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4일(수)

“코로나 같은 불확실한 미래… 구호단체도 늘 예측하고 준비해야”

“코로나 같은 불확실한 미래… 구호단체도 늘 예측하고 준비해야”

Share on facebook
Share on twitter
Share on print

[월드비전 70주년 특별 인터뷰] 양호승 한국월드비전 회장

2억명 아동 지원하는 글로벌 NGO로 성장
한정된 자원 잘 쓰려면 모금도 전문성 필요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한국월드비전 본부에서 만난 양호승 회장은 “70년 전 한국전쟁 중 고아를 돕고자 시작한 월드비전이 이제 세계 100국에서 구호 활동을 펼치는 국제 NGO로 성장했다”면서 “후원자들이 보내온 소중한 자원을 꼭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쓰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주민욱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홍수, 산불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겁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처럼 감염병도 인류의 큰 도전으로 다가왔지요. 돌발 이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분석을 내놓잖습니까. 국제 구호개발 단체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는 걸 넘어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올해 말 임기 종료를 앞둔 양호승(73) 한국월드비전 회장은 여전히 미래를 이야기했다. 올해는 월드비전 창립 70주년. 1950년 한국전쟁 당시 고아들을 돕기 위해 구호 사업을 시작한 이후 이제는 전 세계 2억 아동을 지원하는 글로벌 NGO로 성장했다. 양 회장은 지난 2012년 한국월드비전 첫 전문 경영인 출신 수장(首長)으로 9년간 지속 가능한 경영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주력해 왔다.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한국월드비전 본부에서 만난 양회장은 “한국이 원조받던 나라에서 도움 주는 나라가 된 것처럼 월드비전도 후원받던 기관에서 직접 구호 사업을 실행하는 기관으로 성장했다”면서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 사회에서 비영리기관이 지속적으로 사회 발전에 기여하려면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략이 필요하다고요?

“국내외 취약 아동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재정, 인력 등 많은 자원이 필요합니다. 2005~2010년에는 국내 모금 규모가 매년 20% 이상 성장할 정도로 호황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환경이 달라요. 어떻게 보면 ‘성숙한 마켓’이 된 거죠. 모금 영역에서도 전문성이 두드러져야 하는 시대가 온 겁니다. 어떻게 하면 한정된 자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할지, 후원자들에게는 어떻게 더 큰 만족을 줄지 등을 고민하고 있어요.”

―그간의 성과도 상당한데요.

“전쟁의 폐허에서 출발한 월드비전은 한국전쟁 이후 오랜 기간 해외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다가 1992년 도움을 주는 단체가 됐습니다. 모금을 통해 국내 사업뿐 아니라 해외 구호 사업도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식수 사업을 얘기해볼게요. 전 세계 57국에서 진행한 식수 사업으로 한 해 286만 주민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됐어요. 사업 단위로 하면 1534개나 진행했습니다. 이처럼 월드비전이 5년간 지역 개발 사업과 긴급 구호 사업을 통해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삶이 실질적으로 변화한 아동은 2억여 명에 달합니다. 이러한 70년 역사의 중심에는 후원자가 있어요. 후원자들을 숨은 영웅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일이군요.

“올 초에는 이런 일도 있었어요. 코로나19가 대구 중심으로 확산할 때 아프리카 잠비아 지역 주민들이 이 소식을 들은 거예요. 이분들이 한국에서 후원받은 재봉틀로 천 마스크를 만들어서 보내왔어요. 그러더니 케냐, 탄자니아, 가나 등 10국의 후원 지역 주민들이 동참하더란 말이에요. 총 4000장이 넘는 마스크를 한국으로 보내왔고 대구·경북 지역에 전달됐습니다. 후원은 반드시 돌아옵니다.”

―지금 후원자가 얼마나 됩니까?

“지난 10월 기준으로 58만명이 조금 넘습니다. 개인 후원으로 모금되는 총액만 2000억원을 웃돕니다. 기업으로 치면 조(兆) 단위 가치가 있는 조직이죠. 저뿐만 아니라 직원들 모두 어깨가 무겁습니다(웃음).”

―기억에 남는 순간은?

“남수단 내전은 공식적으로 끝났지만 지금도 곳곳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해요. 이를 피해서 난민들이 우간다 국경을 넘는 상황이에요. 몇 년 전 우간다 난민촌에서 만난 노란 물통 소녀를 지금도 기억합니다. 당시 난민촌의 한 가정을 방문했는데 어린아이들 대여섯명만 모여 있더라고요. 뭐 하고 있느냐고 물어보니 누나를 기다린대요. 물 길으러 간 누나를요. 그럼 올 때까지 기다리자고 했는데 안 와요. 오가는 데만 4시간 걸린다는데, 아무것도 못 하는 신세인 거죠. 그래서 난민 지원 사업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난민요?

“월드비전은 ‘MVC(the most vulnerable children)’라고 해서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아동을 주기적으로 설정해 목표를 정하고 있습니다. 2030년 목표로 삼은 대상 중 하나가 바로 난민입니다. 어른이 만든 전쟁 상황에서 가장 고통받는 건 아이들이죠. 더구나 코로나19로 난민촌에 접근할 수 있는 NGO 활동가도 줄어든 상황에서 열악한 아동의 삶을 지원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임기 9년을 꽉 채웠는데, 못다 이룬 꿈이 있을까요?

“몇 해 전에 북한 신의주 보육원을 방문해 원생들이 준비한 합창 등 연주를 관람할 기회가 있었어요. 월드비전 창설자인 밥 피어스 목사가 월드비전 합창단을 만들었듯이 북한 어린이들과 합창단을 만들어 세계 순회공연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대북 사업은 의지만으론 안 되는 일이니까요. 언젠가 이뤄질 날을 소망하고 있습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