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 끝, ‘일’로 세상에 내디딘 첫걸음…“자신감을 얻었어요” 

청년재단 ‘온앤업’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성장 스토리
공간 이벤트·영상 제작…일 경험이 회복의 발판으로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 한 공간에 청년들이 모였다. 어색함도 잠시, 이들은 ‘음악 클래스’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소리에 실었다. 프로그램 진행을 돕던 김윤정(가명) 씨의 표정에는 뿌듯함이 묻어났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그는 2년간 세상과 단절된 채 무기력하게 지내던 ‘고립·은둔 청년’이었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에 취업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업무와 반복되는 질책에 1년 만에 퇴사, 이후 ‘실패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 속에 사회와 거리를 뒀다. 전환점은 청년재단의 고립·은둔 청년 일경험 지원 프로그램 ‘청년 온앤업(On&Up)’이었다.

고용노동부 ‘미래내일 일경험 지원사업’의 일환인 이 프로그램은 5주간의 직무 교육과 8주간의 비영리·사회적 기업 등 소셜섹터 기업 실무 경험으로 구성돼, 청년들이 자신을 이해하고 직장 생활에 필요한 기초 체력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다.

김 씨는 현재 비영리단체 ‘사단법인 오늘은’에서 홍보·마케팅을 맡고 있다. 청년 마음 건강 프로그램 ‘아트퍼스트 방학프로그램’의 이름 ‘여름결(여름과 연결의 합성어)’을 직접 짓고, 포스터 디자인까지 맡았다.

“첫 직장에서는 혼나기만 했는데, 이곳에서는 ‘괜찮아, 다 알려줄게’라는 말이 먼저였어요. 덕분에 ‘떨어져도 또 도전하면 된다’는 마음을 갖게 됐습니다.”

8주간의 실무 경험은 가시적 성과로 이어졌다. 서정민(가명) 씨는 ‘서울청년센터 성북’에서 방문객 참여 이벤트 ‘소복이를 찾아라’를 기획·운영해 SNS ‘좋아요’ 수를 평소보다 4배 이상 끌어올렸다. 그는 “센터가 환대와 성장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며 “두 달이 행복하고 찬란했다”고 했다.

김현영(가명) 씨는 재단법인 ‘피스윈즈 코리아’에서 산불 피해 주민의 사진을 촬영해주는 등 일상 회복을 돕는 ‘다시봄 프로젝트’ 현장을 영상에 담았다. 화장과 의상을 갖춘 채 찍은 사진을 받아든 어르신들이 “와따 잘 나왔다”, “너무 고맙다”며 웃는 순간, 그는 “재난 이후 공동체 회복을 돕는 NGO의 역할을 직접 느낀 값진 시간”이었고 말했다.

은평자립준비청년청에서 홍보를 맡은 최민영(가명) 씨는 기관 소개 문구와 카드뉴스를 새로 제작, 콘텐츠 조회수를 이전보다 40% 이상 높였다. “SNS가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신뢰와 친근함을 주길 바랐다”며 “곁에서 묵묵히 돕는 선생님들의 헌신을 배웠다”고 존경을 표했다. 

박재영 청년재단 이음사업팀장은 “고립·은둔 청년들은 자존감이 낮고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지만, 일경험을 통해 자기 믿음과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실질적인 변화를 이끄는 일경험 프로그램으로 청년들의 회복을 돕겠다”고 밝혔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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