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세, 엑소더스
6600만년 전 지구에 떨어진 소행성으로 지구는 다섯 번째 대멸종을 맞았다. 공룡을 포함한 76%에 달하는 생물종이 지구 상에서 사라졌다. 생물종이 사라진 가장 큰 원인은 소행성 충돌로 인한 기후급변이었다. 당시 충돌로 방출된 이산화탄소의 양은 약 600기가톤. 지구 평균기온은 1.3도 상승했고 대부분의 생물종은 살아남을 수 없었다. 환경 전문 기자인 저자는 “지난 20년간 인류가 뿜어낸 이산화탄소의 양은 600기가톤에 달한다”며 “인류는 여섯 번째 대멸종에 놓여 있다”고 말한다. 저자의 기후위기 진단은 기존 공식과 다르다. 기후위기의 해법으로 ‘이주’를 꼽는다. 고지대나 북위도로 이주하면서 개발로 파괴돼버린 지역을 복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리적 공간을 떠남으로써 익숙했던 생활 방식과 가치관에서 탈피하고, 복원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이아 빈스 지음, 김명주 번역, 곰출판, 2만2000원, 384쪽
상어가 빛날 때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로 알려진 마리아나 해구는 인류가 탐험한 가장 깊은 바다다. 탐험한 바다의 깊이는 고작 11km. 바다는 여전히 인류에게 미개척지다. 특히 바다에 서식하는 생물 중 인류가 발견한 생물은 5%도 채 되지 않는다. 책의 저자는 미지의 영역이라 불리는 심해를 누비며 해양 생물에 관한 연구 주제들을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상어, 돌고래, 해파리 등 비교적 친숙한 해양 생물의 생존 방식부터 심해어가 어떻게 미립자를 발광시켜 형광빛을 만들어 내는지 등 어려운 과학적 사실을 상세한 그림과 표로 친절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말한다. “모든 것을 다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얼마나 많이 아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율리아 슈네처 지음, 오공훈 번역, 푸른숲, 1만8500원
흠결없는 파편들의 사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공개한 고용률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2분기 고용률은 남성 76.92%, 여성 61.36%다. 남녀 고용률 격차는 15.56%p로 OECD 회원 38개국 가운데 8번째로 크다. 페미니스트 문화인류학자인 저자는 “현대 한국 여성은 세대를 불문하고 구조적 곤경에 처해있다”며 “일터에서의 성평등을 이뤄내려면 몇몇 여성이 어떻게 성공했는가가 아닌 왜 여성이 일터에 오래 남을 수 없는가를 집요하게 물으며 그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책에는 다양한 세대 여성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겼다. ‘아무도 반박 못 할 만큼 잘해내면 되는 거 아니야?’라는 질문에 저항하며 일터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김현미 지음, 봄알람, 1만8000원, 316쪽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