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고대권의 Écrire(에크리)] 의지를 수반한 사랑 펼칠 때, 기적이 일어납니다

1954년 1월, 대공황과 세계대전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는 파리의 겨울은 춥고 길었다고 합니다.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집이 없어 차가운 아스팔트와 강둑에서 겨울밤을 보내야 했습니다. 거리에서 밤을 보낸 엄마의 품에서는 죄 없는 아기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1월 31일 밤, 피에르 신부는 거리에서 한 노파의 시신을 발견합니다. 세바스토폴 가의 인도에서 얼어 죽은 노파는 손에 퇴거 명령서를 쥐고 있었습니다. 퇴거명령은 가난보다 가혹했습니다. 격분한 피에르 신부는 라디오 방송국으로 달려가 자신이 조금만 방송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합니다.

“바로 오늘 밤에 프랑스의 모든 도시마다, 파리의 각 구역마다 현수막을 붙인 텐트를 치고 밤새도록 불을 밝혀 놓읍시다. 현수막에는 이런 글을 써놓도록 합시다. ‘고통당하는 자라면 누구든 여기 들어와서 먹고, 자고, 다시 소망을 찾으십시오. 우리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비참한 가난 속에서 죽어가는 형제들 앞에서 우리는 단 하나의 의견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이런 불행이 계속되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입니다. 부탁 드립니다. 이 일을 하기 위해 지금 즉시 서로를 사랑합시다.”

이날 방송을 통해 세상에 퍼진 피에르 신부의 호소는 놀라운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파리의 거리에 불을 밝힌 텐트들이 설치되었고 피에르 신부가 설치한 구호소에는 긴급 구호물품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네이버캐스트 ‘피에르신부’ 정리).

피에르 신부의 호소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피에르 신부는 파리의 빈곤문제에 공감하는 이들에게 단 하나의 의견, ‘의지’를 호소합니다.

피에르 신부는 사랑 속에 숨어 있는 ‘의지’를 읽어냈습니다. 사랑은 감정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사랑에 빠졌다는 말과는 다릅니다. 의지는 감정과는 다릅니다. 스스로 일으켜 세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의지 없는 사랑은 무책임과 변덕으로 귀결되곤 합니다. 세상에 흐르는 불행이 멈추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세상에 흐르는 불행이 멈추도록 행동하겠다는 의지를 수반해야 합니다. 그래야 사랑입니다.

이런 사랑이 있을 때 우리는 고통당하는 이들을 향해 동정과 연민이 아닌 축복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습니다. 피에르 신부는 고통 당하는 자들이 파리 시민의 사랑 속에서 소망을 찾을 수 있기를 축복했습니다.

올 한 해를 돌아보며 피에르 신부가 요청했던 행동을 되새겨 봅니다. 피에르 신부는 단순히 구호물품을 보내자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즉시 서로를 사랑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 메시지는 아무런 조건을 달고 있지 않습니다. 사랑이 필요합니다. ‘지금 즉시’ 말입니다.

올 한 해 더나은미래가 사랑의 이름으로 우리 공동체의 긍정적인 변화에 작은 기여라도 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2012년에도 같은 소망을 가져봅니다.

독자 여러분의 건강과 평화, 그리고 의지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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