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나미 책꽂이] ‘나의 조현병 삼촌’ ‘우리가 살 수 없는 미래’ ‘초보 노인입니다’

나의 조현병 삼촌 ‘편집형 정신분열증(조현병)’은 묻지마 범죄와 관련된 보도에 늘 따라나오는 소재다. 마치 조현병 때문에 범죄를 일으킨 것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탓에 수많은 조현병 환자들은 자의 혹은 타의로 숨어지내야 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1%가 조현병을 앓고 있고, 한국에도 약 50만 명의 조현병 환자가 있다. 조현병 당사자 가족으로 살아가는 작가는 ‘없는 사람’ 취급 당했던 삼촌을 공개하기로 했다. 정신병원을 들락날락 거린다며 소문이 날까봐 가족들이 죽을 힘을 다해 숨겨온 삼촌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조현병이 왜 발병하고 재발하는지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전해듣고, 가족들은 증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복지사의 조언을 통해 조현병을 마주하며 사는 법을 배운다. 우리는 조현병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들을 범죄자로 치부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이하늬 지음, 아몬드, 1만7000원, 242쪽 우리가 살 수 없는 미래 풍요로움엔 두 가지 길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더 많은 생산과 소비를 통해 욕구를 충족하는 ‘갤브레이스(Galbraith)적 노선’, 다른 하나는 조금 덜 원함으로써 충족감을 얻는 ‘선(禪)적 노선’이다. “어떤 길을 택하겠는가?”라고 질문 받는다면 대부분 전자를 택할 것이다. 인간의 소비가 어쩌다 지구의 수용 능력을 초과해버렸을까? 저자인 마이클 해리스는 오늘날 인간이 지구를 황폐하게 만드는 세 가지 이유를 이렇게 꼽는다. 영원한 성장이라는 환상, 불필요한 소비 중독, 탐욕적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 전략 등이다. 책의 원제 ‘우리는 모두 원한다(All we want)’와 달리 번역된 제목이 흥미롭다. 소비문화에 미쳐 있는

[더나미 책꽂이] ‘우리가 조금 더 나은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면’ ‘포포포 매거진’ ‘씨앗부터 키워서 천이숲 만들기’

우리가 조금 더 나은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면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평범한 개인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작고 낡은 차고지에서 시작한 그의 아이디어는 컴퓨터와 모바일 제품으로 구현됐고, 디지털 시장을 새롭게 재편했다. 이처럼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세상을 바꾸고 인류의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든다. 이 공식은 ‘환경’ 분야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책에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우리 사회를 더욱 살 만한 곳으로 만들어가는 9명의 환경운동가의 이야기가 담겼다. 제로웨이스트 디자인부터 제주 바다 정화 활동까지 광범위한 환경 실천을 하는 활동가들의 목소리가 기록됐다. 환경 관련 활동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강정미 지음, 도서출판 풀씨, 1만5000원, 193쪽 포포포 매거진(2023 Vol.8) 일과 삶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던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넘어 일과 삶의 경계를 넘나들며 조화로움을 강조하는 ‘워라블(Work and Life Blending)’의 시대가 왔다. 포포포 매거진 정유미 대표는 아이를 키우며 포항에서 서울로 왕복 680km를 오가며 일하는 ‘워라블러’다. 이번 매거진 8호의 주제는 ‘균형(Balance)’이다. 일과 삶의 경계를 깨고 그 안에서 균형점을 찾아가는 워라블러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책은 타인의 성공방정식을 답습하는 것보다 나에게 최적화된 속도와 방향을 찾아가도록 조언한다. 포포포는 소개말을 통해 “균형은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요동치는 균열의 역동을 마음껏 느끼는 것”이라고 말한다 . 포포포 편집부 지음, 포포포, 1만8000원, 223쪽 씨앗부터 키워서 천이숲 만들기 서울 마포구의 난지도(蘭芝島)는 난초와 지초가 자라는 섬이라는 뜻을 가진 녹음이 우거진 곳이었다. 1977년 8월, 서울시는 돌연 난지도를 쓰레기 처분장으로 쓰겠다는

[더나미 책꽂이] ‘ESG 실행전략 만들기’ ‘쉼터에 살았다 1·2’ ‘기후 책’

ESG 실행전략 만들기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실천 방법을 다룬 입문서. 빈곤·질병·교육 등 인류의 보편적 문제부터 환경, 경제까지 아우르는 SDGs는 지속가능경영의 글로벌 기준으로 통용된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서 참고할만한 교육 자료가 따로 없다는 점이다. SDGs의 이론적인 개념이나 역사, 해외 성공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지금 당장 기업·개인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가이드라인은 어디에서도 제공되지 않았다. 책은 ESG를 경영 목표로 삼은 기업들에 SDGs 실천을 통한 목표 달성 방법을 제시한다. 구체적으로 SDGs를 실천할 수 있는 85가지 원칙을 담았다. 복잡하고 방대한 내용을 캐릭터 이미지·그래픽으로 쉽게 풀어냈고, 테마별로 원칙을 정리해 매뉴얼처럼 간결하게 구성했다. 조직의 철학에 맞는 SDGs 실천 방법을 고민하는 리더들과 담당자들에게 권한다. 이즈미 요시츠구 지음, 전충훈·심재신 외 1명 옮김, 협동조합 소이랩, 1만9000원, 224쪽 쉼터에 살았다 1·2 22살 여성 하람은 하루아침에 ‘가정 밖 청소년’이 됐다. 가정폭력을 피해 집에서 도망쳐 나오면서다. 급한 대로 고시원에 들어갔지만, 그마저도 녹록지 않았다. 방세와 생활비를 내고 나면 수중에는 20만원도 채 남지 않았다. 2평 남짓한 단칸방에서 겨우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수준이었다. 닭장 같은 고시원에서 더는 살지 못하겠다는 결심을 한 그는 청소년 보호시설인 ‘쉼터’에 입소했다. 트라우마와 우울증으로 낯선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는 삶이 두려웠지만, 살기 위해 문을 두드렸다. 불안한 마음으로 시작한 쉼터 생활, 하람은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가진 친구들을 만나면서 ‘가정폭력 피해자’ ‘가출청소년’이라는 수식어에서 해방되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쉼터에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은 고작 3개월

[더나미 책꽂이] ‘예술가의 해법’ ‘스타트업을 키우는 농림수산식품 모태펀드’ ‘악마는 잠들지 않는다’

예술가의 해법 프랑스 낭만파 화가 제리코의 대표 작품인 ‘메두사호의 뗏목’(1819)은 실화를 기반으로 한다. 1816년 7월 2일, 당시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세네갈에 정착할 이주민 400여명을 태운 프랑스 군함 메두사호가 난파했다. 하필이면 경험 부족한 중년 관료가 배의 선장이었다. 그는 구명보트에 250명의 선원과 상류층 승객들만 태우고 도망쳤다. 남은 150명은 급조된 뗏목을 타고 표류하게 된다. 그러나 12일에 걸친 표류 끝에 살아남은 이들은 15명. 이들이 구조선에 구조됐을 당시 뗏목 위에는 먹다 남긴 사람의 살점이 널려 있고, 생존자들의 호주머니에는 먹다 만 고기 조각이 잔뜩 들어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얘기를 전해 들은 화가 제리코는 메두사호의 생존자들 얘기를 ‘메두사호의 뗏목’으로 그려냈다. 이 작품은 인간의 보편적 고통을 보여주고, 프랑스의 노예제와 제국의 우매함을 지적한다고 해석된다. 이처럼 예술 작품은 숨겨진 문제와 시대상을 드러내곤 한다. 작품을 통해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 미술학자인 책의 저자는 작품을 통해 가려진 문제를 들춰내고 해결책을 발견하는 방법을 세세히 알려준다. 에이미 E. 허먼 지음, 문희경 옮김, 청림출판, 2만2000원, 380쪽 스타트업을 키우는 농림수산식품 모태펀드 농림축산식품산업과 그 투자시장을 다룬 연구서. 미국 농식품 투자 플랫폼 애그펀더(Agfunder)에 따르면, 글로벌 농식품 관련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2020년 278억달러(약 35조5000억원)에서 2021년 517억달러(66조200억원)로 85%가량 급증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금리 인상, 코로나 팬데믹에도 애그·푸드테크 투자시장은 위축되지 않은 것이다.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책의 저자인 정성봉 농학정책보험연구원 투자지원센터장은 한국밴처캐피탈의 농식품기업 투자 동향을 분석하고, 농식품모태펀드의 영향력을 연구했다. 국내에서 이러한

[더나미 책꽂이] ‘우리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다정한 조직이 살아남는다’ ‘식량위기, 이미 시작된 미래’

우리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70대 노인과 30대 청년의 대담을 엮은 책.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의 자문위원 전범선씨는 지난 2021년 초 정성헌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을 처음 만났다. 인천의 한 불법 농장에서 무작위로 도살될 위기에 처한 소 여섯 마리를 구조한 후 소들을 보호해줄 만한 곳을 수소문하다 한국DMZ평화생명동산을 찾은 것이다. 당시 정성헌씨는 소 여섯 마리를 살리겠다고 찾아온 청년들에게 “젊은이들이 소 생명까지 살리겠다고 하니 그것참 아름답다”라며 소를 보살피겠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지난 2년간 동물학대·기후위기를 비롯해 세대갈등을 위시한 한국사회 내부갈등, 극심한 불평등, 남북 분열 등을 주제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며 해결의 실마리를 함께 찾았다. 그러면서 노장청이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세대를 갈라치기 하는 기후운동은 실패할 수밖에 없어요.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과제를 풀기 위해 노장청이 함께 힘을 모아도 될까말까기 때문이죠.” 정성헌·전범선 지음, 산현글방, 1만8000원, 316쪽 다정한 조직이 살아남는다 구글, 메타, 아마존, 넷플릭스 등 성공한 글로벌 기업들이 갖는 공통점이 있다.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참신한 브랜드 마케팅 전략에 더해 ‘다정한 조직문화’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종합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의 80%가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용성(Inclusion)을 의미하는 ‘DEI’를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DEI 전문가인 엘라 F. 워싱턴은 “포용적인 문화에서 혁신의 가능성은 6배 높다”며 “생각의 다양성은 팀의 혁신을 20% 높이고 위험을 30% 감소시킨다”고 말한다. 이제는 ESG에서 한발 더 나아가 DEI 전략을 구축해야 기업이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할

[더나미 책꽂이] ‘착한 자본의 탄생’ ‘왜 아프리카 원조는 작동하지 않는가’ ‘1%를 보는 눈’

착한 자본의 탄생 ESG 열풍 이후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에 대한 질문은 끝없이 쏟아지고 있다. ‘기업들이 사회적책임(S), 지배구조(G)보다도 환경(E)에 더욱 몰두하는 이유는?’ ‘이산화탄소를 대량 배출한 기업이 우수한 ESG 평가를 받게 된 까닭은?’…. 책은 여타 ESG 도서들이 다루지 못한 딜레마를 수면 위로 꺼내고 적확한 해법을 제시한다. 한전의 부실경영과 지배구조적 모순에 얽힌 오해, 중대재해 발생에 대한 CEO의 도덕적 해이 등 민감하고 첨예한 이슈도 논의한다. 지난 30여년간 철강업의 탄소배출량 관련 정책적 문제와 해법을 연구해온 저자의 ESG 경영 원칙과 경험, 통찰력이 응축돼 있다. 김경식 지음, 어바웃어북, 1만8000원, 312쪽 왜 아프리카 원조는 작동하지 않는가 아프리카는 주요 공적개발원조(ODA) 대상 지역이다. 한국 정부는 ODA 사업을 통해 지난 2019년에만 아프리카에 5400억원을 지원했다. 오는 2030년에는 대아프리카 지원 규모를 1조8000억원 이상 늘린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한국뿐 아니라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은 수십년간 아프리카의 빈곤·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원을 이어왔다. 이제는 불편한 진실을 확인할 때다. 국제원조는 정말 아프리카 발전에 도움이 됐을까? 세계은행(WB)에서 아프리카 국제 대변인을 역임한 로버트 칼데리시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진행된 아프리카 대외원조는 실패했다고 말한다. 그는 ▲빈약한 원조규모 ▲개발 정책의 우선순위를 설정·시행하는 정부 부재 ▲아프리카 대륙 내 국가들이 경제에 대해 갖는 경시적 시각 등을 실패 원인으로 꼽았다. 칼데리시는 아프리카 대외원조 문제를 해부하면서 아프리카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성장을 위한 냉철한 해법을 제시한다. 로버트 칼데리시 지음, 이현정 옮김, 초록비책공방, 2만8000원, 376쪽 1%를 보는 눈 ‘챗GPT’에 물었다.

[더나미 책꽂이] ‘탄소버블’ ‘북한 이주민과 함께 삽니다’ ‘이중언어의 기쁨과 슬픔’

탄소버블 세계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공언했다. 그러나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건 말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생활·소비패턴부터 에너지원, 생산 방식 등을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공학자인 저자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까지 인류는 어떤 경제적 위험을 감수하고, 변화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설명한다. 또 국제적인 탈탄소 흐름이 각 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배출권거래제·탄소세 같은 탄소가격정책의 이론적 근거를 살펴보면서 각 산업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을 경제적 관점에서 톺아보고 싶은 독자들에 권한다. 박진수 지음, 루아크, 1만4000원, 132쪽 북한 이주민과 함께 삽니다 남녀북남(南女北男)의 조금은 특별한 연애사와 결혼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홍콩 영화와 중국 드라마에 빠져 서강대학교 중국문화학과에 입학한 이삭씨는 같은 학교 철학과 재학생 민씨를 교내 연극동아리에서 만나 연애를 시작했다. 민씨는 북한에서 온 이주민이다. 함경북도 온성군에서 태어나 1997년 탈북했고, 2005년 누나 두 명, 남동생, 사촌 두 명과 남한으로 왔다. 이삭씨와 민씨는 5년 열애 끝에 결혼했다. 남녀북남의 로맨스를 다룬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처럼 달콤하기만 한 연애는 아니었다. 남북의 사회적 제도나 관습의 차이, 타인의 편견 어린 시선 등이 때로는 두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서로 공통점을 찾고 꾸준히 소통하며 좋은 만남을 이어갔다. 현재 두 사람은 슬하에 딸을 두고 함께 양육 중이다. 이삭씨는 “무슨 일을 겪을 때 자신의 사회적 소수성을 곧장 떠올린다면 그건 그 소수성이 사회에서 심한 배척을 당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딸아이가 반사적으로 자신이 북한

[더나미 책꽂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여기는 공덕동 식물유치원입니다’ ‘기후로 다시 읽는 세계사’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일종이다. 공감능력이 부족하고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특히 사랑이나 신뢰와 같은 감정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관계맺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여덟살에 아스퍼거 증후군을 진단받고 ADHD·범불안장애와 함께 살아온 여성 과학자가 있다. 그는 과학을 매개로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한다. 단백질 결합과 파동이론을 통해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법을 깨치고, 머신러닝을 통해 가장 좋은 선택지를 고르는 법을 배웠다. 생물화학을 전공한 카밀라 팡은 “나에게 과학은 단순히 연구 분야가 아니라 지구라는 행성에 감수성 없이 태어나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한 도구”라고 말한다. 팡은 관찰과 계산, 실험을 통해 삶과 관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카밀라 팡 지음, 김보은 옮김, 푸른숲, 1만8800원, 320쪽 여기는 ‘공덕동 식물유치원’ 입니다 “버려진 식물을 보면 알려주세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구조하려 합니다.” 저자는 유기식물을 구조해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는 ‘공덕동 식물유치원’의 원장이다. 시작은 서울 마포구 공덕동으로 이사오면서다. 우연히 마주친 옆 동네 재개발 단지. 그곳에는 이주민이 버리고 간 식물이 쌓여 있었다. 잡동사니나 음식물쓰레기 속에 방치된 식물, 화분만 챙겨 갔는지 화분 모양대로 흙과 함께 굳어진 식물 등이 길가에 놓여 있었다. 저자는 주인 없는 식물을 하나씩 구조했다. 그렇게 ‘유기식물 구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재개발 지역에서 구조한 식물을 키워내고, 식물이 활기를 찾으면 트위터 계정 ‘공덕동 식물유치원’을 개설하고 분양 글을 올렸다. 현재까지 알로카시아, 장미허브, 섬초롱꽃, 애기똥풀 등 구조된 식물 100그루가 새

[더나미 책꽂이] ‘지속 불가능한 불평등’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곁을 만드는 사람’

지속 불가능한 불평등 기후위기는 경제적 불평등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에 대응할 인프라와 자본이 부족한 빈곤국은 치명적인 손해를 입는다. 2030년이면 개도국의 기후위기 대응 비용이 연간 30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제학자인 뤼카 샹셀은 ‘어떻게 생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는 ‘어떻게 불평등을 극복할 수 있는가’와 함께 다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경제적 불평등을 없애지 않는 한 지속가능한 개발, 환경 보호 등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그러면서 독일의 에너지협동조합 관리 모델, 탄소세 인상을 둘러싼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 등 다양한 정책과 시행 사례를 비교·분석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샹셀은 “불평등 감소와 환경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가 상호작용하며 얽혀 있다는 것은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환경의 제약을 고려하면서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뤼카 샹셀 지음, 이세진 옮김, 니케북스, 1만6800원, 288쪽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스물여섯 청년이 된 세월호 생존자의 에세이. 2014년 4월 16일 가영씨는 동창생 250명을 잃었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길이었다. 들뜬 마음으로 여객선에 오른 학생들은 기울어진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대로 차가운 물 속에 잠겼다. 가영씨는 가까스로 구조 헬기를 탈 수 있었다. 대형 참사에서 살아남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두고 온 친구들을 떠올리며 자책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우울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곪은 상처를 치유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그는 한발씩 앞으로 내딛기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에서 생존한 친구들과 함께

[더나미 책꽂이]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상실의 기쁨’ ‘이웃집 방문 프로젝트’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소셜미디어에서 ‘좋아요’는 만능이다. 이 버튼 하나로 여러 게시물에 빠르게 피드백을 줄 수 있다. 돈도 들지 않는다. 온라인상의 네트워킹이라 친환경적일 것이라는 느낌까지 주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무심히 클릭한 디지털 정보들은 해저케이블과 데이터센터를 거쳐 전 세계에 공유된다. 무형의 디지털 행위가 ‘탈물질화’됐다고 여겨지지만, 사실 굉장히 육중한 물리적 실체라는 것이다. 책은 디지털 세계를 구성하는 거대 인프라를 탐사해나가는 동시에 이를 소유하기 위해 기업과 강대국들이 벌이는 영유권 전쟁의을 파헤친다. 그러면서 독자들이 디지털 세계를 감각적으로 체험하도록 끌어들인다. 이를 통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클라우드’는 깨끗한 흰 구름이 아닌 검은 먹구름에 가깝다는 것을, 자율주행 자동차는 인근 데이터센터 정보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에 이름처럼 자율적이라고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직면하게 된다. 초연결시대를 살아가는 인류가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 읽어야 하는 필독서다. 기욤 피트롱 지음, 양영란 옮김, 갈라파고스, 1만8500원, 364쪽 상실의 기쁨 모순적 제목의 책. 누군가와 헤어지고, 무언가를 잃는데 어떻게 기쁠 수 있을까. 저자 프랭크 브루니는 ‘상실’이 오히려 삶을 재정비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20년 이상 뉴욕타임스의 간판 칼럼니스트로 명성을 쌓았다. 백악관 담당 기자, 이탈리아 로마 지국장을 역임하고 음식 평론가로도 활동하며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2017년 어느 날, 느닷없이 닥쳐온 뇌졸중으로 시신경에 혈액 공급이 끊겨 점점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게 된다. 그의 나이 52살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랜 연인은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졌다는 이유로 이별을

[더나미 책꽂이] ‘모두의 운동장’ ‘정의감 중독 사회’ ‘챗GPT 인생의 질문에 답하다’

모두의 운동장 지난달 21일(현지 시각) 미국 고등학교 여자 농구리그에서 경기가 돌연 취소됐다. 미국 버몬트주 소속 미드버본트크리스천스쿨(MVCS) 여자 농구팀은 상대팀에 트랜스젠더 선수가 있다는 이유로 기권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비키 포그 MVCS 교장은 “생물학적 남성을 상대하는 것은 경기의 공정성을 해친다”며 기권 이유를 밝혔다.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성부 경기 참여는 미국 문화계에서 해묵은 논쟁거리다. 성소수자를 포용하자는 여론도 있지만, 경기력만으로 메달 색이 결정되는 탓에 승부의 세계에서는 되려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책은 트랜스젠더의 스포츠 참여를 둘러싼 담론을 제시하면서 모두를 위한 운동장을 만드는 해법을 모색한다. 제도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생물학적 측면에서 공정한지 등이 핵심 쟁점이다. 명쾌한 답이나 대안은 없다. 다만 다양성과 공정성은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Zephyrus 지음, 스리체어스, 1만2000원, 168쪽 정의감 중독 사회 소셜미디어(SNS)와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 창은 자칭 ‘정의의 사도(使徒)’들로 가득하다. 범죄자·학폭 가해자 등 불의를 저지른 사람이 나타나면 소위 ‘사이버 자경단’이 신상정보를 털고 온라인에 유포한다.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유명인은 물론 일반인도 표적이 된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보고 “현대인들이 정의감에 중독됐다”고 진단한다. 경기 침체, 취업난, 물가 상승 등으로 사회 전반에 불안·불만이 쌓이면서 공격적으로 변한 인간은 계속해서 화풀이할 상대를 찾는다. 작은 티끌 하나라도 발견되면 정의를 무기로 내세워 공격한다. 해결되지 않은 개인의 심리적 문제가 정의감 중독으로 비화한 것이다. 저자는 정의감 중독의 다섯 가지 유형과 현명한 대응법,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

[더나미 책꽂이] ‘당신은 전쟁을 몰라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 ‘각자도사 사회’

당신은 전쟁을 몰라요 열두살 소녀가 적어 내린 전쟁 연대기. 초등학생인 예바 스칼레츠카는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에서 할머니와 살았다. 평범한 일상은 2022년 2월 24일 깨졌다. 그날 아침 스칼레츠카는 폭격 소리에 잠을 깼다. 벌떡 일어나 휴대전화를 확인해보니 학교 단체 채팅방은 폭발 소음 얘기로 가득했다. 소문으로 떠돌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현실이됐다. 스칼레츠카는 할머니와 함께 비좁고 축축한 지하실로 대피한 뒤 참혹한 현실을 선명하게 기록해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렇게 고향인 하르키우를 떠나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으로 이동한 두 달간의 여정을 일기로 남겼다. 스칼레츠카의 글은 가공되지 않은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면서도 어린이만의 순수함을 드러낸다. 우크라이나 서쪽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와의 일화, 폭격을 당한 집에서 아끼던 인형을 무사히 꺼내온 사연에는 어린아이의 섬세함과 투명함이 묻어 있다. 예바 스칼레츠카 지음, 손원평 옮김, 생각의힘, 1만5000원, 272쪽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 재난으로 생긴 마음의 흉터는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지난 6일(현지 시각) 규모 7.8의 강진이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쳤다. 양국에서 공식 집계한 전체 사망자 수는 4만8000명을 넘어섰다. 당장 생존자와 이재민을 구호하는 일만큼 장기화하는 복구·재건 작업에서 남은 이들의 마음을 치료하는 일도 관건이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재난 트라우마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로부터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그는 1995년 1월 17일 일본 한신·아와지에서 발생한 대지진 현장에서 이재민을 돌보며 현장의 분위기를 틈틈이 기록했다. 그 기록을 바탕으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 치유 과정에서 사람과 사회의 역할 등을 논하며 따뜻한 메시지를 전한다.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