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인 설립·운영에 과도한 규제…“기부자 의사 반영·세제 혜택 구체화 필요”
“현행 공익법인법 규제는 공익법인의 활동을 위축시킬 뿐 아니라, 공익법인을 설립하는 것 자체를 꺼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장보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30일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외대 공익활동법센터–한국세법학회 공동학술대회’에서 “현행 공익법인법은 선의로 시작한 공익활동을 제도적으로 가로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 주무관청 사전허가·국고 귀속 조항, 설립 기피·운영 위축 우려
공익법인법은 학자금, 장학금, 자선사업 등 사회에 이바지하는 목적을 가진 재단·사단법인의 설립과 운영을 규정한 법이다. 장 교수는 “이 법이 설립 자체를 꺼리게 만드는 구조”라고 했다.

핵심 쟁점은 두 가지다. 첫째, 기본재산의 운용에 주무관청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고 그 권한이 광범위하게 행사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현행 공익법인법 제7조와 제11조에 따라, 공익법인은 기본재산을 매도하거나 증여, 임대는 물론 기부금에 대한 정기예금 운용까지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장 교수는 “재산 운용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주무관청이 최종적인 결정권을 가지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둘째, 공익법인 해산 시 잔여재산을 국가나 지자체에 귀속하도록 강제하는 조항(공익법인법 제13조)이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기부자가 자신의 자산을 특정한 공익 목적에 쓰라고 기부했음에도 해산 시 귀속처를 일률적으로 국가로 지정한다면, 기부자의 의사를 무시하는 셈”이라며 “해당 공익법인의 공익 목적과 유사한 목적을 실현할 수 있도록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정부 복지재정 보완하는 공익법인, 실질적 세제 설계 필요”
이날 학술대회에 함께 참석한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공익법인은 사실상 정부 복지재정을 보완하고 있다”며, 기부 유도를 위해 세제 혜택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공익법인법 제15조는 “공익법인에 출연하거나 기부한 재산에 대한 상속세, 증여세, 소득세, 법인세 및 지방세는 조세특례제한법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감면할 수 있다”는 식으로 모호하게 규정돼 있다. 박 교수는 “세제 혜택이 불명확하고, 감면 가능성만 열어둔 추상적 조항은 기부자에게 실질적인 유인을 주지 못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주요국 사례도 함께 소개하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본은 공익법인에 대해 공익사업 수입에는 법인세를 면제하고, 개인 기부자에게는 기부액의 최대 40%까지 세액공제를 적용하고 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기부 활성화를 위해 세제 혜택이 강화된 구조다.
독일은 개인의 경우 과세소득의 20%까지 기부금을 소득공제 받을 수 있고, 일정 조건 하에서는 공익재단 기부 시 최대 100만 유로까지 추가 공제가 가능하다. 법인 기부도 매출·임금 총액의 0.4% 또는 소득의 20% 중 큰 금액까지 손금으로 인정된다.
박 교수는 “민간이 수행하는 공공 임무에 상응하는 세제상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세계적 흐름”이라며 “한국 또한 공익법인의 사업이 정부 복지재정을 보완하는 성격을 갖는 만큼, 현행법 개정을 통해 기부를 촉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에는 주식·부동산 등 비현금성 자산 기부가 늘고 있는 만큼, 이를 반영한 현실적 세제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