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혼자 만들 수 없다”…농협·스타트업, ‘함께 자라는 실험실’로

농협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엔하베스트엑스’ 데모데이 현장
7개 스타트업, 유통·스마트팜·식품 분야 실증 성과 공개

“단일 기업이 모든 혁신을 스스로 만들어내기는 어렵습니다. 우리가 잘하는 일을 계속하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면 외부와의 협업이 필수적입니다.”

6일 서울 강남구 성암아트홀. 농협 애그테크 청년창업캠퍼스 심화과정 ‘NHarvestX(엔하베스트엑스)’ 데모데이 현장에서 소풍커넥트 최경희 대표는 “기업은 어떻게 스타트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오픈이노베이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은 기업이 외부의 아이디어·기술·지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혁신을 추진하는 개방형 전략이다. 내부 연구개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외부의 창의적 해법으로 풀어내는 방식이다.

최 대표는 대표적 성공사례로 미국 생활용품 기업 P&G의 ‘커넥트 앤 디벨롭(Connect+Develop)’ 센터를 꼽았다. “혁신은 내부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 아래, 당시 CEO 앨런 래플리(Alan George Lafley)가 2002년 출범시킨 이 센터는 P&G가 보유한 기술을 외부에 공개해 스타트업·연구자·발명가와 협업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을 통해 오랄비(Oral-B), 다우니(Downy), 브라운(Braun) 등 히트 제품이 탄생했고, 10년 만에 매출은 2배, 순이익은 4배로 성장했다. 지금도 P&G는 내부 과제와 협업 조건을 공개하며 전 세계 파트너와 공동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최 대표는 “혁신하지 않는 조직은 결국 사라진다”며 “오픈이노베이션은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조직이 ‘다양성의 소음’을 견디며 진짜 혁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엔하베스트엑스는 농협중앙회와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소풍커넥트가 공동 운영하는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으로 올해 3년째를 맞았다. 농협 계열사의 실제 수요를 기반으로 애그테크(AgTech) 스타트업의 기술을 실증(PoC, Proof of Concept)·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올해 아이디어 공모에는 180개 기업이 참여했으며, 이 중 7개 스타트업이 최종 선정됐다. ▲리필리(친환경 곡물 포장 솔루션) ▲빅모빌리티(화물차 전용 주차 서비스) ▲랩투보틀(국산 농산물 기반 프리미엄 주류) ▲도시곳간(로컬 반찬 편집샵) ▲귤메달(제주 시트러스 식품 개발) ▲아그로솔루션코리아(4계절 딸기 수직농장 모델) ▲아이오크롭스(스마트팜 통합 운영 플랫폼) 등이다.

6개월간 농협과 공동 실증을 진행한 결과, 각 기업은 협업을 통해 신제품 개발과 유통망 확장, 해외 진출 등 실질적인 성과를 냈다. 랩투보틀은 농협양곡의 쌀 부산물을 활용해 ‘K-쌀 위스키’를 개발하고, 제조단계 검증을 마쳤다. 내년 상반기에는 해외 주류대회 출품도 예정돼 있다. 귤메달은 농협과 협력해 서울 양재 하나로마트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고, 100% 제주 감귤 착즙 주스 13종을 선보였다. 고객 반응 조사 결과, 데이터 수집률 90%, 참여 유도율 60%를 기록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참여기업·투자자·농협 관계자가 실시간으로 만나는 ‘온사이트 커넥션(On-site Connections)’ 매칭존이 마련됐다. 랩투보틀의 쌀 숙성 소주, 귤메달의 제주 주스, 도시곳간의 델리 메뉴 등 각 기업의 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부스도 운영돼 현장 열기를 더했다.

조현상 농협중앙회 디지털전략부장은 “올해는 초기 기획 단계부터 범농협 계열사가 함께 참여해 기술을 검토하고 사업에 실제 적용하는 방식으로 추진했다”며 “참여 스타트업들이 농협과의 상생 협력을 기반으로 농업 혁신의 중심 기업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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