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폐차 가죽 시트 가방으로 연 매출 30억원 눈앞… “착한 스토리보다 품질에 주력합니다”

[인터뷰] 최이현 모어댄 대표

창업 후 2년은 온전히 연구에 투자 각종 대회 참가해 품질 입증
업사이클 사업, 대량 생산 여부 중요 충분한 양의 소재 비축해둬야
전 세계에 업사이클 원단 공급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는 게 목표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의 모어댄 사무실에서 만난 최이현 대표는 “모어댄이 소비자에게 강조하는 것은 업사이클 제품이란 ‘윤리적 가치’가 아니라 ‘품질’”이라며 “소비자가 원하고 또 잘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호 C영상미디어 기자

자동차 시트 가죽으로 가방을 만드는 업사이클(upcycle) 기업 ‘모어댄’의 월평균 매출은 2억원이다. 지난해엔 창업 3년 만에 연 매출 10억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30억원을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 매출이 5000만원도 안 되는 기업이 허다한 업사이클 업계에서는 파격적인 행보다.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의 모어댄 사무실에서 만난 최이현(38) 대표는 “업사이클은 쓸모없는 것을 쓸모 있게 만드는 일”이라며 “사용자에게 유용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폐기된 자동차 시트 가죽을 가방으로 재탄생시키는 게 전부가 아니라 ‘사용자가 구매해서 사용하고 싶은 가방’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최 대표가 모어댄을 설립한 것은 2015년이지만, 본격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한 건 2017년부터다. 그는 “2년을 소재 연구, 제품 개발, 생산라인 확보 등에 투자했다”면서 “하나라도 빨리 만들어 팔아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업사이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대량 생산 능력’이라고 했다. “2016년 시험 삼아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 적이 있어요. 100개 만들어 팔고, 다 팔리면 또 100개 만들어 파는 식이었죠. 당시 역량으로는 한 번에 100개밖에 못 만들었으니까요. 그때 ‘이런 식으로는 사업이 안 되겠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대량 생산이 가능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죠.”

2년을 버틸 자금은 대기업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과 각종 대회에 참가해 마련했다.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대기업과 인연을 맺고, 대회에 나가서는 모어댄 제품의 가능성을 평가받았다. 폐차장과 공장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시트 가죽과 생산 파트너를 확보하는 작업에도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파트너 공장이 섭외되고 창고에 2년간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만큼의 시트 가죽이 쌓였을 때, 최 대표는 사업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그는 “안정적인 소재 공급처를 확보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했다”며 “소재가 없어 제품을 못 만드는 일이 없도록 미리 충분한 양의 소재를 비축해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사업이 막 기지개를 켤 무렵, 최 대표는 또 한 번 갈림길에 섰다. “2017년 경기도 고양시에 문을 연 복합쇼핑몰에 매장을 낼 기회가 생겼어요. 당시 회사에서 융통할 수 있는 돈은 7000만원 정도였고, 매장을 내려면 5000만원을 써야 했죠. 주변에서 ‘팔 물건도 없는데 매장을 내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했는데, 저는 반대로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물건을 많이 만들어봤자 팔 매장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냐고요.”

5000만원을 쇼핑몰 입점에 투자하고 나니, 나머지 2000만원으로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은 많지 않았다. 모델별로 10개, 20개씩만 만들어서 매장에 진열했는데, 보름 만에 완판됐다. 그는 “이 매장에서 올린 매출이 모어댄의 성장에 큰 힘이 됐으니,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을 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모어댄이 소비자에게 제품을 소개할 때 가장 앞세우는 것은 업사이클 제품이란 윤리적 가치보다는 ‘품질’이다. 국내 유명 제화 브랜드 제품을 취급하는 공장에 평균보다 2~3배 비싼 임가공비를 지급하고 제품 생산을 맡기는 이유다. “생산단가를 낮추면 수익은 올라가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업사이클 제품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거예요. ‘쓰레기로 만든 제품이니 품질도 엉망이겠지’ 하는 편견을 깨는 겁니다. 쓰레기로 만드는 가방인 만큼 더 튼튼하고 견고하게 만들어야죠. 손님 중에 쌤소나이트, 만다리나덕 같은 해외 유명 브랜드 가방과 비교해보고 저희 제품을 구매하는 분들도 있어요. 품질은 비슷한데 저희 제품이 더 저렴하니까요.”

모어댄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전 세계 기업에 업사이클 원단을 공급하는 회사’다. 최 대표는 “현재 가방을 만드는 건 업사이클의 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 업사이클 원단이 필요한 가방 회사들과 협력해, 함께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게 꿈”이라고 했다. ⓒ이경호 C영상미디어 기자

최 대표는 모어댄을 업사이클 원단을 공급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모어댄이 가방을 만들고 있으니 쌤소나이트나 만다리나덕이 우리의 ‘경쟁사’라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든 가방 브랜드가 모두 우리의 ‘고객사’가 되게 할 겁니다. 전 세계 기업에 업사이클 원단을 공급하는 회사가 되는 게 모어댄의 목표예요. 가방을 생산하고 있는 건 업사이클의 가능성을 세상에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업사이클 원단이 필요한 가방 회사들과 협력해, 함께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게 꿈이에요.”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hee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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