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미국 재단 제도 비교부터 미래 전략까지…재단의 신뢰·투명성·혁신 논의
한국가이드스타 부설 재단센터가 지난 18일 서울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제2회 재단 네트워크 포럼’을 열었다. 재단센터 출범을 계기로 글로벌 재단센터의 흐름을 짚고, 한국과 미국의 민간재단 법·제도를 비교하며 한국 재단의 미래 역할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포럼은 박두준 재단센터장의 발제로 문을 열었다. 박 센터장은 해외 재단센터의 역사와 기능을 소개하며 국내 재단이 직면한 구조적 한계를 짚었다. 그는 “해외 재단센터는 수십 년 전부터 연구·데이터·정책·교육을 통합한 플랫폼으로 발전해 왔다”며 “한국도 복잡한 규제와 단절된 네트워크를 넘어 재단의 성장을 뒷받침할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두 번째 발제에서는 국제 비교가 이뤄졌다. 오승빈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는 미국 민간재단 규제 체계를 설명하며 “미국의 규제는 통제를 위한 규제가 아니라 공익 실현과 자산 건전성 확보가 목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5% 의무 지출 규정’과 자선목적투자(PRI) 체계를 사례로 들며 “재단 자산을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세계적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변영선 회계사는 한국 상속세·증여세법과 공익법인법, 민법 구조가 가진 제도적 제약을 지적했다. 변 회계사는 “이원화된 감독 체계와 주식 출연 규제로 실무 부담이 크다”며 “공익 활동을 장려하는 방향에서 합리적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종합토론에서는 한국 재단이 앞으로 어떤 전략과 역할을 가져야 하는지가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좌장은 이중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았고 ▲김경하 더나은미래 편집국장 ▲최재호 현대차 정몽구재단 사무총장 ▲변영선 회계사 ▲박두준 센터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김경하 편집국장은 지난 10여 년간 기업재단 관련 언론 보도를 분석하며 “기업재단은 ‘편법 상속’ ‘거수기’라는 고착된 프레임에 갇혀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숫자 위주의 공시를 넘어 사업의 이유와 맥락, 성과를 설명하는 ‘맥락 기반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재호 사무총장은 “기업재단은 기업의 핵심 비시장전략(Non-market Strategy)을 수행하는 주체”라며 “사회문제 해결자로서의 정체성 정립과 제도와 신뢰 기반이 갖춰질 때 더 큰 공익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영선 회계사는 “현재 제도는 재단의 혁신을 제약해 왔다”며 “합리적 세제 개선과 자율성 확대가 병행돼야 재단의 공익 기능이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두준 센터장은 “재단센터는 연구·데이터·정책·교육·네트워크를 통합 지원하는 ‘재단 생태계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재단의 선의가 제도에 막혀 흐려지지 않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 센터장은 “이번 포럼은 한국 재단이 공익 영역에서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라며 “경험 공유와 제도 개선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재단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포럼에서는 재단센터가 새롭게 발간한 ‘기업재단의 이해(Handbook on Corporate Foundations)’도 소개됐다. 세계 20여 명의 학자들이 참여한 국제 연구서를 국내 최초로 번역한 것으로, 기업재단의 지배구조와 운영, 국가별 제도 등을 집대성한 자료다. 재단센터는 앞으로 재단협의회 설립, 실무자 교육, 해외 연구 번역·출판, 데이터 기반 연감 발간 등 재단 생태계 강화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