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더나미 책꽂이] ‘모두의 운동장’ ‘정의감 중독 사회’ ‘챗GPT 인생의 질문에 답하다’

모두의 운동장

지난달 21일(현지 시각) 미국 고등학교 여자 농구리그에서 경기가 돌연 취소됐다. 미국 버몬트주 소속 미드버본트크리스천스쿨(MVCS) 여자 농구팀은 상대팀에 트랜스젠더 선수가 있다는 이유로 기권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비키 포그 MVCS 교장은 “생물학적 남성을 상대하는 것은 경기의 공정성을 해친다”며 기권 이유를 밝혔다.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성부 경기 참여는 미국 문화계에서 해묵은 논쟁거리다. 성소수자를 포용하자는 여론도 있지만, 경기력만으로 메달 색이 결정되는 탓에 승부의 세계에서는 되려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책은 트랜스젠더의 스포츠 참여를 둘러싼 담론을 제시하면서 모두를 위한 운동장을 만드는 해법을 모색한다. 제도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생물학적 측면에서 공정한지 등이 핵심 쟁점이다. 명쾌한 답이나 대안은 없다. 다만 다양성과 공정성은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Zephyrus 지음, 스리체어스, 1만2000원, 168쪽

정의감 중독 사회

소셜미디어(SNS)와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 창은 자칭 ‘정의의 사도(使徒)’들로 가득하다. 범죄자·학폭 가해자 등 불의를 저지른 사람이 나타나면 소위 ‘사이버 자경단’이 신상정보를 털고 온라인에 유포한다.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유명인은 물론 일반인도 표적이 된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보고 “현대인들이 정의감에 중독됐다”고 진단한다. 경기 침체, 취업난, 물가 상승 등으로 사회 전반에 불안·불만이 쌓이면서 공격적으로 변한 인간은 계속해서 화풀이할 상대를 찾는다. 작은 티끌 하나라도 발견되면 정의를 무기로 내세워 공격한다. 해결되지 않은 개인의 심리적 문제가 정의감 중독으로 비화한 것이다. 저자는 정의감 중독의 다섯 가지 유형과 현명한 대응법,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 정의감이 서로를 비난하는 명분으로 활용되는 시대에서 저자의 해법은 묘수가 된다.

안도 슌스케 지음, 송지현 옮김, 또다른우주, 1만5000원, 160쪽

챗GPT 인생의 질문에 답하다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에 물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떨까?” 챗GPT는 이렇게 답했다. “대한민국은 인구 고령화, 저출산, 남북관계 등 여러 과제를 직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역량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AI가 한 국가의 미래를 전망하는 수준까지 왔다. 인간의 지적 호기심을 서적이나 전문가가 아닌 AI가 채워줄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인간이 챗GPT에게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유익은 무엇일까. 저자들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194개를 챗GPT에게 던졌다. ‘우리는 왜 여기에 존재할까?’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고통을 극복할 수 있을까?’ 등이다. 철학서적에서나 다룰 법한 어려운 주제임에도 인공지능은 깊이 있는 답변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 내놓았다. 두 명의 저자와 인공지능이 나눈 섬세한 대화를 엿듣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챗GPT·이안 토머스 외 1명 지음, 이경식 옮김, 현대지성, 1만2000원, 248쪽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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