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공간은 ‘화물차 주차장’으로, 시니어에겐 ‘일자리’를

[인터뷰] 서대규 빅모빌리티 대표 한국의 화물차 기사들은 하루 중 14시간을 운전대에서 보낸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2022년 조합원 190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 달 평균 24일 출근해 339시간을 일한다. 이는 한국 노동자 평균(173.8시간)의 2배에 달한다. 물류 전문가들에 따르면, 화물차주들은 14시간 일하고도 바로 귀가하지 못하는데 주요 원인은 화물자동차 대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차고지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제21조에 따르면, 오전 00시부터 4시 사이 1시간 이상 주차는 해당 운송사업자의 차고지, 공영차고지 등에 해당하는 시설 및 장소에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운영 중인 화물차 공영차고지는 39곳, 주차 면수는 9665대에 불과하다. 국내에 등록된 영업용 화물차 총 52만5303대의 1.8%에 해당되는 주차면만 확보된 것이다(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실·국토교통부 자료).  부족한 차고지 문제는 불의의 사고로도 이어진다. 올해 4월에도 배달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20대 청년이 11.5t 화물차를 들이받아 목숨을 잃었다. 이유는 인근 아파트 진입로에 불법주차된 화물차 때문이었다. 같은 달 이천시에서도 1t 트럭 운전자 30대 한 남성이 왕복 2차선 도로변에 주차돼 있던 14t 화물차를 들이받아 숨진 바 있다. 서울시·경기도 자료에 따르면 차고지 위반 밤샘주차 차량을 들이받고 숨진 사람은 한 해 평균 200명 선으로 추산된다. 민간에서 제공하는 민영 주차장, 주유소 등에도 화물차 주차가 가능하지만, 월 50만원에 달하는 비싼 주차비와 정보 검색 어려움, 순번 대기 등의 이유로 주차가 어려운 실정이다.  ◇ 화물차 주차장 1호점 여니, 1주일 만에 ‘만차’  이러한 문제에 대안을 제시하는 기업이 나타났다. 서대규 대표가 지난해 4월 설립한 (주)빅모빌리티다. 빅모빌리티는 상용차(商用車) 전용 주차장을 운영하며, 검색 플랫폼인 ‘트럭헬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상용차 운전자들은 트럭헬퍼를 통해 월 평균 25만원 정도의 비용을 내고, 고정 주차장을 확보할 수 있다. 앱에서는 주차 가능한 공간을 안내하고, 차고지 증명 대행 서비스 등도 제공한다. 서 대표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舊 한국타이어)에서 14년 동안 근무하다, 지난 2022년 1월 신사업기획팀에서 지금의 트럭헬퍼 사업을 기획했다. 그는 “무엇보다 자녀들에게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창업 계기를 밝혔다. 회사 측과의 협의 끝에 상용차 시장, 그중에서도 주차 문제 해결에 뛰어들기로 했다. 맨땅에 헤딩이었다. 사업 초기 자금부터 마련해야 했다. 우선, 2022년 5월에 창업진흥원 예비창업패키지에 지원해서 6000만원을 받았다. 그 자금으로 트럭헬퍼 홈페이지와 홍보 동영상 등을 제작했다. 이후엔 40여 곳의 땅을 직접 찾아다닌 끝에, 지난해 1월에 용인시 처인구에 1호점을 열었다. 80평 규모로, 한 대형 식당의 주차장 일부였다.  소비자들의 요구도 살폈다. 실제 화물차주들의 주차 어려움을 체감하기 위해 약 10명의 화물차주 영업용 차량에 함께 탑승하고 하루 일과를 쫓아다니기도 했다. “화물차주분들이 식사는 어떻게 하시는지, 기름은 어떻게 넣으시는지, 일과 후에 주차는 어떻게 하시는지 다 따라다녔죠.”  이 과정에서 홍보를 위한 ‘꿀팁’도 얻었는데, “밤 12시에서 새벽 4시 사이에 화물차에 전단지 꽂아놓으면 직방일 것”이라는 화물차주의 조언이었다. 조언대로 며칠 동안 전단지 꽂는 일에 매진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1호점이 1주일 만에 만차가 된 것이다.  ◇ 시니어 특화 일자리로 가맹사업 확대 예정… 도전은 계속된다 지난해 4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로부터 독립해 본격 사업에 뛰어들었다.

“고령화, 새로운 비즈니스와 투자 기회 될 수 있어”

[대담] HGI 남보현 대표·트리플라잇 이은화 대표 시니어 1000만 명 시대에 들어섰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1000만 62명으로 전체 주민등록인구(5126만 9012명)의 19.51%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빠르면 올해 연말,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초고령사회란 65세 이상 인구가 총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를 말한다.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임팩트 투자사 에이치지이니셔티브(이하 HGI)와 임팩트 전략·측정 전문 솔루션 기업 트리플라잇은 최근 ‘투자사를 위한 사회문제와 산업 분석 : 고령화’ 리포트를 발간하며, 초고령사회가 야기할 실버산업의 변화가 새로운 비즈니스와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지속가능한 투자 전략을 통해 고령화 문제 해결의 임팩트를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23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이번 리포트 발간을 기획하고 발간한 HGI 남보현 대표와 트리플라잇의 이은화 대표를 만나 ‘투자사 관점에서 바라본 고령사회의 해법’을 물었다. ―투자사를 위한 사회문제 심층 분석 리포트를 발간한 계기와 첫 번째 주제로 ‘고령화’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남보현=사회문제의 불확실성과 변화는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첫 번째 주제를 고민하다가 사회이슈와 자본시장의 기회가 맞물릴 수 있는 영역이 ‘인구구조의 변화’라고 생각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는 고령 인구의 급격한 변화부터 심층적으로 분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은화=기후 위기 못지않게 한국의 인구구조 변화, 그중에서도 고령화에 대해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남 대표가 고령화와 관련된 사회문제를 분석해

런던디자인어워드에서 주목한 국내 디자인, 보행 보조기구에 ‘온기’를 더하다

[인터뷰] 조성환 유니체스트 대표 지난달, 국내 디자인 기업 유니체스트가 목발, 보행기 등에 설치하는 온열필름 손잡이 모듈로 ‘2024 런던디자인어워드(London Design Awards)’에서 골드상을 수상했다. 런던디자인어워드는 제품, 그래픽, 건축 등 약 10개 분야의 전 세계 디자이너와 기업이 참여하는 국제대회다. 분야별 올해의 디자인, 플래티넘 위너, 골드 위너, 실버 위너 등 4개 상을 수여한다. 매년 전 세계에서 약 2000점이 출품되는데, 한국 기업이 이 중 제품 디자인 분야 2등을 차지한 것이다. 어떤 고민으로 이 제품을 개발한 것일까. 지난 4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유니체스트 사무실에서 “수익만을 쫓는 것이 아니라, 가치 있고 의미 있는 디자인을 전하고 싶다”는 조성환(39) 대표를 만나 제품 개발 스토리를 물었다. 조 대표는 이날 디자인한 모듈을 직접 가져와 소개했다. 모듈은 텔레비전 리모컨보다도 작은 크기였다. 기자가 모듈을 잡아보니 한 손에 쏙 들어왔다. 흡사 바나나를 쥔 것처럼 오동통한 외형은 한 손에 편안하게 감겼다. 손잡이 전면부 위와 아래에 하나씩 설치된 둥그런 버튼이 눈에 띄었다. 조 대표는 “버튼이 모듈의 핵심으로 윗면은 온열 기능, 아랫면은 조명 기능이다”라며 “보행 보조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추운 날씨에 느낀 불편함을 해결하고, 야간 보행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유니체스트가 해당 모듈 개발을 시작한 건 지난해 초다. 애견용품 판매 업체인 한케어의 한정석 대표가 강아지 리드줄에 온열과 조명 기능을 장착한 제품을 개발하자고 한 것이 계기였다. 소아마비 장애가 있던 한 대표는 “비슷한 기능을 넣은 보행 보조기기 손잡이 모듈도

루스 샤피로 캡스 대표가 DGI 2024 발표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아름다운재단
“정부와 공익단체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효율적 방법을 모색하는 파트너”

[인터뷰] 루스 샤피로 캡스(CAPS) 대표 수학시험의 주관식 문제는 답을 틀려도 풀이 과정이 맞으면 부분 점수를 받는다. 결과만큼 결과를 끌어낸 과정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기부도 마찬가지다. 매년 한국의 기부 순위가 발표되고 기부가 저조하다는 말들이 오가지만, 정작 그 이유는 알쏭달쏭하다. 아시아 필란트로피 소사이어티 센터(Center for Asian Philanthropy and Society, 이하 캡스)가 기부 환경에 대한 연구 과정에서 ‘왜’에 집중하며, 기부 통계 이면의 ‘맥락’을 짚어내는 이유다. 범위도 아시아로 좁혔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서구 사회와는 기부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캡스는 2018년부터 공익활동평가지수인 Doing Good Index(이하 DGI)를 통해 아시아의 기부 여건을 분석하고 있다. 어떤 아시아 국가가 기부를 비롯한 공익 활동을 하기 얼마나 좋은지, 인프라와 제도가 부족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캡스의 루스 샤피로(Ruth A. Shapiro) 대표는 아시아 내 주요 기업인들의 모임인 ‘아시아 비즈니스 위원회’에서 10여 년간 사무총장을 역임한 인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전문가다. ‘기업은 왜 더 많이 기부하지 않는가’라는 고민은 아시아의 전반적인 기부 환경에 대한 연구까지 이어졌다. 낮은 신뢰 문제를 해결해야, 더 많은 민간의 자산이 투입될 수 있다고 봤다. 지난달 28일,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는 용산구 아메리칸디플로머시하우스에서 세미나를 열고 캡스의 2024년도 DGI 결과를 공유했다. 이번이 네 번째 조사 결과 발표다. 세미나 참석차 한국을 찾은 샤피로 대표에게 현시점에 진단하는 한국 기부 환경과 미래에 대해 물었다. 꾸준한 사회적 기업의 성장, 여전히 답답한 규제 샤피로 대표는 2017년, 2018년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사회적

생후 4개월에 장애인이 된 아들과 함께 보낸 30년, “행복을 찾았습니다” [우리 이웃 이야기]

[인터뷰] 책 ‘어느 날 갑자기 내 아이가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박현경 저자 12살에 엄마를 잃었다. 삐걱거리던 청소년기를 지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했다. 선물처럼 첫 아이가 찾아왔을 땐 암울했던 과거는 모두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화창했던 봄은 잠시뿐이었다. 아이가 생후 4개월이 된 어느 날, 초점을 잃고,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된 것이다. 박현경(58)씨와 큰아들 신우창(30)씨의 이야기다. 박씨의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같던 시간도 30년이 지났다. 이젠 웬만한 건 ‘그럴 수 있지’ 한다. 무뎌진 걸까. 아니다. 박씨는 행복을 찾는 법을 배웠다. “늘 행복할 수는 없지만, 매일 행복한 순간은 있다. 행복에 초점을 맞추니 무탈한 하루마다 다행이고 감사한 순간이 공기처럼 넘친다.” (책 ‘어느 날 갑자기 내 아이가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中) 최근 출판된 책 ‘어느 날 갑자기 내 아이가 장애인이 되었습니다’에는 박씨의 굴곡진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난달 24일, 박씨를 그가 근무하는 서초심리상담센터에서 만났다. 목젖이 보이도록 까르르 웃던 아이가 하루아침에 나무토막처럼 변한 1994년 6월 16일. 예방 접종 다음 날이었다. 박씨는 아직도 그날이 생생하다. 아이가 우유 먹을 시간이 지났는데도 울지 않았다. 안아보니 팔다리가 솜처럼 축 늘어진 채 눈동자는 초점 없이 가운데로 몰렸다. 연체동물처럼 변해버린 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달렸다. 검사 결과, 저산소증으로 뇌 손상을 입고 시력마저 전혀 없는 상태였다. 주변에선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거라고들 했다. 하지만 7년여 동안 대학병원 간호사로 근무했었던 박씨는 직감했다. 아이의 완전한 회복은 어려울

“왜 사람들은 기부단체를 믿지 못할까?”

[인터뷰] 책 ‘기부불신’ 이보인 저자 “믿을 만한 기부 단체가 있긴 해?” 흔히 들리는 볼멘소리다. 작년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기부를 한 적이 있는 사람의 비중은 23.7%로 10년 전(34.6%)보다 10%p나 줄었다. 기부 불신은 기부하지 않는 이유 3위(10.9%)를 차지했다. 연말 구세군 모금함 소식에도, 사랑의열매 사랑의 온도탑이 100도를 달성했다는 뉴스에도 냉소와 비아냥이 섞인 댓글을 찾는 것은 어렵진 않다. 한국 사회의 만연한 기부 불신을 파헤친 사람이 있다. 지난달 24일 발간된 책 ‘기부불신’의 이보인 저자는 한국 기부문화의 현실을 보여주며, 왜 기부단체를 믿지 못하는지 조목조목 이야기한다. 대형 기부단체 7곳(사회복지공동모금회, 월드비전, 초록우산,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세이브더칠드런, 사회복지법인 굿네이버스)의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자료와 홈페이지를 ‘기부자’의 시선에서 꼬박 3년간 분석하고, 뜯어봤다. 이보인 저자는 SK텔레콤에서 SK행복나눔재단 ‘행복도시락’ 업무를 담당하며 비영리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하버드 케네디 스쿨을 거쳐 넥슨에서 ‘넥슨컴퓨터박물관’과 넥슨재단 설립을 주도하고, 다시 행복나눔재단으로 돌아왔다. 현재 행복나눔재단의 전략기획팀 본부장으로, ‘100% 기부금 전달’에 초점을 맞춘 ‘곧장기부’ 플랫폼을 실험하고 있다. ◇ 기부단체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 -책 제목과 표지가 강렬하다. ‘기부불신’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기업에서 사회공헌 업무를 하다가 비영리로 오면서 지인들로부터 기부단체에 대한 불신이 담긴 숱한 이야기를 들었다. 비영리 생태계를 잘 몰라서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기부 불신 때문에 기부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체감한 거다. 나도 궁금했다. 기부 불신으로 기부금이 줄어들면 결국 피해는 소외계층에게 향한다. 원인을 진단하면, 해결책도 나올

국내 최초 ‘다중투입방식’ 수거로봇 출시…“올바른 재활용 문화 확산 기대”

[인터뷰] 박승권 잎스 대표 네모난 투입구에 크고 작은 투명 페트병 20여개를 우르르 쏟아 버렸다. 한 2초 흘렀을까. ‘꽈드득’ 씹는 소리가 들렸다. 기기를 열어 보니 수거함에는 구멍이 뚫려 압축된 투명 페트병들이 놓여있었다. 지난달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는 페트병을 넣으면 재활용 가능 여부를 선별하는 빨간색 인공지능(AI) 로봇이 설치됐다. 로봇은 투명 페트병만을 구별해 압착하고 나머지는 반환한다. 로봇공학 스타트업인 잎스가 2년 간의 개발 끝에 선보인 국내 최초 다중투입방식 수거로봇 ‘모이지(Mo-EZ)’다. 잎스는 SSG과 함께 분리배출에 참여하는 관람객을 위해 추첨을 통해 경기 중 선수가 실제 사용한 ‘친필 사인 리사이클 배트’ 등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지난달 28일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 A씨는 “SNS 이벤트를 보고 왔는데 환경적으로도 기여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경기장 인근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를 주워왔다는 초등학생 관중도 있었다. B군은 “떨어진 쓰레기에 음식물이 묻어 있어서 씻어서 가져왔다”고 했다. 실제로 이벤트를 시작한 지난달 24일부터 일 평균 약 500개의 페트병이 수집됐다. 심지어 우천으로 시작 직전에 경기가 취소됐던 지난달 26일에도 페트병 400여개가 모였다. 15배 빨라진 선별 속도…인구밀집 지역에 적합 잎스를 설립한 박승권(43) 대표는 수원대에서 화학공학과를 졸업했고 아주대에서 환경공학 석사학위를 받은 공학도다. 졸업 후 전공을 살린 진로를 고민하다 2019년 8월, ‘지구 대기를 정화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공기질 모니터링 시스템 ‘잎스온(EAPS ON)’을 개발해 출시했다. “사실 창업하고 얼마되지 않아 코로나19로 위기가 왔어요. 지인으로부터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예비 사회적 기업 사업화 프로그램’에 대해 들었어요. 아이템을 실제 사업으로

기부금 6억에서 370억… 20년 여정 마치고 한국가이드스타 사무총장으로

[인터뷰] 박두준 한국가이드스타 사무총장 박두준 아이들과미래재단 상임이사(60)가 ‘기업 사회공헌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복지’ 영역에서의 20년 여정을 마치고, 오는 6월 1일 한국가이드스타 사무총장으로 복귀한다. 그는 2008년에 출범한 공익법인 평가 기관 한국가이드스타의 설립 멤버로 2018년까지 사무총장을 겸직했다. 아이들과미래재단은 2000년 3월 벤처기업가들이 뜻을 모아 설립한 사회복지법인이다. 한국종합기술금융(현 KTB투자증권)을 주축으로 옥션, 다음커뮤니케이션, 버추얼텍 등 25개 벤처기업이 출연한 56억원의 기금이 씨앗이 됐다.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시작과 달리 벤처붐이 꺼지며 위기가 왔다. 초창기 합류했던 멤버들은 각자 살 길을 찾아 떠났다. 2004년 우여곡절 끝에 그는 ‘아이들과미래’ 사무국장이 됐다. 사람도 없고, 돈도 없었다. 직원 4명에 사업비는 거의 바닥나 있던 상태, 그는 아이들과미래재단의 구원투수였다. 당시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며 ‘기업 사회공헌’을 전문영역으로 선택하고, 하나씩 실마리를 풀어나갔다. 삼성증권의 청소년 경제 교육 사업을 시작으로, 아동과 청소년을 지원하는 기업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했다. 미국의 기업 사회공헌 매뉴얼을 번역해 발간하기도 했다. 그가 ‘아이들과미래’에 입사한지 올해로 20년, 2004년 6억 남짓했던 기부금은 지난해 370억으로 늘었다. 올해 아이들과미래재단의 기부금 약정금액은 약 500억원.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지난해보다 100억 이상 많은 금액이다. 소위 잘나가는 조직에서 새로운 도전을 선택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상임이사 퇴임식을 열흘 가량 앞둔 지난 8일,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한결 홀가분해보였다. 그는 한국가이드스타 사무총장으로의 복귀를 앞두고 “국내 기업 재단을 활성화하는 것이 마지막 과제”라며 포부를 밝혔다. 한국에서는 기업 재단의 역할에 대해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금까지

15년 도전해 매출 50억… ‘정신장애인은 일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다

[특별 대담] ‘향기내는사람들’ 임정택·이민복 대표 경북 포항에 위치한 한동대에 10평 남짓한 커피숍이 들어선지 1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이 카페는 현재 전국에 35개 지점을 운영하며, 필리핀에도 매장을 열었다. 장애인 중에서도 사회 통합이 유독 어렵다는 정신장애인이 바리스타로 일하는 카페, 장애인이 매장 뒤켠이 아니라 앞서서 손님들과 소통하는 카페, ‘히즈빈스’ 이야기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50% 이상 급성장하며 매출 50억을 돌파했고, 직간접적으로 고용하는 장애인만 200명이 넘는다. 지난 17일, 더나은미래는 ‘장애인의 날’을 맞아 카페 히즈빈스를 운영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향기내는사람들’의 임정택·이민복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9년 전 본지 취재로 포항에서 만났던 30대 초반의 청년 대표는 어느덧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임정택 대표가 대학생 때 히즈빈스를 창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민복 대표와의 인연이 궁금하다. 이민복=2008년 외국계 컨설팅 회사의 한국 지사 창업 멤버로 시작해 대표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 히즈빈스를 조명했던 더나은미래 기사(2015년 6월 23일자)를 읽었다. 회사가 인상 깊어서 ‘이런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창업하면서 10년 일하고 이직을 고민하고 있던 터, MYSC를 통해 사회적기업 대표를 대상으로 영업 전략 및 제안서 작성과 관련된 컨설팅 강의를 의뢰받았다. 당시 20곳 정도 사회적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는데, 그 중 한 분이 임 대표였다. 임정택=히즈빈스를 운영하면서 ‘장애인 일자리 문제 해결의 열쇠는 기업이 쥐고 있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그렇다면 기업이 장애인을 잘 고용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당시 회사에는 B2B 비즈니스를 담당할 전문 인력이 없었다. 계속 고민 중에

“회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엔진입니다” [닥터 브로너스 CEO 인터뷰]

2010년 국내 최초 프리미엄 공익섹션으로 탄생한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창간 14주년을 맞았습니다. 더나은미래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우리 사회를 이롭게 만드는 공익 이슈를 더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확산하기 위해 콘텐츠 파트너와의 협력을 시작합니다. 첫번째 파트너는 무신사가 운영하는 지속가능 라이프스타일 전문관 ‘무신사 어스’입니다. 무신사 어스가 2024년 지구의 날을 맞아 기획전과 함께 진행한 닥터 브로너스의 데이비드 브로너 CEO 인터뷰를 전합니다. 데이비드 브로너 닥터 브로너스 CEO 인터뷰 무지갯빛 라벨링으로 익숙한 브랜드, 닥터 브로너스. 다양성을 존중하고, 사람과 동물,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를 위해 비누 한 병에 가치를 담는 브랜드다. 사람과 동물, 지구에 대한 메시지 등 기업 철학이 제품 라벨 전면에 빼곡히 쓰여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닥터 브로너스는 독일의 유대인 비누 제조 가문 출신 엠마누엘 브로너가 1948년에 설립한 기업으로, 북미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천연 비누 브랜드다. 닥터 브로너스의 데이비드 브로너 CEO는 본인을 우주적 참여 책임자(CEO·Cosmic Engagement Officer)라고 명명한다. 그는 “회사뿐 아니라 더 큰 의미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우주 전반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일으킬 수 있는 참여 방식을 구상하고, 감독하고, 구현하는 것이 CEO로서 나의 주요 역할임을 뜻한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닥터 브로너스는 16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브랜드로, 당신은 5대 패밀리 비즈니스 종사자다. 창업자인 엠마누엘 브로너는 사람과 지구를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이 철학을 계승하기 위해 진보시킨 전략이 무엇인가. 데이비드=나와 동생(마이클 브로너 회장)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 곳곳에 할아버지의 철학이 스며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우리가

지난 7일 패스트리테일링 그룹의 임원 닛타 유키히로가 한국에 방문했다. 그는 “기업은 비즈니스를 통해 해당 문제 해결을 도와야 한다"고 전했다. /유니클로
“지속가능성도 투자 개념…신사업 개발과 브랜딩 자산으로 이어져”

[인터뷰] 패스트리테일링 그룹 글로벌 지속가능성 담당 임원 닛타 유키히로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에 따르면 패션 산업은 전 세계 탄소 배출의 약 10%를 차지한다. 면화 한 벌을 제작하는 데 물이 약 2700리터 필요하다는 세계 물위원회의 연구 발표도 있다. 한편 소비자들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가 2020년 영국 및 독일 소비자 2000명을 설문 조사한 바로는, 57%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라이프스타일을 크게 바꿨다고 응답했다. 2022년 MZ세대 소비자 889명 조사에서도 25%가 중고품을 구입하거나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등 친환경 소재로 만든 의류를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글로벌 패션 기업의 지속 가능성 전략은 얼마나 준비됐을까. 지난 7일, 더나은미래는 유니클로 모회사 패스트리테일링 그룹의 글로벌 지속 가능성 담당 임원인 니타 유키히로(Nitta Yukihiro)를 인터뷰했다. ―2019년 미국의 대기업 협의체인 BRT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선언하면서 기업의 목적에 대한 관점이 전환됐지만, 여전히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관련된 활동은 비용이라는 인식도 있습니다. “사내에서도 비용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의는 항상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는 투자 관점으로 접근합니다. 지속 가능성과 관련된 새로운 상품 서비스 개발로 이어질 수도 있고, 종업원의 자긍심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고객에게 신뢰를 주는 브랜딩 자산으로도 볼 수도 있습니다.” ―지속 가능성이 또 다른 사업 기회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인가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는 가운데 혁신적인 성과가 창출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가운데 재활용 소재를 개발할 수 있었죠. 특히 유럽이나 미국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지난 12일 현대차정몽구재단 5대 이사장으로 선임된 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를 만났다. 그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인재를 발굴하고 지원해 각 국가의 사회문제를 해결할 리더를 배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 장은주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글로벌 인재 육성…아시아의 풀브라이트로 키울 것”

[인터뷰] 정무성 현대차 정몽구 재단 신임 이사장 인재를 중시하는 설립자의 철학과 가치 미래 인재 양성에 반영사회복지전문가로서 혁신적 해결 고민할 것 올해 1월, 정무성(65)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가 현대차 정몽구 재단 5대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정 이사장은 숭실사이버대학교 총장, 한국사회복지학회장,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시설평가 총괄위원장 등을 역임한 ‘사회복지 전문가’다. 지난 12일 현대차정몽구재단 사옥에서 정무성 신임 이사장을 만나 기업 사회 공헌과 재단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지난 10년간 국내 기업 사회 공헌 활동의 변곡점은 언제였으며, 재단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한국은 IMF 외환 위기에 기업에 사회 공헌을 강요하면서 급성장한 측면이 있습니다. 기업이 자발적 사회 공헌을 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전후로 볼 수 있습니다. 삼성 자원봉사단, SK SUNNY 등 대기업 중심으로 자원봉사 활동도 조직되면서, 대학생 봉사단도 만들어졌고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로 의무감을 받았던 기업들은 CSV(공유 가치 창출) 개념이 나오자 반겼습니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가치를 창출해 매출까지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니까요. 최근 ESG가 화두인데, E(환경)에 대한 관심은 높은 반면, 상대적으로 S(사회)에 대한 부분이 소외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한국 기업의 선도적 사회 공헌 사례가 국제 학술지에서도 많이 발표되고, 이제는 글로벌 기업들도 벤치마킹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 공헌도 국제화되는 거죠. 현대차정몽구재단이 글로벌 기업 재단으로서 수행해야 하는 역할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현대차정몽구재단의 미래 인재 양성 프로그램의 의미와 차별점을 설명해 주신다면. “통상적인 장학 사업처럼 일회성으로 ‘선발하고 끝’이 아니라 지속적인 지원과 함께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점입니다. 인재는 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