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인 창작 도우미·1인 가구 안심 지도…“AI, 사회문제 해결의 무기로”

SK하이닉스·마이크로소프트, ‘AI for Impact’ 우수 사례 공개 사회적 기업·시민과학자·연구자까지 활용 성과 공유 “AI가 물어본 질문이 제 스토리를 열어줬습니다.”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 무대에 오른 농인(聾人) 웹툰 작가 소민지 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수어가 모국어이기에 한국어 문법은 늘 벽이었다. 처음엔 문법 교정 AI를 떠올렸지만, 교육 과정에서 깨달음이 찾아왔다. 창작에 필요한 것은 ‘교정’이 아니라 ‘스토리 발굴’이었다. 소 씨는 AI를 활용해 농인 작가가 아이디어를 끌어내고, 이를 문장과 콘티로 확장하는 창작 도우미를 개발했다. 이날 현장은 AI가 사회문제 해결의 무기로 확장되는 순간을 보여줬다.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만든 ‘AI for Impact(이하 임팩트 프로그램)’는 사회적 기업과 환경·안전·보건 분야 시민과학자의 AI 역량 강화를 목표로 올해 신설된 교육 과정이다. 일상 속에서도 AI를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페스타에서는 9000여 명의 참가자 중에서 우수 사례로 뽑힌 다섯 명이 성과를 발표했다. ◇ 데이터·안전·환경·배터리…AI가 넓힌 사회혁신 현장 사회적 기업 비커넥트랩 정홍래 대표는 지방자치단체 발전 전략 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 과정을 AI로 자동화한 솔루션을 공개했다. 과거 연구진 3~4명이 일주일간 수행했던 공공데이터 취합과 해외사례 비교, 지표 분석 등이 AI를 통해 30초 만에 초안으로 완성된다. 그는 “작은 연구소도 AI를 통해 자원 한계를 극복하고 데이터 기반 정책 제안의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1인 가구 안전망 구축을 위해 위치 기반

[임팩트 현장을 읽다] 오늘의 외부효과가 미래의 비즈니스 기회다

“오늘의 외부효과가 미래의 비즈니스 기회가 된다(Today’s externalities are future businessopportunities).” 지난 8월 2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 리더스 서밋에서 크리스티안 헬러(Value Balancing Alliance·VBA) CEO가 던진 메시지다. 이날 현장에는 글로벌 기업, 민간 재단, 정부 관계자 등 사회혁신 리더 350여 명이 모여 2시간 동안 ‘기업의 사회적 가치 측정’을 주제로 머리를 맞댔다. 외부효과란 기업 활동이 의도하지 않게 사회에 이익이나 손해를 끼쳤음에도, 시장에서 적절히 보상이나 비용 청구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를 뜻한다. 긍정적 외부효과는 사회적 편익을, 부정적 외부효과는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헬러는 “외부효과를 측정하고 보상 체계를 마련한다면 사회적 가치는 물론 기업의 재무적 가치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탄소배출권 거래제(ETS·Emissions Trading Scheme)다. 배출 총량을 초과해 부정적 외부효과를 일으키는 기업은 과징금을 내거나 다른 기업으로부터 배출권을 사야 한다. 반대로 전기차 보급으로 탄소배출을 줄여 긍정적 외부효과를 만든 테슬라 같은 기업은 남는 배출권을 팔아 경제적 보상을 얻는다. 실제 테슬라는 2024년 배출권 판매로 약 3조800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4분기에는 순이익의 30%가 배출권에서 나왔다. 주주 입장에서는 기업 가치 평가에 직결되는 정보다. 이 때문에 테슬라가 이를 측정·관리·보고하는 것은 당연하며, 헬러가 말한 대로 전통적인 재무제표(financial statement)와 나란히 사회적 성과를 담는 임팩트 제표(impact statement)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 임팩트 가치(Impact value)가 재무적 가치(Financial value)로 전환될 미래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사회적 가치에 가격 신호(price signal)가 부여돼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사이에 다리가

“사회적 가치, 숫자로 증명하라” 확산의 조건은 리더십

ESG·임팩트 투자 성장 속 ‘사회적 가치 측정’ 기업 생존 전략 부상 전문가들 “경영진·주주 등 리더십 공감 중요해” “21세기 기업은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보여줘야 한다.” 2006년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을 세워 빈곤층을 돕는 소액대출 모델을 확산시킨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무함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 그는 ‘소셜 비즈니스’ 개념을 통해 기업이 사회적 목적과 재무적 지속가능성을 함께 추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2019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MIT 에스테르 뒤플로(Esther Duflo) 교수는 사회적 가치 측정을 통한 근거 기반 의사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같은 해 애플·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 CEO들은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성명에서 주주만이 아닌 이해관계자 전체에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경영학과 경제학의 주류 담론에서도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오늘날 기업들에게 오직 경제적 가치만을 강조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다. 지난 2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 메인 세션 ‘리더스 서밋’에서 신현상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이 같은 흐름을 짚으며 “ESG와 임팩트 투자 규모가 성장하면서,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선제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 나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려면 임팩트 측정에 기반한 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 소프트뱅크가 임팩트 측정을 시작한 이유 이날 행사 현장에는 일본 소프트뱅크, 중국 텐센트, SK·LG 등 글로벌 기업과 등 국내 기업, 민간 재단, 사회적 기업, 정부 관계자 등 사회혁신 리더 350여 명이 참석해 ‘사회적 가치를 왜, 어떻게 측정해야 하는가’를 놓고 머리를 맞댔다. 이케다 마사토

“탄소 줄일 미래 성과, 지금 보상”…최태원 발상, 제도 논의 확산

도쿄포럼서 제안한 EPC, 한국 기후금융 새 전환점 필요해 기재부, 탄소감축이 ‘기업 부담’이 되는 구조에서 ‘기회’가 되는 구조로 전환 “탄소배출권은 과거가 거래 대상이지만, EPC(Environmental Protection Credits)는 미래를 현재로 끌어온다.” 지난해 도쿄포럼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제시한 발상이다. 그는 사회성과인센티브(SPC)를 10년간 실험해온 경험을 환경 분야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성과에 인센티브를 주듯, 환경보호크레딧(이하 EPC)은 기업이 향후 줄일 탄소 감축량을 지금 시장에서 인정해 보상하는 구조다. 규제 대응을 넘어 새로운 기회를 열 수 있다는 구상이다. 25일 열린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 는 이 아이디어를 현실 논의로 끌어온 자리였다. 사회적가치연구원(이사장 최태원)은 이날 세션에서 EPC 제안을 공식화하며 “기후기술의 미래 성과를 기반으로 민간 자본을 조기에 유치하고 신뢰할 수 있는 거래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5년 파리협약 이후 탄소 배출은 소폭 줄었지만, 2050년까지 60Gt에 달하는 추가 감축이 요구된다. 허승준 사회적가치연구원 팀장은 “목표 달성을 위해 약 9조 달러라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며, 민간 자본의 역할이 크다”며 “잠재력 있는 기후기술을 개발·상용화할 혁신적 금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선경 켐토피아 상무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탄소 배출이 감축보다 여전히 경제적으로 유리한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감축하지 않는 집단에는 비용을 부과하고, 모범적으로 감축하는 집단에는 프리미엄을 줘야 한다”며 “한국의 기후금융은 장기적 미래 가치 평가 능력이 부족해 투자 활성화가 더디다”고 덧붙였다. ◇ 해외는 협력 기반의 감축 실험 확산 중 국제사회에서는 ‘협력’을 중심으로 탄소 감축 성과를 거래·보상하려는 제도가 잇따라 도입되고 있다.

[사회적가치 페스타 2025] 개막 D-11…코엑스에 펼쳐질 ‘사회적가치 축제’ 미리 보기

300여 개 부스·40여 세션, 대기업·사회적기업·정부 ‘연결의 장’ MZ 겨냥 체험형 프로그램·AI 콘퍼런스·가치소비 바자회 마련 입구에 들어서자 향긋한 커피 향이 코끝을 스친다. 장애인 바리스타가 건넨 아이스 커피를 들고 몇 걸음 옮기니, 친환경 아이스크림을 맛보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전시장 바닥에는 ‘미래세대의 길’, ‘기후환경의 길’ 등 테마별 색상의 라인이 메인 무대까지 이어져, 관람객은 자연스럽게 관심 분야로 향하게 된다. 오는 8월 25일부터 이틀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2회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는 이렇게 보고, 즐기고, 느끼는 축제가 될 예정이다. 지난해 처음 열린 이 행사는 정부·기업·학계 등 다양한 주체가 사회문제 해법을 공유하는 자리로, 올해는 ‘연결’을 핵심 키워드로 삼았다. ◇ 흩어진 행사, 한 지붕 아래로 올해 가장 큰 변화는 ‘스페셜 프로그램’이다. LG화학의 ESG 인터뷰 유튜브 채널 ‘대담해(8월 25일 오후 3시10분)’, 현대해상의 ‘아이마음 캠페인(8월 26일 오후 1시)’, KOICA ‘2025 혁신의 날(8월 25일 오후 4시40분)’ 등 각 기관이 외부에서 진행하던 대표 프로그램을 행사장으로 옮겨왔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발달지연과 양육환경 문제 해결에 동참하고자 시작한 ‘아이마음 캠페인’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지속가능한 미래에 기여하는 보험사로서 현대해상의 새로운 사회공헌 방향성을 소개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천코코네스쿨은 둘째 날인 26일 오후 4시30분부터 ‘글로벌 칼리지 스타트업 포럼(GCSF)을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학생 창업가들이 사회문제 해결 사례를 발표하며,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와 나오히로 시치조 히토츠바시대학 교수 등이 한·일 학생 창업가 양성 및 투자 지원 사례를 소개한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같은

기후·젠더·AI 해법 모색…아시아 최대 임팩트 투자 콘퍼런스 9월 홍콩서

70여 개국 1500명 참여…아시아 리더 모여 지속가능 해법 논의 더나은미래, ‘AVPN 글로벌 콘퍼런스 2025’ 한국 공식 초청 미디어로 참여 아시아태평양 최대 임팩트 투자 네트워크 AVPN이 주최하는 ‘AVPN 글로벌 콘퍼런스 2025’가 오는 9월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로즈우드 홍콩(Rosewood Hong Kong)에서 열린다. 70여 개국에서 기업 리더, 투자자, 자선가, 정책결정자 등 1500여 명이 모이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임팩트 투자 행사다. 올해는 홍콩자키클럽 자선신탁이 주최 파트너로 참여한다. 올해로 12회를 맞는 이번 콘퍼런스 주제는 ‘포용적 세계를 위한 아시아 리더십(Asian Leadership for an Inclusive World)’이다. 기후위기, 거시경제 불확실성, 젠더 격차 등 복합 위기 속에서 아시아가 논의를 넘어 행동으로 나아갈 방안을 모색한다. 올해는 ▲정의로운 전환과 적응을 위한 기후 행동(Climate Action for Just Transition & Adaptation) ▲보건 임팩트(Health Impact) ▲성평등(Gender Equality) ▲임팩트를 위한 기술과 인공지능(Technology and AI for Impact) ▲다양성·형평성·포용성(Diversity, Equity & Inclusion) ▲신앙과 기부(Faith & Giving) ▲협력적 자선(Collaborative Philanthropy) ▲지속 가능 금융(Sustainable Finance) 등 8개 핵심 테마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브랜디 맥헤일(Brandee McHale) 시티재단 대표, 프리티 아다니(Preeti Adani) 인도 아다니재단 이사장, 알리슨 에스케센(Alison Eskesen) 샤넬재단 아시아 총괄, 부온 헹 응(Boon Heong Ng) 테마섹재단 대표, 래리 크레이머(Larry Kramer) 런던 정경대 총장, 마쥔(Ma Jun) 홍콩 녹색금융협회 회장, 션 시오(Sean Seow) 필란트로피 아시아 얼라이언스 CEO, 카스텐 슈커(Carsten Schicker) 세계보건정상회의 CEO 등 글로벌 연사들이 참여한다. 둘째 날에는 ‘임팩트 인베스팅 데이(Impact Investing Day)’가

김칫국물 뒤집어쓴 복날, 그래도 ‘계’운했던 이유 [더나미GO]

더나은미래 기자, 자원봉사자가 되다 <6>농협상호금융 ‘복날맞이, 무더위도 계(鷄) 운하게’ 나눔 행사 현장 “어르신들 식판 쏟아지면 정신없어요! 지금 빨리, 빨리!” 베테랑 봉사자의 외침을 신호탄으로 컨베이어 벨트처럼 움직이는 손길들이 빨라졌다. 머리 두건과 앞치마, 마스크, 비닐장갑으로 중무장한 채 기자가 맡은 임무는 식사 후 식판 정리였다. 식판에서 수저와 닭 뼈를 분리하고, 남은 음식물을 덜어내는 손길은 쉴 틈이 없었다. 사방으로 튀는 반찬 국물과 삼계탕 기름이 옷과 얼굴에 묻었지만 닦아낼 겨를도 없었다. 한 봉사자는 눈에 들어간 김칫국물을 급히 물로 씻어냈고, 다른 봉사자는 쓰레기통에 잘못 떨어진 젓가락을 황급히 건져 올렸다. 정신없는 순간이 이어졌지만, 누구 하나 찡그리는 얼굴이 없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일, 서울 마포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복날맞이, 무더위도 계(鷄) 운하게’ 나눔 행사는 농협상호금융이 주최한 사회공헌 활동이다. 이틀 앞둔 말복을 맞아 삼계탕과 수박 등 800인분의 여름 보양식을 지역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자리였다. ◇ “10점 만점의 10점이요” 오전 10시 40분, 배식이 시작되자 복지관 1층 식당은 금세 어르신들로 북적였다. 들고 나는 식판마다 뜨거운 국물과 김치, 수박이 담겼다. 삼계탕 특유의 구수한 냄새가 공기를 채우자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어르신들 얼굴엔 연신 미소가 번졌다. “그제 왔다가 삼계탕 준다기에 오늘 또 왔지.”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유근자 어르신은 식판을 앞에 두고 “10점 만점에 10점”을 외쳤다. 마포구의 고영대 어르신도 “간이 딱 맞고 뼈까지 씹히니까 더 좋다”며 웃었다. 몇몇은 부부가 함께 앉아 식사를 나눴다. 누군가에겐 외식이고, 누군가에겐 오랜만의

“안전한 지역이 경쟁력”…3대 지표로 본 회복력 상위 지자체는

대한민국 로컬 역량 지도 <3·끝> 장애친화·온실가스·공익 생태계 지표로 본 지자체 TOP20 ‘인구를 얼마나 끌어오느냐’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그 인구가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가다. 최근 지역 경쟁력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안전’이 부상하면서, 단순한 방재 역량을 넘어 위기 속에서도 주민의 일상이 유지되는가가 지속가능성의 핵심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확장된 안전’ 개념을 정량화한 것이 바로 지역자산역량지수(Korea Local Asset Competency Index·이하 KLACI)의 4대 항목 중 하나인 ‘안전회복력’ 지표다. KLACI는 전국 229개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인구성장력 ▲경제활동력 ▲생활기반력 ▲안전회복력 등 4개 범주, 총 55개 정량 지표를 분석해 지역 역량을 110점 만점으로 수치화한 지표다. 이 지수는 이슈·임팩트 분석 전문기업 트리플라잇과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연구팀(한양대 로컬리즘연구회)이 공동 개발했다. 그중 안전회복력 항목은 재난·질병·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주민의 삶의 질과 회복 가능성을 평가하며, 사망률, 치매 유병률, 지역안전등급, 녹지율, 온실가스 배출량 등 15개 세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단순 수치 비교가 아닌 최근 개선 추이와 인구 규모에 따른 보정치를 반영해, 대도시 쏠림을 줄이고 중소도시의 의미 있는 변화까지 조명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더나은미래>는 KLACI 안전회복력 15개 항목 중에서도 주민 정착성과 공동체 기반을 가늠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지표인 ▲장애친화인증 ▲온실가스 배출량(역산) ▲비영리·사회적기업 수를 중심으로, 상위 20개 지자체의 현황과 특성을 분석했다. ◇ ‘배리어프리’ 도시, 중규모 지자체가 앞섰다 장애인뿐 아니라 고령자와 영유아 등 이동약자의 삶의 질은 일상 공간의 ‘배리어프리(Barrier-Free)’ 수준에 달려 있다. 단순히 시설이

“인구는 작아도 역량은 강하다”…강소 지자체 6곳의 생존법

대한민국 로컬 역량 지도 <2> 지역자산역량지수(KLACI)로 읽는, 인구 10만 이하 지역의 가능성 전국 229개 기초지자체를 분석한 ‘지역자산역량지수(이하 KLACI)’가 소멸 위기론에 가려졌던 지방의 잠재력을 새롭게 조명했다. KLACI는 전국 229개 지자체를 인구 규모에 따라 ▲헤비급(100만 이상) ▲미들급(50만~100만) ▲웰터급(10만~50만) ▲라이트급(5만~10만) ▲페더급(5만 이하)으로 구분한다. 이번 분석에서는 특히 라이트급(35곳)과 페더급(56곳) 지자체 중 각각 상위 3곳에 선정된 ‘강소 지역’에 주목했다. 이들은 문화·복지·교육·정주환경 등 복합적 자산을 기반으로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었으며, 지역의 유형과 특성에 기반한 맞춤형 발전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 작지만 강한 라이트급의 반란…과천·진천·무안이 보여준 가능성 경기도 과천시(인구 약 8만명)는 이번 지수에서 라이트급 1위를 차지했다. 사망률과 자살률 모두 전국 최저 수준, 주택 노후도는 전국 최하위권. 재정자립도 전국 11위. ‘작지만 단단한 도시’라는 별명이 과하지 않다.  2020년대 들어 과천지식정보타운이 본격 조성되면서, 넷마블, 광동제약 등 IT·바이오 기업 유치를 가속해 올해 초 기준 850여 개 기업이 입주한 상태다. 재정자립도(11위), 상장기업수(23위) 등 경제활동력 지표 또한 상위권을 기록했다.  충북 진천군(인구 약 8만 6000명)은 비수도권 군 단위 중 유일하게 18년 연속 인구가 증가한 곳이다. 진천군은 2016년 이후 9년간 한화큐셀, CJ제일제당 등 기업 유치에 성공하며 12조 8000억원의 투자를 끌어냈다. 그 결과 농공산업단지업체수 25위, 재정자립도 17위를 기록하며 경제활동력 지표에서 높은 순위에 올랐고, 주택소유율(17위), 문화재수(12위) 등 생활기반력 지표 역시 상위권을 기록해 ‘안전복지형’의 유형을 보여줬다.  특히 등록 외국인 수가 전국 14위로 높았는데, 진천이 다문화 친화 지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순위 보다 유형…지역에도 ‘MBTI’가 있다

대한민국 로컬 역량 지도 <1> 229개 기초지자체의 자산 역량 유형화한 지표 첫 등장 “비가 많이 오고, 눈도 많이 내리는데…무슨 산업을 할 수 있겠어요.” 1900년대 초, 일본 후쿠이현 북부의 작은 도시 사바에시(鯖江市)는 ‘포기할 이유’가 넘쳐나던 지역이었다. 바다와 산으로 둘러싸인 폐쇄적인 지형, 불리한 기후, 부족한 제조업 기반. 젊은이들은 빠르게 도시를 떠났다. 하지만 이 도시는 특이하게도 농한기 부업으로 ‘안경 제조’라는 틈새 산업을 선택했다. 대규모 설비 없이도 가능한 조립·가공 중심 산업이었고, 분업을 통해 지역 여성과 노년층까지 일손으로 참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몇 년 뒤, 사바에시에는 안경다리·렌즈·코받침 등 부품을 생산하는 소규모 업체부터 안경 제조 전 공정을 담당하는 대기업까지 하나둘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현재는 일본 전체 안경 생산의 약 90%를 책임지는 지역이 됐다. 산업 기반이 자리 잡으면서 일자리도 늘어나, 1957년 4만 7855명이던 인구는 2015년 6만 9037명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안경의 도시’로 알려진 사바에시는 관광도시로도 다시 태어났다. 도심 곳곳에는 안경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설치된 ‘안경 거리’가 조성됐고, 안경을 구매하거나 안경테·스트랩 등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형 공간인 ‘안경 박물관’도 관광 명소가 됐다. 도시가 활기를 되찾으면서 사바에시가 속한 후쿠이현은 2016년 기준 정규직 고용률 67.3%로 일본 전국 1위를 기록했으며, 전국 행복지수 조사에서도 1위에 올랐다. 단점은 전략이 됐고, 약점은 자산이 됐다. 지방을 소멸과 위기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대, ‘지역의 잠재력’을 구조적으로 들여다보는 새로운 도구가 등장했다. 이슈·임팩트 측정 전문 기업 ‘트리플라잇’과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1열 오션뷰로 지역을 살릴 수는 없습니다” [함명준 고성 군수 인터뷰]

군수의 생각<1> 함명준 강원도 고성 군수 인구, 기후, 산업의 급격한 전환 속에서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만들어야 할까요? 소멸과 부활의 최전선에서 분투 중인 군수님에게 길을 묻습니다. 첫 번째 주인공은 함명준 강원도 고성 군수입니다. 국토 최북단 고성군의 미래를 여는 전략은 무엇일까요? /편집자 주 비무장지대와 가까워서일까, 강원도 고성의 하늘은 맑고 따스하다. 그리고 고요하다. 연간 1000만 명이 방문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 만큼 고요했다. “고성군에 있는 콘도들이 속초에 인접한 게 많습니다.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속초에서 출퇴근하지요. 방문객들도 잠은 고성에서 자고 소비는 속초에서 합니다.” 지난달 16일 강원도 고성에서 만난 함명준(65) 군수는 1000만 관광객의 실상을 에둘러 말했다. 속초까지만 연결된 동해고속도로를 탓할 법도 하지만 그는 ‘분산과 공존’을 해법으로 내놓았다. ◇ 리조트가 아니라 ‘기회의 인프라’를 짓는다 “마을과 마을 사이에 호텔을 지어야 합니다. 방문객들이 숙소를 나와 마을에서 시간을 보내야 지역에 더 많은 기회가 생기거든요.” 그는 ‘기회’라고 표현했다. 마을과 동떨어진 곳에 대형 리조트가 생기면 숙박객은 그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거나 차를 타고 나와 속초로 간다. 마을 사이에 리조트가 들어오면 기회가 만들어진다. 음식점, 카페, 상점이 생기고 젊은 사람들도 들어온다. 지역에 리조트 하나가 생기자 주변에 민박촌이 생기는 현상을 보면서,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더 많은 것이 모이는 시장(market)의 기능을 깨달았다고 한다. 행정이 주도해서 인위적으로 무엇을 만들기보다 ‘지역에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지역의 힘을 축적하는 길’이라는 그의 철학을 알 수 있었다. 행정의 책임자이자 정치인으로서의

“어르신이 주운 폐지, 아이들의 도화지가 됐습니다” [더나미GO] 

더나은미래 기자, 자원봉사자가 되다 <4> 유한양행 ‘페이퍼캔버스 제작’ 봉사 현장 “풀은 너무 많이 바르면 흘러내려요~ 적당히, 적당히!” 지난 19일 오후 12시 30분, 경기도 용인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점심시간을 쪼개 연구원 30여 명이 팔토시를 끼고 책상 앞에 둘러앉았다. 유한양행 창립 99주년을 맞아 진행된 ‘창립기념 나눔주간’ 행사 중 하나인 ‘페이퍼캔버스 제작’ 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기자도 팔토시를 챙겨서 봉사에 함께했다.  책상 위 봉사 키트를 열자 폐지, 헝겊, 풀, 젯소, 붓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단출해 보이지만 이 키트는 사회적기업 ‘러블리페이퍼’가 폐지 수거 어르신들에게 시세보다 6배 높은 가격에 매입한 폐박스를 재활용해 만든 것이다. 완성된 캔버스는 아동보육시설에 기부돼 아이들의 도화지로 쓰인다. 작업은 책상 위에 신문지를 까는 것부터 시작됐다. 폐지 세 장을 겹쳐 풀칠한 뒤 천을 덮고 눌러 고정했다. 단순해 보였지만, 고르게 바르는 손놀림과 가장자리 마감에는 의외의 섬세함이 필요했다. 옆자리 연구원은 삐져나온 실밥이 못내 거슬렸는지, 가위로 테두리를 수차례 다듬었다. 마무리는 흰 젯소 칠. “위아래, 양옆으로 꼼꼼하게 발라주세요.” 기우진 러블리페이퍼 대표의 안내에 따라 붓질이 분주해졌다. 표면이 매끈해질수록 흰색 도화지 위에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졌다. 흰 젯소가 얇게 발리며 점차 순백의 캔버스가 모습을 갖춰가자, 뿌듯함이 밀려왔다. “페이퍼캔버스 한 개당 약 17g의 탄소가 절감돼요. 나무틀을 사용하지 않으니 친환경이죠.” 기 대표는 “이 활동은 환경, 노동, 교육 세 가지 가치를 동시에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어르신은 페이퍼캔버스 키트 제작 과정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