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더나미 책꽂이] ‘지속 불가능한 불평등’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곁을 만드는 사람’

지속 불가능한 불평등

기후위기는 경제적 불평등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에 대응할 인프라와 자본이 부족한 빈곤국은 치명적인 손해를 입는다. 2030년이면 개도국의 기후위기 대응 비용이 연간 30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제학자인 뤼카 샹셀은 ‘어떻게 생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는 ‘어떻게 불평등을 극복할 수 있는가’와 함께 다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경제적 불평등을 없애지 않는 한 지속가능한 개발, 환경 보호 등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그러면서 독일의 에너지협동조합 관리 모델, 탄소세 인상을 둘러싼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 등 다양한 정책과 시행 사례를 비교·분석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샹셀은 “불평등 감소와 환경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가 상호작용하며 얽혀 있다는 것은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환경의 제약을 고려하면서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뤼카 샹셀 지음, 이세진 옮김, 니케북스, 1만6800원, 288쪽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스물여섯 청년이 된 세월호 생존자의 에세이. 2014년 4월 16일 가영씨는 동창생 250명을 잃었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길이었다. 들뜬 마음으로 여객선에 오른 학생들은 기울어진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대로 차가운 물 속에 잠겼다. 가영씨는 가까스로 구조 헬기를 탈 수 있었다. 대형 참사에서 살아남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두고 온 친구들을 떠올리며 자책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우울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곪은 상처를 치유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그는 한발씩 앞으로 내딛기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에서 생존한 친구들과 함께 비영리 단체 ‘운디드 힐러’를 만들어 트라우마를 겪는 아동을 위로하고 지원했다. 지난해에는 강원 동해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 이재민들을 도왔다. 그렇게 가영씨는 다양한 상처를 지닌 사람들을 만나며 위로를 건넸고, 위로받았다.

유가영 지음, 다른, 1만2000원, 164쪽

곁을 만드는 사람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 노동자 수가 지난해 40만명을 넘어섰다. 이주노동자들은 점차 한국 사회에 녹아들고 있지만, 그들을 향한 혐오와 연민의 시선은 여전하다. 책은 베트남·방글라데시·네팔에서 온 노동자들이 본국에서는 어떤 삶을 살았고, 한국에 어떻게 들어와 어떤 시간을 보냈고, 현재 어떻게 일상을 꾸려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주노동자를 빈곤한 임금근로자가 아닌 자신만의 고유하고 구체적인 삶을 향유하는 주체로 그린다. 미얀마에서 온 또뚜야씨는 타지 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한국어를 알려주면서 고민 상담을 한다. 그는 “다른 사람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게 나의 행복”이라고 말한다. 책에 담긴 다양한 이주노동자 사례를 통해 연대와 공존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은주·박희정 외 1명 지음, 오월의봄, 1만7000원, 296쪽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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