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적응·탈탄소화 지연 땐 보험료 등 비용 증가 우려
세계서 가장 위험한 데이터센터 허브는 ‘중국 장쑤성’
기후 재난으로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6% 이상이 심각한 손실 위험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온실가스 배출이 지금처럼 지속되면, 데이터센터 인프라 손실과 보험료 급등, 운영 차질 등 디지털 경제 전반에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호주의 기후위험 평가기관 상호의존성 이니셔티브(이하 XDI)는 9일 발표한 ‘2025 글로벌 데이터센터 물리적 기후 위험 및 적응 보고서’에서, 전 세계 데이터센터 8868곳의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XDI는 재난 위험에 따라 데이터센터를 고·중·저위험군으로 분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데이터센터는 전체의 6.25%다. 고위험군은 ‘기후 재난에 따른 최대 손실 예상치(MVaR)’가 자산 가치의 1% 이상인 시설이다. 중위험군(15.79%)은 0.2% 이상~1% 미만인 경우, 나머지는 저위험군으로 분류됐다.
특히 고위험군 데이터센터는 보험료 급등이나 보험 가입 거부 가능성이 높다. 중위험군 역시 보험료 상승 압박이 커지고 있다. XDI는 “온실가스 감축과 물리적 적응 투자가 지연되면, 데이터센터들은 수십억 달러의 피해와 함께 운영 차질, 보험료 폭등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50년까지 보험료가 최대 4배로 치솟을 가능성도 지적됐다.
탄소 배출이 계속되면 고위험군 비율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이 4도 상승하는 시나리오에서, 2050년 고위험군 비율은 7.13%, 중위험군은 19.6%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XDI는 2050년 가장 위험한 데이터센터 허브 100곳을 선정했다. 중국 장쑤성이 1위(고위험군 64%)를 기록했으며, 인도 우타르프라데시(61.9%), 독일 함부르크(58.33%), 중국 상하이(49.02%), 러시아 모스크바(30%)가 뒤를 이었다.
서울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서울은 33개 데이터센터 중 6.06%가 고위험군으로 평가돼 전체 46위를 기록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은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기후 위험도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APAC 지역의 고위험군 비율은 2025년 10곳 중 1곳 이상, 2050년엔 8곳 중 1곳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칼 말론 XDI 설립자는 “데이터센터는 글로벌 경제의 조용한 엔진이지만, 기후 재난 앞에서는 매우 취약하다”며 “운영자와 투자자, 정부 모두 인프라 복원력 강화와 탈탄소화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주요 위험요인으로 하천 범람, 해안 침수, 강풍, 산불, 동결·해동, 열대 폭풍, 가뭄에 따른 토양 수축 등을 꼽았다. 폭염은 물리적 인프라 손상 가능성이 낮아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