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국가적 재난이며, 곧 기본권의 위기다.”
7월 17일 제헌절을 맞아, 각계 각층의 노동자와 시민들이 모여 국가에 기후재난 대비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대한민국 헌법 제34조 제6항(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에 따라, 국가가 국민을 기후위기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것. “기후변화가 기후재난이 돼 일상과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정리했다.
조선형 수녀
“지금의 기후재난은 단순한 기상이변이 아니다. 기후재난은 뿌리 깊은 불평등의 경계선을 따라 약한 생명부터 무너뜨리고 있다.”
장성수 오송참사 유가족
“1년 동안 참사 날 내가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후회 속에서 살았다. 그런데 정작 사건의 책임자들은 책임을 회피하기에 바빴다. 오송참사는 공무원의 부실한 감독과 법 위반으로 일어난 결과다. 그러므로 철저한 진상조사와 적절한 처벌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같은 참사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박세중 건설노동자
“건설 현장은 근처보다 평균적으로 체감온도가 6.2도나 높다. 벌겋게 달아오른 철근 옆에서 건설 노동자는 온몸으로 기후위기를 느낀다. 법적으로 노동자는 작업 중지를 할 권리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 그러므로 사업주가 나서서 건설 현장의 온도와 습도를 재고 일정 수준을 넘기면 노동자들이 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허보기 가스검침원
“하절기엔 격월로 검침해도 된다는 규정이 유명무실한 현실이다. 서울시는 넉 달 동안 격월검침을 권고하고 있지만, 노동 현장에선 한 달짜리 제도다. 무더위로부터 노동자를 지키기 위해 서울시의 권고를 따랐는데 징계가 떨어졌다.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하절기 격월검침 완전 시행을 요구한다.”
김지수 배달노동자
“폭우, 한파 등 극한 기후가 찾아오면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타고 도로에 나가는 배달노동자의 생명은 위협받는다. 정작 플랫폼은 추가 배달운임과 프로모션을 통해 노동자들을 재해로 유인한다. 안전을 위협받는다면 일을 멈춰야 한다. 기후재난으로 일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자동으로 급여를 지급해 노동자의 생계를 보호하는 기후실업급여의 도입을 제안한다.”
박상호 택배노동자
“지난 4일 경북 경산에서 한 택배 노동자가 빗속에 배달하다가 숨졌다. 당시 경산은 이틀 동안 비가 180mm나 쏟아졌지만, 회사는 배송을 중단시키지 않았다. 택배노동자들은 특수고용 형태로 회사와 계약한다. 당시 그 택배노동자에겐 업무를 중단할 권리가 없었다. 일하다 죽기 위해 태어난 노동자는 없다. 모든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이 필요하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2년 전 관악구와 동작구에서 반지하 사망사고가 일어난 후, 서울시는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고 했다. 20만이 넘는 반지하 가구 중 지상으로 옮겨간 건 5000여 가구뿐이다. 두 지역을 침수위험지구로 지정하려고 해도 집값이 떨어진다는 반발 때문에 지자체는 지정을 머뭇거린다. 비는 똑같이 내리지만, 피해는 불평등한 사회 구조에 따라 나타난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yevi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