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시대, 에코 스마트시티가 해답입니다”

[인터뷰] 김유민 녹색도시연구소장 “우리는 ‘기후변화’가 아닌 ‘기후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어요. 탄소중립은 생명이 달린 문제가 됐죠. 이를 앞당기는 것은 필수적인 과제가 됐습니다. 도시 조성과 건축 분야에서도 탄소중립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어요. 지금은 시행사와 시공사, 공공, 민간 모두 도시 전반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도 함께 생각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녹색도시연구소는 도시 재생을 포함한 도시 계획과 디자인을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한다. 김유민(54) 연구소장은 에코 스마트시티, 제로 에너지빌딩, 녹색 건축, BF(무장애 환경), CPTED(범죄예방 환경설계)에 관해서 국책과제나 공공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연구자’이자 ‘마스터 플래너’다. 지난달 18일 만난 김 소장은 “도시와 건축, 시설 공간 분야에서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의 연구가 제도나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가이드가 돼주고, 더 나은 세상으로의 변화를 도왔으면 한다”고 했다. 김 소장이 녹색도시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머니가 건강 악화로 휠체어를 타게 되면서부터다. 휠체어가 다니기 쉽지 않은 경사와 울퉁불퉁한 길이 많았고 진입조차 쉽지 않은 건물들이 눈에 들어오게 되면서 도시와 건축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경사가 있더라도 누구나 다닐 수 있는 평평한 길과 밤에도 걱정 없이 외출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꾸게 됐어요. 도시 공간을 전공했기에 이 분야에서 이바지할 수 있으면 했죠. BF, CPTED에 대한 해외, 유럽 등 선진 도시를 연구하면서 기후 위기 시대의 문제와 탄소 저감 필요성도 깨닫게 됐어요. 사람들이 살고 싶은 도시를

“오늘의 운세 대신 오늘의 행동 어떠세요?”

[인터뷰] 김서린·서경원·정경훈 오늘의행동 생활학자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이 할 수 있는 건 기부, 좋아요(Like), 굿즈 구매밖에 없는데, 이 방향이 맞을까요? 기부금은 늘었는데, 왜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각박할까요?” 사회적협동조합 ‘오늘의행동’을 설립하기 전 서경원(44), 정경훈(45) 공동창립자가 평소 나눠온 고민이다. 두 사람은 아름다운재단 등 비영리단체에서 17년간 일해온 베테랑 활동가다. 그 시간 동안 기부문화의 양적인 성장을 일궜지만, 한편으론 갈증을 느꼈다. 시민의 삶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지 못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전문가가 답을 제시하면, 시민은 따라가는 객체 역할에 그친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고민 끝에 이들은 지난해 7월 비영리스타트업 ‘오늘의행동’을 설립했다. 지난달 18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서 만난 서경원, 정경훈 공동창립자와 김서린(34) 조합원은 오늘의행동을 ‘좋아요(Like)가 아닌 행동을 원하는 단체’라고 소개했다.  “오늘의행동은 시민끼리 생활 속 실천을 제안하고 공유하는 커뮤니티예요. 오늘의행동의 제안들은 직장에서든 집에서든, 밥을 먹든 운동을 하든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쉬운 실천들이죠. 일상 속 실천이 가장 오래가는 사회운동이라고 생각해요.”(서경원) 오늘의행동 구성원들은 서로를 ‘생활학자’라고 부른다. 생활학자는 행동을 제안하는 사람을 칭하는 표현이다. 오늘의행동 사이트에서 신청만 하면 시민 누구나 생활학자가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생활학자 1호’인 박혜윤씨는 오늘의행동 사이트를 통해 ‘옷 꿰매 입기’, ‘식재료 오래 먹기’ 등의 행동을 제안하고 있다. 오늘의행동의 지향점은 ‘일상에 스며든 행동’이다. 이들의 주요 활동인 ‘행동을 돕는 도구’와 ‘생활소비재매거진’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맞닿아 있다. 행동을 돕는 도구는 말 그대로 실천을 돕는 제품이다. 이를테면, 손수건

“고국 떠난 난민들은 가족과 살고 싶다”…국내 난민, 가족결합의 어려움

“미성년자 아들의 난민지위가 인정됐는데, 아버지인 원고의 난민인정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가족결합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용인하기 어렵다.” 법원은 지난 7월 6일 이란 출신인 김민혁 군 아버지 A씨의 난민 지위를 승인했다. 김군과 A씨는 5년 전 종교적 이유로 이란을 떠나 우리나라에 난민 지위를 신청했지만 승인을 받지 못했다. 2018년 7월 중학생이던 김군 친구들의 국민청원으로 김군의 이야기가 국내에 알려졌다. 그 해 10월에 김군은 난민 지위를 획득했다. 아버지 A씨는 3년의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가능한 일이었다. A씨 판결은 난민의 가족결합권이 확대 적용된 사례다. 세계인권선언을 비롯한 국제인권법에서는 가족과 함께 살아갈 권리인 ‘가족결합권’을 규정하고 있다. 난민협약에는 가족결합권을 명시하지 않지만, 암묵적으로 난민 인권보장을 위한 기본조건으로 전제한다. 난민협약 승인국인 한국도 난민법 제37조에서 가족결합권을 인정한다. 문제는 가족결합권의 조건과 범위를 ‘난민인정자의 배우자 또는 미성년 자녀의 입국허가’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가족결합권을 뒷받침할 행정 시스템과 지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김군 가족은 이제 함께 살 권리를 얻었지만, 여전히 한국에 체류하는 대다수 난민은 가족이 함께 살아갈 권리를 박탈당한 상황에 처해있다. 우리나라 난민법에서는 가족결합권을 ‘난민인정자’에게만 보장한다. 아직 난민 승인을 받지 못한 난민신청자나 인도적 체류자는 해당하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난민 자격을 얻기는 더 어려워졌다. 난민법이 시행된 2013년부터 2020년까지 난민인정률은 평균 3.3%였다. 지난해만 따지면 0.4%에 불과하다. 난민신청자, 인도적 체류자들은 가족과 결합할 권리에서 더욱 멀어지고 있다. 난민 승인을 받아도 떨어져 있는 가족까지 난민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난민법에서 규정하는 가족 범위는 ‘배우자와

“재밌는 점자 교육으로 점자 문맹 확 줄입니다”

[인터뷰] 이경황 오파테크 대표 “점자는 시각장애인이 읽고 쓰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수단입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점자를 사용할 줄 아는 시각장애인 비율은 5%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점자 교육을 위한 인프라와 콘텐츠가 부족한 탓이죠. 그러다 보니 점자를 배우기 시작해도 지루한 교육과정 때문에 중도 탈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경황(41) 오파테크 대표는 시각장애인이 쉽고 재밌게 점자를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점자학습기기 ‘탭틸로(Taptilo)’를 개발했다. 세계 최초의 스마트 점자 학습기로, 시각장애인 혼자서도 점자를 읽고 쓰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다. 오파테크는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8년 성동구 소셜벤처 혁신경영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소셜벤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H-온드림’의 지원 대상 기업으로 선정됐다.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5억원 정도다. 해외에서는 더 유명하다. 미국·영국·독일·포르투갈·브라질 등 국가에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서울 성수동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기존 점자 교육 문제 해결 “기존 점자 교육은 점자 책을 읽거나, 식판처럼 생긴 여섯 개 구멍에 테니스공을 넣어서 읽어보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하지만 책의 점자는 너무 작아서 처음 배우는 사람은 읽기가 어려웠어요. 테니스공을 활용하면 공이 너무 커서 정확한 점자 위치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방식이 재미있을 리도 없죠. 그러다 보니 점자를 배우다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도 많았어요.” 탭틸로는 작은 피아노처럼 생겼다. 점자의 모양(점형)을 느낄 수 있는 하얀 부분과 점자 쓰기(점필)를 할 수 있는 파란색 블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얀 부분을 만지며 점자를 읽고, 파란 블록에 있는 점자를 눌러

“농인이 농인으로서 존중받는 사회, 교육으로 만들어갑니다”

[인터뷰] 김주희 소리를보여주는사람들 대표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어느덧 2년, ‘비대면 교육’은 필수가 됐다. 하지만 발생 초기부터 요구됐던 청각장애 학생의 학습권 보장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지난달 16일 서울 강북구에 있는 대안학교 소리를보여주는사람들(이하 소보사)에서 만난 김주희 대표는 “그동안 숨겨왔던 문제가 단지 코로나 19로 가시화됐을 뿐”이라며 “단순한 수단의 정비가 아닌 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의 본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수업 콘텐츠가 대폭 늘었는데 수어 통역을 지원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어요. 자막도 없는 게 대부분이었죠. 중요한 건 단지 말을 그대로 옮겨 놓은 자막만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애초에 ‘수어를 사용하는 농학생들이 어떻게 학습할까?’에 대한 고민이 없었거든요.” 소보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어로 모든 교육이 이뤄지는 대안학교다. 농아동∙청소년들이 ‘나의 언어’인 수어로 공부하며 농정체성과 꿈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철학을 갖고 지난 2006년 공부방으로 출발해 2017년 대안학교로 전환했다. 김주희 대표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건 우연히 만난 농인 친구들 때문이다. “고등학생 때 동아리에서 수어를 배우면서 농인 친구들을 만나게 됐어요. 그런데 어떤 친구들은 수어를 쓰는 걸 부끄러워하고, 장애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데 어떤 친구들은 정반대인 거예요.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날까 계속 고민하다가 ‘정체성’에 집중하게 됐어요. 우리가 청소년기에 해야 하는 정체성에 관한 질문들을 농인 아이들은 하지 못해서 꽤 오래 방황하는 거예요. 내가 겪는 부당한 일의 원인이 나의 장애인지, 준비되지 못한 사회인지 구분하는 힘은 정체성에서 시작된다는 거죠.” 인공와우(달팽이관) 이식술의 등장으로 농학생들은 수어가

“언어재활 대상자들의 일상과 사회 복귀를 꿈꿉니다”

[인터뷰] 윤슬기 언어발전소 대표 “국내 19세 이상 성인 뇌졸중 환자가 70만명 정도예요. 이 가운데 60%가 의사소통에 불편함이 있다고 해요. 성인의 언어장애는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이고, 사회적 손실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적절한 언어치료가 필요해요. 그런데 국내 언어치료는 아동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죠. 언어발전소는 성인 언어치료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전통적인 대면치료 방식이 아닌 비대면으로 전환해 뇌손상으로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대상자와 성인 전문 언어재활사를 원격으로 연결합니다.” 윤슬기 대표가 이끄는 언어발전소는 1대1 원격 언어재활 플랫폼을 운영하는 소셜벤처다. 언어발전소가 주목한 문제점은 국내 언어치료기관이 아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국내 언어치료기관의 90% 이상이 아동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점차 증가하는 성인 언어치료의 수요를 뒷받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성인 전문 언어재활사의 부족으로 이어진다. 아동 대상 언어치료기관이 대부분이어서 성인 전문 언어재활사가 양성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높은 치료비용도 언어치료에 대한 성인 대상자의 접근성을 떨어뜨린다. 윤 대표는 “누구에게나 뇌졸중이 올 수 있지만 개인의 소득수준, 직업, 나이 등에 따라 재활의 빈도나 강도가 천차만별”이라며 “언어재활사가 상주하는 병원은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물리적인 제약으로 연속적인 언어치료를 받기 어려운 분들도 계시다”고 설명했다. 이에 언어발전소는 성인 언어재활 대상자들이 합리적인 비용으로 꾸준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원격 언어재활을 진행하고 있다. “법인 설립 이후 1년 반 동안 집중적으로 치료해 보았더니 효과가 대면치료에 비해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검증됐어요. 사실상 대상자 분들에게는 발병 후 골든 타임 기간에 얼마나 자주, 얼마나

“中企 ESG경영은 사실상 리스크” 민관, 맞춤형 지원 나서

“투자 결정 시 ‘환경 지속성’을 핵심 목표로 삼겠다. 석탄 기업 등 환경 지속가능성이 ‘높은 위험’인 기업 투자에서는 발을 뺄 것이다.” 세계 최정상급 자산 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주요 기업 CEO에게 보낸 연례 서한이다. 이 서한은 전 세계에 ‘ESG 경영 열풍’을 몰고 왔다. 국내 10대 그룹 상장사 99곳 중 68곳이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설치했다. 롯데는 내년 상반기까지 그룹 내 9개 상장사에 ESG 위원회를 신설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기후행동보고서를 발간하고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이외에도 기후 정보공개, 저탄소 전략 고도화 등 ESG 경영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이 ESG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중소·중견기업에 ESG 경영은 ‘그림의 떡’이다. 예산과 인력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ESG 경영은 버거운 과제일 수밖에 없다. 뿌리산업 옥죄는 친환경 경영 중소기업벤처공단 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소·중견기업은 ESG 중 환경 분야 대응이 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온실가스·폐기물 감축 등 환경오염 저감, 환경 법규 준수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한다. 저탄소 전환을 위한 설비 도입, 공정개선 비용 부담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국내 제조업 근간인 뿌리산업(주조·금형·용접 등 부품이나 완제품을 생산하는 기초 공정산업)의 경우 제조원가 대비 전력 요금 비중이 이미 업체 평균 12.2% 수준이다. 친환경 경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기요금이 추가로 인상되면 뿌리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벤처공단에 따르면 ESG 경영에 대해 ‘준비됐거나 준비 중’이라고 답한 중소·중견기업은

“배달 음식도 도시락도 다회용기에 담으세요”

[인터뷰] 이준형 잇그린 대표 “폐기물은 Reduce(감축), Reuse(재사용), Recycle(재활용)로 없애 나가야 합니다. 국제연합(UN)에서는 이를 ‘3R’이라고 하죠. 잇그린은 재사용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옛날에 짜장면을 다회용기에 배달했던 문화를 다시 부활시키는 겁니다. 그때는 단순한 문화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기후위기 대응책이 될 수 있어요.” 이준형 잇그린 대표(39)는 식음료 산업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있다. 방법은 ‘쓰레기 줄이기’다. 지난해 11월 설립된 잇그린은 다회용기 대여 솔루션을 제공하는 소셜벤처다. 일회용품 대신 도시락통, 반찬 통, 수저 등 스테인리스 다회용기를 제공하고 다시 수거해서 세척한다. 다회용기 사용을 확산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감축하는 게 목표다. 아직 설립한 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롯데액셀러레이터 L-Camp에도 선정되며 시드 투자를 받았다. 삼성웰스토리, CJ, 신한은행, 산업은행 등과는 이미 협업을 진행하며 도시락 등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줄여나가고 있다. 잇그린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16만7306개의 일회용품을 줄였고, 1만6131㎏의 폐기물을 감축했다.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Return’하면 탄소가 줄어요 잇그린의 ‘리턴잇’ 서비스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와 배달 음식을 시키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딜리버리’로 나뉘어 있다. 이 대표는 “현재 주력 사업인 리턴잇 비즈니스는 단체급식 업체나 영화관 등 많은 용기를 요구하는 기업에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웰스토리는 일부 도시락을 잇그린의 스테인리스 용기로 대체해서 제공하고 있다. “우리 사업에서는 기업과 협업하는 비즈니스가 아주 중요합니다. 몇백개의 용기를 한꺼번에 대여해주고, 다시 일괄 수거하면 돈을 많이 아낄 수 있으니까요. 이 돈으로

세 살 입맛 여든까지…지속가능한 식생활 교육이 필요한 이유

[인터뷰] 노민영 푸드포체인지 대표 “지속 가능한 식생활이란 말 그대로 지금 끼니를 해결하고, 당장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보다는 장기적으로 미래 세대를 생각하며 음식을 소비하는 태도를 말해요. 지금의 먹거리를 다음 세대도 즐길 수 있도록 하려면 환경과 공동체 문제를 빼놓을 수 없잖아요. 지역과 나라의 고유한 식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식생활 교육을 통한 점진적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푸드포체인지의 목표입니다.” 대학에서 외식산업경영을 복수 전공한 노민영(42) 푸드포체인지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음식과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 자연스레 ‘푸드스타일리스트’ 직업에 흥미를 갖게 됐다. 대학에 다니는 동안 외식업체 마케팅 일을 했고, 음식전문잡지에 근무하며 음식산업 분야의 경험을 쌓았다. 그러나 현장에서 본 음식 산업은 노 대표의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지난달 19일 만난 노민영 대표는 “상업적인 음식들은 이윤 추구를 위해 과장되고 자극적인 맛을 내세우면서 환경과 비윤리적 문제를 동반했다”면서 “국내에도 식문화 교육을 전담하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비영리 사단법인을 설립하게 됐다”고 했다. “푸드스타일링에서는 건강한 재료보다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예쁜 음식을 주로 다뤘어요. 외식업체에서도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자극적인 음식을 대량 생산하는 구조를 따랐고요. 매뉴얼 대로 만들어져야 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맛도 획일적으로 변하게 돼요. 이윤을 남기기 위해 생산 원가를 낮추는 데 주력하기 때문에 재료도 좋은 걸 쓰기 어렵겠죠. 음식의 맛과 품질이 모두 무너지다 보니 자연스레 건강한 음식에 대한 갈증이 생겼어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소비자의 건강과 환경을 모두 생각하는 식생활 교육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게

“중고 옷 입기, MZ세대의 재미있는 문화로 자리 잡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정주연 다시입다 대표 ‘패션 산업’은 전 세계에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산업 2위다. 정주연 대표가 이끄는 ‘다시입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스타트업이다. 중고 옷 입기 문화를 확산하고 의류 쓰레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한다. 지난해 서울시 NPO지원센터의 4기 비영리스타트업 지원사업에 선정된 이후 온·오프라인 활동을 확대해가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정 대표는 “최근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옷 과소비로 발생하는 환경오염에 대해서는 무지한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과거 번역가로 일하며 유럽에서 일어나는 환경과 관련된 사례들을 접했다. 당시 유럽에서는 젊은 세대가 의류쓰레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환경운동을 주도하고 있었다. 감명을 받은 정 대표는 사람들이 환경을 위한 행동을 하도록 만들기 위해 직접 나섰다. 특히 환경 문제를 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뜻이 맞는 사람들과 ‘다시입다 캠페인’을 시작했다. 다시입다 연구소는 의류교환 행사 ’21%파티’를 개최하고 의류 제로 웨이스트 관련 포스터 관람, 교환한 옷을 리폼하는 업사이클링 워크숍 등을 진행했다. “이 행사 참가자 대부분이 20~30대 여성이었어요. 다시입다 인스타그램 팔로어의 90%도 2030세대죠. 처음에는 그냥 안 입는 옷을 처리하러 오는 분이 많았어요. 물론 환경적 가치에 큰 뜻을 두고 오신 분도 꽤 계셨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환경의 가치를 넘어서 의류 교환 자체가 재밌는 문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가자들은 의류교환 행위에 순수한 흥미를 느끼고 있었어요. 더 예쁘고 마음에 드는 옷과 교환하려고 몇 시간씩 기다리기도 했죠. 별생각 없이 참여한 행사였는데,

“장애인을 위한 직무라는 건 없습니다”

전체 직원의 91.2%가 장애인으로 구성된 회사가 있다. 불과 직원 13명으로 시작했던 이 회사는 지난 10년간 장애인 고용과 일자리 개발을 위해 노력하며 올해 8월 기준 직원 250명 규모로 성장했다. 이곳의 특별한 점은 ‘장애인을 위한 직무’가 따로 없다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IT 기업 ‘오픈핸즈’ 이야기다. 올해 창립 11주년을 맞은 오픈핸즈는 삼성SDS의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이다. 주요 사업으로 소프트웨어 테스트, 솔루션 개발, 웹 보안, 서비스 데스크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오픈핸즈는 장애인 고용의 모범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장애인고용촉진대회에서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했고, 올해는 같은 대회에서 근로자부분 고용노동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지난달 24일 오픈핸즈의 성장 스토리를 듣기 위해 서울 송파구의 한 카페에서 이상준, 허민솔, 박형진, 박종성씨 등 직원 네 명과 마주앉았다. IT기업이지만 장애인도, 문과도 괜찮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업무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장애인이라고 해서 업무 난이도를 바꿀 순 없잖아요. 대신 업무 환경에 신경 쓰죠. 장애인들이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IT사업팀에서 근무하는 이상준씨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오픈핸즈에서는 장애인을 배려한다는 이유로 업무 내용을 조절하지 않는다”면서 “대신 업무 환경이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회사에 알리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했다. 이를테면 휠체어 이용에 편리한 높낮이 조절 책상이나 낮은 시력에 필요한 대형 모니터 등 직무 수행을 위한 환경 개선을 편안하게 요구할 수 있다. 사내에는 전기 휠체어 충전소를 비롯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유도블록과 핸드레일도 곳곳에 설치돼

“네 번 입고 버려지는 웨딩드레스에 새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인터뷰] 박소영 코햄체 대표 “사랑을 상징하는 웨딩드레스는 신부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함께하지만, 단 4번만 입고 버려지죠. 순백의 아름다움을 잃고 땅속에서 마지막을 맞이해요. 웨딩드레스는 합성섬유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썩는 데만 수백 년이 걸립니다. 짧은 수명에 길고 긴 마지막을 겪는 거죠.” 박소영(26) 코햄체 대표는 버려지는 웨딩드레스의 쓸모를 찾았다. 웨딩드레스는 고가인 만큼 소재도 좋다. 이 고급 소재를 업사이클하면 질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착안했다. 2018년에 설립된 코햄체는 수명이 다 된 웨딩드레스로 가방·귀걸이 등 패션잡화를 만드는 업사이클링 소셜벤처다. 2019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 대한민국친환경대전에서 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달 9일 대구 달서구 계명대학교 사무실에서 박소영 대표를 만났다. “웨딩드레스 한 벌로 약 20~30개의 파우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와디즈에서 펀딩을 진행했던 MEANING BAG처럼 큰 제품의 경우엔 한 벌로 가방 5개 정도를 만들 수 있더라고요. 게다가 화이트 색감인데도 오염에 강해서 더럽혀지지 않아요. 세탁도 쉽죠. 업사이클에 최적의 소재입니다.” 박 대표는 웨딩숍에서 버려지는 웨딩드레스를 10만원 정도에 사온다. 웨딩드레스에서 자잘한 비즈를 떼어내고 레이스를 분해한다. 손으로 세탁하고 제품 생산도 수공예로 진행한다. 웨딩드레스 중에는 똑같은 제품이 없다. 원단도 가지각색이다. 웨딩드레스의 원단과 특징에 맞춰 제품을 만든다. 가령 실크와 비슷한 새틴 원단은 가방을, 레이스는 귀걸이를 만드는 데 쓴다. 원단 두께에 따라 파우치, 클러치백, 스크런치 등 제품도 만들 수 있다. 업사이클 수공예 사업 4년차에 접어들면서 박 대표는 다른 의류 쓰레기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바로 ‘해녀복’이다.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