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많은 부분을 불편하게 만든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65세 이상 노령 인구는 2026년 기준 1112만 명으로, 우리는 이미 초고령사회를 살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몸 곳곳이 아파 병원을 찾다 보면 하루에 챙겨 먹어야 하는 약도 자연스레 늘어난다. 유일한 아카데미 2기 활동을 시작하며 우리 조의 시선이 머문 곳은 바로 어르신들의 ‘복약 문제’였다.
활동 초기에는 단순히 어르신들이 약 챙겨 먹기를 귀찮아하거나 임의로 복용을 중단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전문가 인터뷰와 현장에서 어르신들을 직접 만나는 조사를 거치며, 우리가 문제의 본질을 크게 오해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정나나 경복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를 통해 들은 현장의 현실은 달랐다. 치매 패치를 파스로 착각해 여러 장 붙이고 쓰러지신 분, 혈당약을 중복 복용해 응급실에 실려 가신 분까지, 문제는 약을 ‘안 먹는 것’이 아니라, 약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잘못 먹는 것’에 있었다.
노인 10명 중 9명이 안(眼) 질환을 겪는 만큼, 약 봉투에 쓰인 작은 글씨는 어르신들에게 큰 장벽이었다. 대안으로 꼽히던 QR코드 역시 20명의 어르신을 직접 만나 확인해 보니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어르신이 QR코드를 인지하기 어려웠고, 카메라 초점을 맞춘 채 3초 이상 손을 유지하는 동작조차 큰 부담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직관성에 초점을 맞췄다. 스마트폰을 약 봉투나 약 상자에 가볍게 대기만 하면 NFC 태그를 통해 복약 정보가 음성으로 흘러나오는 솔루션을 기획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심리적 장벽도 마주했다. 도움을 받으면 ‘내가 정말 늙었구나’ 싶어져, 남에게 묻는 것 자체를 망설이시는 게 어르신들의 마음이었다.
하지만 ‘주변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다 쓰면 쓰시겠느냐’는 물음에는 모두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이를 통해 이미 세상에 많은 솔루션이 나와 있지만, 알려지지 않거나 심리적 문턱 탓에 닿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배웠다. 기술의 완성도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도움이 필요한 당사자가 위축감 없이 당연하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는 것도 함께 깨달았다.
이번 유일한 아카데미를 통해 배운 것은 타인의 불편을 지레짐작하지 않고 현장으로 직접 들어가 깊이 공감하는 것, 그리고 그 공감을 실질적인 도움으로 이어지도록 행동하는 것이었다. 면접 당시 나는 “서로에게 조금 더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활동을 계기로 앞으로도 현장 중심의 시선을 갖고, 사회의 작은 사각지대를 밝히는 실천을 꾸준히 이어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김나현 홍익대 경영학과 재학생(2026 유일한 아카데미 수료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