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5일(금)

“‘컬렉티브 임팩트’로 문제 해결하는 시대 왔다”

“‘컬렉티브 임팩트’로 문제 해결하는 시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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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현상 한양대 경영대학원 교수

‘SSIR 한국어판’의 편집인인 신현상 한양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사회문제가 복잡해질수록 ‘컬렉티브 임팩트’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호 C영상미디어 기자

하버드대에 경영분야 잡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있고, MIT에 기술전문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있다면, 스탠퍼드대에는 ‘스탠퍼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이하 ‘SSIR’)’가 있다. 글로벌 사회혁신 분야의 정론지라 할 수 있는 SSIR은 2003년 창간 이후 지금까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신현상(50) 한양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2018년부터 ‘SSIR 한국어판’을 펴내며 사회혁신을 주제로 하는 국제 콘퍼런스를 SSIR과 함께 개최하고 있다. 올해 콘퍼런스는 SSIR과 한양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공동 주최하며 판이 커졌다. 오는 29일 온라인 생중계되는 ‘넥스트 임팩트 콘퍼런스’의 주제는 ‘컬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공동의 어젠다 아래 상호 협력하며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을 뜻한다.

“SSIR 역사상 가장 많은 다운로드 수를 기록한 아티클이 2011년 마크 크레이머(Mark Kramer)가 쓴 ‘Collective Impact’입니다. 무려 50만회 이상 다운로드됐죠. 다운로드 수가 그 정도니까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본 겁니다. 사회 혁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 용어를 한 번쯤은 들어본 셈이죠.”

지난 12일 만난 신현상 교수는 ‘임팩트’라는 말부터 쉽고 간단하게 정의했다. 빈곤, 교육 격차, 질병과 같은 사회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행복해지고 편안해지는 것이 임팩트라고 했다. “현대사회에서는 해결책이 나오는 속도보다 사회문제가 생겨나는 속도가 더 빠릅니다. 문제 자체도 복잡해지고 있어요. 전 세계가 연결되면서 문제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죠. 코로나19, 기후변화가 대표적이에요. 문제가 복잡해지고 커지고 연결되면서 하나의 기업이나 정부, 개별 단체의 힘으로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협력해서 해결하자는 ‘컬렉티브 임팩트’가 대안으로 나온 거예요.”

사회문제를 협력으로 해결하자는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협력이 말처럼 쉽지 않았고 결과가 제대로 안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신 교수는 “2011년 컬렉티브 임팩트 아티클이 큰 반향을 일으킨 건 개념과 함께 다섯 가지 ‘성공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동 어젠다에 맞춘 구조적인 프로세스에 따라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 ▲사전에 합의된 기준에 따라 임팩트를 측정·관리할 것 ▲모든 이해관계자가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것 ▲모든 이해관계자가 상호 보완적으로 액티비티를 강화할 것 ▲풀타임으로 온전히 기여할 수 있는 중추조직(backbone organization)을 갖출 것 등이다.

신 교수는 컬렉티브 임팩트의 좋은 사례로 나무 키우기 게임으로 임팩트를 낸 우리나라 사회적기업 ‘트리플래닛’을 소개했다. 게임에 참여한 유저들이 가상의 나무를 키우면 실제로 아마존이나 몽골 사막에 나무를 심어주는 방식이다. “나무를 심는 데 필요한 돈은 기업이 부담합니다. 게임 속에 자연스럽게 기업의 브랜드를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홍보 효과도 얻을 수 있죠. 나무를 심을 땅은 현지 정부가 지원했고, 나무를 심는 건 현지 NGO가 맡았어요. ‘나무를 심어 환경을 살리자’라는 공동의 어젠다가 확실했고, 게임 유저라는 개인을 중심에 두고 정부-기업-NGO의 구조를 매우 잘 짰죠. 모든 이해관계자가 각자 역할을 하며 필요한 것을 얻었어요. 임팩트 측정도 아주 잘되는 사업이고요. 나무 한 그루 심을 때마다 탄소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계산이 딱 되니까요. 무엇보다 트리플래닛이 중추조직 역할을 잘했어요. 덕분에 2011년부터 총 100만 그루를 심을 수 있었죠.”

신 교수는 컬렉티브 임팩트의 성공 요건 다섯 가지 중 놓치기 쉬운 것 하나가 ‘오픈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비영리단체 점프가 8년째 운영 중인 ‘H-점프스쿨’을 바람직한 사례로 들었다.

“처음에 점프에서 대학생 교육봉사를 기획해 현대차에 제안했는데 일주일에 세 번, 두 시간씩 소외 계층 아이들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짜서 가져갔어요. 현대차 입장에서는 일주일에 세 번이라는 숫자가 학생들에게 부담될 것 같아서 조정을 하고 싶어 했죠. 점프가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다른 기업의 교육봉사 프로그램처럼 스펙 쌓기용이 될 수 있다는 얘기였죠. 세 번이 많다고 생각하는 대학생은 받지 않겠다고 설득했고, 현대차는 점프의 뜻을 받아들였습니다. 작은 단체인 점프의 미션과 비전을 대기업인 현대차가 존중해준 거죠.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이런 커뮤니케이션과 신뢰가 없다면 컬렉티브 임팩트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입니다.”

신 교수는 “이번 콘퍼런스를 통해 그간 현장에서 활용된 다양한 형태의 컬렉티브 임팩트 사례를 진단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했다. 연사 선정에 특히 공을 들였다고 했다. “SSIR의 편집인 에릭 니(Eric Nee)를 기조 연설자로 세웠습니다. 거의 20년간 SSIR 편집인을 맡아 사회혁신에 관한 가장 많은 기사를 읽은 사람이죠. 코로나 시대에 컬렉티브 임팩트가 어떻게 가게 될지 들어볼 예정입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서상목 회장님 이야기도 기대됩니다. 스탠퍼드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국내 경제학자 최초로 ‘빈곤’을 연구한 분이시죠. 사회혁신과 사회복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실 겁니다.”

콘퍼런스를 주최하는 네 기관의 협력에도 의미를 뒀다. “SSIR은 글로벌로 연결되는 관문입니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국내 사회 혁신 생태계에서 중요한 언론 매체죠.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우리나라 사회복지계를 대표하는 기관이고, 한양대는 대학의 사회혁신을 주도하는 곳입니다. 네 기관이 만들어내는 컬렉티브 임팩트가 사회혁신 생태계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김시원 더나은미래 기자 blindlette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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