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의류의 재탄생…윤경덕 디자이너의 ‘업사이클 패션’ 도전기

LG화학·기아대책 ‘그린톡’서 업사이클 패션 소개 “학교를 졸업한 뒤 집에 있던 바지 두 개를 섞어 새 옷을 만든 경험이 업사이클링에 대한 관심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윤경덕 디자이너가 ESG 교육 플랫폼 ‘그린톡’의 인터뷰 코너 ‘대담해’에서 ‘지속가능한 패션’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하며 말했다. 윤 디자이너는 빈티지 의류를 해체해 새로운 의류로 재탄생하는 ‘업사이클 패션’ 의류를 제작하고 있다. ‘업사이클 패션’은 버려진 자원이나 쓸모없는 제품을 더 높은 환경 가치가 있는 의류로 재탄생시키는 패션 디자인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에스파, 아이브, NCT127 등 아이돌 그룹과의 협업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패션 브랜드 T.B.O.S(티비오에스)의 대표인 윤경덕 디자이너는 “처음에는 단순한 ‘조립’의 관점에서 시작한 작업이지만 점차 환경과 ESG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며 “특히 실밥 등 작은 문제로 상품성이 떨어져 폐기 처분되는 상품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폐기되는 의류들을 해체해 생명을 불어넣는 업사이클작업에 더욱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고 말했다. 윤 디자이너는 “지금의 패션산업은 트렌드 변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며 “브랜드가 소비자와 스토리를 공유할 수 있을 때 지속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류 외에도 가구, 아트워크 등 다양한 영역으로 업사이클링 작업을 확장하고, 해외 진출도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대담을 진행한 이영준 LG화학 Global CSR팀 팀장은 “패션을 통해 ESG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주제로 ESG 문화를 알리는 콘텐츠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LG화학과 기아대책은 2021년부터 올바른 ESG 문화 확산을 위해 교육 사회공헌 사업 ‘라이크그린(Like Green)’을 운영하고 있다.

30일 서울 중구 하우스젠니에서 열린 '청세담' 14기 워크숍 참석자들이 청바지 업사이클링 체험 활동을 하고 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업사이클링하며 순환경제 중요성 배워”… 청세담14기 워크숍 개최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에 있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쇼룸. 유행이 지난 청바지 수십벌이 31개의 지갑으로 재탄생했다. 이날 ‘청년, 세상을 담다(이하 청세담)’ 14기 워크숍에 참석한 수강생 31명은 이젠니 젠니클로젯 대표를 비롯한 업사이클링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입던 청바지로 지갑을 만들었다. 청세담은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현대해상, 소셜혁신연구소가 함께하는 소셜에디터(공익 콘텐츠 전문가) 양성 과정이다. 2014년부터 비영리, 사회적경제, 기업 사회공헌 등 국내외 공익 분야에 관심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사회문제를 발굴하고 콘텐츠 제작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왔다. 지금까지 약 400명이 수료했고 언론사, 비영리단체, 대기업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했다. 이날 이젠니 대표는 업사이클링 체험에 앞서 업사이클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상의와 하의를 비롯한 외출복 한 벌을 생산하는 데 76kg의 탄소가 배출된다”며 “특히 청바지 한 장을 만들 때 탄소 33.4kg와 폐수 7000L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7년부터 기업과 공공기관 등으로부터 청바지를 기부받아 업사이클링 가방 등을 제작하는 ‘세이브워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수강생 김동주(26)씨는 “이전에는 업사이클링 제품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합리적으로 느껴진다”며 “탄소 배출을 상쇄하고자 노동력이 투입된만큼 그 값을 충분히 지불할만하다”고 말했다. 수강생 이주희(28)씨도 “이번 강연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업사이클링 제품을 생산하는 소셜 벤처나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의류 산업이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 10%를 차지한다. 영국의 비영리단체 엘렌맥아더재단은 의류 업계의 대량 생산 관행이 계속되면 2050년까지 그 비율이

슬세권에서 플라스틱 제로를 외치다

더나은미래×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공동기획[이것이 사회적경제다]②언제 어디서든 제로웨이스트 주거 공간에 조성한 제로웨이스트숍집 앞으로 찾아가는 ‘이동형 가게’도플라스틱 회수해 업사이클 제품으로 지난 5일 서울 연희동의 사회주택 ‘달팽이집 연희’. 저녁 시간이 되자 입주민들이 건물 1층으로 하나둘 내려왔다. 입주민 공용 공간에 조성한 제로웨이스트숍 ‘틈새구역’에 생필품을 사러 온 것이다. 접이식 테이블 위에 20L짜리 액체 세제, 대나무 칫솔, 천연 수세미, 실리콘 랩 등이 진열돼 있었다. 201호 입주민은 가지고 온 용기에 액체 세제 1L를 담아 올라갔다. 대나무 칫솔을 사 가는 사람, 다회용 실리콘 랩을 사 가는 사람도 있었다.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포장재 없이 생활 용품이나 식품을 판매하는 ‘제로웨이스트숍’이 최근 몇 년 새 급격하게 늘었다. 전국적으로 100곳 넘는 제로웨이스트숍이 생겼지만 절반가량이 서울에 있어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이용하기 어려웠다. 서울에서도 구별로 1~2곳 정도 조성된 수준이라 이용자들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청년을 위한 주거 공간을 관리·운영하는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은 제로웨이스트숍을 ‘집 안’으로 들였다. 틈새구역을 기획한 안지원 조합원은 “슬세권(슬리퍼를 신고 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동네 상권)에 제로웨이스트숍이 있어야 더 많은 사람이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슬리퍼 신고도 갈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숍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은 지난 8월 서울 내 달팽이집 13곳 입주민을 대상으로 제로웨이스트숍 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건물 내 공용 공간에 제로웨이스트숍을 만들어보자”는 조합 설명에 ‘달팽이집 중곡’과 ‘달팽이집 연희’ 입주민들이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조합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지원금을 받고 제품을 준비해 지난 9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2주씩 제로웨이스트숍을 시범 운영했다. 입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폐방화복이 가방으로… 수익 절반은 암투병 소방관에 기부

[인터뷰] 이승우 119REO 대표 “암 또는 희귀 질병을 앓는 소방관이 많습니다. 현장에서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직업 특성 때문이죠. 그런데 지금까지 공무상 상해로 인정받은 소방관은 두 명에 불과해요. 공무상 상해를 인정받지 못한 암 투병 소방관들은 치료 비용을 자비로 해결해야 합니다.” 폐방화복 업사이클 스타트업 ‘119REO(레오)’의 이승우(28) 대표는 소방관들이 입던 방화복을 재활용해 가방 등 패션잡화를 만들어 판매한다. 수익금 일부는 다시 소방관들에게 기부한다.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 신세계백화점. 119레오 팝업스토어 현장에 자사 주력 상품인 ‘레오백’을 매고 등장한 이승우 대표와 마주 앉았다. “소방관은 우리를 구하는데, 우리는 소방관을 구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지난 2016년 119레오를 설립했습니다. 화마(火魔)로부터 소방관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대표적인 장비는 방화복입니다. 수명을 다한 폐방화복을 활용해 상품을 만들면 119레오의 핵심 가치를 가장 쉽게 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현장에서 소방관을 지켰던 방화복은 업사이클 제품으로 재탄생한다. 지역별 소방서에서 수거된 폐방화복은 지역 재활센터에 모여 세탁과 분해 과정을 거친다. 이후 전문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튼튼하고 개성 있는 업사이클 제품으로 만들어진다. 제품은 온라인몰과 백화점의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통해 판매된다. 119레오는 1년에 두 번, 영업 이익의 50%를 공무상 상해를 인정받지 못한 암 투병 소방관과 희귀질환 소방관에게 기부한다. 이승우 대표는 제품의 가치를 넘어 생산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회·환경적 가치도 챙긴다. “근로 취약 계층의 고용 기회를 넓히기 위해 세탁과 분해 과정에서 지역 자활센터와 협업하고 있습니다. 또 제품의 안감은 리사이클

“업사이클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든 문 두드려주세요”

터치포굿, 국내 첫 업사이클 공동 브랜드 출시소규모 창작자에 설비 공유 ‘리플라 프로젝트’여성청결제 뚜껑으로 만든 호루라기 등 제작 “소규모 회사에서는 업사이클 제품을 만들고 싶어도 값비싼 설비를 갖추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우리가 가진 설비를 공유하고 오랫동안 쌓아온 노하우도 알려주면 도움이 되겠다 생각했죠.” 박미현(36) 터치포굿 대표가 지난 5월 국내 최초 업사이클 공동 브랜드 ‘리플라’를 출시했다. 터치포굿은 2008년 설립된 1세대 업사이클 기업이다. 지난달 27일 만난 박 대표는 “터치포굿의 설비를 활용해 소규모 창작자들이 제품을 만들고 공동 브랜드를 붙여서 판매하는 ‘리플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프로젝트에 지원할 수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이날은 리플라 프로젝트의 제품을 제작하는 날이었다. 박지원 세이브앤코 대표가 서울 창신동 터치포굿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세이브앤코는 여성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성생활용품을 만드는 소셜벤처다. 박지원 대표는 분홍색 플라스틱 뚜껑을 한 봉지 가득 가져왔다. 박미현 대표는 “이 뚜껑들이 잠시 후면 멋진 제품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라며 웃었다. “아이디어만 들고 오세요”… 설비와 제작 노하우 공유 박지원 대표는 자사 여성 청결제 뚜껑을 방범용 호루라기로 제작하고 싶다는 아이디어로 리플라 1기에 선발됐다. 그는 “여성 청결제 용기를 유리로 만들고 싶었지만 욕실 제품이라 깨질 위험이 있어 어쩔 수 없이 플라스틱 통을 택했다”고 말했다. 대신 고객들이 다 쓴 용기를 보내주면 홈페이지 결제 시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주는 ‘용기 회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날 가져온 뚜껑들이 바로 고객들이 보내준 것들이라고 했다. 그는

예술인들이 작품 활동으로 수익 내고 생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게 꿈

예술로 소셜 임팩트 만드는 ‘얼킨’ 이성동 대표 인터뷰 “친구 졸업 전시에 방문했다가 학생들의 졸업 작품과 습작들이 대량으로 버려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폐기물로 버려지는 캔버스도 아쉬웠고, 청소년 시기부터 예술가를 꿈꾸며 달려왔던 사람들이 생계 때문에 꿈을 접고 다른 업으로 옮겨가는 모습도 안타까웠습니다.” 버려지는 캔버스, 그리고 예술인의 열악한 창작환경. ‘얼킨’은 두 가지 문제의식에서 탄생한 소셜패션브랜드다. 지난 8월 20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얼킨 사무실에서 만난 이성동 대표는 “처음에는 미대생과 신진 회화 작가들의 작품이 버려지는 문제에 주목했지만, 결국은 이 문제가 예술인의 열악한 창작 환경과 맞닿아 있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예술인에게 좀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얼킨을 만들었다”고 했다. 폐기된 회화작품으로 만든 업사이클링 제품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8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 동안 예술인이 창작활동으로 벌어들이는 개인소득은 연평균 1281만원이었다. 월평균 106만원가량 버는 셈이다. 설문 결과 ‘수입 없음’이라고 대답한 사람들이 28.8%로 가장 많았다. “특히 미술분야의 경우 시장의 대부분을 중견, 원로작가들이 차지하고 있어 신진 작가들은 투잡(Two Job)을 병행하는 등 경제적으로 취약했습니다. 판매되지 못한 작가들의 작품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폐기되는 상황이었어요.” 얼킨은 버려지는 신진 회화작가들과 미대생들의 작품을 수거하거나 구매해 업사이클링 가방과 의류, 액세서리로 만들어낸다. 업사이클링 제품 외에도 신진 회화작가들과 지속적으로 협업하며 이들의 작품이 프린팅된 티셔츠와 에코백 등을 만든다. 판매 수익에서 작가들에게 로열티를 제공해 소득을 증대시키고, 더 나은 환경에서 그림을 그리도록 돕는다. “신진 작가들의 경우 소득도 소득이지만, 무엇보다

폐차 가죽 시트 가방으로 연 매출 30억원 눈앞… “착한 스토리보다 품질에 주력합니다”

[인터뷰] 최이현 모어댄 대표 창업 후 2년은 온전히 연구에 투자 각종 대회 참가해 품질 입증 업사이클 사업, 대량 생산 여부 중요 충분한 양의 소재 비축해둬야 전 세계에 업사이클 원단 공급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는 게 목표 자동차 시트 가죽으로 가방을 만드는 업사이클(upcycle) 기업 ‘모어댄’의 월평균 매출은 2억원이다. 지난해엔 창업 3년 만에 연 매출 10억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30억원을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 매출이 5000만원도 안 되는 기업이 허다한 업사이클 업계에서는 파격적인 행보다.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의 모어댄 사무실에서 만난 최이현(38) 대표는 “업사이클은 쓸모없는 것을 쓸모 있게 만드는 일”이라며 “사용자에게 유용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폐기된 자동차 시트 가죽을 가방으로 재탄생시키는 게 전부가 아니라 ‘사용자가 구매해서 사용하고 싶은 가방’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최 대표가 모어댄을 설립한 것은 2015년이지만, 본격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한 건 2017년부터다. 그는 “2년을 소재 연구, 제품 개발, 생산라인 확보 등에 투자했다”면서 “하나라도 빨리 만들어 팔아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업사이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대량 생산 능력’이라고 했다. “2016년 시험 삼아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 적이 있어요. 100개 만들어 팔고, 다 팔리면 또 100개 만들어 파는 식이었죠. 당시 역량으로는 한 번에 100개밖에 못 만들었으니까요. 그때 ‘이런 식으로는 사업이 안 되겠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소재 수급 어렵고, 만들어도 팔 데 없고… 위태로운 국내 업사이클 사업

기업 대부분이 적자 늪에 ‘허덕’ ‘소재은행’ 있지만 전시장에 불과… 재료 부족해 제품 못 만들기도 公共이 ‘소재 중개 전문가’ 키워야 업사이클 특성상 제품 설명 중요 더 많은 오프라인 판매처 필요해 정부, 청년 창업·지원센터 확대 계획 전문가 “생산 시설 마련이 더 급해” 아름다운가게가 운영하는 업사이클(upcycle· 폐기물에 디자인·기능을 덧입혀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 브랜드 ‘에코파티메아리’가 최근 대대적인 쇄신 작업에 들어갔다. 오프라인 매장 디스플레이를 세련된 편집숍처럼 바꾸고, 최신 유행 디자인을 접목한 하위 브랜드 ‘리업(Reup)’도 출시했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 전략이라기보다 존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타개책이다. 에코파티메아리 관계자는 “사업이 몇 년째 계속 적자를 내자 아름다운가게 내부에서 브랜드를 완전히 접어야 한다는 얘기가 진지하게 오갔다”며 “버려진 자원에 새 가치를 부여한다는 사업 취지를 고려해 좀 더 두고 보기로 했지만, 앞으로도 난관이 예상된다”고 했다. 2006년 탄생한 에코파티메아리는 명실공히 국내 1호 업사이클 브랜드다. 아름다운가게로 들어온 기부 물품 중 판매하기엔 질이 떨어지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것들을 재료 삼아 인형, 지갑, 가방, 의류 등을 제작해 판매해왔다. 에코파티메아리 제품은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에 전시될 만큼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한계에 부닥친 지 오래다. 국내 업사이클 시장이 위태롭다. 2018년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업사이클 시장 규모는 40억원 미만으로 추정된다. 세계적인 업사이클 기업 ‘프라이탁(Freitag)’이 연간 벌어들이는 금액(약 700억원)의 5%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개별 기업들의 상황도 좋지 않다.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가 2016년 국내 주요 업사이클 기업 24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폐기물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다, 업사이클링 브랜드, 메리우드&비페이블

화장품 공병으로 만든 나무, 페인트통과 상수도 파이프관을 이용해 만든 놀이 시설들로 꾸며진 길을 따라 걷다보면, 그 끝에 올해 9월 개관한 ‘서울 새활용 플라자’를 발견할 수 있다. 새활용이란 업사이클링(Upcycling)의 순 우리말. 버려지는 자원에 디자인을 더하거나 활용방법을 바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행위를 말한다. 단순히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리사이클링(Recycling)을 보완해, 상향된 가치의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는 자원순환의 한 방법이다. 서울시 성동구 용답동 중랑물재생센터 부지 내에 만들어진 서울 새활용플라자는 지하 2층~지상 5층, 연면적 1만6530㎡ 규모로 들어섰다. 지하 1층에는 재료를 구할 수 있는 ‘소재은행’과 연 6만톤의 중고물품을 재분류 및 가공하는 ‘재사용 작업장’이 들어서고, 지상 1층에는 예비 창업자들이 시제품을 만들 수 있는 ‘꿈꾸는 공장’이 조성된다. 지상 3~4층에는 32개 업체와 개별 공방이 선발돼 입주해있는데, 새활용 기업, 연구소, 협회, 디자이너, 작가들의 스튜디오 및 쇼룸이 있어 자유 관람도 가능하다. 이곳에서 폐기물의 새활용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업사이클 브랜드 ‘메리우드 협동조합’과 ‘비페이블’을 만났다. ◇나무로 배우는 ‘함께’의 가치, ‘메리우드 협동조합’   “나무만이 주는 특별한 매력이 있거든요. 자연에서 오는 느낌, 편안하고 따뜻한 그 느낌에 빠져서 나무에 정착하게 되었어요.” 메리우드는 김영애(50) 대표 등 6명의 여성 목공교육사가 설립한 협동조합이자, 예비 사회적 기업이다. 조합원들은 목공교육, 친환경 제품 제작에 이어 업사이클 인테리어까지 그 영역을 넓혀왔다. 업사이클 인테리어의 장점은 최소한의 변화로 유니크한 인테리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굳이 모든 것을 뜯어내어 새로운 것들로 채우지 않아도, 기존 가구를 리폼하거나 디자인과 구조에 약간의 변화를 주는

버려진 물건, 디자인을 만나 새롭게 태어나다

서울새활용展 업사이클링 제품 3인 3색 인터뷰   “와, 이런 것도 재활용이 된다고?” 폐 우산은 파우치가 되고, 버려진 청바지 원단은 모자가 됐다. 전시장을 지나는 사람들은 진열된 제품을 요리조리 살피며 연신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 새로운 디자인으로 ‘제 2의 생명’을 얻은 제품에서 원래 소재를 상상하긴 힘들었다.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새활용展’ 현장. ‘새활용’은 업사이클링(Upcycling)의 우리말 순화어다. 단순환 재활용을 의미하는 리사이클(recycle)과는 달리, 기존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것을 뜻한다. 이번 ‘서울새활용展’은 버려지거나 폐기물로 분류되는 소재로 만든 실용적인 제품들을 통해 지속가능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행사다. ‘새활용’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주듯, 온갖 종류의 제품들이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낙과(태풍 등으로 인해 채집 전에 떨어진 과일)를 활용한 케이터링(식사·다과) 서비스, 폐 목재를 활용한 가구, 의류업체에서 기존의 제품들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원단으로 만든 옷들까지. 버려지고도 남을 소재가 새롭게 태어났다. 새활용의 무궁무진한 세계에 뛰어든 세 곳의 업사이클 브랜드를 만났다.   ◇화분으로 전하는 연탄의 온기… ‘지구인랩’   “폐 연탄을 새롭게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 2015년 겨울, 연탄 봉사를 나갔던 김영준(24)씨의 눈에 ‘폐 연탄’이 들어왔다. 다 태운 연탄이 쓰레기가 되어 길 곳곳에 널려있었다. 연탄을 나눠준 뒤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될까. 호기심이 생겼다. “알아보니 연탄재는 지자체에서 수거하지 않으면 종량제봉투를 사서 버려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들 중 절반이 정부 지원을 받을 정도로 열악하다 보니, 돈 주고 봉투 사는 대신 길가에 버리는 게 대부분이었어요. 연탄재를 활용해서 뭔가를

[2016 서울숲마켓③] 부러진 야구 배트가 되살린 청년들의 꿈

업사이클 브랜드,  비스퀘어드  국내 프로 구장에서만 평균 연 360개의 야구배트가 부러진다. 중, 고등학교 야구부에서 부러지는 배트까지 합치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땔감으로 쓰이거나 폐기처분되는 것이 대부분. “만약 부러진 배트를 다시 사용할 수는 없을까?” 2014년, 버려지는 야구 방망이에 주목한 이들은 비즈니스를 통한 사회공헌 동아리인 ‘인액터스 고려대’ 비스퀘어드(B-Squared)팀 대학생 5명이었다.   “배트는 고급 목재예요. 부려졌다고 땔감으로 태우기엔 아까워요. 동급 목재를 배트 한 개만큼 사려면 5만원쯤 들걸요.” ‘비스퀘어드(B-Squared)’ 는 업사이클링 방식으로 다양한 사무용품 및 인테리어 소품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다. 제품은 사진꽂이부터 조명, 꽃병까지 다양하다. 예비 목공예가들이 제품을 만드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 비스퀘어드는 서울 목조형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을 찾아, 젊은 작가들을 발굴한다. 젊은 목공예가들은 자신만의 제품을 직접 만들고 싶어도 재료값이 만만치 않기 때문. 이들은 본인의 제품이 상품성이 있는지 시장에서 시험해 볼 수도 있다.  “목공예 전공생들에겐 자기 제품을 내놓는 경험이 정말 귀하대요. 실습과제물은 거의 교수님들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제작하거든요. 목재값이 비싸 수업 외 용도로 구하기도 어렵고요. 저희가 목재는 원 없이 드린다 했죠. 트럭을 대여해 서울 지역 고교 야구부의 배트를 월 50개, 많게는 100개까지 수거해요. 청소용 페이퍼로 손수 잔때를 벗겨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있어요.” (비스퀘어드 김여선 PM) 현재 비스퀘어드 ‘방망이 깎는 장인’들의 나이는 평균 22세. 10명 모두 홍익대 목공예 전공생이다. 이들은 부러진 방망이 하나로 4~5개의 공예품을 제작해낸다. 재료로 쓰이는 배트의 디자인은 모두 다르다. 같은 제품을 만들어도 쓰인 방망이의 재질이나 색에 따라 유니크함을 지닌 작품이 나온다. 단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