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변이 사는 法] “사회적경제 조직 위한 ‘법률적 판’ 깔아주는 일이 제 사명이죠”

기업 사내 변호사서 공익변호사 길로 현재 사회적경제 조직 법률지원 전담 사회적기업 구성원도 법률 이해 필요 협동조합 정체성에 맞는 법 만들어야 공익변호사도 용기가 필요하다. 법률적 구제가 어려운 의뢰인이 몰리는 데다 인력 부족으로 몸과 마음이 지칠 때도 많다. 도움을 요청하는 모든 사람에게 손길을 내밀 수는 없다. 21일 서울 서대문구 두루 사무실에서 만난 김용진(36) 변호사는 깡마른 체격에 눈 밑 다크서클이 짙었다. 그는 대기업 사내 변호사로 일하다 사직서를 내고 지난 2015년 공익사단법인 두루에 합류했다. 법무법인 지평이 공익 법률 활동을 목적으로 두루를 설립한 이듬해다. 김 변호사는 “처음엔 하고 싶은 일을 신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지금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웃었다. 구성원들 법률적 이해 있으면 비용·시간 줄일 수 있어 “두루 초창기에는 전문 분야랄 것 없이 영역을 넘나드는 일을 많이 했어요. 사내변으로는 절대 맡을 일 없었던 난민 사건을 수행했을 때 공익변호사 일이 녹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죠. 종교적 박해를 피해 한국에 온 파키스탄 사람들이었는데, 교회를 다닌다는 이유로 거리에서 구타를 당하고 그 일이 지역 일간지에 실리기도 했는데 난민 입증에 결국 실패했거든요. 난민 분야는 여전히 증명 책임의 문턱이 높습니다.” 김 변호사는 몇 해간 다양한 공익 분야를 경험했고, 지금은 사회적경제 조직 법률 지원을 전담하고 있다. 그는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협동조합 등이 ‘사회적경제’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이지만 조직의 성격을 따져보면 정말 다르고 발생하는 법률 이슈도 제각각”이라고 했다.

“탈북민, ‘먼저 온 통일’이라 여겨주길… 北에서의 경험 잘 써먹어주세요”

 [우리사회 利주민]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위원 지난해 국내 거주 이주민은 261만명이다. 전라북도 전체 인구(181만8157명)를 훌쩍 넘는 규모다. ‘한국인은 단일민족’이라는 말도 낡아버린 지 오래다. 이주민들은 한국에서 나고 자라진 않았어도 시민으로서 의무와 책임을 다하며 우리 사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사회 利주민’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주민들을 소개하는 시리즈다. 첫 주자로 탈북민 조충희(57·사진) 굿파머스 연구위원을 만났다. “저 같은 사람을 ‘먼저 온 통일’이라고 생각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써먹으면 좋겠어요.” 조충희 위원은 지난 2011년 탈북해 한국으로 오기 전까지 평안남도 평성시에서 10년간 수의사 겸 축산 전문 공무원으로 일했다. 북한 사정에 밝은 그는 현재 농축산 전문 국제개발협력 NGO 굿파머스와 함께 아시아 개발도상국 농가를 돕는 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에 북한 축산 전문가는 여럿 있지만, 북한 출신은 그가 유일하다. 지난해 발생한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나 최근 코로나19 사태에도 북한 상황을 가늠하려는 여러 언론이 그를 찾았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땐 5년 넘게 몸 쓰는 일로 먹고살아 내 전문성을 펼칠 날이 올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며 “사람들이 찾는 한 가진 지식을 모두 쏟을 생각”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北에서 출신 성분 탓에 온갖 수난… 가족 위해 한국행 결심 조충희 위원은 한국 땅을 밟기까지 북에서 지난한 시간을 버텨야 했다. 그는 “고생은 끝도 없었지만 돌아보니 고마운 사람이 참 많다”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지금에야 웃으며 말하지만, 둘로 나뉜 한반도 양쪽에서 그의 삶은 끝없는 좌절의

앱·웹에서 성 착취 일어나지 않도록… 개발자·청소년에 ‘가이드라인’ 제시

  [인터뷰] 디지털 성 착취 방지 웹사이트 ‘깨톡’ 만든 여성 개발자들 채팅 앱·웹 다수, 실명·성인 인증 無 신고 기능마저 형식적… 실효성 없어 IT 기업, 안전망 구축은 ‘의지 문제’ 성 착취 방지 기능 도입 법제화 필요 ‘n번방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폭력 방지 활동을 해온 사람들이 있다. IT 개발자, IT 서비스 기획자, 데이터 전문가 등 여성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위민두아이티(Women Do IT)’ 팀이다. 이들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예방 활동 단체인 ‘십대여성인권센터’와 공조해 웹사이트와 앱(app)을 모니터링하고 개선 권고안을 만드는 활동을 한다. 2018년 12월 자원봉사 형태로 모임을 구성한 뒤 매월 모니터링을 진행했고, 올해 1월 그간의 활동을 바탕으로 디지털 성 착취 방지 가이드라인을 정리한 웹사이트 ‘깨톡’을 내놨다. 지난 7일 위민두아이티 활동가 ‘됴’ ‘현승’ ‘갱’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이의 요청으로 사진과 실명은 공개하지 않는다. 여성 청소년 성 착취 문제, 여성 개발자가 해결한다 위민두아이티 팀원들은 모두 생업이 따로 있다. 됴는 “팀원 대부분이 직장에 이 활동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어서 업무에 지장이 가지 않는 선에서 효율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늘 메신저를 켜놓고 팀원끼리 소통하고 ‘행아웃’ 등 화상 통화를 통해 간편하게 회의를 하는 식이다. 갱은 “각자 담당하는 웹사이트나 앱에 접속한 채로 지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자원봉사가 아니라 ‘돈을 안 받는 두 번째 직업’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을 모았다. 위민두아이티가 시작된 계기는 지난 2018년 11월 개발자인 갱이 십대여성인권센터와 함께 연

작은 경대가 ‘나만의 사업장’… 미용실 ‘표준’ 될 것

[공유경제 2.0]③ 국내 첫 ‘공유 미용실’ 연 심재현 대표 숙박·운수 업계에서 시작된 공유경제 바람이 미용 업계에도 불고 있다. 저임금·중노동에 시달리던 미용사들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찾고, 손님은 합리적인 가격에 수준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공유 미용실’이 앞다퉈 들어서고 있다. 팔레트에이치, 살롱포레스트, 쉐어스팟 등 지난해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공유 미용실 브랜드만 10여 개다. 공유 미용실 붐을 몰고 온 주인공은 20여 년간 미용사로 일한 심재현(43) 대표다. 지난 2018년 서울 마포구에 국내 최초로 공유 미용실을 열었다. 현재는 서울 강남구와 경기 성남·부천 등까지 합쳐 모두 네 곳의 공유 미용실을 운영한다. 지난 4일 세븐에비뉴 부천점에서 심 대표를 만났다. “세븐에비뉴의 미용사들은 모두 ‘디렉터’로 불립니다. 기초 교육을 수료해 디렉터로 선발되면 약 200만원의 보증금을 내고 미용사들이 각자 경대를 맡아 일을 시작합니다. 근무 일정도 알아서 짜고, 일해서 얻는 수익의 최대 50%를 가져갈 수 있어요. 기존 미용실이나 공유 미용실이나 미용사 신분은 모두 ‘프리랜서’지만, 기존에는 미용사가 일주일에 60시간씩 일하면서도 자신이 올린 수익의 30%도 가져가지 못했습니다. 미용사와 사업주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 이유죠.” 세븐에비뉴의 미용사는 지휘·감독의 대상이 되는 근로자가 아니라 플랫폼을 사용하고 수수료를 지급하는 ‘파트너’다. 회사는 미용사들에게 ▲홍보·마케팅 ▲브랜딩 ▲미용 기술 개선 ▲노무 관리 등 교육을 제공하고, 개별 미용사가 더 많은 수익을 올리도록 지원한다. 그래야 플랫폼이 가져가는 수익도 커진다. 현재 세븐에비뉴에는 약 30명의 미용사가 참여하고 있는데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5일을 일하고, 하루 평균 7시간 근무한다.

[공변이 사는 法] “홀로 남겨진 발달장애인, ‘사회적 안전망’ 절실…후견인 필요해”

[공변이 사는 法] 배광열 변호사 성년후견 전문가로 2016년 ‘온율’ 합류 피후견인 재산·신상 보호 위해 노력 노인 인구 늘지만 전문 인력 턱없이 부족 “자기결정권 존중하는 것도 후견인 역할” “후견 제도를 둘러싼 부정적 이미지가 아직 많습니다. 후견이 고액 자산가의 재산 관리용이라는 선입견 탓에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후견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질 못하고 있어요. 보호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했는데 가족도 친족도 없이 혼자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들에게 남은 재산은 생존 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에 많고 적음을 떠나 반드시 보호해야 합니다.” 공익사단법인 온율의 배광열(34) 변호사는 성년 후견 전문가다. 그는 보건복지부 발달장애인 공공후견 지원단과 한국치매협회 고령자치매후견센터에서 실무를 쌓고 지난 2016년에 온율에 합류해 후견인이 필요한 발달장애인과 치매 노인의 후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피후견인의 재산·신상 보호…자립 여건 조성하기도 후견인의 역할은 크게 재산 관리와 신상 보호 등 두 가지로 나뉜다. 발달장애인의 보호자가 사망하거나 독거노인이 치매에 걸려 판단 능력을 상실했을 때 이들의 재산과 신상을 보호하기 위해 후견인이 필요하다. 문제는 후견인으로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배광열 변호사는 지적장애 2급인 A씨의 후견 업무를 지난해부터 맡고 있다. A씨는 지난 2018년 가족이 뱀파이어라며 살해한 이른바 ‘인천 뱀파이어 사건’ 당사자다. “조현병을 앓던 오빠가 집에서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피후견인 A씨도 죽을 뻔한 사건입니다. 한 부모 가정이었는데 오빠는 구속되고 어머니는 사망한 거죠. 범죄 피해자 구조금 1억원과 상속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인천지검은 구조금을 지급하면서 조건 두 가지를 달았다. 후견임

오염된 식수 때문에 죽는 사람 없도록…’1분 수질 검사’ 기술 개발했죠

휴대용 수질 측정기 ‘워터스캐너’ 만든 피도연 파이퀀트 대표 개도국 식수 문제 개선 위해 분광 기술 수질 검사에 도입 현장서 검사결과 확인까지 빌 게이츠 재단과 파트너십 유니세프엔 연내 기기 보급 “대기질 측정이 다음 목표” “전 세계에서 오염된 물을 마시고 사망하는 사람이 하루 6000명이나 된다고 해요. 의료 시설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수인성 전염병으로 생존마저 위협받는 상황이죠. 흙탕물을 가라앉히거나 간이 정수 도구로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병원성 대장균이나 살모넬라균을 걸러내진 못해요. 만약 주민들이 식수로 쓰기 전에 수질 측정을 할 수 있다면 ‘죽음의 물’을 마시는 일은 없어지겠죠.” 분광(分光) 기술을 활용한 휴대용 수질측정기 ‘워터스캐너’를 개발한 피도연(35) 파이퀀트 대표의 목표는 단순하다. 사람을 살리는 기술 개발이다. 파이퀀트는 기존 ‘1일’ 걸리던 수질검사 시간을 ‘1분’대로 대폭 줄이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소셜벤처도 사회적기업도 아니지만, 공중보건 분야의 글로벌재단과 긴밀하게 협력한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세운 공익재단 빌&멜린다게이츠재단에서 운영하는 그랜드 챌린지 익스플로레이션(GCE) 프로그램의 ‘수질·위생’ 부문 파트너로 선정됐다.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만난 피 대표는 “세상에 없는 신기술이라기보다 전문가 영역에서 다뤄지는 걸 누구나 널리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도국 수질 검사, 1분 만에 가능해져 “분광 기술이라고 하면 굉장히 어렵게 느껴지는데, 이미 초중등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오랫동안 연구된 분야입니다. 물질에 빛을 쏘면 각자 고유의 값을 스펙트럼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선 모양의 상이 맺힌다고 해서 ‘선 스펙트럼’이라고 해요. 이 값을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하면 물속에

콘세이상 HDRO 국장 “국제사회 불평등 해결에 힘 모아야…한국은 모범 국가”

“‘불평등’은 일관된 방향성을 가진 서사가 아니다. 줄어들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악화하기만 하지도 않는다. 소득(income)과 평균(averages), 현재(today)를 넘어서 폭넓게 살펴야 고무줄 같은 불평등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 페드로 콘세이상 유엔개발계획(UNDP) 인간개발보고서국(Human Development Report Office·HDRO) 국장은 최근 더나은미래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지난 3일 ‘2019 인간개발보고서’ 한국 발간회에 참석한 그는 국제사회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불평등을 지목하고 “세계 각지에서 ‘공정’에 대한 요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유엔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를 총괄하는 UNDP는 지난 1990년부터 인간개발보고서를 펴내고 있다. 세계 189개국을 대상으로 경제·사회·문화·교육·보건·여성 등 다양한 분야의 지표를 비교해 인간개발의 성취 수준을 평가하고, 국제개발 실태를 진단하는 연례 보고서다. 소득 격차(1992년), 젠더(1995년), 인권(2000년), 국제협력(2005년), 일자리(2015년) 등을 인간개발보고서 주제로 제시했던 UNDP는 불평등을 새로운 화두로 던졌다. “불평등, 전 세계 시위대를 묶는 연결고리” ‘2019 인간개발보고서’는 소득 수준, 평균 수명, 지니 계수 등을 수평 비교하는 기존의 불평등 연구 방법론이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보고서는 ▲소득을 넘어서 ▲평균을 넘어서 ▲현재를 넘어서 등 3개의 챕터로 구성됐다. 초등학교 중퇴율, 교사 수급률, 조혼율, 여성 취업률, 인터넷 사용률, 이산화탄소 배출량, 취약계층 고용률 등 200개가 넘는 지표를 활용해 불평등 실태를 조명했다. 이와 함께 ‘기술 혁명’과 ‘기후 위기’ 등을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지목했다. ―‘불평등’을 인간개발보고서 주제로 선정한 이유가 무엇인가. “인간개발보고서는 매년 국제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논의되는 주제를 다룬다. 불평등은

“사회문제 해결, ‘디지털 기술’로 재미있고 안전하게 하자”

[인터뷰] 오드리 탕 대만 디지털 특임장관 오드리 탕(39) 대만 디지털 특임장관에겐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2016년 당시 35세 나이로 취임하며 ‘대만 역사상 최연소 장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세계 최초의 트렌스젠더 장관’이기도 하다. ‘천재 개발자’란 수식어도 따라다닌다. 14세에 독학으로 코딩을 깨우친 뒤 10대 후반부터는 애플, 벤큐 등 미국 실리콘밸리 유수의 기업에서 일하며 이름을 날렸다. 그는 2014년 대만에서 민주주의 확산을 요구하는 청년 중심의 사회 운동이 대대적으로 시작되던 때 조국으로 돌아와 이 운동을 이끌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정부가 가진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더 많은 시민이 사회적·정치적 의견을 낼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도 만들었다. ‘디지털 민주주의’를 통해 사회혁신을 이뤄내고 있는 셈이다. “사회혁신은 재미있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누구도 상처 주지 않고, 나도 지치지 않을 수 있어요. 물론, 효과적이기도 하지요.” 지난달 13일 서울시 은평구 혁신파크에서 열린 ‘AYARF(아야프·아시아 청년 액티비스트 리서처 펠로우십) 컨퍼런스–급진적 미래’ 현장. 행사에 참석한 30여명의 아야프 펠로우 앞에서 탕 장관이 말했다.  아야프는 서울특별시가 주최하고 서울시 청년허브, 서울연구원, 청년재단이 공동주관하는 프로젝트로, 환경·이주·젠더 등 사회 문제의 해법을 찾는 청년들의 활동을 지원한다. 이날 컨퍼런스에 참여한 탕 장관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위치나 입장에 있는 사람을 이해하고 협력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재미있고 참신한 방법으로 지치지 말고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어나가자”고 청년들을 격려했다.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만의 ‘디지털 민주주의’ ㅡ“사회혁신을 재미있게 하자”고 강조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그렇게 해야 더 많은 사람이 사회에 대한 토론에 참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변이 사는 法] “가족마저 등 돌린 ‘성 소수 청소년’의 든든한 ‘백’ 될래요”

[공변이 사는 法] 송지은 변호사 작년 방문·전화 상담 400건메신저 대화 셀 수 없이 많아사회에선 혐오에 내몰리고쉼터 입소마저 거부당하기도 마음 상처 다독이는 게 우선청소년 제도 개정 힘 쏟을 것 약속 장소는 평범한 건물 앞이었다. 인터뷰이에게 전화를 걸어 어딘지 묻자 골목 안 사무실 주소를 알려줬다. 주소는 비공개. 간판도 없었다. 예약해야 방문할 수 있는 공간. 국내 유일의 청소년 성 소수자 위기 지원센터 ‘띵동’이다. 지난 17일 이곳에서 만난 송지은(33) 변호사는 청소년들의 법률 조력자이자 상담 지원팀장이다. 그는 “띵동은 청소년 성 소수자의 쉼터 역할을 하는 공간”이라며 “방문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주소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다. 띵동의 문을 두드리는 청소년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에만 400건 넘는 방문·전화 상담이 이뤄졌다. 온라인 메신저로 주고받는 상담 건수는 셀 수 없을 정도다. “가정 폭력이 생각보다 많아요. 부모가 자녀의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주로 발생해요. 대부분의 부모는 ‘네가 잘 몰라서 그런다’ ‘병원에 가보자’고 해요. 휴대전화를 빼앗거나 외출을 금지하기도 하죠. 폭언과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도 많아요. 학교나 사회에서 겪는 차별과 혐오도 견디기 어려운데, 믿고 사랑하는 가족마저 등을 돌리니 고통이 더 크죠.” 문제는 법적 대응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당해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송 변호사는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부모에게 폭행당해도 주변에 알리거나 경찰에 신고하려는 학생은 없다”며 “대부분 자기 자신을 탓하고 가족과 겪는 갈등을 털고 싶어 하기 때문에 참고 견딘다”고 했다. 사회적 냉대나 부모의 강압을 이겨내지 못한

“민·관 협력해 사회문제 해결하는 ‘사회복지 4.0 시대’ 열린다”

[사회복지 4.0]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새싹보리’로 노숙인 문제를 해결하자.” 2018년 원주에서 시작된 기발한 프로젝트가 성과를 내고 있다. 가로 12m 세로 2.9m 컨테이너 2동을 항온기, 제습기, LED 광원 등을 갖춘 스마트팜으로 꾸민 뒤 지역 노숙인들에게 농작물 재배를 맡긴 ‘원주 도시농부 아카데미 하우스 프로젝트’다. 초보 농부로 변신한 노숙인들의 의욕은 대단하다. 수확한 새싹보리로 로컬푸드 인증을 받았고, 새싹보리를 분말로 가공하는 데 성공해 현재 유통 판매 허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고부가가치 농작물 판매를 통해 노숙인들의 자립을 돕는 게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다. 지난 4일 만난 서상목(73)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은 “사회복지 현장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설에서 노약자를 돌보거나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구호 활동을 벌이는 수준을 넘어, 지역의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수행하는 단계까지 왔다. 서 회장은 “정부와 기업, 주민이 협력해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사회복지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면서 “원주 도시 농부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사회복지 4.0 시대… 핵심은 ‘지역복지공동체’ ―원주 사례는 종전에 우리가 알던 ‘사회복지’와 형태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사회복지가 시작된 게 18세기 중반입니다. 산업혁명으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영국에서 빈곤 문제가 생겨났고, 기업가들이 자비를 털어 빈곤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어요. 대부분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이유로 가난해진 것을 알 수 있었죠. 늙어서, 아파서, 직업을 잃어서. 이런 사람들을 돕기 위해 자선 단체가 생겨났어요. 1860년대 영국에만 자선 단체가 수백 곳 설립됐는데 이 자선 단체들이 모여 COS(자선조직협회·Charity Organization Society)라는 연합회를

[공변이 사는 法] ‘억울한 이주민 몇 명이라도 구제하자’… 7년째 무료 법률 지원

[공변이 사는 法] 고지운 변호사 무료 봉사로 이주민 현실적 문제 직면 공익법인 설립, 본격적으로 지원 나서 이주노동자에 ‘불법체류자’ 낙인 씁쓸 편견과 일부 사업주 횡포로 ‘이중고’ 우리 사회의 이해와 도움 절실하죠 우연한 사고였다. 사무실을 나서는 길에 양쪽 발목에서 종아리까지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병원에서는 아킬레스건염증이라고 했다. 격렬한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담당 의사는 “증상이 두 발 모두에서 나타나는 건 드물다”며 “몸을 혹사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렇게 생애 첫 휴가를 양발에 깁스한 채 침대에서 보냈다. 사연의 주인공은 올해로 7년째 이주노동자에게 무료 소송을 지원하는 고지운(42) 변호사다. 그는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사와동행’에서 대표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주 고객은 이주노동자, 가정폭력·성폭력 피해 이주여성, 이주아동 등이다. 평일과 휴일 구분 없이 동분서주하는 고 변호사를 지난 20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교육문화관 사무실에서 만났다. 가정폭력·성폭력 피해 이주여성, 이주아동, 이주노동자가 주고객 “원래는 의료법 전문 변호사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로스쿨에서도 ‘생명윤리’를 전공했어요. 그런데 변호사가 되고 이주민 봉사단체에 참여하면서 인생 목표가 달라졌죠.” 고지운 변호사는 이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법률 상담을 시작한 2012년만 해도 이주민에게 큰 관심 없었다. 이주민들은 언어 문제만 극복하면 될 것이라는 착각이 머리를 지배할 때다. “현장에 나가보니 전혀 다른 세상이었어요. 법제도상으로 체계는 갖추고 있는데, 사각지대가 너무 많았어요. 법을 몰라서, 사람에게 속아서, 공권력에 의해서 자칫 범법자가 될 사람이었어요. 외면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는 우연히 시작한 무료 봉사를 취업도 마다한 채 1년 넘게 이어갔다. 그러다 지난 2014년

더 많은 사람 살리기 위해… 수술장 박차고 나와 아프리카 주민들 속으로

[Cover Story] ‘이태석봉사상’ 수상… 박세업 글로벌케어 북아프리카본부장 소외된 사람 위해 선택한 ‘외과의사’ 1998년부터 해외 각지서 의료봉사 15년 전 온 가족 함께 아프간으로 밤낮 사람 살리는 수술에 몰두해 외과의사에서 보건전문가로 가난·기아로 죽어가는 사람들 보며 근본적 해결책 찾고자 보건학 공부 도시 빈민촌 돌며 결핵 예방 주력 지역 문제 해결할 ‘청년’ 육성에 집중 1962년 태어난 동갑내기 두 남자가 있다. 동네는 달랐지만 둘 다 부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주변에 항상 가난이 있었고, 가난한 사람들 속에서 꿈을 키웠다. 1981년 두 사람은 각자 다른 대학의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민주화 운동이 뜨겁던 시절.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을 향한 열망 속에서 둘은 비슷한 고민을 했을 것이다. ‘어떤 삶이 가치 있는 삶일까?’ 한 사람은 의대를 졸업한 뒤 성직자가 되기 위해 신학대에 입학한다. 다른 한 사람은 외과 전문의가 돼 개인병원을 연다. 세월이 흘러 신부가 된 남자는 아프리카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남수단의 작은 마을 ‘톤즈’로 향한다. 외과 의사가 된 남자는 개인병원을 접고 전쟁이 한창인 중동의 ‘아프가니스탄’으로 들어간다. 다른 길을 가는 듯했지만 같은 곳으로 가고 있었다. 가장 아프고 가난한 사람들 곁으로. 영화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 고(故) 이태석 신부와 올해 ‘이태석봉사상’ 수상자로 선정된 박세업(58) 글로벌케어 북아프리카본부장. 살면서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두 사람의 인생은 신기할 만큼 궤적이 닮았다. 이태석 신부의 선종 10주기를 나흘 앞둔 지난 10일, 서울역 공항철도 타는 곳 앞에서 박세업 본부장을 만났다. 커다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