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코로나19, 각자의 현장에서] “의료진에게 숙소 제공…당연히 해야 할 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사회적 약자를 돕는 공익 활동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감염병 위기 속에서도 노숙인, 아동, 난민 등 여러 분야에서 공백 없는 지원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현장의 이야기를 더나은미래에 보내왔다. 각자의 영역에서 고군분투 중인 다섯 명의 글을 싣는다. -편집자주

코로나19로 시민의 일상이 무너졌다. 모두가 힘든 시기다. 특히 여행업은 감염병 예방을 위한 외출 자제와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으로 타격이 심각하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내외국인들의 게스트하우스 숙박 예약은 모두 취소됐다. 공감씨즈는 청년·취약계층 일자리를 제공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사회적기업으로 대구에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와 결합한 국내외 여행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는 ‘2020 대구·경북 관광의 해’를 맞아 ‘대슐랭 투어’와 대구에서 열리는 ‘K팝 콘서트’와 연계한 대구·경북 관광 상품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모두 취소됐다.

모두가 대구를 찾지 않는 상황에서 대구로 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의료진이다. 그런데 의료진이 숙박할 모텔을 구하느라 애를 먹는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대구를 도우러 온 분들이 최소한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무료 숙박을 제공하기로 했다. 게다가 김성아 공감씨즈 공동대표의 다른 직업은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다. 동료 의료진의 고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의료진에게 숙박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공감씨즈가 운영하는 공감호스텔동성로와 공감한옥게스트하우스는 지난달 25일부터는 일반 손님을 받지 않고 있다. 대신 대구를 찾은 의료진에게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총 60명이 머무를 수 있지만 의료진 감염 위험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1객실 1인 원칙으로 15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대구 경북대병원까지 차로 4분, 계명대 대구 동산병원까지 차로 5분 만에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의료진은 의료봉사로 지친 심신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휴식할 수 있다고 감사를 표현한다. 이러한 내용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전국 각지에서 의료진을 위한 식료품과 생활용품이 게스트하우스로 도착하고 있다.

공감씨즈는 대구시와 대구 시민 덕분에 성장했다. 사회적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임직원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실천한 것이다. 다만 기업의 대표로서 의료진에게 무료 숙박을 제공하면서 의료진의 감염 예방과 함께 직원들의 감염 위험성도 함께 고려해야 했다. 이러한 고민이 있을 때, 직원들이 흔쾌히 ‘멋진 결정’이라고 해줘서 참 고마웠다. 우리가 하는 ‘당연한 일’은 어느새 ‘중요한 일’이 됐다. 의료진의 감염 예방과 직원들의 감염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감씨즈도 기업이기에 당연히 이윤을 추구한다. 하지만 이윤만을 추구했다면 사회적기업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회적가치의 실현’이란 말을 매 순간 생각하면서 ‘그렇다면 지금 무슨 일을 해야 할까’를 고민하면서 지금까지 달려왔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감염병 확산 방지 대책에서 의료진 안전관리도 논의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지금처럼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병이 확산할 때는 의료진이 편하게 쉴 수 있는 숙소 확보가 중요하다. 감염병 발생 시 정부에서 지역별로 의료진 숙박시설을 사전에 지정해 두는 것도 하나의 대책이 되지 않을까.

모처럼 회사가 바쁘게 돌아가면서 코로나19로 움츠렸던 기운이, 잃어버렸던 생기가 되살아났다. 순수한 선의고, 사회적기업으로서 책임이다. ‘혼자면 두렵지만, 함께면 이겨낸다’고 생각한다. 대구로 한걸음에 달려오는 의료진과 전국 각지에서 보내주는 응원 편지들을 보면서 ‘함께’의 가치를 느끼고 있다. 지금의 어려움도 분명 극복할 거라고 확신한다.

[정리=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