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노인행복네트워크
청원노인행복네트워크 이렇게 이뤄진다
①집배원·이장단, 노인 복지 수혜자 발굴
②행정 관청·복지시설이 필요 서비스 연계
③집배원·이장단, 서비스 현황 파악
④기관·시설 꾸준히 소통해 서비스 개선
청원군의 노인 복지 인프라는 열악했다. 2009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 15만여명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만1000여명으로 14.3%를 차지했지만 청주시의 6배에 해당하는 광범위한 지역에 노인복지관 1개소, 재가노인복지시설 8개소뿐이었다. 특히 독거노인 가구와 노인 부부 가구의 비율이 전체 노인인구의 64.7%를 차지하고 후기 고령자(75세 이상)의 비율이 37.1%로 그 심각성이 더했다. 이런 상황에서 질 좋은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청원노인행복네트워크는 이렇듯 어려운 여건을 지역사회 내의 다양한 서비스 시설 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극복했다. 현재 청원노인행복네트워크는 지역사회의 행정 관청, 노인요양시설, 노인병원, 보건소, 사회복지단체, 노인보호시설 등 32개 기관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청원지역 노인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컨소시엄은 중복되는 사람들에게 중복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던 기존의 불합리성은 줄이면서 한 사람에게 제공되는 복지 서비스를 체계화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청원군 현도면의 이길성(64·가명)씨는 알코올 중독의 증상이 있었고 그 배우자와 자녀들에게도 정신질환이 있었다. 특별한 복지 서비스의 연계 없이 지내던 길성씨의 가족에 처음으로 복지 서비스가 연계된 것은 이장의 의뢰로 시작되었다. 2009년 6월 이장은 청원노인행복네트워크에 길성씨의 가정에 적절한 서비스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뢰를 보냈다.
6월 22일 청원노인행복네트워크의 사례 발굴요원 두 명이 이 가정에 파견되어 가족사항, 보호자, 주거 상황, 경제 상태 등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는 청원노인행복네트워크센터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간의 회의에 반영되어 청원군 정신보건센터에 서비스 연계가 의뢰되었다. 청원군 정신보건센터는 정신보건에 대한 전문적인 조사를 다시 실시해 청원노인행복네트워크센터에 그 결과를 통보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청원노인행복네트워크센터는 청원노인행복네트워크 내의 기관들에 길성씨의 가족에 대한 서비스 연계를 의뢰했다.
그 결과 행정관청은 길성씨의 가족이 기초수급자 자격이 있는지 판단했고, 노인복지관은 후원 물품 전달이 가능한지 검토했다. 현재 길성씨는 2009년 발굴 이후 청원군 정신보건센터, 청원군노인복지관, 청원노인행복네트워크, 청원군사회복지협의회를 통해 각각 알코올 중독 검사, 후원 물품, 입원비, 푸드뱅크 물품 등을 지원받았다. 길성씨는 2011년 10월 10일까지 8번의 상담과 22번의 모니터링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되었다. 지금 길성씨의 가족들은 비닐하우스를 세우고 병원에 다니면서 생활을 개선시켜 나가고 있다. 한 가정이 바뀌기 위해서는 이렇게 다양한 서비스의 연계와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현재 청원노인행복네트워크가 관리하고 있는 사례는 360케이스가량이다. 초기에 의뢰가 들어와 조사를 통해 서비스 연계를 진행하지 않은 경우는 1800여 케이스 가량이다. 기초수급자 등 행정 관청에서 사례 관리를 하고 있는 분들을 제외하고, 지역사회의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들의 사례가 해마다 발굴되어 청원노인행복네트워크에 의뢰가 되고 있고 서비스가 연계되고 있다.
이런 서비스 제공이 가능했던 비결 중 첫 번째는 복지 서비스와 무관해 보이는 지역사회의 기초 조직과의 연계다. 특히 2006년에 청원군이장단과 마련한 협조체계가 대표적이다. 청원군 14개 읍·면의 이장 582명은 자신의 지역에 있는 노인 중 서비스 연계가 필요한 이들을 발굴해 청원노인행복네트워크에 의뢰한다. 청원노인행복네트워크센터는 매달 각 지역의 이장단 회의를 찾아가 이장들이 발견한 사례에 어떻게 서비스가 연계되고 있는지 하나하나 보고해 이장단들의 활동을 독려했다. 또 이장단을 상대로 지역 주민에게 복지 서비스를 직접 연계할 수 있도록 초보적인 수준의 사례 관리에 대한 교육도 진행했다. 안내 책자, 달력, 마을방송 등도 이장들의 역량을 강화시켰다. 또한 이장이 발견하지 못하는 사례는 서청주우체국, 청주우체국 소속 집배원 158명이 다시 발견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그물망을 더 촘촘하게 만들었다.
두 번째 비결은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기관 및 시설들간의 꾸준한 소통이다. 처음 14개 기관으로 시작했던 네트워크가 32개 기관의 네트워크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매달 1회 기관 담당자 간의 회의가 지금까지 빠짐없이 지켜지고 있다. 이 월례회의는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기관들이 자유롭게 의사를 개진할 수 있는 느슨한 형태이나 이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은 해당 기관이 책임 있게 이행해야 하는 의무성을 띠고 있다. 월례회의와는 별도로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는 개별 사례에 대한 컨소시엄 기관 간의 회의는 통합 사례 관리 정보통신망 서비스를 이용해 상시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지역 간 거리가 멀어 발생할 수 있는 비효율을 온라인 서비스 개발을 통해 해결한 것이다.
마지막 비결은 네트워크 센터를 두어 사무국의 역할을 만든 것이다. 지금 네트워크 센터에는 실무자 일곱 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이 통합적으로 사례를 관리하기 때문에 컨소시엄 내의 다른 기관들은 각자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다. 네트워크 센터는 사례를 관리할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다른 서비스를 더 발굴해 네트워크에 연결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노인 가구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등의 서비스는 네트워크가 더 개발해야 할 영역이다.
청원군의 노인 복지가 놓인 환경은 다른 지역도 유사하다. 복지시설과 예산,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서비스의 질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높아진다. 서비스 연계에도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통합적인 사례 관리는 더 힘들어진다. 이 와중에 중복 지원과 지원 누락이 발생하고 이 사실을 서로가 알지만 뚜렷한 대책을 세우기엔 현실이 버겁다. 청원노인행복네트워크의 통합적인 노인 보건 복지 서비스 지원체계가 시사하는 바가 큰 이유다.
※더나은미래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작고 알찬 기관, 단체, 사업을 소개하는 ‘미래 미소(美小)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전문성, 비전으로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까지 희망을 나르는 ‘작고 아름다운’ 희망의 이야기들 국내편을 올해 말까지 만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