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조현병 삼촌
‘편집형 정신분열증(조현병)’은 묻지마 범죄와 관련된 보도에 늘 따라나오는 소재다. 마치 조현병 때문에 범죄를 일으킨 것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탓에 수많은 조현병 환자들은 자의 혹은 타의로 숨어지내야 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1%가 조현병을 앓고 있고, 한국에도 약 50만 명의 조현병 환자가 있다. 조현병 당사자 가족으로 살아가는 작가는 ‘없는 사람’ 취급 당했던 삼촌을 공개하기로 했다. 정신병원을 들락날락 거린다며 소문이 날까봐 가족들이 죽을 힘을 다해 숨겨온 삼촌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조현병이 왜 발병하고 재발하는지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전해듣고, 가족들은 증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복지사의 조언을 통해 조현병을 마주하며 사는 법을 배운다. 우리는 조현병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들을 범죄자로 치부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이하늬 지음, 아몬드, 1만7000원, 242쪽
우리가 살 수 없는 미래
풍요로움엔 두 가지 길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더 많은 생산과 소비를 통해 욕구를 충족하는 ‘갤브레이스(Galbraith)적 노선’, 다른 하나는 조금 덜 원함으로써 충족감을 얻는 ‘선(禪)적 노선’이다. “어떤 길을 택하겠는가?”라고 질문 받는다면 대부분 전자를 택할 것이다. 인간의 소비가 어쩌다 지구의 수용 능력을 초과해버렸을까? 저자인 마이클 해리스는 오늘날 인간이 지구를 황폐하게 만드는 세 가지 이유를 이렇게 꼽는다. 영원한 성장이라는 환상, 불필요한 소비 중독, 탐욕적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 전략 등이다. 책의 원제 ‘우리는 모두 원한다(All we want)’와 달리 번역된 제목이 흥미롭다. 소비문화에 미쳐 있는 우리에게 “미래는 살(buy) 수 없다”거나 “이러다간 지구에서 살(live) 수 없다”고 경고하는 것 같다.
마이클 해리스 지음, 김하늘 번역, 어크로스, 1만6800원, 260쪽
초보 노인입니다
특정 집단을 거부하는 ‘노키즈존’ ‘노중년존’ 등이 생길 만큼 혐오가 사회의 원동력이 된 지 오래다. 여기서 궁금증 하나. 노인의 기준은 뭘까? 기초노령연금이나 무료 교통카드 적용 대상인 만 65세를 넘기면 노인이 되는 걸까. 지난해 국민연금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스스로 노인이라고 인식하는 나이는 평균 69.4세라고 한다. 책에는 갓 60세를 넘긴 저자가 겪은 ‘초보 노인’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하루하루 노인으로 살아가는 저자의 기록을 보다 보면 혐오의 대상이라는 생각보다 “나의 부모님이 마주하는 세상은 이런 모습이구나”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김순옥 지음, 민음사, 1만6800원, 264쪽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