 어떤 개념인지 설명해준다면.

“AI 활용의 다양한 방면에서 ‘책임감’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임감은 넓은 개념이다. AI가 더 정교해지면서 개발자는 더 이상 모든 과정에 관여하지 않게 됐다. 때로는 AI가 어떻게 결정을 내렸는지 파악하기조차 어렵다. 그래서 최근에는 AI가 결정을 내린 이유를 감시하는 투명성 모델이 있어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다. AI가 ‘누구의 손에 있는가’도 살펴봐야 한다. 오픈AI는 비영리 조직으로 시작했다. AI가 잘못된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책임감 있게 관리해야 한다는 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얼마나 그 비전에서 멀어졌는가. 책임감 있는 AI는 전체 생태계를 바라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AI의 이익이 인간의 이익을 초월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책임감 있는 AI’를 확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실제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다. 책임감 있는 AI 모델을 구축하는 기업에 투자하기 시작하면, 기업가도 책임감 있는 AI를 만들 것이다. 하지만 자본이 유입되지 않는다면 그들은 ‘쉽게’ 갈 수밖에 없다.”

임팩트 투자’가 중요하다는 말로 들린다.

“임팩트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지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며 재정적 수익을 함께 창출한다’고 표현할 수 있다. 나는 모든 비즈니스를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투자자는 트렌드를 따르고, 좋은 투자자는 트렌드를 이끈다. 뛰어난 투자자는 ‘사회문화적 흐름’을 읽는다. 앞으로 10년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날지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임팩트 투자는 기본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다. 나에게 있어 임팩트를 창출하지 않는 사업은 재정적으로 투자할 가치가 없는 사업이다. 향후에는 임팩트를 고려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해 더 이상 굳이 언급하지 않게 될 것이다.”

제주=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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