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발언대] 사회문제 해결은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

좋은 기술이 있다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대학에서 생명공학과 경영학을 공부하며 기술과 사람의 접점을 고민해온 나에게 이 질문은 점차 중요한 문제의식으로 자리 잡았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과 서비스가 개발되더라도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제때 닿지 않는다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게 된 계기는 치매안심센터에서 행정인턴으로 일했던 경험이었다. 현장에서는 필요한 지원이 이미 마련돼 있는데도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를 통해 사회문제를 바라볼 때는 ‘무엇이 존재하는가’보다 ‘그것이 누구에게, 어떻게 닿고 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일한 아카데미는 이러한 고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였다. 현장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를 구체적으로 정의해 필요한 사람에게 실제로 닿는 해결책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을 직접 경험했다.

우리 팀이 주목한 사회문제는 2030 청년층의 수면제 오남용이었다. 학업과 직장생활 등으로 수면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이 늘면서 수면제를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약을 복용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피고,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도움을 받는 일이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수면제 오남용의 원인을 탐구하고, 웹앱 솔루션 ‘윌로우 케어’를 기획했다.

프로젝트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일이었다. 이전에는 문제를 충분히 들여다보기 전에 해결책부터 구상하곤 했다. 이번에는 해결책을 정하기에 앞서 문제의 원인과 본질을 파고드는 데 집중했다. 5주 동안 현장 인터뷰와 설문조사, 시장 분석을 진행하며 처음 세운 가설을 끊임없이 검증하고 수정했다.

처음에는 청년층의 수면제 오남용을 단순한 복약 관리의 문제로 바라봤다. 그러나 조사와 인터뷰를 거치면서 제도와 서비스가 이미 존재하더라도 실제 이용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 반복적으로 약을 복용하는 동안 스스로 의존 신호를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하게 됐다. 결국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수면제 복용을 단순히 기록하는 데 있지 않았다. 복용 과정에서 이용자가 자신의 상태를 돌아보고,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렇게 정의한 문제를 바탕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청년들의 실제 필요를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솔루션의 방향을 기록·전문성·커뮤니티라는 세 축으로 구체화했다. 그 결과 수면제 복용 기록을 바탕으로 이용자가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한 지원을 받아 건강하게 약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사용자 중심 복약 관리 웹앱 ‘윌로우 케어’가 탄생했다.

이 경험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거창한 답을 내놓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다. 문제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가설을 확인하며 답을 찾아가는 일이었다.

서로 다른 관점을 더 나은 답을 만드는 자원으로 활용하는 법도 익혔다. 팀원마다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아이디어가 달랐다. 나는 내 의견을 설명하는 동시에 다른 가능성을 살피고, 여러 선택지를 비교하며 팀의 방향을 조율했다. 그 과정에서 의견 차이는 좁히거나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방향을 발견하게 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일이 막연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다. 모든 사람의 필요를 충족하는 완벽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중요한 것은 모두를 만족시키는 일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짚고 가장 절실하게 해결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실제로 작동하는 답을 만드는 것임을 배웠다. 그것이 더 많은 사람에게 사회적 가치를 확장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오세은 첨단바이오공학부 재학생(2026 유일한 아카데미 수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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