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농부 되어보기’로 수학능력 향상에 식습관 개선까지…

학습능력·사회성 돕는 ‘도시 농업’ 교육 작은 시도가 커다란 변화를 낳았다. 서울시 양천구 신월3동에 위치한 ‘구립 파란들 어린이집’ 이야기다. 지난해 3월, 어린이집 입구에 작고 아담한 화단이 새롭게 자리를 잡았다. 유인숙 원장이 아이들의 애정과 손길이 담긴 1.5평 남짓한 텃밭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처럼 옥상과 마당이 없고, 규모가 작은 어린이집은 원예 프로그램을 시도할 엄두를 못 내요. 저도 이번 ‘꼬마농부 되어보기’ 프로젝트를 통해 실내외 협소한 공간에서도 텃밭을 가꿀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배웠습니다.” ‘꼬마농부 되어보기’ 프로젝트는 농업진흥청 도시농업연구팀이 연구 개발한 원예 프로그램이다. 연구팀은 유치원 교육과정을 분석해 지난 2009년부터 유아의 탐구, 언어, 수리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다. 2011년 파란들 어린이집에서 상자텃밭, 자루 농법 등을 활용해 수학적 학습 체계를 접목한 원예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씨앗을 종류별로 분류하고 그 개수를 세면서, 아이들이 10 이상의 수를 자연스레 더하고 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씨앗을 심는 과정에서는 한 뼘과 한 줌이 다른 단위라는 것과 한 되, 한 척 등 다양한 측정 방법을 배웠습니다. 무늬의 배열을 관찰해 식물생장과정을 예측하는 대수의 규칙성도 익혔고요.” 이번 연구를 진행한 농업진흥청 정순진 박사는 “6개월간 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대조군으로 선정한 인근 어린이집 아동들과 수학능력을 비교해봤다”면서 “수와 연산, 규칙성, 측정 등 파란들 어린이집 아이들의 실력이 월등히 향상된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비단 수학능력 향상뿐만 아니다. 권나현 담임선생님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놀라움을 표현했다. “가장 큰 변화는

[고대권의 Écrire(에크리)] 학교폭력을 이기는 힘, 나눔과 배려에서 나온다

학교폭력에 괴로워하던 아이가 자살을 선택했습니다. 안타까운 사연이 보도되고 곧이어 학교폭력을 멈추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세상은 선생님에게, 부모에게, 또래들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느냐고 묻습니다. 전문가들은 분석을 하고 정부와 언론은 학교 폭력을 근절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가끔 학교폭력 가해학생, 피해학생, 주위학생들과 인터뷰를 한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왜 때리느냐, 맞았을 때 기분이 어땠냐, 왜 방관했느냐 라고 기자는 질문을 하고 학생들은 “그냥” “기분 나빠서” “모르겠다”는 식으로 답을 합니다. 이런 기사를 보고 있자면 몸에서 힘이 빠져나갑니다. 아이들이 철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우리 시대와 사회가 던지는 질문이 본질을 피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가해학생, 피해학생, 주위학생으로 구분하는 것은 마치 가해학생, 피해학생, 주위학생이 따로 있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를 냅니다. 하지만 학교 폭력에 관한 진실은 어떤 아이라도 가해자가 될 수 있고 피해자가 될 수 있고 방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폭력은 아이들의 세계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관습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본질적인 문제는 아이들의 낮은 자아존중감입니다. 폭력은 그것이 표현되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성세대가 해야 할 일은 우리의 아이들을 다른 아이들에게 얻어맞지 않는 아이, 다른 아이를 때리지 않는 아이로 키워내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을 다른 사람을 돌보고 사랑하는 사람으로 키워내는 것입니다. 주위에 있는 약자를 배려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고 서로 간에 호혜적인 관계를 통해 공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아이로 키워내는 것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쉽게 폭력에

미래 미소(美小) 캠페인⑤ 외국인노동자에 50만원까지 담보 없이 대출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본다

미래미소(美小) 캠페인_아시안프렌즈의 무담보 소액대출 ‘SOS무지개은행’ 태국에서 온 노동자 얀레이(가명)씨와 친구들이 한국에서 일을 한 지는 4년이 되었다. 이들이 받는 임금은 한 달에 120만원 수준이다. 회사에서 숙소와 점심을 제공하는 조건이다. 120만원을 받으면 얀레이씨와 친구들은 100만원을 고향에 보낸다. “만약에 이런 분들이 갑자기 몸이 아프거나 일자리를 잃게 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사단법인 아시안프렌즈의 김준식 이사장은 외국인노동자들이 놓여 있는 사각지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다. 얀레이씨 등이 일하던 건설회사는 지난해 3월 초에 부도가 났다. 얀레이씨 등은 순식간에 직장을 잃고 임금이 체불되는 상황을 맞았다. 당장 잠을 잘 숙소는커녕 생활비도 없는 상황에서 이들이 손을 벌릴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이들에게는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긴급자금이 필요했다. ㈔아시안프렌즈는 이들에게 재취업을 하기 전까지 생활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인 1인당 20만원을 긴급대출했다. 소액대출이지만 무보증무이자로 이루어졌다. “4월 8일에 이분들이 저희 아시안프렌즈에 처음 찾아왔고, 열흘 만인 4월 19일에 대출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9월 15일에 이분들이 대출금을 상환하러 저희 사무실을 찾아오셨습니다.” 아무런 담보가 없이 이루어진 대출이었지만, 이들은 어려울 때 자신들을 도와준 아시안프렌즈를 잊지 않았다. 새로운 직장을 찾아 생활을 안정시키고 다시 고국에 돈을 보내면서 조금씩 돈을 모아 대출금을 갚을 돈을 마련했고, 조금 더 돈을 모아 감사의 마음을 표시할 과일 바구니를 장만해 아시안프렌즈를 찾아왔다. 지난 2009년 7월 첫 대출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사단법인 아시안프렌즈의 ‘SOS무지개은행’을 통해 12건의 긴급자금 대출이 이루어졌다. 예산이 1000만원가량으로 한정되어 있다

[단신] 소리아그룹과 함께할 인재를 찾습니다

‘한국문화의 현대화와 세계화 및 문화예술을 통한 사회공헌 구현’을 비전으로 활동하는 ㈜소리아그룹이 경영기획, 홍보마케팅 및 매니지먼트를 할 인력을 찾습니다. 한국을 넘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역량 있는 분들의 많은 관심과 지원 부탁드립니다. 채용과 관련한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www.soreagroup.com)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접수기간: 2월 15일(금) 마감 / 각 분야 인원 충원 시 조기마감 ●접수방법: 이메일 접수 (group@ soreagroup.com) ●제출서류: 사진과 희망 연봉을 기재한 이력서 1부와 자기소개서 1부 ●문의 (02)572-4482

청소년 자립 위한 1년의 교육, 또다른 나눔 전도사 키워

SK 해피스쿨 졸업식 SK그룹 행복나눔재단이 운영하는 SK해피스쿨이 지난 12일 행복나눔재단의 신사옥에서 2011학년도 교육과정을 마무리하는 졸업식을 가졌다. SK 해피스쿨은 청소년들이 요리사, 자동차 전문가, 뮤지컬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기본적인 기능교육을 제공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기반을 제공하는 청소년 자립사업이다. 현장교육을 통한 인턴십 및 취업지원이 포함된 통합적인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부터는 전일제 교육을 실시하고 전용 교육시설을 마련해 보다 안정적인 교육 환경을 갖추었다. 이번 졸업식은 요리, 자동차, 뮤지컬 분야로 도전을 시작한 이들의 지난 1년을 결산하는 의미도 담긴 자리였다. 손님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복잡한 자동차 변속의 동작 원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물을 만들었다. 뮤지컬 스쿨은 오랜 기간 준비한 소박한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졸업식을 찾은 부모, 선생님, 친지들은 “교육생들의 지난 시간이 얼마나 진지하고 치열했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졸업식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뮤지컬스쿨의 멘토인 배우 박건형은 SK해피스쿨 졸업식을 축하하며 “사회에 나가 헤쳐나가야 할 길이 더 험난하겠지만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여러분의 열정을 간직한다면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응원하고 이어 “무대 위에서 다시 만날 그날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자동차 스쿨을 졸업한 오정석 군은 “설렘 반 의문 반으로 시작했던 지난 1년이 이제는 무엇보다 큰 인생의 선물이 되었다”면서 “스쿨에서의 경험을 자산으로 사회에 나가 베풀고 나누는 사람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SK 해피뮤지컬스쿨은 1월 31일(화)까지 신입교육생을 모집한다. 최종 선발된 신입교육생은 연기, 안무, 노래, 극 만들기의 실기와 뮤지컬역사, 뮤지컬산업의 이해를 위한 이론교육,

마을비즈니스_지리산 매동마을

한옥 민박·할머니 손맛으로 둘레꾼 마음 사로잡아 안개 사이로 하늘에 맞닿아 있는 지리산이 눈에 들어왔다. 군데군데 얼음을 깨고 차갑게 흐르는 개울을 옆에 끼고, 한참을 걸어 들어갔다. 울창한 소나무 숲을 뒤로 두르고 남쪽으로 자리를 잡은 아담한 마을이 나타났다. 매화를 닮았다 하여 지어진 이름, ‘매동마을’. 겹겹이 포개진 푸른 기와지붕 아래로 할머니들의 구수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산을 찾는 사람들은 다들 마음이 맑고 따뜻한가 봐. 우리 마을 찾은 손님들이 다들 그랬거든. 민박을 시작하고 마을 주민들 얼굴이 환해졌어. 매일 아들, 딸을 만나는 느낌이 든데.” 이영수 마을추진위원장과 함께 느린 걸음으로 마을 모퉁이를 돌았다. 그는 마을 곳곳에 세워진 안내판을 가리키며 매동마을에 얽힌 이야기를 한 올 한 올 풀어냈다. “2005년에 녹색농촌체험마을을 선정한다는 이야길 듣고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빙 둘러앉았어. 그리고 우리 주변에 활용 가능한 자원들을 하나 둘 모아봤지. 목기그릇, 고사리, 변강쇠공원, 신라고찰 실상사, 거기다 지리산까지. 그렇게 적다 보니 우리 마을만큼 체험마을로 제격인 곳이 또 없더라고. 사업비 2억원을 받아서 목기체험관을 설치하고 두부 만들기, 떡 메치기, 짚신 꾸러미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했지.” 그리고 이듬해 4월 매동마을 앞으로 지리산 둘레길이 열리면서 외부 손님의 발길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마을 입구에 만든 주차장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직행버스나 자동차가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생긴 덕분에 매동마을이 둘레길 시작점이 됐다는 이야기다. “둘레길에 차 세울 공간이 없으니 다들 저 도로 밑에까지 주차를 하더라고. 보기도 안 좋고 사고

공동체 육아 ‘가족품앗이’

이웃끼리 자녀 돌봐… 엄마는 친구가 아이들은 형제가 생겼어요 매주 돌아가면서 품앗이 프로그램 기획, 각자 재능 나누며 보람도 여성가족부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연령대에 맞게 연결 지원… 품앗이 장소 제공도 “작은 용기가 아이들에겐 또 하나의 가족을, 엄마들에겐 둘도 없는 친구를 만들어줬어요. 이젠 급한 일 때문에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없습니다. 교육 관련 정보를 몰라 불안해할 필요도 없어졌고요.” 문을 열고 들어서자 털실·단추·스티커를 들고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조그만 손이 움직일 때마다 눈사람 얼굴에 눈과 귀가 그려지고, 알록달록 옷이 입혀졌다. 지난 1월 7일 부산시 사하구에서 가족품앗이(‘파워레인저’)를 하고 있는 네 가족의 토요일 오후 모습이었다. 인터넷 ‘맘(Mom)카페’에 올라온 글귀 하나가 이들의 만남을 이끌었다. “같은 지역에 사는 엄마들끼리 모여보자는 글이었죠. 사실 많이 망설였어요. 처음 보는 엄마들과 과연 친해질 수 있을까 걱정이 됐거든요.” 박미란씨가 첫 모임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그러나 벌써 3년째,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만나 다양한 체험과 놀이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특히 지난해부터 여성가족부에서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운영하고 가족품앗이 그룹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모임의 체계가 잡혀가기 시작했다. 가족품앗이란 이웃에 사는 사람들끼리 자녀 돌봄, 자신이 가진 노동력·물품 등을 교환하는 모든 형태를 말한다. 건강가정지원센터는 지역사회 가족들이 서로 품을 나누는 건강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도록 품앗이 장소를 제공하고 각 그룹에게 소정의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3~11월까지 총 3만6976명이 가족품앗이를 진행했고, 8만1511명이 공동육아나눔터를 이용했다. 박건화씨는 “가족품앗이를 하면서 엄마들이

늘어나는 기상재해… 한국도 ‘빗물 관리’ 시작해야

빗물 활용 시스템 빗물 저장탱크 설치하면 홍수·침수 대비에 용이 에너지 절약에도 효과적 빗물탱크 설치한 아파트 月 수도요금 평균 200원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빗물로 만든 주스도 팔아 지난해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인류가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기록적인 기상재해가 급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IPC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폭염이 증가할 가능성은 전 세계 지역별로 90~100%에 달하고, 20년에 한 번 발생했던 기록적인 폭우도 최고 5년에 한 번 발생하게 된다. 한국 역시 이러한 변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50년까지 기온이 3.2도 상승하고, 강수량이 15.6%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최근 이러한 기후변화에 발맞춰 보다 효과적인 물관리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대규모로 이뤄지는 집중형 물관리보다는 각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분산형 물관리 방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역별로 강수패턴 및 강도의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는 우리나라의 특성 때문이다. 이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빗물’이다.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한무영 교수는 “효과적인 물관리를 위해서는 각 지역 특성을 고려해 저류 및 침투 시설을 전국적으로 분산해야 한다. 빗물을 활용하면 이러한 분산이 가능해진다. 작게는 집집마다 빗물저금통을, 크게는 각 지역 단위로 빗물저장탱크를 설치한다면 도시침수, 홍수 등의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빗물이용은 에너지 절약에도 효과적이다. 수자원을 확보할 때 물 1t당 필요한 에너지를 살펴보면, 하수처리수를 재이용할 경우 약 1.2KWh, 광역상수도가 약 0.24KWh(공급 길이 15km 기준)가 든다. 반면 빗물탱크나 저장소를 활용하면 약 0.0012KWh의 에너지로도 충분하다. 실제로 빗물탱크를 지하에 설치한 서울 광진구

2006년 태풍이 할퀸 필리핀 라구나 주민 “6년째 굶주림과 싸워요”

재해 사라져도 고통 여전 – 복구 몇 년씩 걸리지만 도움 손길 턱없이 부족 난민들 대부분이 극빈층 – 전 세계 기후 난민 작년에만 2000만명 비가 후드득 떨어졌다. 10분도 안 돼, 필리핀의 라구나주(州) 로옥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금세 진흙탕으로 바뀌었다. 찢어진 티셔츠를 입은 아이들이 비를 피해 맨발로 뛰기 시작했다. 열다섯 살 제시는 용케도 물웅덩이를 피해 달리며, 우리를 천장 낮은 집으로 안내했다. 길과 바로 마주한 문 앞에 신발을 벗어놓고 집 안으로 들어서야 하는데, 축축한 흙 바닥이 고스란히 드러난 방 안을 보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제시 엄마는 사람 좋은 미소를 띠며, 손으로 낡은 의자를 가리켰다. 두 평 남짓한 공간이 전부인 집에는 제시와 엄마, 그리고 갓 아이를 낳은 스무 살 큰딸이 함께 살고 있다. 제시의 아버지는 4년 전 골수암으로 사망했다. 뼈와 거죽만 남은 듯한 제시는 수학을 좋아해서,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하지만 좁은 방 안에는 책상도 책도 학용품도 보이지 않았다. 엄마가 멋쩍은 듯 “태풍 때문에 가진 것을 모두 잃고 이곳에 임시로 정착해서 변변한 살림이 없다”고 했다. 아이 다섯을 둔 이웃집의 미찌(26)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진흙 바닥 위에 나무로 사방을 둘러 집 모양만 갖춘 곳에서 일곱 식구가 산다. 기아대책에서 나눠 준 장판이 바닥의 찬 습기를 막아주는 유일한 물건이다. 집 곳곳은 쥐들이 파먹어 구멍이 나 있고, 좁은 공간에서 아이들은 기침을 했다. 여섯 살 나다니엘은 백내장에 걸렸지만,

[알립니다] 환자 및 보호자 위한 도서 기부 캠페인 ‘징검다리 도서관’ 신청하세요

교보생명과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의 후원으로 (사)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에서 환자와 보호자 및 지역사회 주민들을 위한 도서 공간 및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지원합니다. 건강을 위한 양질의 정보 제공과 정서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해 병을 극복할 의지를 북돋고, 심리 안정과 치유를 돕기 위해서입니다. 도서 기부 캠페인을 통해 지역사회 기부 참여 통로를 마련하는 데도 목표가 있습니다. 환자 및 보호자를 위한 〈징검다리 도서관〉에 참여하고 싶은 병원은 아래와 같이 신청할 수 있습니다. 뜻을 함께할 병원들의 많은 신청 바랍니다. ▲사업명: 병원 내 환자 및 보호자를 위한 〈징검다리 도서관〉 ▲주최: (사)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후원: 교보생명,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신청자격: 설립 1년 이상으로 100병석 이상 또는 내원 환자 일평균 100명 이상, 도서관 조성 및 프로그램 실행 공간 보유 ▲지원 내용: 병원 내 도서 및 책장 설비 및 문화예술 프로그램 및 강사 지원 ▲접수방법: 자세한 내용은 www.arcon.or.kr 참조, 참여 신청서 작성하여 e-mail 접수 (onyx@arcon.or.kr) ▲접수기간: 1월 31일까지 ▲문의: 김정원, 김지훈 컨설턴트 (02)725-5529

[마을 개선 프로젝트] 부산 감천마을·물만골, 서울 성북구 장수마을

부산 감천마을, 아파트로 재개발 대신 아름다운 문화마을로 탄생 부산 사하구 감천마을은 1950년대 태극도를 믿던 사람들이 집단을 이룬 마을이다. 각양각색의 집들이 일정한 규칙이 없이 개별적인 개보수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주거환경의 개선이 필요하지만 재개발이나 뉴타운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 일단 1만 명 남짓한 주민들이 좁은 산비탈에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이곳에 아파트를 지어서 수익을 남길 수 있는 건설사가 있을지 의문이다. 재개발 대신, 감천마을은 지난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마을미술프로젝트’에 선정되었다. 마을 본래의 풍경에 아기자기한 예술작품이 더해져 전국적으로 유명한 ‘감천문화마을’이 되었다. 감천동이 지니고 있던 맥락은 유지되면서 조금씩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감천마을을 둘러보고 부산시 연제구의 연제공동체 김이수 대표를 만나 ‘마을만들기’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김이수 대표는 얼마 전까지 연제구 물만골 공동체의 마을주민위원장이었다. “물만골은 연제구 연산2동 산183번지 외 5개 지번에 걸친 마을입니다. 횡령산 중턱에 자리잡은 자연마을이죠. 지금의 마을이 형성된 것은 한국전쟁 당시 군사기지를 닦는 도로를 개설하면서였습니다. 78년에 전기가 들어왔고, 83년에 전화가 들어왔습니다.” 물만골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킨 것은 91년도에 시작되었던 강제철거다. 92년 마을 주민들은 10여 일에 걸쳐 동래구의 강제철거시도를 막았다. 90년대에 전국 곳곳에서 흔하게 진행되었던 재개발과 강제철거였지만 물만골의 주민들에게는 마을과 동네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구와 시의 방치 속에서 자체적으로 가로수를 심고 꽃길을 조성하고 마을회관을 설치하며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기 위해 애쓰던 물만골 주민들은 99년부터 실험을 시작했다. “99년에 물만골 공동체가 출범했습니다. 그리고 3차에 걸쳐 주민들이 4만9500㎡(1만5000평)의 부지를 공동매입했습니다. 금융위기가 생겼던

[고대권의 Écrire(에크리)] 의지를 수반한 사랑 펼칠 때, 기적이 일어납니다

1954년 1월, 대공황과 세계대전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는 파리의 겨울은 춥고 길었다고 합니다.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집이 없어 차가운 아스팔트와 강둑에서 겨울밤을 보내야 했습니다. 거리에서 밤을 보낸 엄마의 품에서는 죄 없는 아기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1월 31일 밤, 피에르 신부는 거리에서 한 노파의 시신을 발견합니다. 세바스토폴 가의 인도에서 얼어 죽은 노파는 손에 퇴거 명령서를 쥐고 있었습니다. 퇴거명령은 가난보다 가혹했습니다. 격분한 피에르 신부는 라디오 방송국으로 달려가 자신이 조금만 방송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합니다. “바로 오늘 밤에 프랑스의 모든 도시마다, 파리의 각 구역마다 현수막을 붙인 텐트를 치고 밤새도록 불을 밝혀 놓읍시다. 현수막에는 이런 글을 써놓도록 합시다. ‘고통당하는 자라면 누구든 여기 들어와서 먹고, 자고, 다시 소망을 찾으십시오. 우리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비참한 가난 속에서 죽어가는 형제들 앞에서 우리는 단 하나의 의견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이런 불행이 계속되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입니다. 부탁 드립니다. 이 일을 하기 위해 지금 즉시 서로를 사랑합시다.” 이날 방송을 통해 세상에 퍼진 피에르 신부의 호소는 놀라운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파리의 거리에 불을 밝힌 텐트들이 설치되었고 피에르 신부가 설치한 구호소에는 긴급 구호물품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네이버캐스트 ‘피에르신부’ 정리). 피에르 신부의 호소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피에르 신부는 파리의 빈곤문제에 공감하는 이들에게 단 하나의 의견, ‘의지’를 호소합니다. 피에르 신부는 사랑 속에 숨어 있는 ‘의지’를 읽어냈습니다. 사랑은 감정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사랑에 빠졌다는 말과는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