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이주아동, 20년간의 임시 대책…여전히 불안한 ‘기본권’

[더나은미래 x 아름다운재단 공동기획] 보이지 않는 아이들, 사라지지 않는 권리<2> 미등록 이주아동 정책 변천사 미등록 이주아동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006년이다. 그동안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법적 신분 없이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의 현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정부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대부분 ‘한시적 구제책’에 그쳤다. 교육과 체류권을 놓고 반복되는 임시 조치는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미등록 이주아동이 언제까지 ‘조건부 체류’라는 불안 속에서 살아가야 하느냐고 지적한다. 언론이 보도한 미등록 이주아동 이슈 속, 한국 정부가 내놓은 미등록 이주아동 정책은 어떻게 변화해왔을까. 그 과정에서 드러난 한계도 함께 짚어본다. ◇ 이슈 생겨야 대책 나오는 현실, 미등록 이주아동의 불안한 교육권 2006년 4월, 스리랑카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 야무나 씨는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학교에서 데리러 가던 길에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체포됐다. 당시 경기도 안산 원일초등학교는 전국 최초로 외국인 노동자 자녀를 위한 특별학급을 운영하고 있었다. 3km나 되는 아들 등하굣길을 함께하던 길이 곧바로 구금으로 이어졌다. 야무나 씨는 6일 후 풀려났고, 인대가 파열된 손목 치료를 위해 3개월 간의 출국 유예를 받았다. 그 사이, 아들은 어머니와 헤어질까 봐 두려워하며 학교에 가지 못했다.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표적단속’ 논란이 불거졌다. 비판이 거세지자, 교육부는 법무부와 협의해 미등록 이주아동의 등하굣길을 이용한 단속을 중단하는 ‘다문화가정 자녀교육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미등록 이주아동이 단속에 대한 두려움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현실을

이제 프랜차이즈도 ‘사회적 가치’…“임팩트 모델에 주목하라”

프랜차이즈, 임팩트를 입다 <3·끝> [좌담회] 경기도형 ‘임팩트 프랜차이즈’, 어디까지 왔나 경기도가 ‘임팩트 프랜차이즈’ 사업의 2차년도에 본격 착수했다. 기존 프랜차이즈의 확장성과 운영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든다는 것이 핵심 목표다. 지난해에는 6개 기업이 선정돼 멘토링과 지원을 받으며 11개 신규 지점을 개설했다. 이들 기업은 취약계층 고용, 친환경 운영, 지역사회 기여 등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임팩트 프랜차이즈’가 과연 기존 프랜차이즈의 대안을 넘어, 지속 가능한 사회적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더나은미래는 지난 6일 경기도, 경기도사회적경제원, 협력기관 대표들과 좌담회를 열어 1차년도 성과와 2차년도 운영 방향을 물었다. 좌담회에는 공정식 경기도 사회혁신경제국장,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본부장, 우영승 언더독스 본부장, 임정택 히즈빈스 대표가 참석했다. ◇ AI가 빼앗은 게 아니라, 만들었다…일자리 창출하는 ‘임팩트 프랜차이즈’ ―프랜차이즈와 임팩트 프랜차이즈, 무엇이 다른가. 공정식=프랜차이즈는 도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업종이 많아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 기본적으로 사업 확장성과 표준화된 운영 시스템을 강점으로 하지만, 동시에 지역 상권 독점, 가맹점 간 과열 경쟁 같은 부작용도 따른다. ‘임팩트 프랜차이즈’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사회적 가치를 결합한 모델이다. 김민석=기존 프랜차이즈는 상품 중심으로 운영되지만, 임팩트 프랜차이즈는 취약계층 고용, 친환경 운영, 지역사회 기여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다. 중요한 것은 가맹점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회적 임팩트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1차년도의 주요 성과는. 우영승=1차년도에는 프랜차이즈 운영 경험이 있는 기업 2곳과

“기부 넘어 투자로”…국내 첫 ‘아동 관점 50억 펀드’ 출범한다

정태영 세이브더칠드런 총장·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아동 지원, 투자로 지속가능성 높인다 글로벌에서 ‘아동 관점 투자(Child Lens Investing, CLI)’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이에 발맞춘 펀드가 출범한다. 지난 21일,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와 임팩트 투자 전문기관 임팩트스퀘어는 ‘아동 관점 투자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국내 첫 아동 관점 투자 펀드인 ‘임팩트 포 칠드런 펀드(Impact for Children Fund)’ 추진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 기관은 아동 친화적 기업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기회를 확대하고, 지속가능한 아동 지원 모델을 구축하는 데 뜻을 모았다.

트럼프發 기후정책, 한국에겐 4년 후 대비할 ‘골든타임’ 될 수도

2025 대한민국 정국 전망, 기후정책은? 2025년 대한민국은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기업들은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춘 대응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AI 법·규제·정책 플랫폼 코딧(CODIT)이 13일 개최한 ‘2025년 대한민국 정국 전망’ 글로벌 웨비나에서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와 내년 대선 구도, 기업 환경 변화 등에 대한 심층 분석이 이루어졌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는 오는 3~4월 결론이 날 전망이다. 홍익표 코딧 고문(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은 “탄핵이 기각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업무에 복귀하지만, 리더십 훼손으로 국정 운영이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로 탄핵이 인용되면 즉각 대선 국면으로 전환되며, 60일 내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재집권에 따른 대외 통상정책 조정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중동 정세 변화 대응 ▲한반도 비핵화 및 남북관계 정상화 ▲디지털·반도체 산업 육성 ▲의료 및 복지 개혁 등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홍 고문은 “이러한 과제들은 향후 한국 경제 및 산업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기업들은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웨비나에서는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주요 국가적 과제도 논의됐다. 홍 고문은 “정권이 교체되든 유지되든 한국은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며 “경제 성장 둔화, 저출산·고령화 대응, 외교 전략 등이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후정책에 대한 전망도 나왔다. 홍익표 고문은 “트럼프 행정부가 재집권하면서 글로벌 기후 규범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다만 기후변화 대응과 ESG 경영의 흐름 자체가

현대제철·동국제강, 재생에너지 ‘0%’… 탄소중립 약속은 어디로

글로벌 환경단체 액션스픽스라우더 보고서 “철강업계, 석탄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국의 주요 철강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용 평가에서 글로벌 최하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환경단체 액션스픽스라우더(이하 ASL)가 발표한 보고서 ‘도전정신을 평가하다: 철강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 현황’에 따르면,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2022년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0%로 조사 대상 철강사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포스코홀딩스는 0.02%로 간신히 바닥을 면했으나, 스웨덴 사브(SSAB)의 19%에는 한참 못 미쳤다. 보고서는 주요 철강사들의 에너지 소비 대비 재생에너지 조달 실적과 잠재력을 최초로 평가한 자료로, 한국 철강업계의 저조한 성적표는 탈탄소화 흐름에서 크게 뒤처져 있음을 보여준다. ◇ 현대제철·동국제강, 재생에너지 계획도 ‘미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재생에너지 조달 실적뿐 아니라, 전력구매계약(PPA)이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계획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본 철강사 JFE는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낮았지만, 일부 공장에서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을 도입하며 현대제철과 동국제강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각각 전기로 비중이 49%와 100%에 달한다. 전기로(Electric Arc Furnace)는 철스크랩을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석탄을 사용하는 고로 대비 탄소 배출이 훨씬 적다. 보고서는 “전기로를 사용하는 주요 철강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직접 조달을 상당한 수준으로 늘릴 잠재력이 있다”고 짚었다. ASL의 로라 켈리 이사는 “탄소중립을 약속한 대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친환경 철강을 표방하는 기업들은 그린워싱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현대제철 실적, 현대차에도 악영향” 액션스픽스라우더의 김기남 선임캠페이너는 “현대제철의 재생에너지 실적 부진은 주요 고객사인 현대자동차의 ESG 평가와 브랜드

“혁신과 포용, 두 축이 필요하다”…한국 임팩트 투자 생태계의 빈틈을 짚다

2024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10·끝> [현장] 한국 임팩트 투자의 다음 단계는? 우리의 임팩트 투자는 지향점을 향해 제대로 가고 있는가. 지난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제주에서 열린 ‘2024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에서 아시아를 이끄는 임팩트 투자자들이 한 곳에 모여 토론하고 성찰하게 한 핵심 질문입니다.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가 2016년부터 개최한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는 임팩트 투자 기관, 자산가, 패밀리 오피스, 재단, 금융기관 등 투자자뿐만 아니라 기업가도 함께 모여 임팩트 투자의 글로벌 트렌드를 짚고, 향후 전망을 토론하는 대표적인 임팩트 투자 포럼입니다. 미디어 파트너로 협력한 ‘더나은미래’는 이번 포럼에 참여한 주요 연사 인터뷰를 비롯해 현장의 핵심 장면을 기사로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글로벌 임팩트 투자 네트워크(GIIN)의 지난달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현재 전 세계 3907개 이상의 조직이 총 1조 5710억 달러(한화 약 2100조 원) 규모의 임팩트 투자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이후 연평균 21%의 성장률을 기록한 수치다. 한국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2021년 한국 임팩트 투자 시장 규모는 약 7300억 원에 달했으며, 이는 2년 전과 비교해 약 2배 성장한 것이다. 특히 2018년에는 모태펀드와 성장사다리펀드가 약 3800억 원을 출자해 전체 임팩트 펀드 결성액의 53%를 차지했다. 공공 자본이 결합된 임팩트 펀드의 졸업을 2~4년 가량 앞둔 현재, 한국 임팩트 투자의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지난달 제주에서 열린 ‘2024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에서는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의 사회로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고령화, 새로운 비즈니스와 투자 기회 될 수 있어”

[대담] HGI 남보현 대표·트리플라잇 이은화 대표 시니어 1000만 명 시대에 들어섰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1000만 62명으로 전체 주민등록인구(5126만 9012명)의 19.51%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빠르면 올해 연말,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초고령사회란 65세 이상 인구가 총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를 말한다.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임팩트 투자사 에이치지이니셔티브(이하 HGI)와 임팩트 전략·측정 전문 솔루션 기업 트리플라잇은 최근 ‘투자사를 위한 사회문제와 산업 분석 : 고령화’ 리포트를 발간하며, 초고령사회가 야기할 실버산업의 변화가 새로운 비즈니스와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지속가능한 투자 전략을 통해 고령화 문제 해결의 임팩트를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23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이번 리포트 발간을 기획하고 발간한 HGI 남보현 대표와 트리플라잇의 이은화 대표를 만나 ‘투자사 관점에서 바라본 고령사회의 해법’을 물었다. ―투자사를 위한 사회문제 심층 분석 리포트를 발간한 계기와 첫 번째 주제로 ‘고령화’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남보현=사회문제의 불확실성과 변화는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첫 번째 주제를 고민하다가 사회이슈와 자본시장의 기회가 맞물릴 수 있는 영역이 ‘인구구조의 변화’라고 생각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는 고령 인구의 급격한 변화부터 심층적으로 분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은화=기후 위기 못지않게 한국의 인구구조 변화, 그중에서도 고령화에 대해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남 대표가 고령화와 관련된 사회문제를 분석해

“왜 사람들은 기부단체를 믿지 못할까?”

[인터뷰] 책 ‘기부불신’ 이보인 저자 “믿을 만한 기부 단체가 있긴 해?” 흔히 들리는 볼멘소리다. 작년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기부를 한 적이 있는 사람의 비중은 23.7%로 10년 전(34.6%)보다 10%p나 줄었다. 기부 불신은 기부하지 않는 이유 3위(10.9%)를 차지했다. 연말 구세군 모금함 소식에도, 사랑의열매 사랑의 온도탑이 100도를 달성했다는 뉴스에도 냉소와 비아냥이 섞인 댓글을 찾는 것은 어렵진 않다. 한국 사회의 만연한 기부 불신을 파헤친 사람이 있다. 지난달 24일 발간된 책 ‘기부불신’의 이보인 저자는 한국 기부문화의 현실을 보여주며, 왜 기부단체를 믿지 못하는지 조목조목 이야기한다. 대형 기부단체 7곳(사회복지공동모금회, 월드비전, 초록우산,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세이브더칠드런, 사회복지법인 굿네이버스)의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자료와 홈페이지를 ‘기부자’의 시선에서 꼬박 3년간 분석하고, 뜯어봤다. 이보인 저자는 SK텔레콤에서 SK행복나눔재단 ‘행복도시락’ 업무를 담당하며 비영리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하버드 케네디 스쿨을 거쳐 넥슨에서 ‘넥슨컴퓨터박물관’과 넥슨재단 설립을 주도하고, 다시 행복나눔재단으로 돌아왔다. 현재 행복나눔재단의 전략기획팀 본부장으로, ‘100% 기부금 전달’에 초점을 맞춘 ‘곧장기부’ 플랫폼을 실험하고 있다. ◇ 기부단체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 -책 제목과 표지가 강렬하다. ‘기부불신’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기업에서 사회공헌 업무를 하다가 비영리로 오면서 지인들로부터 기부단체에 대한 불신이 담긴 숱한 이야기를 들었다. 비영리 생태계를 잘 몰라서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기부 불신 때문에 기부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체감한 거다. 나도 궁금했다. 기부 불신으로 기부금이 줄어들면 결국 피해는 소외계층에게 향한다. 원인을 진단하면, 해결책도 나올

기부금 6억에서 370억… 20년 여정 마치고 한국가이드스타 사무총장으로

[인터뷰] 박두준 한국가이드스타 사무총장 박두준 아이들과미래재단 상임이사(60)가 ‘기업 사회공헌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복지’ 영역에서의 20년 여정을 마치고, 오는 6월 1일 한국가이드스타 사무총장으로 복귀한다. 그는 2008년에 출범한 공익법인 평가 기관 한국가이드스타의 설립 멤버로 2018년까지 사무총장을 겸직했다. 아이들과미래재단은 2000년 3월 벤처기업가들이 뜻을 모아 설립한 사회복지법인이다. 한국종합기술금융(현 KTB투자증권)을 주축으로 옥션, 다음커뮤니케이션, 버추얼텍 등 25개 벤처기업이 출연한 56억원의 기금이 씨앗이 됐다.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시작과 달리 벤처붐이 꺼지며 위기가 왔다. 초창기 합류했던 멤버들은 각자 살 길을 찾아 떠났다. 2004년 우여곡절 끝에 그는 ‘아이들과미래’ 사무국장이 됐다. 사람도 없고, 돈도 없었다. 직원 4명에 사업비는 거의 바닥나 있던 상태, 그는 아이들과미래재단의 구원투수였다. 당시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며 ‘기업 사회공헌’을 전문영역으로 선택하고, 하나씩 실마리를 풀어나갔다. 삼성증권의 청소년 경제 교육 사업을 시작으로, 아동과 청소년을 지원하는 기업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했다. 미국의 기업 사회공헌 매뉴얼을 번역해 발간하기도 했다. 그가 ‘아이들과미래’에 입사한지 올해로 20년, 2004년 6억 남짓했던 기부금은 지난해 370억으로 늘었다. 올해 아이들과미래재단의 기부금 약정금액은 약 500억원.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지난해보다 100억 이상 많은 금액이다. 소위 잘나가는 조직에서 새로운 도전을 선택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상임이사 퇴임식을 열흘 가량 앞둔 지난 8일,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한결 홀가분해보였다. 그는 한국가이드스타 사무총장으로의 복귀를 앞두고 “국내 기업 재단을 활성화하는 것이 마지막 과제”라며 포부를 밝혔다. 한국에서는 기업 재단의 역할에 대해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가 직접 말하는 4人4色 자립 이야기

매년 약 2000명의 청년이 만 18세가 되면 아동보호시설을 나와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우리는 이들을 ‘자립준비청년’이라고 부른다. 서울시 ‘2022 서울청년패널 기초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부모와 동거하는 청년들의 예상 독립 나이는 평균 30.6세. 자립준비청년의 자립은 보호자가 있는 청년층의 자립 시기보다 12년이나 이른 셈이다. 최근 기업 사회공헌의 화두는 ‘자립준비청년’이다. 비극적이지만 청년들의 희생이 거름이 된 탓이다. 지난 2022년 광주에서 20대 자립준비청년 2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고, 작년 6월과 7월 충남 천안에서도 2명의 보육원 출신 청년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더나은미래는 창간 14주년 특집으로 자립(준비)청년 당사자 4인을 한자리에 모아 ‘자립의 성공 요건과 바람직한 지원책’에 대해 물었다. 작가이자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모유진(28)씨, 아름다운재단 ‘열여덟어른 캠페이너’로 알려진 박강빈(26)씨, 전(前)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자 자립준비청년 지원 단체 SOL 대표인 윤도현(22)씨, 한예종 출신 바이올리니스트로 기아대책 음악특기생인 이석원(30)씨가 참여했으며, 좌담회는 모유진씨가 경기도 성남에서 운영하는 아라보다 카페에서 진행됐다. ―각자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자립준비청년 당사자로서의 경험과 생각을 세상에 알리는 ‘캠페이너’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각자가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해주세요. 모유진=2년 전, 자립준비청년으로서 자전적 이야기를 풀어낸 에세이 ‘숨김없는 말들’을 출간했습니다. 2021년부터 기아대책 ‘마이리얼멘토’로 활동하며 멘티들과 소통하고 있어요(성악을 전공한 모씨는 여러 장의 음반도 발표했다).   박강빈=봉앤설이니셔티브에서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이주배경청년을 대상으로 장학사업을 하고 있습니다(박씨는 2022년 예능프로그램 ‘유퀴즈 온더 블럭’에 출연해 자립준비청년의 고충을 알렸다). 이석원=바이올리니스트 이석원입니다.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으며, UIM(United In Music) 콰르텟의 리더입니다(이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지휘과를

“이제는 경계를 넘어 더 큰 변화로”

더나은미래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소셜섹터 10년의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를 전문가 10인에게 물었다. 이들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원 투입과 배분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며 “소셜섹터의 경계를 더 확장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주요하게 언급한 성과는 ‘비영리 조직 외에 사회적 기업, 소셜벤처 등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가 다양해진 것’과 ‘ESG의 주류화’를 꼽았다. 2014년 1251개였던 인증 사회적기업은 2022년 3534개로 늘어났고, 현재 고용 인원은 6만명이 넘는다. 2021년 기준 소셜벤처 수도 2184개로 2019년 최초 실태조사 이후 2배가량 증가했다. 이상진 서울사회적기업협의회 공동대표는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 시장 내에서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큰 변화”라고 해석했다. 이은경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연구센터 실장은 “코로나를 기점으로 기후변화, 회복 탄력성 등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커졌고 ESG 광풍을 타고 기업의 관심이 가속화됐다”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 속 사회적 기업의 가치가 더 빛난 사례도 있다. 환경 방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온IPM은 주거 환경의 위험도를 평가하는 지표를 개발,  고위험군 대상자에게만 방역을 집중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박성훈 사회적가치연구원 실장은 “서비스가 필요없는 주거 환경에 방역을 가면 역효과가 생긴다”면서 “일반 기업이라면 코로나 시기에 과실을 누리는 것에만 집중할 텐데 본질에 집중해 지자체 예산까지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개인이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변화다. 장윤주 아름다운재단 연구사업팀 연구원은 “지난 10년간 SNS를 중심으로 온라인 활동이 늘어나면서 개인과 네트워크 차원의 공익 활동과 사회 참여가 많아졌다”면서 “동물권과 환경

15년 도전해 매출 50억… ‘정신장애인은 일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다

[특별 대담] ‘향기내는사람들’ 임정택·이민복 대표 경북 포항에 위치한 한동대에 10평 남짓한 커피숍이 들어선지 1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이 카페는 현재 전국에 35개 지점을 운영하며, 필리핀에도 매장을 열었다. 장애인 중에서도 사회 통합이 유독 어렵다는 정신장애인이 바리스타로 일하는 카페, 장애인이 매장 뒤켠이 아니라 앞서서 손님들과 소통하는 카페, ‘히즈빈스’ 이야기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50% 이상 급성장하며 매출 50억을 돌파했고, 직간접적으로 고용하는 장애인만 200명이 넘는다. 지난 17일, 더나은미래는 ‘장애인의 날’을 맞아 카페 히즈빈스를 운영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향기내는사람들’의 임정택·이민복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9년 전 본지 취재로 포항에서 만났던 30대 초반의 청년 대표는 어느덧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임정택 대표가 대학생 때 히즈빈스를 창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민복 대표와의 인연이 궁금하다. 이민복=2008년 외국계 컨설팅 회사의 한국 지사 창업 멤버로 시작해 대표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 히즈빈스를 조명했던 더나은미래 기사(2015년 6월 23일자)를 읽었다. 회사가 인상 깊어서 ‘이런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창업하면서 10년 일하고 이직을 고민하고 있던 터, MYSC를 통해 사회적기업 대표를 대상으로 영업 전략 및 제안서 작성과 관련된 컨설팅 강의를 의뢰받았다. 당시 20곳 정도 사회적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는데, 그 중 한 분이 임 대표였다. 임정택=히즈빈스를 운영하면서 ‘장애인 일자리 문제 해결의 열쇠는 기업이 쥐고 있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그렇다면 기업이 장애인을 잘 고용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당시 회사에는 B2B 비즈니스를 담당할 전문 인력이 없었다. 계속 고민 중에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