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더나미 책꽂이] ‘탄소버블’ ‘북한 이주민과 함께 삽니다’ ‘이중언어의 기쁨과 슬픔’

탄소버블

세계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공언했다. 그러나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건 말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생활·소비패턴부터 에너지원, 생산 방식 등을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공학자인 저자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까지 인류는 어떤 경제적 위험을 감수하고, 변화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설명한다. 또 국제적인 탈탄소 흐름이 각 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배출권거래제·탄소세 같은 탄소가격정책의 이론적 근거를 살펴보면서 각 산업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을 경제적 관점에서 톺아보고 싶은 독자들에 권한다.

박진수 지음, 루아크, 1만4000원, 132쪽

북한 이주민과 함께 삽니다

남녀북남(南女北男)의 조금은 특별한 연애사와 결혼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홍콩 영화와 중국 드라마에 빠져 서강대학교 중국문화학과에 입학한 이삭씨는 같은 학교 철학과 재학생 민씨를 교내 연극동아리에서 만나 연애를 시작했다. 민씨는 북한에서 온 이주민이다. 함경북도 온성군에서 태어나 1997년 탈북했고, 2005년 누나 두 명, 남동생, 사촌 두 명과 남한으로 왔다. 이삭씨와 민씨는 5년 열애 끝에 결혼했다. 남녀북남의 로맨스를 다룬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처럼 달콤하기만 한 연애는 아니었다. 남북의 사회적 제도나 관습의 차이, 타인의 편견 어린 시선 등이 때로는 두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서로 공통점을 찾고 꾸준히 소통하며 좋은 만남을 이어갔다. 현재 두 사람은 슬하에 딸을 두고 함께 양육 중이다. 이삭씨는 “무슨 일을 겪을 때 자신의 사회적 소수성을 곧장 떠올린다면 그건 그 소수성이 사회에서 심한 배척을 당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딸아이가 반사적으로 자신이 북한 이주민 2세대라는 걸 떠올리는 일은 영영 없었으면 좋겠다”면서도 “엄연히 존재하는 소수성을 잊거나 부정하기보다는 쉬이 떠올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이삭 지음, 나무발전소, 1만4000원, 196쪽

이중언어의 기쁨과 슬픔

모국어와 제2외국어, 즉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두 언어를 완전히 같은 수준에서 구사할 수 있을까? 언어심리학자인 줄리 세디비는 “언어에도 주류·비주류가 있다”며 “모국어가 비주류 언어라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고 말한다. 세디비는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나 두 살 때까지 그곳에 머물다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를 거쳐 캐나다로 이주했다. 캐나다에서 영어를 쓰면서 모국어인 체코어는 자연스레 잊혀졌다. 세디비가 체코어를 다시 기억해낸 건 아버지가 고향에서 숨을 거두면서다. 이후 모국어 상실의 메커니즘과 언어 간의 권력관계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소리 없이 사라진 소수민족의 ‘약한 언어’를 애도했다. 독자들은 세디비의 이야기를 통해 언어심리 기제를 쉽게 이해하고, 언어와 자아정체성의 상관관계를 알 수 있다.

줄리 세디비 지음, 김혜림 옮김, 지와사랑, 1만9000원, 344쪽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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