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행사장을 떠난 반 총장을 따라 기자들이 모조리 그곳을 떴다. 100명까지 이용 가능한 대형 기자실엔 오후 내내 적막감만 감돌았다. 3일 내내 현장을 취재한 매체는 ‘더나은미래’가 유일하다시피했고, 스콧 칼린 위원장을 정식 인터뷰한 매체도 우리뿐이었다. 스콧 칼린 위원장은 “왜 한국 기자들은 콘퍼런스에는 관심이 없느냐. 반기문 사무총장에만 관심이 있어 아쉬웠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이후에 들려온 소식 또한 가관이었다. 콘퍼런스 마지막날, ‘경주 액션플랜’을 채택할 때 우리 정부에서 ‘새마을운동’을 넣으려고 엄청 노력했으나, 유엔 측에 의해 거절당했다는 것이다. “특정 나라의 개념을 글로벌 액션플랜 안에 넣을 수 없다”는 게 유엔 측의 입장이었다.
많이 부끄러웠다. 세계 GDP 순위 11위이지만, 우리 사회의 주요 시스템은 아직도 초고속 성장시대에 머물러있다는 자괴감은 지나친 걸까. 100명의 기자가 똑같이 생산하는 반기문 총장의 대선관련 기사는 흥미롭지만, 우리 국민의 품격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새마을운동’을 세계에 알리는 건 정권 홍보에는 도움되겠지만, 글로벌 세계시민으로서의 눈높이를 갖추는 데 큰 도움은 못 된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사고 이후 메르켈 정부가 ‘2022년 무(無)원자력발전소 시대’를 선언한 독일을 방문했을 때의 기억이 난다. 당시 메르켈 정부는 이 정책 찬반토론을 공영방송 피닉스를 통해 11시간 생방송으로 독일 전역에 중계했다. 시민들은 이메일과 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질문과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토론 내용은 다음날 독일 유력신문을 통해 다시 소개됐다.
이미 SNS에서 유통되는 수많은 장외(場外) 정보를 통해 국민들은 사안을 똑바로 판단하고 있다. 옥시 사태, 서울메트로 구의역 사고, 포스코건설 남양주 현장 사고 등에 대한 반응이 그것이다. 정부와 언론은 오히려 사안 판단이 더디고 자주 헛발질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