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딸기 키우는 스마트팜, 버려질 작물까지 살린 비결은 

애그테크, 농업의 미래를 짓다<2>
딸기 수직농장으로 재배·유통 혁신하는 ‘아그로솔루션코리아’

세종시 나성동 거리를 걷다 보면, 강렬한 핑크색 간판이 시선을 끄는 카페가 있다. 이름은 ‘포시즌베리(Four Seasons Berry)’. 유리창 너머로는 층층이 자라는 초록 식물이 보이고, 문을 열면 싱그러운 딸기향이 퍼진다.

포시즌베리는 2023년 세종 나성동 본점을 시작으로 부산·대전으로 확장한 프랜차이즈 카페다. 이곳을 운영하는 주체는 스마트팜 전문기업 아그로솔루션코리아(대표 이상훈)다. 2020년 설립된 이 회사는 국내외 약 10곳에 딸기 수직농장을 구축하며 재배·유통·체험 프로그램·기술 컨설팅까지 아우른다.

이상훈 대표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에서 18년간 근무하며 전 세계 스마트팜 구축 사업을 담당했다. 그는 “해외에서 K-스마트팜에 대한 수요가 많지만 정부 주도의 소규모 프로젝트로는 한계가 있었다”며 “대규모 유통이 가능한 민간 모델을 만들기 위해 창업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토마토나 오이보다 한국산 딸기의 인기가 훨씬 높다”며 “딸기는 10도 이하의 저온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어떤 기후에서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수직농장 모델을 직접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 LED와 다층 재배로 연중 수확…“온실 대비 생산성 8배”

아그로솔루션코리아의 핵심은 LED 기반 수직농장 시스템이다. 이 회사는 국내 LED 전문기업과 협력해 딸기 생육에 최적화된 조명을 자체 제작한다. 오전에는 일부 LED만 켜 자연광을 보완하고, 정오에는 전면 조명을 가동해 광합성을 극대화한다. 밤에는 온도를 낮춰 영양분을 집중시킨다.

자연재배 딸기는 햇빛을 그대로 받기 때문에 당도가 높고 과일이 크지만,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일조량이 불규칙해지면서 일반 온실에서는 당도 편차나 품질 저하가 발생하기 쉽다. 반면 수직농장은 광의 세기와 시간을 인위적으로 조절해 하루 10~12시간 안정적인 광합성 환경을 유지하며, 딸기가 일정한 속도로 당을 축적하고 균일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여기에 ‘이동식 다층 재배대(Double Bed)’ 시스템을 결합해 공간 효율도 높였다. 이동식 다층 재배대는 재배대를 층층이 쌓아 수직으로 배치하고, 이동식 레일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이 대표는 “온실 대비 생산성이 약 8배 높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는 다소 높더라도 투자 대비 수익률이 우수하다”고 말했다. 현재 회사에는 농업기술센터 출신 전문가, ‘딸기 마이스터’ 등 숙련 인력 12명이 근무하며 생산·기술 개발을 함께 이끈다.

◇ “공실이던 상가, 딸기농장으로”

이 회사의 세종 스마트팜은 5년간 비어 있던 상가 3층(약 200평)을 개조해 만든 공간이다. 농장과 사무실이 함께 있는 이곳은 도심 공실을 재활용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곳에서는 제빵사가 직접 재배한 딸기로 케이크를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최근에는 세종시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손잡고 에너지 절감형 수직농장 실증사업(POC)을 준비 중이다. 이 대표는 “LED의 80%가 열로 방출되는데, 이를 냉각하는 데 드는 에너지가 크다”며 “발생 열을 포집·순환해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연구원이 일부 구현했고, 내년 1월 세종 농장에 시범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그로솔루션코리아의 기술은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2년 전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기업과 협력해 스마트팜을 구축했고, 올해는 아부다비에도 농장을 설치했다. 11월에는 두바이 베이커리 브랜드와의 공급 계약을 통해 현지 유통을 본격화한다. 또한 농협중앙회,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소풍커넥트가 운영하는 농식품 특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엔하베스트엑스(NHarvest X)’에도 참여해 홍콩·싱가포르 수출 확대를 논의 중이다.

이 대표는 “수직농장에서 재배한 딸기를 ‘포시즌베리’라는 명확한 유통처로 연중 공급할 수 있어 잉여 원물까지 수익화가 가능하다”며 “도시 공실을 재활용해 안정적 유통과 사회적 가치를 함께 창출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